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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307화 (307/651)

제307화: 페르시아의 전운(2)

권총수는 TRG-M10(이하 M10)을 오른쪽 겨드랑이에 끼고 총구는 전방을 겨누며 날아갔다.

쉬이익!

단번에 몸을 날려 다리에 내려선 권총수는 이마를 찡그렸다.

두 명의 용병은 신음을 흘리고 있었는데 아직 살아 있었다.

“음!”

한 명은 허벅지 다리에 관통상을 입어 재빨리 주위 혈도를 눌러 지혈했지만 다른 한명은 늦었다.

가슴을 뚫고 가버린 총알에 의해 사내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고 있었다.

“캐...캡틴!”

권총수는 백인 용병의 손을 쥐었다.

“이름이?”

수시로 부대와 팀을 옮기고 인원들이 교체되다보니 모두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쉽지 않다.

“비사카!”

“많이 아픈가? 크게 숨을 한 번 쉬어 봐.”

비사카라는 백인 용병이 애써 웃음을 지었다.

“캡틴과 좀 더 오랫동안 활동 하고 싶었는데, 소문 듣고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고향이?”

“텍사스 매버릭.”

“매버릭이면 맥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는가?”

“맞습니다. 저희 고향에는 그래서 멕시코계가 많이 살죠.”

지이이이!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핸드폰 진동음이 들린다.

권총수는 비카사라는 백인 용병의 아랫주머니에서 손 떼 묻은 핸드폰을 꺼냈다.

전화가 걸려온다.

한 번 걸었다가 통화가 되지 않았는지 글씨 하나가 찍혀 있었는데 ‘엄마’라고 쓰여 있었다.

비사카는 거의 숨을 멈춘 상태이다.

아직 눈을 뜨고 심장은 뛰지만 통화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비사카 모친이 전화를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부모의 꿈은 자식의 화를 알아차린다고 했던 수녀님 말이 떠오른다.

부모가 위험에 처하면 자식의 꿈에는 없지만 자식이 위기를 맞으면 부모는 꿈을 꾼다고 얘기했다.

정말로 그렇다기 보다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그만큼 크다는 말을 하기 위한 것이리라.

스윽!

통화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비사카.”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권총수는 비사카의 단전에 오른손을 대고 내공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냥 전화를 무시하고 덮어 버려도 된다.

유감입니다. 당신 아들은 조금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면서 위로의 말을 전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마지막 목소리를 한 번 들려주고 싶었다.

욱!

목을 막고 있는 핏덩이를 토해내며 비사카는 다시 숨을 쉬었다.

‘회광반조’

두 눈에 생기가 넘친다.

“어머닐세.”

세상에 이런 비극적인 통화가 또 있을까 싶었으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엄마!”

권총수가 핸드폰을 귀에 붙이자 비사카는 또렷하게 말했다.

“비사카, 오오! 별일 없니? 갑자기 보고 싶어 전화 했는데 통화 가능하니?”

“엄마! 나 죽어요.”

“비사카 무슨 말이니?”

“앞으로 1분 정도 살 수 있나? 캡틴이 마지막으로 통화할 수 있도록 내게 힘을 넣어 주었어요.”

“무슨 말이니? 비사카 농담하는 거지?”

“엄마 사랑해요. 아버지에게도 전해주세요. 지난번 휴가 나갔을 때 말대꾸 했는데 죄송하다고.”

“오 하느님, 내 아들을 살려주세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그것으로 끝이었다.

비사카는 눈을 뜨고 있으나 숨을 쉬지 않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단지 얼굴이 환했다.

마지막을 엄마와 통화했다는 것이 상당한 기쁨인 모양이었다.

“비사카! 비사카!”

핸드폰에서 비사카 모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권총수는 잠시 그대로 놔두었다.

1분 정도 지나고 나서야 권총수는 핸드폰을 자신의 귀에 대고 있었다.

“어머니 걱정 마십시오. 비사카는 곧장 비행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 갈 것입니다.”

“오오, 내 아들, 내 아들.”

“면목 없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권총수는 전화를 꺼버렸다.

그리고 비사카의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시신을 그대로 놔둔 권총수는 허벅지 관통상을 입은 마이튼을 재빨리 안고 다리 건너 포플러나무 아래 뉘었다.

“지혈을 했으니 당분간 큰 위험은 생기지 않을 걸세. 잠시 누워 있게!”

그러면서 자신의 저격총을 쥐어주고 마이튼의 M4를 잡았다.

근거리 총격전에서는 저격총 보다는 M4가 좋다.

탕탕탕!

마을 곳곳에서 총성이 울렸다.

예상보다 적들이 많다는 뜻이다.

스으으!

불영보가 펼쳐지고 순식간에 마을 안으로 스며들었다.

가장 먼저 권총수가 도착 한 곳은 장갑차가 있었던 집이었다.

조준경에서 봤던 그대로였다.

반쯤 무너진 농가에 바짝 붙여 갈대를 덮고 위장했다.

가까이서 보는데도 감쪽같았다.

집 안에서는 어떤 소리도 없었다.

권총수는 장갑차에 올라 헤치를 열었다.

멈칫!

한 명인 줄 알았는데 두 명의 사내가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세 방을 날렸다.

한 발은 유리를 깨지도록 했을 것이고 두 번째 총알은 통과를 했어도 그다지 위력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앞에서 맞는다면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그렇군’

권총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총알에 앞에 앉은 사수는 죽었다.

세 번째 총알이 들어와 죽은 앞의 사수를 관통하여 뒤에 있는 부사수까지 날려 버린 것이다.

휙!

권총수는 곧장 담장을 넘어 뒷집으로 향했다.

텅 빈 마당에 시신 한 구가 뒹굴고 있는데 AK 한 자루가 떨어져 있다.

스으으으!

집을 나온 권총수는 낮은 자세로 불영보를 펼쳤다.

마을 뒤로 수직에 가까운 산봉우리 하나가 있다.

나무가 많아 산으로 숨어들면 추적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어 장소를 선점하기로 했다.

도주로를 차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면으로 막아서면 쫓는 알파 팀의 총격을 받을 수가 있으므로 측면으로 비켜나야 한다.

짐승이나 사람이나 도망갈 곳을 만들어주고 잡는 것이 전술의 기본이다.

권총수는 마을 오른쪽으로 빠져 소나무 아래 몸을 숨겼다.

직사화기를 피할 수 있는 마땅한 엄폐물이 없어 어쩔 수 없 소나무 뒤에 엎드렸다.

“형 어디야?”

권총수는 헤드셋을 대고 말했다.

“의외로 쪽수가 많은데, 대충 30여명 될 것 같다. 넌 어디야?”

“산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어.”

“오케이.”

권총수가 무전을 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도주로를 막으라고 했을 것이다.

타앙!

무전을 끝내자마자 M4가 불을 토했다.

검은 수염으로 덮인 사내가 산으로 도망치기 위해 언덕을 오르고 있었는데 우르르 소리를 내며 굴러 떨어졌다.

스윽!

재빨리 일어나 20여 미터 앞에 서 있는 잔솔 뒤로 몸을 숨겼다.

나무는 낮았으나 가지가 많아 완전히 권총수를 가려 버렸다.

타타탕!

총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터번을 두른 두 사내가 쫓아오는 알파 팀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언덕이 울퉁불퉁하여 머리가 보였다 감춰졌다를 반복하자 좀 더 기다렸다.

거의 나란히 수평이 됐을 때 두 사내의 상반신이 드러났다.

탕!

타아앙!

마치 권총을 쏘듯 M4로 두 사내를 동시에 사살했다.

권총수는 완전히 몸을 숨기고 청각을 끌어 올렸다.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워낙 양측의 총격전이 거칠고 치열하여 얼굴을 내민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파파팍!

간헐적으로 소나무 주위로 총알이 날아오고 있었는데 이미 적들도 자신의 매복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아무리 강호무사의 감각이라고 해도 날아오는 총알에 반응하기는 불가능하다.

권총수는 재빨리 오른쪽으로 있는 작은 바위 뒤에 바짝 엎드렸다.

납작 엎드리자 충분히 커버가 되었다.

이번에는 다섯 명의 사내들이 AK를 갈기며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탕!

선두에서 오르던 사내가 고꾸라졌고 나머지가 일제히 엎드리더니 권총수가 숨어 있는 곳을 향해 집중 사격을 했다.

총알이 바위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파편이 몸을 때린다.

윌리야트 우두머리 카림은 작은 바위 뒤에 바짝 상체를 숙이고 권총수가 있는 곳을 살폈다.

완벽한 매복이다.

또한 백발백중이다.

1킬로 가까운 거리에서 KPV 사수와 부사수를 한 번에 보내버린 자일까.

사격이 잔인할 만큼 정확한 걸 보면 놈일 가능성이 크다.

드륵!

바로그때 총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카림은 깜짝 놀라며 근처에 숨은 부하들을 돌아보았는데 소스라치고 말았다.

세 명의 부하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 왼쪽 10시 방향에 한 사내가 M4를 들고 우뚝 서 있었다.

한 번에 세 명의 부하를 데려간 인물이다.

미군의 사막색 군복을 위아래로 걸쳤고 신발 또한 미군 전투화를 신었다.

오른손에 들린 M4말고는 어떤 무장도 하지 않았는데 카림이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 건 어떻게 한 번에 부하 셋을 날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순발력 좋은 권총이라고 해도 한 번에 셋을 고꾸라뜨린다는 건 어렵다.

드르륵 했기 때문에 세 발은 당겼다고 본다.

한곳에 모여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는데 정확히 목숨을 앗아가 버린 사격능력에 불현 듯 한사람이 떠올랐다.

“사막의 흑새!”

순간 맞다는 걸 확인이라도 해 주듯 권총수는 빙긋 웃었다.

타앙!

커다란 총성을 끝으로 마을은 조용했다.

“캡틴!”

추적해 오던 다인코프 용병들이 권총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용병들은 여기저기 널려 있는 시신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충 맞은 것도 아니었다.

모두가 머리 아니면 심장을 맞아 즉사했다.

권총수의 사격이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걸 모르지는 않지만 볼수록 등골이 서늘했다.

“이 자가 카림이라는 놈이군.”

오민철이 다가오더니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회사로부터 윌라야트 시나이 간부들에 대한 로얄 카드를 작성해 주었는데 그 중 한 장을 꺼내 사진과 카림의 얼굴을 번갈아 살폈다.

“맞네!”

오민철이 빙긋 웃었다.

“수색해!”

두 명의 용병이 카림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옆구리에서 권총 한 자루가 나왔으며 지갑에서 미화 780달러가 쏟아졌다.

“미국 때려죽이자는 놈들이 달러는 왜 갖고 있는 거야.”

오민철이 웃기는 자식이라는 듯 노려본다.

“쪽바리!”

오민철은 나카야마에게 M4를 건네주더니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수색해서 나온 물건들을 쭈욱 한번 살피더니 말보로 레드를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아름다운 말보로 레드향을 좋아하나보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척!

오민철은 맞은편 바위에 주저앉아 카림을 보았다.

후우!

뿜어낸 연기가 카림의 얼굴을 덮는다.

“우리 깔끔하게 얘기 합시다. 우리나 당신이나 정규군들도 아니어서 아무리 뺑뺑이 돌리고 쥐어뜯어도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충격 전쟁터의 고문’이라는 따위의 기사는 절대 실리지 않을 것이오.”

고문을 해도 비난할 사람도 없다는 말인데 오민철은 오늘따라 자신의 혀가 무척 부드럽고 원활하게 돌아감에 더욱 자신감을 갖는다.

“이름이 카림이라는 건 알고 있고, 이 사람.”

카드 몇 장을 헤아리더니 한 장을 내밀었다.

“이 사람 어딨소?”

검정색 터번을 두른 사진 속 인물은 얼핏 오래전 권총수에게 저격당한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닮았다.

“날 붙잡았다고 당신들 마음대로 요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죠.”

카림이 싱긋 웃는다.

“웃어.”

오민철이 인상을 찌푸렸다.

“웃었단 말이지.”

그러면서 고개를 권총수를 바라보았다.

권총수 역시 바위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뒷산의 수직 고봉을 감상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이쪽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등을 돌리고 있는 권총수를 보며 오민철은 카림을 다시 추궁했다.

“이 사람 윌리야트 시나이 우두머리 마제드 압둘라죠?”

좋게좋게 얘기한다고 했는데 카림이 무시하듯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

“이런 씨벌놈이.”

빠악!

오민철이 흥분한 듯 군홧발로 카림의 가슴을 걷어 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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