소설리스트

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390화 (390/651)

제390화: 전쟁 전문가(1)

전상미가 이끄는 2중대 주둔지는 버려진 작은 학교였다.

이곳은 이 지역에서 만큼은 소수 민족인 발루치인 아이들이 다니던 곳이었는데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의 공격으로 폐교가 되었다.

곳곳에 불에 탄 흔적이 있고 무너진 곳이 적지 않았으나 90명 2중대 병력이 머물기에는 충분했다.

더욱이 학교였기 때문에 크고 작은 교실들이 있었다.

상태의 좋고 나쁨에 따라 일부는 숙소, 일부는 식당, 부상자 치료를 위한 의무실로 사용할 공간들이 많았다.

잠깐 사이에 개인 정비가 끝나고 경계근무자가 편성되었다.

이미 담장은 보수 되었고 그 위로 철조망이 쳐졌으며 만약을 대비해 담 안쪽으로는 지뢰를 깔았다.

대인지뢰였지만 탈레반의 자살 트럭이나 아니면 장갑차 공격을 대비해 대전차 지뢰 십여 개를 군데군데 묻었다.

이틀 후 장비가 도착했다.

M4와 맥보란을 통해 중고 험비 10대를 구매할 수 있었다.

또한 철판을 덧대 방탄기능을 강화시킨 포드 익스플로러 다섯 대였다.

그 이외에도 M240 기관총과 수류탄, 권총등 적지 않은 총기류가 도착하면서 학교는 실전임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2중대는 칸다하르 치안 유지에 동원되고 1중대는 인근에서 활동하면서 관공서와 자살테러를 감행하는 이 지역 최대 탈레반 파벌중 하나인 ‘쿠슈르’섬멸작전에 동원된다.

권총수는 일주일 동안 머무르면서 치안유지에 나선 2중대와 쿠슈르와 교전하는 1중대를 살폈다.

예상보다 뛰어난 전투력에 권총수는 만족스러워 했다.

1중대는 첫 교전에서 탈레반 4명을 사살했다.

그로부터 닷새 뒤 벌어진 칸다하르 동쪽 코르나푸 계곡 전투에서 탈레반 13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이에 칸다하르 지역 군 사령관과 아프카니스탄 정부군 사령관(참모총장격) 리와프 장군이 직접 막사를 찾아와 감사의 뜻을 전하기까지 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된 것을 보며 권총수는 카불 공항으로 날아갔다.

“생각보다 아직까지는 순조롭지?”

오민철이 즐거운 표정이다.

“전투력도 좋고 말이야.”

실전과 훈련은 다르다.

아무리 훈련을 잘 받아도 실전은 실전인 것이다.

그런데 우려를 말끔히 씻을 만큼 우리 군의 전투 능력은 뛰어났다.

오민철과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주머니에서 꺼낸 핸드폰 액정에는 맥보란의 번호가 찍혔다.

권총수는 무슨 일인가 싶어 통화를 연결했다.

“캡틴!”

“맥!”

요즘은 사업을 하다 보니 옛날처럼 맥보란과 자주 만나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권총수는 반갑게 웃었다.

“카불에 와 있습니다.”

“아, 맞아 블랙잭과 아카데미가 컨소시엄 형태로 아프칸에서 미군을 대체할 것이라고 했죠. 혹시 그곳에서 바그다드로 올 수 있을까요”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만 무슨 일입니까?”

자신도 모르게 뒷머리가 곤두선다.

“예전에 시리아에서 총에 맞아 죽은 한국인들 있지 않습니까? 운 좋게 우리 쪽이 확보했습니다.”

“아 그래요.”

권총수는 CIA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로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캡틴이 잠시 참관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죠?”

“몇 가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CIA조사에 같이 참여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내가 거길 왜 가냐고 하려다 권총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말았다.

민간 보안 사업을 하려면 CIA와 불편한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

“맥이 뭐래?”

“바그다드에서 좀 보자는데, 성지 순례 갔다 사망한 한국인 시신을 확보 했다면서.”

“그 사건과 네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게.”

“이제 입장이 바뀌었다는 건가? 전화 한 통으로 오라 가라, 자기들이 갑이다 이것 아냐.”

권총수는 피식 웃었다.

“맥이 그러겠어?”

“사실은 사실이잖아.”

그때 주머니에 넣어 둔 핸드폰을 다시 꺼냈다.

권총수는 액정을 바라보았는데 누구 번호인지 얼른 생각이 안 나는 모양이었다.

“그 사람 번호 같은데 사우디 대사 장만석.”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난다는 듯 권총수의 눈이 빛났다.

하지만 이내 수그러들면서 투덜거렸다.

“또 뭐지?”

전화를 받고는 귀찮다는 듯 입을 열었다.

“누구시죠?”

“장만석입니다. 캡틴.”

친한 척 밝은 목소리다.

“아 대사님!”

“많이 바쁘시죠? 신문 봤습니다. 블랙잭에 대한 기사가 요즘 대세입니다. 특히 어제 날짜 국내언론을 보면 민간보안업체 블랙잭이 가져온 또 하나의 일자리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미 채명천을 통해 보고 받았다.

회사의 업무가 젊은 층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일들이다 보니 실업율이 가장 높은 2,30대 군출신자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약간 부정적인 기사도 있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탄생하였으며 일반 기업으로서는 따라갈 수 없는 고액의 연봉에 지원자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회사 성격상 다치거나 사망자 발생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젊어 한 때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고 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조금전 맥보란의 전화까지 받은 마당이므로 전혀 짚이는 것이 없지는 않았다.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사실 도움을 좀 청하기 위해 전화를 드렸습니다.”

“말씀하세요.”

“먼저 캡틴의 지식이 필요하고 시간을 빼앗는 것에 대한 보수는 반드시 지불 하겠다는 걸 밝힙니다.”

권총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만석은 무척 어렵다는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설명했으며 권총수는 듣기만 했다.

통화가 길어지면서 권총수는 손가락으로 뺨을 긁적거렸는데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무심한 음성으로 대답을 하며 통화를 끝냈다.

“또 도와 달라는 거야?”

“뻔하지.”

“아니 대한민국에 군사지식 전문가들이 한두 명이야? 휴전선에서, 백령도 근처에서 무슨 총격사고만 나면 전문가 명함 달고 떠드는 인간들이 한둘이냐고? 걔들은 뭐하는 전문가들이야. 이럴 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말이야.”

오민철이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진짜 총기사고와 군사작전의 전문가라면 개인적으로 짜옹을 하던 아니면 정부의 힘을 빌리던 전쟁 많은 중동으로 들어와 현장을 목격하고 살피면서 안목을 키워야 할 것 아냐. 일본 자위대 관계자들 봐. 우리가 한두 번 만났냐?”

“그만 해 형.”

“성질이 나니까 그러지.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널 그렇게 목 놓아 찾았냐고.”

권총수는 담배를 물었다.

“돈은...준대? 프로에게 공짜가 어딨어? 프로는 웃는 것도 돈이라고.”

오민철이 눈썹을 세워 말했다.

“준다고 하는데 액수는 말이 없네.”

권총수가 양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웃었다.

“비행기표 바꿔야지?”

“갈 거야?”

“안가면?”

“젠장 난 몰라도 넌 대한민국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는 상처 뿐인데.”

오민철이 투덜거리며 이미 발권해 버린 표를 바꾸기 위해 걸어갔다.

비행기가 바그다드 공항에 착륙했다.

“이라크가 요즘 갈수록 위험해 지고 있다지. 여기도 돈 밭인데 말이야.”

오민철이 짐을 찾아 나오며 말했다.

이라크에도 진출하면 얼마나 좋겠냐는 뜻이다.

“지금은 병력 보충하기도 빡빡해. 괜히 욕심에 일거리만 잔뜩 붙잡아 봤자 득 될 것 없어. 일급 많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망자가 적은 보안회사가 되어야 인기가 올라간다고.”

“하긴!”

두 사람은 입국 수속을 마치고 청사로 들어섰다.

“아니 저 새낀 뭐야.”

오민철이 들어서자마자 인상을 썼다.

국정원 조동수가 기다리고 있다.

조동수는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와 허리를 구부렸다.

“차 준비 했습니다.”

앞서 만날 때보다 기세가 많이 누그러진 걸 보면 뭔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은 조동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한국 대사관으로 향했다.

이라크 사태에 따라 한국대사관은 철수와 주재를 반복했다.

한국대사관은 전쟁이 한참일 때는 철수를 했고 종전 선언 뒤 다시 들어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물러나갔다.

바그다드 주재 외국 대사관들이 로켓 공격을 자주 받고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빠져 나갔다가 일 년 만에 다시 들어왔다가 삼 개월 만에 또 발을 빼야했다.

그런 식으로 몇 번을 들락거렸는데 대사관 업무를 재개한지는 20일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에서 부족하다.

즉 시리아 아부카말에서 사망한 한국인 성지순례객 사태에 투입할 만한 역량이 갖춰지지 않아 인근 사우디 대사관에서 지원을 나왔다는 것이 조동수의 설명이었다.

한국 대사관은 아직까지는 어수선했다.

차에서 내려 사무실로 들어서던 권총수는 멈칫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회의실에 앉아 있었는데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사내들이 보인다.

권총수는 국정원 현장 요원들일 것으로 생각했다.

사우디대사 장만석이 아는 체를 하며 권총수를 소개했다.

권총수의 예상대로 두 명은 국정원에서 나왔고 두 명은 국방부에서 나온 총기분석 전문가들인데 모두 현역 군인들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이라크 대사 주장석입니다.”

권총수는 주장석과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오민철도 악수를 나눴는데 인상을 썼다.

권총수는 이미지를 관리에 치중하고 웬만한 건 자신이 나서서 청소해야 한다.

알아서 자를 건 자르고, 거절할 건 자기 선에서 밀어내야 하는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며 엄청난 청탁이 들어왔다.

거의가 국정원과 군 관계자들이었는데 냉정하게 거절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무실 공기는 그다지 따뜻하지 못했다.

“이것 좀 봐주시겠습니까?”

국정원 고만성 총기 분석과장이란 사내가 스크린 하나를 내렸다.

스크린에는 사진이 나왔는데 모두가 총상이었다.

권총수는 단 번에 한국인이라는 걸 알아보았다.

“이번에 죽은 사람들입니까?”

“맞습니다.”

“어디서 난 사진이죠?”

“미국 대사관에서 신원확인 차 일단 사진을 찍어 보냈습니다. 아울러 사진이지만 1차 육안검식이라도 해보라며 보낸 셈입니다.”

“웃기는 친구들이군.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바그다드 주재 한국 대사관이 있는데 직접불러 확인 시기면 더 좋을 일을.”

“CIA자식들 하는 일이라는 게 그렇잖아. 좃도 아닌 일을 좃이나 된 것처럼 무게 잡고.”

오민철이 짜증스럽게 입을 열었다.

두 명의 대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외교관이고 공무원인 그들에게 미국은 하늘이다.

더욱이 국정원 같은 경우 CIA서 보낸 정보로 대북 감시에 중추적 역할을 한다.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사실상 대북정보는 초라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들 앞에서는 작아 질 수밖에 없고 눈치를 보며 무슨 억지 요구를 해도 거절하지 못한다.

“말씀하세요.”

고만성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확인 할 수 있는 건 시신 모두가 총상이고 정면에서 사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입니다.”

권총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M4라고 하는데 AK일수도 있다는 게 저의 입장입니다.”

“개인? 아니면 국정원?”

“개인의 판단이죠.”

권총수는 약간 찌푸린 얼굴로 스크린의 시신들을 바라보았다.

“...노아라는 미국 대사관 직원이라는군요.”

“전화도 격에 맞아야지 말단 직원이 오라가라 전화질이라니 형편없는 새끼들.”

오민철의 인상이 험악해진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