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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348화 (348/651)

제348화: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2)

그중 선두에 선 사내를 본 이동세 팀장은 깜짝 놀란다.

“아니 부장님 아닙니까?”

선두에서 오는 사내는 대검 강력부소속 부부장검사 김갑종이었다.

“누구시더라?”

“본청 이동세 경위입니다.”

“이동세, 이동세, 아아! 난 또 누구시라고.”

김갑종은 씨익 웃으며 지나갔다.

“일찍 왔나?”

“아냐. 지금!”

김갑종은 권악수를 보며 웃었다.

“잘 아는 사이야?”

권악수는 막 출발하는 형사들 차량을 바라보았다.

“어떤 자식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아는 체 하니까 아는 것처럼 해주는 거지.”

“어떻게 됐어?”

“이미 경호원들 증언 받아놨어. 남은 건 아버님 다친 부분인데 목격자가 없어.”

“대한민국 검찰이 그렇게 무능력 했냐?”

권악수가 쏘아 붙이듯 말하자 김갑종은 빙긋 웃었다.

“두고 봐 내가 어떻게 놈을 잡아넣는지, 평생은 몰라도 최소한 예순 이전에는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을 테니까.”

수사관 한 명이 다가왔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경찰이 모두 쓸어간 모양입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김갑종은 전화를 걸었다.

“과장님, 다 가져가면 우린 뭘로 수사합니까? 이건 아니죠.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김갑종은 미소를 지었다.

“본청으로 가봐. 탄피를 포함한 증거물들 돌려 줄거야.”

“예 부장님!”

두 명의 수사관이 급히 사라졌다.

“가지, 식사나 하자고.”

“천왕그룹 회장님께서 사는 건가?”

“김부장 참치 좋아하지. 내가 참치 잘하는 집을 알고 있어.”

“설마 회전 초밥 집은 아니겠지?”

웃음짓던 김갑종은 남아 증거 채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수사관들을 향해 말했다.

“경찰이 청소해 갔다니까 대충 훑어보고 오늘은 퇴근들 해.”

김갑종은 권악수의 벤츠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권총수는 마주 앉은 배웅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배웅대는 매우 놀란 표정이었는데 권총수로부터 권철태의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말입니까?”

“아마 그들이 뉴스는 막았을 것이오. 하지만 지금 확인해 보면 알 것입니다.”

배웅대는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저 배상무입니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배웅대는 한참을 듣고 있더니 조용히 핸드폰을 내렸는데 상대는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태섭이었다.

“왜 그런 눈으로 보시죠? 검찰에서 날 체포할 것이라고 한 모양이군요?”

흠칫!

배웅대는 기겁했다.

그리고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이 적지 않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음이 상당했다.

더구나 탁자를 놓고 마주 앉았으므로 1미터 가까이 떨어졌다.

상식적으로 결코 자신의 통화소리를 엿듣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내가 왜 배상무를 부른 줄 아십니까? 권씨 주위 사람들 중 그나마 배상무가 가장 정직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신이 북악스카이웨이에서 몰래 내 목소리를 녹음 하려고 시도하긴 했지만 그 정도는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배웅대는 얼어붙었다.

어떻게 알고 있을까.

전화기는 소리라도 내지만 녹음기는 일체의 소음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것도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기 때문에 눈에 띄지도 않는다.

“나와 권씨 가문의 싸움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증언해줄 사람이 필요했소. 배 상무 정도면 최대한 공정하게 기록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일테면 사관(史官)이 되어달라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임금이라는 건 아니니 오해 마십시오.”

권총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기록 부탁합니다.”

권총수는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커피숍을 걸어 나갔다.

문을 나가 2층 계단을 내려갔는데 갑자기 입구에서 누군가 이름을 불렀다.

“사막의 흑새 되시죠?”

권총수는 고개를 돌렸다.

장미윤이 손에 작은 가방을 들고 바라본다.

권총수는 빙긋 웃음 지었다.

그건 장미윤이 누군지 알아차렸다는 뜻이었는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기자님?”

“네, 맞아요.”

“알고 싶은 것이 뭐요?”

“많아요. 시간 좀 내주실수 있나요?”

장미윤은 인도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권총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이름이?”

“장미윤이에요. 장기자라고 부르면 됩니다.”

척!

권총수는 걸음을 멈추고 따라오는 장미윤을 향해 돌아섰다.

“쉽지 않을텐데요. 죽을지 모른다는 얘깁니다. 기자라면 권씨 집안이 어떤 곳인지 잘 알텐데?”

장미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훤히 알아요. 나 같은 것 마음만 먹으면 오늘 밤이라도 쥐도새도 모르게 없애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죠. 전화 한 통이면 난 밥그릇 잃을 수도 있구요.”

소속 신문사도 천왕그룹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는 인정이었다.

권총수는 핸드폰을 꺼내 번호 하나를 눌렀다.

“형, 나야. 참치 먹고 싶다고 했지. 어군으로 와.”

전화를 끊은 권총수는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유료주차장이란 간판이 보였다.

주차 관리인에게 다가가 카드를 내밀었다.

관리인은 주차요금을 정산하고 키를 내 주었다.

키를 받아든 권총수는 검정색 벤츠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타세요!”

장미윤은 환하게 웃더니 주차 관리인에게 말했다.

“아저씨 내 차 좀 잘 부탁해요.”

자신의 차도 주차 해놓은 것이다.

탁!

조수석에 올라탄 장미윤은 안전벨트를 맸고 권총수는 차를 끌고 주차장을 벗어났다.

그 시간 세 명의 사내가 호텔 로비를 걸어 들어왔다.

세 사내는 곧장 프론트로 다가가더니 맨 오른쪽 사내가 윗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검찰청에서 나왔습니다. 권총수씨 몇 호실에 묵고 있죠?”

여직원이 놀라는 표정으로 옆에 있는 남자 직원을 돌아보았다.

“어디서 오셨다구요?”

“검찰입니다. 권총수씨를 살인과 살인 미수혐의로 긴급체포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객실 안내를 부탁합니다.”

남자직원이 여직원에게 턱으로 신호를 주었다.

여직원은 앞에 있는 컴퓨터 키보드를 두들기더니 고개를 들고 말했다.

“지금 계시지 않습니다.”

“체크 아웃 했습니까?”

“아닙니다. 외출중입니다.”

“한 사람은 객실을 맡고 자네는 지하 주차장을 지켜!”

두 명의 수사관이 사라졌고 사내는 핸드폰을 꺼내더니 김갑종에게 권총수가 외출중이어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보고를 했다.

어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사장 마낙춘의 먼 친척뻘 되는 주차장 관리인이 권총수를 보며 아는 체 했다.

권총수는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장미윤을 데리고 어군으로 들어섰는데 오민철은 이미 도착 해 있었다.

“먹는 일에는 진짜 빨라.”

“총수야.”

오민철이 굳은 얼굴로 장미윤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아. 날 취재하기 위해 온 동아신문 장미윤 기자야.”

“안녕하세요. 오민철씨?”

자신의 이름을 아는 것에 깜짝 놀라는 오민철을 보며 장미윤은 생글 거렸다.

“707출신으로 우리 군의 자존심과 명예를 확고히 세운다는 말 들었어요.”

오민철이 칭찬에 약간 표정을 풀었다.

“뭔일인데?”

“마사장 그러는데 지금 이곳에 권악수가 와 있대.”

“그래서 우리더러 가라고?”

“그게 아니라.”

“식당에서 사람 만날 수도 있는 거지. 들어가자고.”

권총수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종업원을 따라 왼쪽 통로 맨 안쪽 방으로 안내 되었다.

세 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곧바로 사장 마낙춘이 들어왔다.

“후원 별채에 권악수 사장님과 대검 강력부 김갑종 부부장 검사가 있습니다.”

권총수는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장미윤에게 물었다.

“회로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초밥으로?”

“누군가 그러더군요. 아마추어는 회로 먹고 프로는 초밥으로 즐긴다고.”

“형은?”

“초밥!”

권총수는 마낙춘을 향해 말했다.

“사장님 우리 저녁 먹으러 왔습니다. 푸짐하게 주십시오.”

즐거운 저녁 식사자리에서 불쾌한 얘긴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마낙춘이 물러나자 장미윤이 눈을 좁혔다.

“권씨집안과 어떤 관계죠? 소문에는 고인이 된 오설지씨와 권철태 전 대통령 사이에 자식이 있다고 하던데?”

장미윤의 눈이 가슴 속을 뚫고 들어 올 것처럼 예리해졌다.

“장기자.”

권총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원하는 기사거리는 얼마든지 줄 수 있소.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네!”

“당신 진짜 기사 올릴 자신 있는 거요?”

“그건 걱정마세요.”

권총수는 날카로운 눈으로 장미윤을 바라보았다.

“올해 몇 살입니까?”

“서른 셋.”

“나 보다 한참 어리군.”

권총수는 담배를 물었다.

그러자 오민철이 재빨리 뒤쪽 창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종업원을 불러 재떨이를 주문했는데 담배 피우면 안 된다고 했다.

“너희 사장에게 가서 재떨이 좀 달라고 해!”

권총수가 웃는다.

종업원이 알았다는 듯 주춤하며 돌아섰다.

후우!

권총수는 담배연기를 길게 내 뿜었다.

불콰한 얼굴로 권악수와 김갑종은 마주 앉아 있었다.

탁자 위에는 소주 네 병이 비워져 있었다.

“그냥 잡아. 그리고 죽여 놓으면 되는 거야.”

권악수는 참치 회 한 점을 장에 찍어 입에 넣고 씹었다.

“20년만 쳐 박아 줘. 사형수로 만들면 더욱 좋고,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

“우리나라 검 판사중 천왕그룹 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김갑종은 표정이 환했다.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김갑종이 핸드폰을 들어 번호 하나를 눌렀다.

잠시 귀에 대고 기다리던 김갑종이 입을 열었다.

“박계장, 어떻게 됐어요? 아직 안 들어왔다고, 기다렸다가 기어이 끌고 와요.”

김갑종은 다부지게 말하자 권악수가 기분이 풀린 듯 제안했다.

“언제까지 월급 몇 푼에 목메고 살 거야. 적당한 시기에 옷 벗고 회사 법무팀장 맡아야지.”

“감사합니다. 회장님.”

두 사람은 소리 내 웃으며 술잔을 부딪쳤다.

차량 한 대가 호텔 주차장에 들어섰다.

그러자 기둥 뒤에 서 있던 사내가 재빨리 무전기로 동료들을 불렀다.

그러자 1분도 되지 앉아 책임자인 박삼명 계장과 두 명의 사내가 뛰어 내려왔다.

탁!

벤츠 한 대가 멈추고 권총수가 내렸다.

삐익!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리며 권총수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처척!

기둥 한쪽에 몸을 숨기다시피 하여 서 있던 사내들이 앞을 막았는데 손에 권총이 들려 있었다.

권총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권총수씨 당신을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그러면서 약간 늘어뜨린 총구를 들어 올렸는데 반항하면 발포하겠다는 경고였다.

철컥!

한 사내가 수갑을 꺼내 채우려 하자 권총수는 스케이트를 타듯 뒤로 1미터가까이 물러났다.

박삼명의 눈이 커졌다.

눈을 뜨고 있는데도 언제 뒤로 물러났는지 정확히 보지를 못했다.

그러나 거리는 분명 멀어져 있었다.

“난 미국인입니다.”

맥보란을 통해 이미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을 제거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그런 자신을 배신한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였다.

박삼명은 놀란 표정이었다.

권총수가 미국인이라는 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짓말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앞섰고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김갑종의 명령은 거부할 수 없다.

“그래도 일단 가셔야 합니다.”

계속 피하거나 저항하면 발포하겠다는 듯 권총을 두 손으로 감쌌다.

권총수는 사격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양손을 내밀었다.

“채워!”

그러자 수갑을 꺼냈던 사내가 다가왔다.

“당신을 이종순, 권마진, 권마수 살인 혐의와 권철태 전 대통령 암살 미수혐의로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조사도중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탁!

수갑이 채워졌다.

권총수는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보며 야릇한 표정을 했다.

마음만 먹으면 수갑 정도는 얼마든지 비틀어 버리거나 삼매진화로 녹여 버릴 수 있다.

그러나 굳이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권총수는 수사관들의 차를 타고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검찰청에 도착한 권총수는 피의자 유치장에 수감되었다.

권총수는 쇠창살을 보며 또다시 웃고 말았다.

일갑자의 내공만 있어도 저 정도 두께의 쇠창살이라면 엿가락처럼 휘어 버리며 나갈 수 있다.

자신을 연행한 수사관들이 떠나자 권총수는 결가부좌하고 곧바로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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