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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292화 (292/651)

제292화: 스나이퍼의 상처(1)

몇 번 퇴소직전까지 몰렸다가 아슬아슬하게 점수를 통과하여 동료들을 애태웠기에 더욱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총수 너 얘기 많이 들었어. 정말 대단해.”

첼스키는 무척 기쁜 듯 숨까지 거칠게 내 쉬었다.

“민철이 형은 만났겠네?”

“물론이지. 여기서 이것 아냐?”

그러면서 엄지손가락을 내세웠다.

“모르지? 한바탕 뒤집어 졌어. 밤새 싸웠다고, 역시 민철이더라고 일 대 일로 누구도 당해내지를 못하던데.”

첼스키의 말을 빌리면 그날 밤 오민철은 자신의 지휘에 불만이 있거나 도전하고 싶은 사람은 나오라고 했다.

무려 스물한 명이 도전을 청했지만 모두가 나가 떨어졌다.

한 방!

모든 걸 한 방으로 끝냈고 이곳 알파 팀을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그의 명령은 곧 법이 되었다.

“아 인사들 하라고, 나와 외인부대 훈련소 동기야. 총수라고.”

첼스키는 두 사내를 향해 말했다.

총수라는 말에 두 사내는 멀뚱거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사막의 흑새 몰라?”

흠칫!

반응 없던 두 사내가 소스라쳤다.

“내 친구 총수가 사막의 흑새야. 나와 외인부대 동기라니까. 멋진 사나이지.”

첼스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권총수입니다.”

권총수가 손을 내밀어 두 사내와 악수를 나눴다.

두 사내는 달리치와 윌리엄이었다.

달리치는 루마니아 출신이고 윌리암은 미 해병출신으로 군대에서도 취사반에서 근무했다.

달리치와 윌리엄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몇 번 보았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용병들에게는 전설이며 우상이고, 탈레반과 알카에다, IS를 포함한 테러단체들에게는 공포의 상징이다.

공식적으로 권총수의 목에 걸린 상금을 모두 합치면 2,000만 달러에서 약간 모자란다.

모든 테러단체들이 앞 다투어 상금을 내걸어 권총수를 추적하고 있다.

영국 BBC는 사막의 흑새를 보고 있으면 마치 한편의 전쟁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극찬했다.

그런 권총수를 직접 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사진 한 장.”

“좋습니다.”

권총수는 두 사람과 각각 셀카를 찍었다.

둘은 평생 기념으로 간직하겠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권총수는 취사장을 한 바퀴 돌아봤는데 첼스키가 따라다니며 자세히 브리핑하듯 설명했다.

알파 팀의 팀장은 오민철이지만 권총수는 그 위에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때 멀리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인원 모두 작전 나간 것 아닌가?”

“사흘전 새로 들어온 다섯 명이 있는데 그들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작전에서 열외했어.”

권총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오민철은 전장의 경험이 풍부했다.

적응이라는 단어가 전쟁터처럼 중요하게 작용하는 곳은 없다.

자신이 나고 자란 땅과 다르고 사람들이 다르며 지금 이곳은 후끈한 한 여름으로 들어섰다.

기후는 병사의 능력을 가장 방해하고 떨어뜨리는 원인중 하나이다.

외인부대 훈련소 카스텔노다리를 떠나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에 갔을 때 처음에는 죽는 줄 알았다.

더위도 더위지만 습도가 높아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스나이퍼 훈련이 끝나고 이라크로 갔는데 또한번 고생을 해야 했는데 거긴 뜨거웠다.

섭씨40도는 기본인 날씨에 도저히 살지 못할 것 같았지만 일주일 여 가벼운 산책과 사격 훈련을 비롯해 아침 저녁으로 적당한 체력 운동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지금 들리는 총소리 또한 훈련이 목적이 아니라 이곳 날씨에 적응시키기 위한 목적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권총수는 차를 몰고 사격장으로 향했다.

사격장은 최대 사거리가 100미터였고, 50미터와 30미터까지 모두 세 가지 표적이 있었다.

100미터는 야전을 가장한 거리이고 나머지 50과 30은 시가전을 대비한 사격 거리이다.

다섯 명의 사내들은 여러 가지 엄폐물을 이용해 이동하면서 사격을 했는데 방아쇠를 당기는 순발력이 좋았다.

또한 총을 몸에 붙이는 것이 실전경험이 적지 않다는 걸 말해주었다.

사격은 겨드랑이에서 팔이 떨어지지 않을수록 명중도가 높고 자세가 안정적이다.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양팔을 겨드랑이에 붙이는 습관을 들여야 정확성이 높아진다.

팔짱을 낀 채 사내들의 사격을 지켜보던 권총수는 차를 돌렸다.

부우웅!

그의 목적지는 이곳 알파 팀 기지가 아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세인트 캐서린에서 미 해병1사단 수색대대 제 7찰리 중대가 작전 중이다.

그들은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테러와 여러 부족들 간의 유혈 충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들은 지금 한 명의 군인을 쫓아 온 것이다.

던퍼드 중사.

해병1사단 수색대대 소속의 스나이퍼였다.

처음 사건은 아프카니스탄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두 달 가까이 종적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한 달 전 이곳에서 그가 목격되었다는 첩보가 들어왔고 중대병력이 추적해 온 것이다.

권총수가 염려하는 건 대개의 탈영병들이 그러하듯 던퍼드 중사가 테러단체에 합류 하는 것이다.

네이비 씰 대원이 지휘관의 폭언에 불만을 품고 IS에 합류한 적이 있고, 영국의 최정예부대 SAS출신 장교가 탈레반에 합류하여 적지 않은 전 동료들을 살해했다.

던퍼드는 스나이퍼다.

미군 입장에서는 상당한 피해가 우려되는 것이다.

다급해진 미군이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붉은 땅이다.

암석과 누런 흙먼지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시나이산이 구약성경에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성지라는 이유로 이집트 정부에서 옹색하게나마 아스팔트를 깔아 놨다는 것이었다.

맞은편에서 버스 한 대가 달려왔다.

길이 그다지 넓지 않았기 때문에 권총수는 속도를 줄이며 길가로 차를 세우다시피 했다.

시나이 산을 찾는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이다.

이집트 정부에서도 관광객들 신변 안전에 신경을 곤두세운다고 하지만 테러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언론에 보도 되지 않은 성지 순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건 사고는 무수히 많았다.

특히 여행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종되었다.

테러이거나 아니면 순례객들을 상대로 하는 범죄 집단의 소행이라는 것이 이집트 경찰의 발표였다.

던퍼드 중사의 탈영소식은 결코 숨길 수가 없었다.

버홀터의 말에 의하면 상부에 보고되었으며 기자들 접근에 유의하라는 비상령이 하달됐다고 했다.

미 해병 스나이퍼가 탈영하여 직속 지휘관들을 저격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면 또 한 번 발칵 뒤집힐 것이다.

슐츠 미해병 1사단장이 할 수 있는 건 한가지였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전쟁이 만들어낸 병사들의 정신병적 사고는 어쩔 수 없다.

지휘관들에게 책임을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

단지 자신이 거느린 부하인 만큼 자기 손으로 사살하든 생포하여 마무리 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10여 킬로를 더 달리자 오른쪽으로 빠지는 도로가 있었고 입구에 제13 브리게이드(brigade:여단)라고 쓰인 간판이 있었다.

이 지역 군작전을 총괄하는 이집트 군 부대로 던퍼드 중사를 체포하기 위한 미해병 중대병력이 같이 머물고 있다.

PKP 페체네크 기관총을 거치한 초소와 AK를 휴대한 위병이 권총수의 차량을 노려보았다.

권총수는 천천히 속도를 늘어뜨리며 멈춰섰다.

멜빵을 어깨에 메고 총구를 정면으로 세운 위병이 다가왔다.

“어떻게 왔소?”

아시아계인 것에 다소 무뚝뚝했다.

권총수는 다인코프 사원증을 건네주며 말했다.

“미해병 수색대대 찰리중대장 스핑크스 대위를 만나러 왔소.”

버홀터 말에 의하면 이미 연락이 되어 있다고 했다.

“기다리시죠.”

군인은 안으로 들어가더니 초소의 전화기를 이용해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듯 했다.

잠시 후 다시 나타난 군인이 거수 경례를 했다.

“들어가셔서 오른쪽 K막사가 찰리중대 생활관입니다.”

권총수는 빙긋 웃으며 차를 몰고 들어갔다.

K막사 앞에 차를 세우는데 한 명의 미군이 나오고 있었다.

대위계급장을 보아 스핑크스 찰리중대 중대장인 듯 보인다.

“대위님?”

“영광입니다. 사막의 흑새.”

권총수의 손을 잡는 대위의 손이 떨렸다.

사막의 흑새를 만났다는 흥분과 길고도 길었던 던퍼드 중사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이제 막바지에 왔다는 걸 알고 느끼는 반가움일 것이다.

권총수는 스핑크스 대위와 같이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이집트 제13여단에서 제공한 생활관은 깨끗하고 조용했다.

마치 휴일이어서 중대원들은 생활관에서 각자 정비를 하고 있었다.

중대장과 낯선 동양인이 복도에 나타나자 흘긋 거리며 관심을 보였다.

“커피 하시겠소?”

“고맙습니다.”

권총수는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았다.

“사실 굉장히 긴장했습니다. 버홀터 지사장님 전화를 받고 사막의 흑새가 온다는 말에 떨렸죠.”

스핑크스 대위는 커피 물을 끓이며 말했다.

“용병 세계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우리든 적이든 사막의 흑새는 신비 그 자체 아닙니까??”

권총수는 빙긋 웃고 말았다.

금세 전기주전자의 물 끓는 소리가 들렸고 스핑크스 대위는 김이 피어나는 커피 두 잔을 가져왔다.

“야전이기 때문에 인스턴트 커피입니다.”

양해 해달라는 말이다.

“야전에서 인스턴트 커피 한 잔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모르죠.”

외인부대시절 커피는 최고의 인기식품이었다.

누구든 면회를 오면 커피를 선물로 내놓는다.

커피를 마시던 중에라도 비상이 떨어지면 곧장 출동해야 하는 군인에게 커피 머신이니 원두커피니 하는 건 바람직한 것들이 아니었다.

야전에서는 간단하고 빠른 것이 제일 좋다.

두 사람은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주로 스핑크스 대위가 말을 했고 권총수는 들었는데 거의가 사막의 흑새에 관한 질문들이었다.

권총수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고 스핑크스는 소리를 내어 여러차례 웃었다.

나중 스핑크스 대위는 군생활 중 커피 한 잔 마시며 보냈던 그 날의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스핑크스 대위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 지역에서 던퍼드 중사의 흔적이 발견된 장소와 시간을 기록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어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건장한 체구의 군인이 부동자세로 서 있는 사진이었는데 던퍼드 중사였다.

“던퍼드 중사가 이 곳에 타나난 것은 분명합니까?”

아직 한 번도 그와 조우한 적은 없다고 했다.

단지 이곳에서 활동하는 CIA 정보원들에게 목격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직접 촬영해 보낸 사진 속 남자는 분명 던퍼드 중사였다.

“아프카니스탄에 있던 그가 왜 이곳으로 왔는지에 대한 이유나 사정은 전혀 모르겠군요?”

“아프카니스탄에서 탈레반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말이 떠돌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밝혀졌는데 탈레반과 이곳에서 활동하는 수니파 무장세력 중 하나인 윌라야트 시나이가 매우 원활한 교류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았죠.”

“그렇다면 완전히 테러집단으로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정확 하겠군요.”

스핑크스 대위 표정이 무겁다.

처음 있는 사건은 아니지만 미군이 테러집단에 합류했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한 명의 미군이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길 다란 백팩 한 개가 들려 있었는데 스핑크스 대위 앞에 놓고 돌아갔다.

“준비한 장비입니다.”

버홀터를 통해 사용하게 될 총기를 지정해 놓았다.

지퍼를 열자 낯익은 총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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