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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376화 (376/651)

제376화: 미야모토 무사시의 후예(2)

순간 맥보란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

“글쎄요. 그것이.”

권총수는 맥보란이 머뭇거리는 데에서 아직 CIA에서도 가미카제에 대한 정보가 넉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정확하게 그들이 등장한 건 보스니아 내전 때였죠. 사망자도 있었고.”

“그들?”

“일본인들 말이죠.”

“일본인들이 왜 동유럽 국가 내전에? 일본인 입니까 일본군 입니까?”

“사실 정확한 확인은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주목한 건 두 번째 등장한 ‘이라크 자유’로 명명한 이라크전입니다. 당시는 민간 용병들도 적지 않았죠. 국방부도 우리도 필요했고,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그들에게 맡겼으니까.”

돌아나가려던 권총수는 자리에 앉았다.

맥보란도 창문을 열더니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아카데미에 20여명, 다인 코프에도 20여명.”

“누가?”

“일본용병들 말입니다.”

일본용병에 대한 얘기는 알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지금 행방이 묘연한 나카야마가 증거다.

나카야마는 자신을 포함해 대략 10여명 가까운 일본 용병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맥보란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카데미와 다인코프만 해도 벌써 40여명에 이른다.

“정확한 국적까지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제 용병시장에 일본군 출신들이 100여명 넘게 활동하고 있더군요.”

권총수는 이마를 찡그렸다.

일본 자위대는 엄밀히 말하면 군대가 아니다.

치안유지를 목적으로 창설한 보안경찰이 발전하여 자위대가 되었고 오늘 날은 슬그머니 비전투목적이지만 해외 파병도 하고 있다.

즉 용병회사들이 좋아할 만큼 뛰어난 자원들은 없다.

아직 평화헌법이 바뀌지 않은 상태이므로 특수부대라는 걸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관계자들 말을 빌리면 매우 뛰어나다고 입을 모으더군요. 씰이나 델타포스 출신 못지않은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럴 리가.”

권총수의 이마가 더욱 찌푸려졌다.

“그런데 어느 계산 빠른 자가 용병시장에서 활동하는 일본 자위대 출신들을 중심으로 보안회사를 세운 모양입니다.”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100여명 조금 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씰 출신들과 동급의 전투력을 보여주는 용병 100명이면 보잘 것 없는 전력이 아니다.

“시리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종전을 선언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곳곳에서 산발적인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쿠르드족과 수니파 반군이 연합해 시리아정부군을 골탕 먹이죠. 대표적인 곳이 팔미라입니다.”

권총수는 팔미라는 잘 알고 있다.

과거 외인부대원으로 시리아 락까 전투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정찰임무를 띄고 팔미라를 다녀온 적이 있다.

“시리아 정부에서 일본 보안업체인 가미카제를 고용한 모양입니다.”

“얼핏 들었는데 죽은 쿠르드족 속에 한국인 10여명이 포함되었다는 건 무슨 얘깁니까?”

“지금 조사중입니다. 전모가 곧 드러날 것입니다.”

권총수는 나카야마를 떠올렸다.

다른 건 몰라도 일본인으로만 구성되었다는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다인코프와 계약이 끝나지만 지사장 버홀터는 자신들 소유의 주택에 머물도록 했다.

계속 계약을 설득해보겠지만 하든 하지 못하든 사막의 흑새와 거리가 멀어져서 좋을 것 없다는 텍사스 본사의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다인코프가 제공한 주택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권총수의 눈이 커졌다.

오민철이 식사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식사해야지. 부사장으로서 창업에 아무런 도움도 되어주지 못하고 있는데, 식사라도 부지런히 잘 챙겨주는 것이 너의 사업투쟁력에 힘을 얹는 일이다 싶어서 말이야.”

서툰 솜씨지만 깔끔하게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무슨 일로 부른 거야?”

오민철의 물음에 권총수는 양고기 튀김을 소스에 찍어 입에 넣었다.

입안 가득 튀김을 넣고 씹던 권총수가 음식을 절반쯤 삼킨 뒤 대사관에서 맥보란으로부터 들었던 얘기를 해 주었으나 가미카제 용병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아롱바 그 놈.”

아롱바가 쫓기는 권총수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알기에 오민철의 표정은 사나워졌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가장 잔인하고 비겁했다.

더욱이 강호인이라고 자부하는 인물이었기에 권총수는 더욱 용서할 수가 없었다.

“가야지?”

오민철이 눈을 빛냈다.

같이 가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씰팀 작전은 위험한데 뭐 하러 따라오려고?”

“그 놈 꼴상을 좀 보고 싶어.”

오민철은 잔득 독기를 담고 바라보았다.

“만나면 눈알부터 뽑아 버릴 거야. 이걸로 그냥.”

그러면서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힘주어 세웠다.

피식!

권총수는 미소를 지었다.

“형, 다른 곳도 많은데 왜 하필 눈이야.”

“그냥 그 자식 눈을 뽑아 버리고 싶어. 맥보란에게 말해서 어떻게 꼭 좀 해봐.”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몸을 아껴야 할 때다.

전역을 앞두고서는 떨어지는 가랑잎도 조심하라고 했듯 용병이 아닌 사업가로서의 출발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큰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어떤 사고가 생긴다면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흔쾌히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이다.

맥보란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권총수가 워낙 뛰어난 용병이다보니 오민철이 다소 평가절하 된 측면이 있다.

오민철 역시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에 올라 있다.

곧바로 출국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여 두 사람은 이라크로 들어가는 비행기 편을 예약했다.

짐은 각자 여분의 옷을 준비한 작은 가방이 전부였다.

에미레이트 항공이다.

바그다드에 도착해서부터는 어떤 도움도 없다.

모든 건 권총수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이번 작전은 미국 대사관에서도 전혀 모르는 극비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라크 정부의 허가 없이 작전을 벌이기 때문이었다.

알려지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분명히 침략 행위이다.

“몇 년 만이지?”

비행기에 앉은 오민철이 물었다.

이라크 모술에서 IS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결국 모술에서 IS를 몰아내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많은 외인부대 전우들이 전사했다.

“5년도 넘은 듯 하지.”

오민철이 감회가 새로운 듯 자꾸 이라크 시절 얘기를 꺼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륙하고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잠에 빠져 들었다.

* * *

한편 서울은 어둠에 덮여 있었다.

성탄절을 앞두고 쏟아진 폭설에 이어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가 찾아들면서 전국에 한파경보가 발효 중이다.

병원에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하나같이 고가의 외제차들이었고 바쁜 걸음으로 한 곳을 향해 올라갔다.

“오빠.”

차에서 내려 병원을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부른다.

권악수는 고개를 돌렸다.

저만치에서 서른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가 청바지에 자주색 코트를 걸치며 걸어오고 있었다.

“혜림아.”

걸어오는 여자는 숙부 권철무의 딸 권혜림이었다.

오빠 권왕수가 프로포폴 과다 투약으로 사망하면서 권혜림은 백서 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차는 어쩌고?”

그녀는 자주색 목도리를 했는데 마른 웃음을 지었다.

“그냥 택시로 왔어.”

“박서방은?”

“이라크 갔어.”

“아, 맞아 박서방 유학친구가 이라크 통상장관 아들이었다고 했지.”

백서그룹은 남미 말고도 이라크 송유관 건설 사업에 뛰어들었다.

언론은 미국 회사들이 수주할 것이라고 단정하듯 말했지만 현 통상장관 알리 알라위의 아들이 권혜림의 남편 박종준과 예일대 동창이자 친구다.

백서그룹 쪽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였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5층으로 올라갔다.

오층에 내려서자 의료진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병실 한 곳에서 달려 나오고, 뛰어 들어가고 정신이 없다.

권악수는 의료진들이 들락거리는 병실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어머니 현미정이 보인다.

권혜림의 아버지이며 백서그룹 회장 권철무, 이제는 모두 죽고 없는 권철악의 사위이자 권악수의 매제들인 전철행과 김동복도 있었다.

양 어머니 서옥선, 죽은 동생 권마수의 아내 최서인도 있었다.

꿈틀!

권악수의 시선이 찌푸려졌는데 전철행과 김동복이 자신을 향해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자네들이 여긴 왜 왔어?”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서진 누님, 마진이 모두 세상 떠났는데 너희들이 여길 왜 오냐고?”

“됐다. 떠나시는 아버지 마지막까지 불편하게 할 참이냐.”

권철태의 아내 현미정이 꾸중하듯 말했다.

“아...악수야.”

침대에 누워 있던 권철태가 힘없는 소리로 불렀다.

사람들이 길을 터주고 권악수는 침대 가까이 다가갔다.

“아버지!”

권철태는 눈을 깜박이며 인사를 받는다.

갑작스럽다.

원인도 없고 병명도 없다.

보름 전 입원했고 상태가 날로 나빠지는 중이다.

어둡다.

권철태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깔려 있었는데 죽음을 앞둔 이의 얼굴에 피어난다는 저승 꽃이다.

“너...널 믿는다.”

“걱정마십시오.”

“악수야.”

“예 아버지!”

“그놈, 그...놈을 꼭 죽여라. 그놈은 우리 가문의 철천지 원수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권씨가문의 철천지 원수가 누군지 모르는 이는 한 명도 없다.

그는 권총수였다.

“대답하거라,. 그놈의 살가죽을 벗기고 뼈를 으스러뜨리고 두 눈을 파내고...헉헉!”

흥분한 듯 숨을 몰아쉬었다.

권악수는 권철태의 손을 잡았다.

“염려 마십시오. 마음 편하게 드십시오.”

“궈...권총수 이놈을.”

권철태가 파르르 몸을 떨자 의료진이 말했다.

“말씀 그만하시죠. 좋지 않습니다.”

“자...자넨 비켜 난 반드시 해야 할 말이야. 죽여라. 그놈을 죽여라. 반드시 자근자근 썰어 회를 치거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권악수는 이를 악물었다.

“마...수가 죽고, 우리 큰 조카 서...서진이 마진이...불쌍한 녀석들...반드시 복수 해야한다. 기어이 그놈을 학학학!”

호흡이 거칠어지자 의료진이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그러나 맥박이 떨어지자 주사약을 투입하고 안정을 시키기 위해 서두른다.

하지만 떨어지는 맥박을 정상으로 올려놓을 수는 없었다.

삐이이이이!

모니터의 그래프가 수평을 이루면서 권철태의 심장이 멎었다.

“아버지!”

“형님!”

“여보!”

모두가 큰 소리로 불렀지만 권철태로부터는 어떤 반응도 없었다.

의료진이 사망확인을 위해 마지막 진찰을 실시했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의료진은 조용히 병실을 빠져 나갔다.

피바람도 이런 피바람이 없다.

지금 떠난 아버지까지 무려 일곱 명이 죽었다.

이 자리에 참석하긴 했지만 백서그룹의 회장인 숙부 권철무 또한 요즘 병원을 들락거린다.

며칠전 예전에 들렀던 미아리 점집을 찾아갔다.

점쟁이는 보자마자 말했다.

‘아직 피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더 죽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방을 물었다.

‘한 가지 뿐이오. 결자해지(結者解之)’

권총수를 죽이지 않고서는 이 싸움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권악수는 잘못 해석하고 있었다.

일은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권악수는 권총수가 일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이제 뭐가 무섭겠어’

침대에 실려나가는 아버지의 시신을 바라본다.

‘시작했으니 끝을 맺어야지.’

권악수의 눈이 벌겋게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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