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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386화 (386/651)

제386화: 그들의 야망(1)

리야드 공항이다.

오민철이 처음 보는 한국인 두 명과 마중을 나와 있었다.

“사장님, 인사하시죠. 장만석 사우디주재 한국 대사입니다.”

오민철은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의식하고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안녕하십니까? 장만석 대사입니다. 여긴 대사관 조동수 서기관입니다.”

장만석이 같이 나온 사내를 소개했다.

조동수는 고개를 꾸벅했다.

권총수는 무슨 일이냐는 듯 오민철을 바라본 뒤 두 사람을 재차 살폈다.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민간 보안업체 사장이 국가 관리를 만날 일은 더욱 없다.

한국에서 이춘석 대령과 불편한 만남이 있었던 탓인지 권총수는 밝은 표정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도 그런 비슷한 일로 찾아왔나 싶다.

서울에 있을 때 어느 신문에서 해방이후 전쟁 전문 대행 보안업체가 생긴 건 블랙잭이 처음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러면서 블랙잭이 생겨 군을 직업으로 선택한 특수부대 전역자들에게 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높은 연봉과 특히 자신들이 갈고 닦은 주특기를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주었다.

장만석은 미소를 잃지 않고 권총수를 인근 커피숍으로 안내해 들어갔다.

“식사라도 해야 하는데 송구합니다.”

장만석은 올해 마흔일곱으로 고향이 충북 청주라고 했고 조동수는 대사를 수행해온 사람처럼 한 발 물러나 조용히 있었다.

장만석은 잠시 주저하는 듯 하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

“혹시 시리아 아부카말 사태 얘기 들으셨습니까?”

“알죠. 한국인 피해자도 있다던데 사실 입니까?”

“맞습니다. 언론에서는 열 명 보도설이 나왔지만 다섯 명이 숨졌죠.”

“시리아가 종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곳곳에서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다마스쿠스 근처도 아닌 그 깊은 곳까지 무슨 일로 들어간 것입니까?”

장만석은 흘긋 옆에 앉은 조동수를 살폈다.

“그곳에 사도 바울의 지팡이라는 커다란 비석이 있죠.”

“비석이 지팡이란 말입니까?”

장만석이 웃는다.

“옛날 종교적 신화라는 게 다 그렇고 그렇지 않습니까. 구약에 보면 모세가 손 하나 달랑 뻗어 홍해를 가르죠.”

권총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요?”

“그곳으로 성지 순례를 간 모양입니다.”

권총수가 눈을 좁혔다.

“돌비석 보자고 그 위험한 곳을.”

“자신들 눈에는 사도 바울이 맹인 시절에 사용했던 지팡이라고 믿는 모양입니다. 지팡이가 뱀으로도 변하는 그런 일이 흔한 곳이 기독교 아니겠습니까?”

“여행 금지구역일텐데 어떻게 들어갔을까요?”

“터키를 통한 모양입니다.”

“이동수단은?”

“성지 순례를 하는 사람들만을 태워다 주고 돈을 받는 브로커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이 전쟁중에.”

“목숨 걸고 돈 벌이 하는 거죠. 당연히 교통비는 비싸고.”

“그런데 어쩐 일로?”

“시리아는 아직 우리나라와 미수교 국가입니다.”

“미수교 국가일지라도 주변 제3국 대사관을 통해 입국이 가능한 걸로 아는데.”

“주변 국가들의 도움을 받아 입국 신청을 했지만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우리도 우리지만 당장 유족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인도주의적 입장에서라도 유족들 입국은 허용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알 아사드가 도살자라고 해도 국제적인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이런 정도는 허용할 텐데?”

장만석은 다시 조동수의 눈치를 살폈다.

“내전이 한창일 때 우리 정부는 현 시리아 정부를 향해 불편한 논평을 냈죠. 평화로 해결하길 원한다, 시리아 정부군의 민간인 학살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 운운하는...”

권총수는 미소를 지었다.

권총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정색했다.

“내가 뭘 해주길 바라십니까?”

“지금으로서는 시신을 수습할 어떤 방법도 없습니다. 유일한 수단이라면 이라크를 통해 국경을 넘어 접근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성공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날더러 이라크로 들어가 국경을 넘어 한국인 시신 수습을 해달라는 거군요?”

“필요한 모든 경비는 우리가 지원할 것입니다.”

권총수가 조동수를 돌아봤다.

“서기관이시라고?”

“예!”

“국정원 직원이겠군요?”

조동수가 깜짝 놀란다.

“그런 일은 당신들 전문 아니오? 우리 국민이 타국에서 사망했는데 외교적 노력으로도 어렵다면 비 군사작전을 펼쳐야 할 것 아닙니까?”

국정원 사람들이 들어가 데리고 나오는 것이 순서 아니냐는 뜻이었다.

“내 말이 잘못된 것입니까?”

조동수 얼굴이 굳어진다.

“국정원 직원이라고 어깨에 힘만 주지 말고 이런 일에 적극 나서는 것이 바로 음지에서 생활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말에 어울리죠.”

상당한 모욕을 느낀 듯 조동수의 안색은 검게 변해 버렸다.

오민철이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었다.

“조금전 경비라고 했는데 어떤 경비를 말하십니까?”

돈 문제는 자칫 지저분해 질 수 있다.

오민철이 재빨리 나선 건 그런 오물은 사장인 권총수가 아닌 자신이 뒤집어쓰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장이라는 사람이 얼마 줄거냐, 가니 안가니 하는 모습도 볼썽 사납다.

“저희와 일을 하시려면 절차를 밟아 의뢰 하시면 됩니다.”

“얼마를 받고 싶소?”

오민철의 설명에 그때까지 침묵하던 조동수가 물었다.

오민철은 활짝 웃었다.

“절차를 밟아 신청하라고 하지 않습니까? 담당자가 따로 있으니 그쪽으로 전화를 하여 통화 해보십시오.”

권총수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조동수가 벌떡 일어났다.

“국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국민이라면 당연히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주 좋은 말씀이군요. 이럴 때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조동수씨가 나서야 할 때 아닙니까? 미국의 경우 이런 일이 생기면 CIA가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반드시 해결 하던데.”

권총수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애국이라, 그건 조동수 서기관님이 가져야 할 사명이고 본질인 듯 싶습니다. 난 국가에서 단 한 푼의 월급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권총수와 오민철이 커피숍을 나가버렸다.

“저런 건방진 자식.”

조동수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국정원 요원으로서의 프라이드가 뭉개진 것에 이를 간다.

“감히 너 따위가.”

“그만하세요.”

장만석이 차갑게 말했다.

“조 서기관님, 저들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 하십니까? 내가 보기에는 아주 적절하고 분명한 얘깁니다.”

“대사님!”

“서기관으로 가장하여 들어온 정보원이 보낸 보고서 내용에 따라 내 공직의 미래가 좌우되죠. 조서기관이 나에 대해 부정적인 단어 몇 개만 넣어 본국으로 보내면 외교부는 날 능력 있는 공직자로 판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장만석은 덤덤했다.

“그래서 나뿐만이 아니고 많은 외교관들이 국정원 직원 눈치보기에 급급합니다.”

조동수는 무슨 말을 하려고 말이 길어지는가 하는 시선으로 본다.

“당신들 서열 중요시 하는데 이곳 대사관 서열 일 위는 나지만 실세는 당신이오. 그래서 가급적 싫은 말 않기 위해 나름 노력하지만 오늘은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시죠.”

“개자식, 지랄 육갑 떨고 있네.”

흠칫!

조동수는 예상을 웃도는 강한 욕설에 놀라는 표정을 했다.

“외교의 기본도 모르는 놈이 무슨 화이트 요원이라고, 순 돌대가리 새끼.”

“대사님!”

“소통할 줄 알아야지 찍어 누를 줄 만 하는 한심한 놈, 당신이야 말로 애국은 커녕 매국노 짓을 하고 있소.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에 뭐? 국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국민이 나서는 건 당연하다고? 당신이 나서지 그래. 오늘 있었던 일을 그대로 본국에 보고 하겠소.”

장만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렸다.

사격장이 있는 암석사막 알차 지역에서 총소리가 울린다.

아람코 경비대에서 근무가 제외된 두 사람인데 전상미와 안치웅이었다.

두 사람은 이곳 사격장을 관리하고 교관까지 겸임하는 패튼의 지도 아래 이동 사격 연습을 하고 있었다.

특수부대가 무서운 건 사격 때문이다.

어느 부대 보다 그들의 사격은 정확하고 절제되어 있다.

사격을 잘하기 위해 훈련의 30프로가 온통 조준사격, 집중 사격, 돌격사격, 엄호사격에 맞춰져 있다.

네이비 씰 기록에 의하면 30개월 훈련 중 한 명의 대원이 사용한 탄약을 계산 해본 결과 약11만발이라고 했다.

어느 나라 군대가 입대 30개월 때까지 11만발을 쏘게 할까.

또한 일반 보병의 사격정밀도는 약 60,000분의 1이다.

6만발 당 적 한 명을 사살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특수부대는 현저하게 줄어 100발당 1명이고 가장 뛰어난 사격실력의 병사는 저격수들로 1.7발 당 한 명씩 죽인다.

핀란드의 전설적인 저격수 ‘시모 해위해’는 군인은 사격이라고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공중 폭격이나 중화기에 의한 사망자보다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이 전장이다.

‘전쟁은 사격이다’

라는 말이 괜히 생겨 난 것이 아니다.

블랙잭 역시 가장 많은 시간을 사격에 투자한다.

차에서 내려 두 사람을 바라보던 권총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는 사격이다.

고정 사격이든 이동사격이든 두 사람의 집중력은 입을 쩌억 벌릴 만큼 뛰어났다.

하지만 권총수를 진짜 놀라게 한 일은 사격이 아닌 다른 데에 있었다.

아람코 경비대에서 자청하여 빠진 것이다.

아람코에 예비병력까지 포함하여 150명을 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두 명이 남는다.

모두가 돈을 벌기 위해 왔기 때문에 양보할 사람은 없었다.

물론 근무에 투입되지 않아도 기본 수당이라고 하여 하루에 200달러씩 지급된다.

물론 근무에 투입되면 훈련소 성적에 따라 최하 500달러에서 시작하여 2,000달러까지 받는데 중요한 건 안치웅과 전상미의 훈련소 성적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중 안치웅은 1등이었다.

즉 하루에 2천 달러씩 받을 수 있는데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스스로 물러 난 것이다.

“드시죠!”

오민철이 준비해간 시원한 코카콜라를 내밀었다.

“콜라 아닙니까?”

안치웅이 놀란 눈을 했다.

한국에서는 그 흔한 콜라가 이곳에서는 없는 건 아니지만 가게마다 잘 갖춰져 있지는 않았다.

딱!

하는 소리가 들리며 마개를 딴 안치웅은 단 번에 한 캔을 모두 비워 버렸다.

전상미 역시도 원샷이다.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

물론 물은 사무실에서 출발할 때 가지고 온다.

“안중사!”

권총수는 안치웅을 안중사로 불렀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돈이 필요할 텐데?”

양보한 이유를 들어보자는 질문이다.

물론 권총수는 전상미도 쳐다보았는데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진 것이다.

안치웅이 빙긋 웃었다.

“그냥 그렇더라구요.”

안치웅은 담배를 피워 물었다.

“이 멀리까지 와서 굳이 불편한 시선을 갖고 바라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강제로 밀려나면 기분 좋지 않겠죠. 어쩌면 오자마자 더럽게 재수 없다는 생각도 할 것이고.”

권총수는 눈을 빛냈다.

“이곳은 한마디로 민간 군대 아닙니까? 군대는 어딜 가든 조직력과 단결력이 생명인데 회사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시작부터 나타난다면 회사도 당사자도 손해겠죠.”

놀란 오민철이 권총수를 바라보았다.

굉장히 중요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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