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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295화 (295/651)

제295화: 중화악몽(1)

관리인들은 부서지거나 낡은 모스크 곳곳을 수리하고 정비하는 사람들이다.

“엘레니.”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내게는 이맘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건 이 세상에 없습니다. 난 그가 누군지 모릅니다. 다만 미국인이고 군인이었다는 것까지 알고 있습니다.”

“엘레니!”

“막지 마십시오. 그는 동굴교회에서 멀지 않은...”

이어 엘레니는 정확한 위치를 가르쳐 주었고, 셰하타는 그만 두 눈을 감아 버렸다.

바위로 된 절벽을 뚫어 교회로 만들었다.

중동에서 그나마 가장 개신교와 카톨릭이 활발한 곳이 이집트이지만 항상 테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신도들이 모이는 시간이면 사복 경찰이 철저히 검문하며 살핀다.

한밤의 동굴 교회 앞은 조용했고 간간히 순찰을 도는 경찰차만 보일 뿐이었다.

권총수는 동굴교회를 등지고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포장이 되지 않아 노면이 울퉁불퉁한 도로가 뻗어가고 좌우로 조그만 상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중 붉은 벽돌로 지어진 4층짜리 건물을 시선에 담았다.

창문으로 불빛이 한 점도 흘러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모두가 잠에 빠진 모양이었다.

권총수는 텅 빈 거리를 걸었다.

모든 신경을 끌어 올려 주위에 잠복하고 있을지도 모를 위험을 살폈지만 부드러운 바람뿐이었다.

척!

4층 건물 앞에 섰다.

입구 오른쪽으로 작은 슈퍼가 있었는데 셔터가 아닌 푸른색 천만으로 가려놓았다.

권총수는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펴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부터 전등이 달려 있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깨져서인지 안은 캄캄했다.

엘리베이터도 없어 계단을 통해 걸어 올라갔다.

‘401호’

엘레니라는 북쪽의 별(Noth Star) 모스크 관리인은 분명하게 말했다.

‘뚜할하라 건물 401호에 산다고 들었소’

왜 탈영을 했을까.

전쟁이 가져온 트라우마라고 해도 시간이 제법 흘렀으니 이젠 자신의 범죄를 깨닫고 자수할 수도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공황장애, 심지어는 조현병까지 앓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방부에서도 그들이 죄를 짓는다 해도 충분히 정상참작을 한다.

약 20만명 이상이 이라크 전쟁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워 한다는 통계가 있는 걸 보더라도 던퍼드 중사의 행동을 단 한 푼의 동정없이 나쁜 범죄로 몰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테러조직에 몸을 담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하긴 아무리 그래도 상관들을 죽였으니 자수를 해봤자 종신형 아니면 총살형이라고 생각하여 갈 때까지 가보자는 자포자기를 했을 수도 있다’

계단을 올라 마침내 4층 입구에 섰다.

바로 앞에 초록색의 현관문에 402라는 글씨가 매직으로 쓰여 있었다.

방안에는 두 사람이 있다.

숨소리 하나는 굵고 다른 하나는 가늘다.

보지 않아도 남녀임을 알 수 있었는데 미 해병 탈영병에게 여자라면 필시 윌라야트 시나이에서 붙여줬을 가능성이 크다.

IS가 여자와 돈을 미끼로 용병들을 불러들이듯 말이다.

사악!

손바닥이 문에 닿고 일 분이 채 되지도 않아 손잡이 근처가 흐물흐물 해졌다.

삼매진화의 특징이자 장점은 일반 불처럼 쇠가 붉게 달아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밤에 시전을 해도 상대의 눈이나 주위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는 뜻이다.

스르르!

소리없이 문을 열고 들어간 권총수는 안쪽 침대에 두 사람이 자고 있다는 걸 단번에 간파한다.

불도 없는 캄캄한 밤이지만 권총수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출입구 왼쪽으로 싱크대가 있는 부엌이 있고, 전체적인 실내 공간은 7,8평 가까운 우리의 오스피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살림살이도 단촐했다.

냉장고와 텔레비전 한 대가 전부였는데 권총수는 침대로 걸어가 쭈그리고 앉았다.

침대 아래 손을 넣어 더듬거리더니 묵직한 가방 한 개를 꺼낸다.

가방은 무거웠고 일 미터 정도 길었다.

권총수는 굳이 열어보지 않아도 가방 속에 들어 있는 물건을 추측할 수 있었다.

지이익!

지퍼를 열자 예상대로 미 해병 제식 저격총 M2010 레밍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울러 길리슈트까지 둘둘 말아 담겨져 있었다.

권총수는 가방을 좀 더 뒤졌는데 다섯 발이 채워지는 상자형 탄창 열 개가 있다.

모두 50발이 되는 셈이다.

자고 있는 사내의 베개 아래 권총 손잡이가 보인다.

권총을 꺼냈는데 SP20이었다.

권총수는 입구 쪽 벽에 등을 기대며 주저앉았다.

어쩌면 저격총은 사용할 기회가 없을 듯 싶다.

벽을 기대고 한참을 잠에 골아 떨어진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담배 한 개피를 피워 물었다.

딸칵!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한 모금씩 빨아들일 때마다 밝아진 담뱃불이 잠시나마 주위를 밝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한 순간 권총수의 나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 누구보다도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오. 전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르죠. 특히 저격수라는 직업은 정말 잔인합니다. 인간으로서는 할 짓이 아닙니다.”

권총수의 목소리가 조용하게 울려 퍼졌다.

“서로가 치열한 총격전을 벌일 때는 살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지. 일단 죽이고 봐야 하니까 그런 감정이 들어설 여력이 없죠. 하지만 저격수는 다릅니다. 분명 전쟁 행위중 하나이지만 당사자는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 하거든. 난 지금 살인을 하고 있다는 거야.”

화들짝!

감각은 여자가 빨랐다.

뭔가 이상하다고 눈을 뜬 여자는 재빨리 벽의 스위치를 올렸다.

“으악!”

권총수를 발견한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시트로 벗겨진 상의를 가렸다.

사내도 깜짝 놀라며 재빨리 배게 아래를 뒤졌으나 권총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권총수 발아래 권총이 놓인 걸 발견하고 안색이 변했다.

여자가 재빨리 핸드폰을 들고 신고하려 들자 권총수가 말했다.

“당신 몸뚱이 따위는 관심 없으니까 가만있으면 문제없을 것이오.”

멈칫!

권총수 눈치를 살피던 여자는 그래도 안 되겠다고 판단한 듯 다시 전화를 누르려고 했다.

휘익!

권총수 손에 있던 지포 라이터가 날아가 여인의 손을 사정없이 찍었다.

퍽!

순간적으로 피보라가 일어나며 여자가 자지러졌다.

핸드폰을 쥔 여자의 손이 터져 나가버린 것이다.

“모나!”

사내가 재빨리 여자의 오른손을 살폈지만 마치 걸레조각처럼 손가락들이 너덜거렸다.

“딱 10분 주겠소. 당신이 지금이라도 나에게 자수를 하면 미해병 군 경찰에게 분명하게 체포가 아니라 자수를 했다고 증언하죠.”

아직 기회가 남았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도 저격수의 심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걸 난 알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들은 우리가 재미로 죽이는 줄 알죠.”

“당신이 뭘 알아?”

“나도 많이 죽였죠. 300여명도 넘을 거야. 저격으로만 죽인 사람의 숫자가 말이야.”

300여명이라는 숫자에 던퍼드 중사의 눈이 가늘어진다.

“혹시 사막의 흑새?”

권총수는 담배 한 개비를 뽑아 던졌다.

스으으!

담배는 매우 느리게 날아갔고 던퍼드 중사의 눈동자가 멈췄다.

영화에서도 못 보던 장면이었다.

“불은 거기.”

모나라는 여자에게 던진 그 라이터로 붙이라는 뜻이다.

던퍼드 중사는 침대 구석에 쳐 박혀 있는 지포 라이터를 들었는데 피가 범벅이 되어 있었다.

딸칵!

담배를 피워 문 던퍼드 중사는 조금 전과는 달리 매우 차분해졌다.

아무런 말없이 담배를 피우더니 고통스러워하는 모나라는 여자의 손에 붕대를 감아 주었다.

“스핑크스 대위님!”

던퍼드 중사가 놀라며 바라보았다.

권총수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치료가 필요합니다. 미 군법에 따라 어떤 처벌도 달리 받겠다고 하는군요. 아닙니다. 전혀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담배 하나 달라면서 괴로워 하는군요.”

권총수는 몇 마디 더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요. 부디 행운을 비오 던퍼드 중사.”

권총수는 일어났다.

“넉넉 잡고 1시간 정도면 중사를 데리러 올 것이오. 내가 필요 하거든 언제든지 부르시오. 당신을 위해 얼마든지 법정에 설 용의가 있으니까.”

권총수는 천천히 걸어 방을 나갔다.

순간 여자가 바닥에 놓고 간 권총을 재빨리 주워들고 권총수를 쫓아 나갔다.

빠악!

하지만 문을 나갔던 여자가 바람에 날리듯 들어와 맞은편 창문을 깨며 사라져 버렸다.

권총수의 백보신권 한 방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흰색의 포드 익스플로러가 멜탈에 나타났다.

검문소 용병은 처음과 달리 권총수를 알아보고 미소를 지었다.

“부대 복귀했습니다.”

오민철이 돌아왔다는 뜻이다.

“고맙소.”

그때 와서 오민철을 만나지 못하고 갔기 때문에 미리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권총수는 차를 몰아 막사 앞으로 갔다.

막사 주위로 상의를 벗은 용병들이 걸어 다녔고 한쪽에서는 야구대신 소프트 볼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위장망으로 지붕을 만든 그늘막 아래서 담배를 피우던 몇몇 용병들이 권총수의 차량을 쳐다보았다.

권총수는 막사1층 문을 열고 들어섰다.

생활관을 들어서면 왼쪽으로 작은 사무실 하나가 마련되어 있는데 회의실로 운영되고 있었다.

오민철과 비렌드라와 나카야마, 그리고 두 명의 용병이 책상위에 펼쳐진 작전지도를 보며 뭔가를 상의 중에 있었다.

덜컹!

권총수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모두가 고개를 들었다.

“어!”

“캡틴!”

나카야마가 재빨리 다가왔다.

“다녀갔다는 소식 들었어? 어떻게 일 처리는 잘 된거야?”

권총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쯤 아프카니스탄으로 이송 중일걸, 그곳에서 간단한 조사를 마치고 본토로 압송된다고 하지.”

그러면서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 캡틴이 손을 대면 정리 안 되는 일이 없어.”

나카야마가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그럼 다합에서 일은 끝난거야?”

오민철이 물었다.

권총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담배 피우면 안 되지?”

“나가서 피워.”

“알았어. 그렇게 노려보며 말할 것 없잖아. 아이씨”

“아이씨, 너 형한데 뒤질래.”

“아흐 동포만 아니면.”

“동포만 아니면 어쩔건데, 다른 용병들의 건강을 위해 내린 결단인데 저걸 진짜.”

“잘났어.”

권총수는 오민철을 향해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섰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용병들이 몰려들었다.

사막의 흑새.

용병들 세계에서는 권총수의 일거수일투족이 신화이고 전설이었다.

담배를 피우다 말고 몰려든 용병들과 어쩔 수 없이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눠야 했다.

오민철의 권위에 좀 더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의도된 바도 없지는 않았다.

자신들은 감히 쳐다 볼 수도 없는 사막의 흑새를 동생으로 두었으니 누가 오민철의 지시를 거부하고 명령에 불복할건가.

“이것 좀 볼래.”

인사가 끝나고 오랜만에 네 사람만 남았는데 오민철이 편지지 한 장을 건네주었다.

권총수는 편지지를 받아 펼쳐 읽기 시작했다.

편지는 카이로 지사도 아닌 텍사스에 있는 다인코프 본사에서 날아온 긴급 명령서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오민철의 명령을 거역하거나 이행하지 않는 용병에게는 곧바로 파면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민간 업체라고 해도 용병시장은 일반 시장과 달라서 파면이란 거의 없다.

이 회사에서 파면 당해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른 회사의 총을 들고 전장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특수부대 출신들은 매우 귀하신 몸들이다 보니 오라는 곧 천지다.

당연히 더욱 기고만장해지면서 통제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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