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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373화 (373/651)

제373화: 신용도 A+(1)

딸칵!

오민철은 답답한 듯 담배를 물고 차창을 내렸다.

“잘살고 있으면 걱정 안하지. 별일 없어야 할텐데.”

“우리에게 당한 테러조직들이 끌고 간 건 아니겠지?”

“짐까지 챙겨 떠났다잖아. 끌려가는 사람이 짐 챙겨?”

“짜아식, 전화라도 한 통주지.”

처음에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인 듯 했다.

훈련소 카스텔노다리에서 처음 만난 날부터 살벌했는데 시작은 오민철이었다.

일본인이라는 자기소개에 대뜸 재수없는 쪽바리 새끼라며 오민철은 대놓고 욕설을 퍼부었다.

갑자기 당한 욕설에 나카야마도 가만 있을 리 없었다.

나카야마는 조센징으로 응수하며 말다툼이 시작되었고 급기야 주먹다짐이 일어났다.

나카야마가 운동으로 단련된 오민철을 때린다는 건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늘씬 두들겨 맞았다.

오민철은 얼굴만 제외하고 나카야마의 온 몸을 무자비하게 쳤다.

피는 또 다른 인연의 시작이라고 했던가.

그 사건 이후 둘은 걸핏하면 으르렁거리면서도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가까워졌다.

“쪽바리 새끼 만나기만 해봐라.”

오민철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미국 대사관 앞에 차가 멈췄다.

총을 든 미 해병대원이 다가왔다.

권총수는 유리를 내리고 말했다.

“맥보란 서기관을 만나러 왔습니다. 약속은 되어 있죠.”

그러면서 신분증인 여권을 내밀었다.

해병대원이 신분증을 살피더니 안쪽 초소 안으로 밀어 넣어주었다.

컴퓨터를 통해 신원확인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잠시 후 해병대원이 여권을 가져와 건네주었고 문이 열렸다.

그그긍!

권총수의 차는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맥보란은 현관 로비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권총수는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맥보란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캡틴!”

“미스터 맥!”

서로가 힘껏 손을 잡고 흔들었다.

“민철!”

“우리가 없어서인지 얼굴이 좋아졌군요.”

신경쓸일 없어서 편하지 않냐고 묻는 것이다.

맥보란은 크게 웃으며 사실이라고 했다.

“들어가시죠.”

세 사람은 큰소리로 얘기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갔다.

커피를 마시던 맥보란의 고개가 들렸다.

권총수를 바라보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는 뜻이었다.

“10평방 킬로미터라고 했습니까? 그 많은 땅을 어디에? 농장을 조성하려는 건 아닐테고?”

맥보란의 물음에 권총수는 가만 웃었다.

“혹시?”

맥보란이 들고 있던 잔을 내려 놓았다.

“캡틴이 직접 보안회사를 운영해보려는 것입니까?”

“안되는 겁니까?”

“아닙니다. 캡틴은 미국 시민권이 있는 미합중국 국민이죠. 충분히 재산권 행사를 법적 절차에 따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다인코프 텍사스 훈련장도 가보았고 KAS 영국 훈련장도 봤습니다. 시설들이 잘되어 있더군요.”

“메이저 회사들 아닙니까? 보안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첫째는 인력이고 둘째는 훈련장이죠. 훈련장만 제대로 갖추어도 모자란 인력은 충분히 완성 시킬 수 있습니다.”

특수부대 출신이 아니어도 훈련을 통해 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말이었다.

“한국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민간 군용시설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개인의 총기소지도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맥보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훈련장 부지로 생각해 둔 곳이 있습니까?”

“뉴저지주로 할까 생각 중입니다. 각 주마다 부동산 관계법과 군용 시설에 대한 제약과 세금에서 약간씩의 차이가 있더군요.”

“왜 하필 뉴저지주죠? 중부 내륙으로 들어가면 땅값이 훨씬 저렴할 텐데?”

“현대전은 속도입니다. 작전도 속도, 훈련도 속도, 행군도 속도죠. 누가 빨리 먼저 가느냐가 성패를 좌우 합니다. 케네디 공항이 있는 뉴욕과 가깝다는 것이 그런 속도전에 적합하다고 봅니다.”

작전지역에서 급히 병력지원을 요청할 때가 있다.

그런데 훈련장이 내륙 깊숙한 곳에 있다면 속도에 문제가 생긴다.

미국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 최대급의 케네디 공항을 지척에 둔다면 병력 지원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자금이 문제였다.

가지고 있는 돈은 부지를 매입하고 시설물 짓는데도 약간 모자란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담보로 잡힐 것이라고는 매입한 부지 뿐이다.

대출이 부동산 가치의 최대 팔십프로까지 되므로 그 돈으로는 터무니 없다.

즉 총기를 포함한 군수물자까지 갖추려면 족히 일억 달러 정도 추가로 필요하다.

사우디 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다.

전화 한 통이면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 받을 수 있으나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지구상에서 용병소비가 가장 큰 시장이지만 기후적으로 아주 척박한 곳이다.

작전을 벌이는 건 어쩔 수 없으나 용병들의 실력을 키우고 성장시키는 훈련지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가장 큰 결점이 식수제공이다.

씻고 마시는데 물이 넉넉하지 못하면 그 불편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정치가 안정되지 않은 이슬람 땅이기 때문에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권력의 지도가 바뀌면 가장 먼저 외국인에 대한 재산압류부터 시작하는 것이 이슬람정치의 특성이다.

‘알라가 허락한 땅을 이교도가 가질 수 없다’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훈련지로서는 맞지 않다.

아카데미와 다인코프가 왜 싸고 넓은 중동에 훈련소를 짓지 않았겠는가.

더욱이 세계에서 가장 큰 용병시장인 만큼 적응훈련 차원에서 보더라도 매우 적절한 곳이다.

하지만 그들이 포기한 이유 역시 종교적 정치적 급변사태를 대비한 것이다.

어쨌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대출이다.

권총수는 일단 부딪쳐 보기로 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사막의 흑새가 보안회사 창업을 서두르고 있다’

기업이 늘어나면 좋은 건 용병들이다.

특수부대 인력은 한계가 있는데 계속해서 보안기업이 늘어나면 일반 군 출신들도 상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즉 전역자 인력창출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잘못하면 전체적인 시장 수준이 하향 평준화가 될 수도 있다.

하향평준화가 되면 고객은 시장 가격을 낮추려 할 것이다.

회사입장에서는 손해일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하루에 열두 곳의 보안기업이 생겨날 때도 있을 만큼 이제는 용병의 시대다.

국가는 최소한의 병력만 양성하고 웬만한 건 보안업체에 하청을 주어 처리하고 있다.

굳이 자기 국민 희생할 필요 없는 것이다.

아카데미 버지니아주 본사에서는 2시간째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선 프린스와 이사들이었다.

회사창립 이후 안건 하나를 놓고 이토록 오랜 시간 토론해 본적이 없다.

표정들 역시 그다지 밝지 않았는데 그건 뾰족한 대책이나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군.”

프린스는 중얼거렸다.

참석한 이사들은 오늘 회의에서 같은 말을 네 번째 듣고 있었다.

냉혈한이라는 소릴 듣는다.

전쟁 특수를 이용해 끝없는 부를 축적하고 주가 상승으로 거부의 반열에 올라선 전직 씰 출신의 사나이, 그가 긴장하고 있다.

“머리를 짜보세요. 아카데미란 브랜드가 아직은 독보적이지만 사막의 흑새가 뛰어들면 판도 변화는 시간문제입니다. 그는 인간이 아니에요.”

권총수 한 명 때문에 2시간이 넘도록 입씨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여러면에서 비교가 안될 만큼 앞서가는데 지나친 과민 반응 아니겠습니까?”

홍보이사 크리스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위협이 된다면 한 발 앞서가는 전략과 전술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내 말은 그 전략과 전술이 어떤 것이냔 얘기오. 실체는 보이지 않고 말로만 이뤄지고 있잖소.”

“앞으로 개발하고 투자할 부분이라는 뜻입니다.”

프린스는 숨을 내쉬었다.

전쟁 사업이라는 것이 철저히 병사의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병사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강한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같은 분야의 사업은 후발주자에게 일정 유리한 면이 있죠. 앞서간 기업이 길을 만들어 놨기 때문에 따라오는 속도는 빨라지고 격차는 순식간에 좁혀질 것입니다. 그러지만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새로운 기술 개발 없이는 좁혀지지 않습니다.”

델타포스 출신으로 새롭게 자리에 앉은 영업이사 조반니가 입을 열었다.

“전쟁산업에서 기술 개발이라는 건 한가지 뿐입니다.”

“말해봐요.”

“군사작전이라는 것이 병사들 개개인의 능력도 뛰어나야 하지만 성패를 좌우하는 건 장비 아니겠습니까?”

프린스의 눈이 빛난다.

오늘 회의중 가장 진전된 얘기가 나온 것이다.

“누가 더 첨단장비로 무장했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확률은 높아지죠.”

잠깐 밝은 표정이었던 프린스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장비투자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다.

문제는 첨단이라고 이름 붙은 장비들이 고가라는 것이다.

아파치 헬기가 뛰어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으나 워낙 비싸기 때문에 구입할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빌어먹을’

이익은 투자에 비례한다.

그건 장사꾼이라면 누구든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민간 전쟁산업이라는 것이 국가들처럼 고가의 첨단 장비로 무장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내에서 최대 효과를 내려하기 때문에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열었던 회의지만 결론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투자라는 뻔한 결론이다.

‘하긴’

어차피 장비 투자 없이는 어떤 해결책도 없다는 걸 알고 혹시나 했는데 결론은 역시나였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더글러스 공항에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속에 착륙한 비행기에서 많은 승객들이 내렸다.

통로를 빠져나오는 승객들 속에 권총수와 오민철이 보인다.

“대출 받고 싶은 액수가 어느 정도야?”

“복잡해.”

권총수는 이마를 찡그렸다.

담보라고 해봤자 훈련소 부지 매입 계약서가 전부다.

사실 필요한 자금에 대한 정확한 산출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

대충 일억 달러로 잡은 것이다.

훈련소 곳곳에 필요에 의해 지어질 사격장을 포함한 여러 시설물에 들어가는 돈도 적지 않지만 제일 많은 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역시 장비다.

새로운 개인화기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을 포함한 서방진영은 M4가 대세다.

물론 HK416을 사용하는 국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지만 워낙 고가이다 보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카이로 있을 당시 다인코프에서 HK416 일천 정을 구입했는데 당시 한 정당 미화 3,000달러로 계산됐다.

그에 반해 M4는 2,000달러 전후에서 거래되고 무기 밀매시장에서는 더 낮은 가격도 적지 않다.

M4 일천 정을 당장 구매한다면 우리돈 약 20억 가까이가 필요하다.

그것뿐인가.

차량과 야간전투장비부터 끝이 없다.

얼마를 대출해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은 은행이 가까워 올수록 커진다.

“무슨 냄새 나지 않냐?”

공항을 나와 택시에 오른 오민철이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무슨 냄새?”

“내 코는 좋아 미치는데, 가만 있어 임마.”

그러면서 오민철은 손으로 자신의 코를 때렸다.

오민철은 계속 콧구멍을 넓혀가며 냄새를 맡더니 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헤이 기사, 노스캐롤라이나 주 산업이 담배 아니오?”

“맞습니다. 잘 아시는군요.”

담배라는 말에 권총수는 웃고 말았다.

자신도 애연가이고 오민철도 못지 않다.

“말보로 레드도 여기서 나오나요?”

“혀엉! 여긴 담배 농가고, 말보로는 담배 회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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