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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363화 (363/651)

제363화: 새로운 전술(1)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청사로 들어섰다.

민원안내를 위해 오른 쪽으로 앉아 있던 군복차림의 청년이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오민철의 눈이 군인을 위 아래로 훑는다.

그걸 보며 권총수는 빙긋 웃었다.

보나마나 이 친구가 현역일까 아니면 상근 예비역일까 재고 있을 것이다.

“형 뭐해.”

오민철이 퍼뜩 놀란다.

“이원술 과장님을 찾아왔습니다. 어제 전화로 예약을 했죠?”

“아 예, 5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땡큐우.”

오민철이 거수 경례를 하자 권총수가 피식 웃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 군대 다시가고 싶어?”

“임마, 저 푸른 아이 얼마나 이쁘냐. 그냥 순박함 그 자체 아니냐? 물론 저 얼굴이 병장이 되면 개기름이 끼면서 건달화 사탄화 되지만.”

오민철은 히죽 웃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내린 두 사람은 ‘사회적응 및 재취업 지원과’라고 쓰인 문을 밀고 들어섰다.

10여명의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오민철이 가장 가까이 앉은 여자직원에게 물었다.

“이원술 과장님?”

“창가에 앉은 저 분입니다. 과장님 손님 오셨어요.”

쉰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뚱뚱한 체격에 머리가 벗겨진 사내는 누구냐는 듯 오민철을 바라보았다.

“어제 전화한 오민철입니다.”

“아 오민철씨 이쪽으로 오세요.”

이원술은 자리에서 걸어 나와 뒤쪽에 있는 소파로 걸어갔다.

두 사람이 다가오자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오민철입니다.”

“권총수입니다.”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았고 이원술은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봉지 녹차를 한 개씩 담아 가져왔다.

“감사합니다.”

“오원장 장군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민철씨의 민원에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고 말하더군요.”

오원장 장군은 오민철이 707특임대 있을 때 대대장으로 부대를 지휘했다.

이후 2018년부터 특임대대가 특임단으로 바뀌면서 지휘관의 계급도 중령에서 대령으로 일 계급 강화 되었다.

오원장 당시 중령은 현재 수도권 서부지역을 방어하는 제17사단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오민철이 찾아가 오늘 민원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고 도와주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특임대 시절 대단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원술의 말에 오민철은 빙긋 웃었다.

“특임대는 모두 단단한 친구들이죠.”

“잠깐만.”

이원술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책상으로 가더니 서류 한 뭉치를 들고 왔다.

“어제 오 장군님 전화를 받고 오전에 자료를 좀 찾아봤죠. 육군 특수전사령부, 해군특수전전단, 공군 공정통제사, 항공구조사등 우리국군의 정예라고 할 수 있는 부대에서 일 년에 전역하는 인원이 예상외로 많더군요. 다른 건 제쳐두고 해군 UDT 씰만 해도 60여명 가량 됩니다.”

권총수의 눈이 커지자 오민철이 돌아보았다.

“미군과 달리 UDT씰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60명이면 굉장한 전역률 아닙니까?”

권총수의 질문에 이원술의 눈이 가늘어진다.

자신의 얘기만 듣고 단번에 간파해 낸다는 건 군사전략에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쉬운 반응이 아니다.

총원대비 전역율이 아주 높은 건 사실이었다.

“미군 씰은 최대한 전역을 지연 시키고 막기 위해 복지 수준이 굉장하거든요. 미국의 경우 특수부대원 한 명을 키우는데 1년에 15만 달러가 소요된다는 보고서가 있습니다.”

“그럼 우리 돈으로 얼마야?”

그러면서 슬쩍 권총수를 돌아본다.

“일억 육천 정도.”

단번에 계산을 하는 권총수를 보며 이원술의 눈이 커진다.

UDT의 총원대비 전역율이 높다는 것에서부터 투자비 계산이 빠르다.

단순이 머리가 똑똑해서 보일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누구신지?”

이원술이 오민철을 향해 물었다.

“저와 같이 현장 뛰는 동생입니다. 그 방면으로는 세계최고 일겁니다.”

오민철의 칭찬에 권총수는 빙긋 웃었다.

“우리는 어느 정도죠?”

“우린 그 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억대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갈수록 전역자가 증가 추세에 있죠.”

“작은 봉급 때문이겠죠.”

오민철은 이유를 안다는 듯 가슴을 펴며 숨을 내쉬었다.

“내가 근무할 당시도 말이 특수부대지 전방 GOP 근무자 월급 수준 밖에 안됐는데, 생명수당 정도가 약간 높았을 뿐이고, 지금도 별로 나아진 건 없죠?”

이원술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국방의무라는 것에 매여 너무 많은 군인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의무복무를 하는 군인에게 정치권도 국방관계자들 모두 처우개선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전투력은 돈에서 나오는데.”

권총수가 녹차를 마시며 말했다.

이원술의 표정이 변했는데 가슴 뜨끔한 말이었다.

일반 보병이 아마추어라면 특수부대는 프로들이다.

프로는 곧 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신은 프로를 요구하고 대우는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평생을 군대밥 먹어온 한 사람으로서 항상 그 점이 아쉽다.

“민간 보안 기업으로의 진출은 어느 정도입니까?”

오민철은 눈을 빛냈다.

제일 중요한 얘기고 듣고 싶은 말이다.

“거의가 그쪽으로 간다고 봐야죠. 소방공무원, 경찰관 시험에서 분명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합격하면 군대시절 보다 훨씬 더 많은 봉급을 받죠. 위험물을 운반하는 해상보안업계에는 일당으로 천달러를 받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원술은 자세를 고쳐 잡고 말을 이었다.

얘기를 하다보니 우리 군이 처한 여러 가지 문제점까지 입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권총수는 부지런히 메모를 하고 중요한 건 이원술에게 양해를 얻어 녹음하기도 했다.

한 시간 가까운 면담이 끝나고 일어나면서 권총수는 국방부 청사 앞 갈비집에 이원술을 비롯해 이곳 직원들이 저녁을 먹을 수 있도록 예약을 해뒀다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돈 봉투를 건네고 마음껏 회식하라고 할 수도 있으나 같은 목적이지만 수단이 봉투면 곧장 문제가 된다는 걸 배려한 조치였다.

사업이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권총수와 오민철은 생맥주 집에 앉아 국방부에서 이원술과 나눴단 애길 이어가고 있었다.

“보안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인력이야.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전쟁 기업들과 맞짱을 한 번 뜨려면 일 년에 오백명 이상의 특수부대 전역자가 필요하거든.”

“다인코프가 작년에 몇 명 선발했지?”

오민철이 물었다.

“걔네들은 워낙 훈련시설이 잘 돼있기 때문에 수시로 뽑지. 버홀터가 그랬나. 작년 한해에 선발 인원이 천오백여명 된다고 했을거야 아마.”

“전부가 특수부대는 아닐 것 아냐?”

“그렇게 선발하려면 해병은 물론 일반 군출신들까지 폭이 넓게 봐야 돼. 더욱이 자신들만 사업하는 것 아니잖아. 아카데미를 포함해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활동해?”

“갈수록 시장은 커지는데 고급 인력은 한계가 있고, 우리 얘들 내다 놓으면 잘할까. 넌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냐?”

“그건 나보다 형이 더 잘 알 것 아냐?”

권총수는 눈을 치켜떴다

“맞잖아. 707이라고 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라고 나한테 거품 물고 자랑한 사람이 누구야?”

외인부대 훈련소가 있는 카스텔로노다리에서 귀가 아플 만큼 들었다.

오민철은 입만 열었다 하면 707이었다.

외인부대 훈련은 훈련도 아니다.

707에 비하면 이건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 수준이다.

10킬로 완전군장 구보를 50분 만에 주파했다느니 천리행군은 매우 즐거운 배낭여행이라며 어찌나 목청을 높였던지 훈련소 초반 시절에는 모든 사람들이 오민철을 피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것이 들통 나면서 오민철은 몰매를 맞을 뻔 했다.

“왜 얼굴이 빨개지는데?”

“야 이 엉아를 앞에 앉혀 놓고 기어이 뭉개야겠냐? 그러는 것 아니야 임마.”

“내가 거짓말 한 것 아닌데.”

“암튼 우리 전력이 통할거야. 장비가 후져서 그렇지 훈련 양이나 강도 만큼은 세계 어떤 특수부대에 못지않아.”

권총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중요한 것이 훈련소 건립인데.”

단순한 경비 업무든 전쟁용병이든 보안업의 성패는 훈련장이 좌우했다.

굵직한 회사들의 훈련장들은 과학적이고 치밀하게 설계되어 특수부대를 전역한 사람들까지 감탄하게 한다.

더욱 중요한 건 군에서는 없는 훈련장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를 이용한 도주와 미행훈련이다.

그런 코스를 만들자면 1,2천 평의 땅 갖고는 어림도 없다.

“왜?”

“그대로 있어.”

오민철은 자연스럽게 맥주를 마시는 척 잔을 올렸다.

권총수 역시 잔을 올리면서 내공을 끌어 올렸다.

‘둘’

생맥주 집에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10여분 전까지는 어떤 위험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건 두 사람이 한참 사업 얘기에 집중해 있을 때 들어왔다는 뜻이다.

권총수의 콧구멍이 미세하게 꿈틀 거렸다.

“쇠 비린내.”

“뭐어?”

오민철이 놀란다.

이상하게 총기에서는 비린내가 풍긴다.

지휘관들은 화약이 쇠냄새와 섞이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쇠비린내라고 표현한다.

거기에 가끔씩 총기를 손질하면서 기름으로 닦는데 이것이 냄새의 불쏘시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디에 앉았어?”

오민철이 목소리를 낮췄다.

권총수는 감시자들을 속이기 위해 환하게 웃으면서 전음으로 말해 주었다.

“내 등 뒤 세 번째 탁자에 앉아 있는 두 놈이야. 보지마.”

오민철이 어깨너머로 보려하자 권총수가 막았다.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서로의 시선이 만난 적이 없는데 지금 부딪히면 백퍼센트 눈치를 챈다.

더욱이 공격자들은 극도로 긴장을 하고 있었다.

“대단한데!”

권총수는 이마를 찡그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실내에서 자신을 노리고 있다.

그것도 한국에서는 결코 찾아 볼 수 없는 권총 암살을 꿈꾼다는 건 대단한 배짱이다.

총기사용이 금지된 한국이다.

그런 나라에서 과감히 권총을 사용하여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곳이라면 딱 한 곳이 있었다.

천왕그룹이다.

일단 자신을 죽인 뒤 권총수가 이런 인간이라면서 더럽고 잔인한 범죄자로 범벅을 만들어 버릴 것이다.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그들 편에 서서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기록할 것이고, 경찰과 검찰도 권총수 나쁜 놈 만들기에 가세할 것이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죽였다면서 대형 로펌을 변호사로 선정하여 범인들을 옹호하면서 지루한 법정다툼을 이어간다.

아마 사람을 죽였지만 넉넉잡고 7,8년이면 나올 것이다.

“권총이 어디서 났을까?”

오민철이 눈을 좁혔다.

공기총이나 엽총까지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나 한국에서 권총구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러시아 사람들 출입이 잦으면서 부산 일대에서 은밀하게 거래된다는 얘긴 듣긴 했지만 거의가 진열 목적이다.

불법이긴 하지만 집안에 떡 하니 소장품으로 놔두면 아무런 문제 없다.

“우리가 선수를 쳐야 하는 것 아냐?”

“기다려.”

권총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선수를 쳐서 사내들을 제압한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건 권총 한 자루 뿐이다.

상대가 권총을 가졌다고 해서 자신을 죽일 목적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증거 또한 없다.

잘못하면 불법무기 소지죄 밖에 씌우지 못한다.

“결국 저쪽에서 쏠 때 반응해야 한다는 건데.”

오민철은 어금니를 물었다.

쏘기 전에는 움직일 수 없다.

죽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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