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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389화 (389/651)

제389화: 시신탈취(2)

가슴에 총을 맞은 듯 피로 범벅이 되어 있다.

검은 머리와 피부색, 이목구비가 전형적인 동북아계다.

“일단 문 앞으로 옮기지.”

한국인이다 싶은 시신은 문 앞으로 옮기기 시작했는데 모두 일곱 구가 되었다.

세밀한 조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둘은 쿠르드계 일세.”

결국 두 사람은 뺐다.

남은 건 다섯 구의 시신이다.

그때 문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사내들은 재빨리 시체처럼 바닥에 드러누웠다.

덜컹!

문이 열리더니 시청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들어왔는데 손에 서류가 들려있다.

시신 조사를 나온 모양이었다.

직원은 서류에 있는 사진을 시신들과 대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 가장 먼저 비교하려는 시신이 조금 전 시신을 옮긴 사내 중 한 명이다.

벌떡!

시체처럼 쓰러져 있던 타고르가 재빨리 일어나 갖고 있던 칼로 직원의 목을 찔렀다.

푸우욱!

“크흐!”

직원은 짧은 신음을 흘리며 고꾸라졌다.

“죽이면 어떡해?”

“안 죽이면?”

할 말이 없다.

안 죽이면 이쪽이 죽는다.

“시간 없네. 시체 조사하러간 동료가 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와볼 것 아닌가.”

일행은 각자 어깨에 한 구씩의 시신을 둘러메고 지하실을 빠져 나갔다.

무겁다.

불과 지하 1개층을 올라오는데 아랫도리가 후들거리고 땀이 턱까지 차올랐다.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온 다섯 사람은 담벼락 아래 시신을 내려놓고 두 사람이 담을 넘었다.

그리고 이쪽에서 담장너머로 시신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 구 한 구 시신이 옮겨지고 타마르까지 담을 넘어 사라졌다.

담벼락 밖에는 천막을 씌운 작은 트럭이 있었다.

사내들이 차에 올라타자 트럭은 골목을 빠져 나갔다.

유프라데스강이다.

물결은 잔잔했고 머잖아 댐을 건설하면 물이 찰 것이다.

덜컹 거리며 트럭 한 대가 달려왔다.

천막을 씌운 트럭이 나타났는데 타마르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강줄기를 따라 난 비포장 길을 바라보았다.

약속시간은 아직 5분여 남았다.

치익!

성냥을 켜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타마르를 비롯한 사내들 모두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자동차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일행은 재빨리 담뱃불을 끄고 숲속에 숨었다.

덜커덩 거리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더니 흰색의 탑차 한대가 나타났다.

차가 멈추고 운전석 문이 열렸는데 타마르는 그제야 안도하면서 일어났다.

자신에게 이번 일을 의뢰했던 폴이란 백인 사내였기 때문이다.

폴은 트럭에 실린 시신을 확인하고 탑차 문을 열었다.

엄청난 냉기가 쏟아져 나왔는데 타마르 일행은 냉동탑차에 시신을 싣기 시작했다.

작업이 끝나고 문이 닫혔다.

폴은 타마르에게 달러가 든 가방을 전달했다.

나머지 네 사람의 일당은 타마르가 알아서 할 것이다.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모두가 행운을 빌어 주었고 폴은 차를 몰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탑차는 강줄기를 따라 달렸다.

아직은 시리아 땅이다.

더욱이 차에 시체가 실려 있다는 것이 발각된다면 살아 남지 못할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속도를 높이고 싶었으나 도로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폴은 옆에 장전된 권총을 놓고 운전을 했다.

의자 밑에는 M4까지 숨겨져 있다. 최악의 경우 자신은 죽더라도 시체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부우웅!

폴은 이를 악물었다.

검문소가 나타났다.

이라크로 넘어가는 국경초소다.

검문소를 보며 폴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이미 밑밥은 두둑하게 뿌려놨다.

예상대로 폴의 차가 나타나자 군인들은 통과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제 이라크다.

머지않은 곳에 소규모지만 미군부대가 있다.

긴장이 풀린 듯 폴은 그제서야 담배를 한 개비를 물더니 불을 붙였다.

그리고 핸드폰을 눌러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폴!”

“성공입니다.”

“수고했네.”

전화는 끊어졌고 폴은 담배를 물고 운전을 했다.

차는 먼지를 날리며 사라졌다.

권총수는 아프카니스탄 카불에 있었다.

지금 막 블랙잭 훈련소를 나온 2기 180명이 카불공항에 도착한 것이다.

입국장에서 오민철과 그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저기 오네!”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들어선 이는 안치웅이었다.

그 뒤를 전상미가 따르고 있었다.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들어섰는데 전부가 사복 차림이다.

청바지에 긴팔 티셔츠거나 아니면 통이 넓은 바지에 반팔점퍼, 또는 젤라바(모자 달린 긴 옷)를 흉내 낸 롱 후드를 입었다.

각각의 복장을 보며 권총수는 가볍게 웃었다.

나름대로 현지인을 닮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편한복장이면 어떤 옷이든 상관없지만 무슬림 의복 하나 정도는 미리 준비하도록 조치했는데 일부는 입고 들어온 것이다.

공항에서 잠시 대기 한 뒤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칸다하르로 들어갈 것이다.

블랙잭 용병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얘기들을 나누고 있었는데 확실히 긴장해 보였다.

아람코와 같은 커다란 회사 경비와 전장은 하늘과 땅 차이다.

가장 큰 차이는 생사였다.

탈레반과 교전을 자주 벌일 수 있기 때문에 생명을 장담할 수는 없다.

물론 권총수는 이들에게 아프카니스탄을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많은 얘기를 해주었다.

1시간여 휴식을 취한 뒤 국내선으로 갈아탄 일행은 칸다하르를 향해 날아갔다.

칸다하르는 해발 1,000미터 고지에 세워진 아프카니스탄에서 수도 카불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그해 2005년 이 곳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미군 수색대가 전멸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건은 이곳 지역 주민들 중 일부가 섬기는 신에게 인신(人身)을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정보를 접한 미군 수색대가 조사에 나선 것이다.

아프카니스탄의 지리적 특성이 험준한 고산지대이고 개발이 되어 있지 않아 도로가 엉망이었다.

또한 헬기도 좀체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지형적 조건이 나쁘다.

결국 일정지역까지 헬기로 이동한 미군 수색대는 목적지까지 도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을 제물로 올린다는 지역으로 들어간 수색대로부터 연락이 끊겼다.

미군은 실종된 미군을 찾기 위해 2차로 수색대를 보냈다.

2차 수색대는 험준한 산악지형을 따라 목적지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1차 수색대는 전사나 사망이 아닌 실종 처리로 보고하면서 2차 수색대는 철수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인근 마을에서 키우던 양을 따라 내려오던 2차 수색대원 중 한 명이 동굴 하나를 발견했다.

미군 병사는 동굴 근처로 다가가다 소스라친다.

거기엔 미군 병사들의 총기와 파괴된 통신장비, 담배들이 널려 있었다.

2차 수색대는 곧바로 1차 수색대가 탈레반에 의해 기습을 받고 몰살했으며 시신을 동굴에 숨겼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작전에 돌입했다.

2차 수색대원들이 동굴을 포위하고 진입하려는데 안으로부터 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려나오더니 잠시 후 모두가 소스라치고 말았다.

동굴에서 5미터가 넘는 엄청난 괴인이 나타났다.

마치 원시시대의 거인을 보듯 오른손에는 10미터 가까운 창을 들고 왼손에는 3미터가 넘는 방패를 들었다.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내려왔고 얼굴은 온통 털로 뒤덮여 있었다.

거인의 손가락은 7개였는데 크기가 빨래 방망이 만큼 했다.

발가락은 오리의 물갈퀴처럼 달라붙었는데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땅이 울렸다.

타앙!

당황한 미군 병사가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거인의 가슴을 관통했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거인은 분노하였고 단번에 쫓아와 자신에게 방아쇠를 당긴 미군 병사를 한손으로 들어 올렸다.

드르륵!

드르르!

그 순간 다른 수색대원들이 방아쇠를 당겼다.

20여명이 쏟아내는 총알세례를 맞은 거인은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수색대원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우려했던 대로 거기에는 죽은 동료들 시신이 있었다.

동료들의 유해를 조심히 수습하고 본대에 헬기 요청을 했다.

헬기에 동료들의 유해와 거인의 시신이 함께 실려 왔고 곧장 상부에 보고가 이뤄졌다.

미군사령부에서는 거인을 수송기에 싣고 본토로 이송할 계획을 세웠다.

그날 밤 미군 사령관은 수송기 기장을 불렀다.

‘비밀이오. 절대 사진을 찍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

조종사는 비밀을 지키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마침내 거인은 미국본토로 옮겨졌다.

하지만 비밀은 없다.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들이 수송기 조종사를 찾아와 거인에 대해 물었다.

조종사는 보긴 했으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고 했고 실체를 그림으로는 그려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땅바닥에 그려놓은 거인의 크기에 기자들은 경악했다.

너무 컸다.

그렇다고 조종사가 자신들을 놀려주기 위해 장난으로 그렸다고는 보지 않았다.

거인의 몸무게는 1,200 파운드, 약 600킬로 가까이 나간 셈이다.

당시 거인을 향해 총격을 가했던 수색대원들의 증언도 조종사와 엇비슷 했다.

이후 CIA로 옮겨진 거인에 대한 소식은 사라졌다.

몇몇 프리랜서들이 뒤를 쫓았지만 더 이상 거인에 대한 어떤 보도도 나오지 않았다.

“뭔 생각을 그렇게 오래해?”

오민철이 물었다.

권총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거인 얘기.”

“아무리 군바리 뻥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지만 미군 자식들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우리 대표님께서는 그걸 믿고 있는 건 아니죠?”

권총수는 덤덤하게 웃었다.

숙소를 두 곳으로 분리 했다.

일부러 나눈 것인데 탈레반이나 아프칸 반군의 공격을 대비한 것이다

한곳에 모두가 집결해 있는 건 일반적 전장에서는 상관없지만 치안이 불안하고 끊임없는 반정부 테러조직들의 활동이 왕성한 지역에서는 위험하다.

그야말로 한 방에 갈 수 있는 것이다.

미군이 주둔했던 지역이므로 외국 군인에 대한 지역 사람들의 감정은 그다지 좋지 않다.

두 개의 중대 단위로 분류하여 1중대장은 안치웅이 맡고, 2중대장은 전상미가 이끌었다.

안치웅의 중대장 임명에는 말이 없었으나 전상미에 대한 반발은 있었다.

하지만 권총수는 반발하는 중대원들을 불러 말했다.

‘내가 알아서 결정한 것이다. 싫으면 사표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정리 되었다.

‘군대에서 항명은 영창 감이지만 여기서는 무조건 고향 앞으로이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일반 기업체라면 회사의 부당한 조치 운운하며 노조라도 결성하지만 여기서는 코미디일 뿐이다.

남느냐, 돌아가느냐는 두 가지 선택 밖에 없기 때문에 누구도 불만을 터뜨리지 않았다.

권총수는 오민철과 칸다하르 외곽에 있는 몇몇 미군 기지를 둘러보았다.

미군이 사용한 뒤 돌아갔고 지금은 아프카니스탄 정부군 관할에 있었다.

미군측의 자산이고 맥보란이 사용해도 된다고 했으나 거절했다.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탈레반들에게 너무 드러나 있다.

아직 장비가 완전하지 못한 블랙잭으로서는 탈레반이나 반군들이 박격포나 로켓포로 공격해온다면 속수무책이다.

1중대는 그 옛날 힌두교 사원으로 사용되었던 곳인데 거의 폐허나 다름없었다.

잡초가 무성하고 건물 곳곳이 무너져 있었지만 한 가지 장점은 모든 것이 돌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었다.

탈레반의 공중공격이라고 해봤자 박격포 같은 곡사화기 또는 로켓포나 소총의 직사화기가 전부다.

그들 공격에 충분한 방어가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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