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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350화 (350/651)

제350화: 호구(虎口)2

“들어오세요!”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간 보안요원이 한쪽으로 비켜선다.

권총수는 천천히 문 안으로 들어섰다.

사무실에는 간부로 보이는 직원 두 명이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들어서는 권총수를 발견하고 묻는다.

“최대리 뭐야?”

보안요원 최용찬 대리는 두 사람 앞으로 권총수를 데려갔다.

“직원이 아니신데 출입문을 통과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사원증도 없는데 어떻게?”

말도 안 된다는 듯 피식 웃던 중년의 사내가 권총수를 바라보았다.

“그렇다 치고,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여긴 아무나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닌데요?”

드르륵!

권총수는 옆에 있는 빈 의자를 끌어당기더니 털썩 주저앉았다.

권총수의 행동에 모두가 놀란 눈을 했다.

일반적으로 앉으라고 의자를 권하거나 가져다주기 전에 의자를 가져다 앉는다는 건 쉽지 않다.

손님에게 우선 좀 앉으라는 예의를 갖추지 않은 이쪽의 실수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소리나게 끌어다 주저 앉는 건 예상외다.

“권악수 중공업 사장님을 좀 만나려고 하는데 연락 좀 해 주겠습니까?”

툭!

중년의 사내가 들어 올리던 커피 잔을 떨어뜨리듯 놓았다.

“지금 권악수 사장님을 만나러 왔다고 했습니까?”

“권총수라는 사람이 왔다고 하면 아마 오케이 할 것입니다. 연락 좀 해 주시겠습니까?”

중년사내가 굳은 얼굴로 일어났다.

“권총수?”

“당신은 뭔가 아는 눈치군요. 천왕 케이 원 직원이라면 지금쯤 소문이 돌았을 것이고.”

꿀꺽!

중년 사내 고봉석은 마른침을 삼켰다.

얼마 전 동료이자 후배 직원이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생겼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만 믿고 찾아갔는데 오른쪽 어깨뼈가 부러져 3개월 이상 입원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더욱 충격적인 건 뼈가 으스러져버려 치료가 끝나도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만큼 크게 다칠 정도의 교통사고라면 신체의 다른 부위에 최소한 찰과상이라도 있어야 했는데 멀쩡했다.

“...선배님 사실은!”

자신이 꼬치꼬치 캐묻자 후배는 한숨을 내 쉬며 다치게 된 사정을 말해 주었다.

그때 후배의 입에서 나온 이름이 권총수였다.

“이쪽으로 좀 앉으시죠.”

고봉석은 소파로 앉을 것을 권했다.

권총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았고 그 사이 고봉석은 사무실 구석으로 걸어갔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려는 듯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보안팀입니다.”

고봉석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목소리를 낮추며 누군가와 통화를 이어갔다.

‘나극주.’

고봉석이 통화하고 있는 상대방이었는데 권악수의 비서인 듯 보였다.

권총수가 찾아왔다는 말에 누...누구라고 권총수? 하며 당황하는 나극주 목소리가 들린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전혀 듣지 못했다.

고봉석이 지금 지하 보안팀 사무실에 있다는 말에 잠시 전화를 끊고 기다리라고 했다.

권총수는 희미하게 웃었다.

긴급 대책 회의를 열 것이다.

고봉석은 어색한 표정으로 다가왔는데 커피 한 잔 하겠느냐고 묻는다.

권총수는 괜찮다면서 자기 일에 신경쓰지 말고 볼일 보라고 했다.

문이 열리며 사무실로 보안요원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권총수가 왔다는 말에 만약을 대비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권총수는 담배 한 대 피워도 되겠냐고 물었다.

“좋습니다. 피우세요.”

원래 사무실에서는 절대 담배를 피울 수 없다.

건물 자체가 금연빌딩인데도 담배를 허락한 것은 가급적 권총수 기분을 거슬리지 않으려는 조치였다.

딸칵!

권총수는 느긋하게 담배를 피워 물었다.

보안요원들은 모두 각자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는 듯 했지만 형식적이다.

모든 감각은 권총수 쪽을 향해 집중하고 있을 것이었다.

특히 권총수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던 최용찬 대리는 팀 단톡방으로 무수히 쏟아지는 질문에 답장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입니까? 사원증도 없이 검색대를 통과했다는 게?’

‘진짜야?’

‘저 친구가 그 권총수란 말입니까?’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했어. 그리고 사장님(케이 원 사장 최준구)께서 내가 보낸 사진을 인증해줬어’

‘체격은 그냥 그러네’

‘강호의 고수들이 외모적으로는 보잘 것이 없지. ㅎㅎㅎ’

어느 동료가 짓궂은 농담을 보냈다.

어쨌든 권총수를 쳤던 그날의 동료들 상당수가 퇴원을 해도 상당한 후유증을 앓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권총수를 흘긋 거리는 시선들이 부드러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누구도 시비를 걸거나 말을 섞지는 않았다.

‘재는 뭔데 여기서 담배를 피우는 거야’

누군가 불만 가득한 문자를 보냈다.

‘아니 팀장님은 무슨 생각으로 흡연까지 받아주냐고, 쟤가 우릴 뭘로 보겠어. 겁먹어 쫄았다고 눈 아래로 볼 것 아냐’

‘네가 한 번 막아 보던가’

최용찬 대리가 슬쩍 웃으며 답장을 했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이동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문자를 보낸 당사자였는데 입사 한지 1년이 갓 넘은 아직은 신입티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

용일대학교 유도부 출신으로 전국체전 은메달이 그의 선수생활 최고 성적이었다.

“담뱃불 좀 꺼주시겠습니까? 내가 담배 연기를 워낙 맡지 못해서 말입니다.”

모든 시선이 집중했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긴장하면서도 혹시를 대비해 참전할 태세를 갖추었다.

“팀장님께서 피우라고 허락하셔서.”

“팀장님은 당연히 손님이니까 배려 차원에서 허락을 했겠지만 내가 죽겠다니까요. 당장 꺼주시죠.”

완전이 도발적인 인상이다.

“미안합니다. 끄겠습니다.”

권총수는 고봉석이 마시다 만 종이컵 커피잔에 담배를 구겨 버렸다.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고개를 꾸벅했다.

시비를 걸려는 목적이 컸다.

권총수란 이름에 아무도 터치하지 못하는 선배들 행동 또한 비겁하게 보여 더욱 승부욕이 타올랐다.

그래서 말투와 인상을 거칠게 가져갔는데 미안하다며 고개까지 숙였다.

미안하다는데 어떻게 더 따지고 들 이유가 없었다.

이동만은 잠시 주저하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목덜미와 관자노리에 땀방울이 맺혔다.

‘칼 뽑은 김에 휘둘러 버리지’

농담반 진담반의 문자가 날아온다

‘야 기대했는데 이게 뭐냐?’

‘역시 우리 막내다. 잘했어’

누군가는 칭찬을 해주었다.

하지만 몸에 흐르는 식은 땀은 결코 용기가 아니라 억지 만용이라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덜컹!

그때 사무실 문이 급하게 열리며 정장을 한 서른 초반의 사내가 들어섰다.

사내를 발견한 고봉석이 일어났다.

“나 비서님!”

사내는 권악수의 비서 나극주였다.

“어디 계십니까?”

“저쪽 소파에.”

나극주가 급히 다가왔다.

나극주는 앉아서 다가오는 자신을 바라보는 권총수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비서 나극주입니다. 권총수씨 되십니까?”

권총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잠깐 저와 나가시죠.”

권총수는 나극주를 따라 갔다.

“많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나극주는 비스듬히 앞서 나가며 허리를 구부렸다.

사무실을 나간 나극주는 지하에서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단 둘이 탄 엘리베이터에서 나극주는 거듭 미안하다고 했으며 미리 전화를 주셨으면 마중을 나갔을 텐데 하며 아쉬운 표정을 했다.

엘리베이터 속도는 빨랐다.

층을 나타내는 숫자가 초시계처럼 바뀌고 있었다.

권총수는 말없이 앞만 바라보았다.

빠르게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늦어지는가 싶더니 천천히 멈춰섰다.

쨍!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극주가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가시죠!”

권총수가 엘리베이터를 막 내리려는 순간 갑자기 마흔 중반 가량의 사내가 옆에서 튀어 나왔다.

타앙!

천왕 케이원 대표 최준구는 들고 있는 엽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권총수는 채 피하고 어쩌고 할 틈도 없이 3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엽총을 맞았다.

탕!

또 한방의 총소리가 울리고 권총수는 비틀 거렸다.

브라우닝 BPS다.

권총수는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있는 비상구라고 쓰인 문을 열었다.

호신강기를 펼치고 있었지만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즉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강력한 브라우닝 BPS로 공격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기 때문에 상처가 깊었다.

더욱이 3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는 호신강기를 거의 무용지물로 만들 정도의 위력을 보였다.

철컥!

등 뒤로부터 탄알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고 나극주의 목소리가 울린다.

“계단으로 도망친다.”

다다다!

권총수는 피를 흘리며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벌컹!

등 뒤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엽총을 든 최준구가 쫓아 내려왔다.

다행히 계단이 구불구불 하여 최준구는 함부로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있었다.

권총수는 불영보를 펼쳤다.

크웍!

심한 부상에 무리하게 내공을 끌어올리자 그만 피를 토하고 말았다.

심한 부상에서는 내공소모가 빠르다.

또한 내공을 끌어 올리면 부상이 악화되는 속도 역시 빨라진다.

타앙!

파파팍!

최준구가 총을 난간사이로 집어넣고 2개 층을 앞서 내려가는 권총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철제 난간을 때렸으나 피탄이 되면서 권총수의 오른쪽 옆구리에 탄알 몇 개가 박혔다.

크훅!

넘어지려는 몸을 가까스로 세운 권총수는 재빨리 비상구 문을 열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으로 도망친다는 나극주의 외침이 의심스럽다.

그건 어떤 신호였다.

곧 최준구 말고 몇 명의 총잡이가 더 있으며 그들에게 자신의 동선을 알려주는 무전이 분명했다.

지나치게 여유를 부렸다.

자신이 지하 보안팀 사무실에서 뭉그적거리는 동안 권악수는 치밀한 사냥계획을 세운 것이다.

35층에서 4개층을 내려 왔으니 31층이다.

아파트라면 80미터 안쪽이지만 건물이라면 100미터 가까이 될 것이다. 평소라면 위험한 높이가 아니지만 지금은 다르다.

파아!

권총수는 두꺼운 강화유리를 깨고 곧바로 벽에 달라 붙었다.

허공을 걸어 내려가는 능공허도(凌空虛渡)가 있지만 지금은 부상으로 어렵다.

벽호공만이 그나마 최선이다.

건물 외벽에 달라붙은 권총수는 거미처럼 내려가기 시작했다.

20여미터쯤 내려갔을 때 유리조각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한 사내 얼굴이 나타났다.

최준구였다.

허걱!

벽을 기어 내려가는 권총수를 발견한 최준구는 소스라쳤다.

스파이더맨이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다.

안전로프 하나 없이 900미터의 암벽을 오르는 프리 솔로들도 있다.

그러나 전자는 영화일 뿐이고 후자는 절벽이지만 손을 잡고 발을 디딜 틈이 있다.

그러나 지금 권총수는 대리석으로 된 미끈한 절벽을 내려가고 있었다.

타앙!

일단 권총수를 향해 또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적으로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내공이 분산되자 휘청 하며 주르르 10여 미터를 내려가 버렸다.

힘이 부족하면 추락할 수도 있다.

“으윽!”

추락을 피하기 위해 몸에 힘을 주자 양쪽어깨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내공을 분산해서 호신강기를 만들었지만 30여 미터 위에서 쏘는 엽총을 방어하기란 어려웠다.

피가 흘러 온 몸을 붉게 적셨다.

탕!

연이어 총알이 발사됐는데 이번에도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어쩔 수 없었다.

고스란히 맞는 것보다는 종잇장만큼의 방어벽이라도 있으면 총알의 관통력은 약해진다.

우웁!

다시 몸이 미끄러졌고 권총수는 비명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30여 미터 가까이 내려가 버렸는데 마찰로 인해 손과 발 안쪽 복숭아 뼈와 가슴이 타들어가는 듯 뜨겁다.

학학학!

숨이 가쁘다.

어금니를 깨물지만 내려가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진다.

이런 속도라면 착지가 아니라 추락에 가까워진다.

내공을 쥐어 짜낸다.

잠깐 속도가 늦춰지는 것 같았다.

권총수는 얼른 밑을 내려다보았는데 아직도 30여 미터 정도 남아 있었다.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최준구가 다시 장탄을 했다는 뜻이다.

‘개자식’

누군가를 향한 분노인지 모른다.

그냥 입에서 욕이 나왔고 눈이 시뻘겋게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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