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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251화 (251/651)

제251화: 스카페이스(3)

마치 천진난만한 소년이 삼촌을 향해 용돈 좀 달라는 표정 같다.

전쟁의 신(戰神)이라고도 불릴 만큼 전장에서 만큼은 그를 당해낼 자가 없다.

“알죠.”

모른다고 하면 안 된다.

아는 건 안다고 얘기 하는 것이 권총수 같은 프로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카페이스 알죠?”

오민철이 질문을 던지며 권총과 소음기를 가져다주었다.

권총수는 총을 받아 소음기를 돌려 끼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오초아의 두 눈이 파르르 떨린다.

“아는데 까지만 말씀해 주시죠?”

오민철이 탁자위에 엉덩이를 올리며 물었다

“나도 그의 행방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단지.”

“좋습니다. 계속 말씀하십시오. 숨기지 말고 시원하게 털어 놓으셔도 됩니다.”

권총수가 다가왔다.

오초아는 멈칫 했는데 권총수의 표정이 환했다.

선의를 갖고 있는 건지 아니면 성격이 좋은 건지 얼굴을 보고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상대에 따라 대답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권총수의 속마음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방아쇠에 눈곱만큼의 정도 남기지 않는다는 말만 들었지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눠보긴 오늘이 처음이다.

“보름 전 엘패소에 볼일이 있어 떠난다고 했소.”

엘패소는 텍사스 주에 속하면서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도시이다.

이곳 후아레스와 리오그란데 강을 놓고 나눠진다.

국경 도시답게 언제든지 차량은 물론 도보로도 양쪽 어디로든 넘어 갈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엘패소가 미국의 도시 중 가장 치안이 잘 확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건 다름 아닌 멕시코로부터 넘어오는 마약 때문이었다.

경찰은 물론 군 병력까지 앨패소 인근에 주둔하면서 마약조직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형, 지난 보름 전후로 이곳 신문과 엘패소에서 발행되는 신문기사 좀 스크랩 해줘.”

“오케이!”

오민철은 곧장 컴퓨터를 켜고 후아레스와 엘패소에서 발행되는 신문기사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권총수는 이런 저런 질문을 던졌고 오초아는 최선을 다해 대답을 하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권총수는 오초아가 적지 않은 부분에서 감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시날로아 카르텔에 대해서는 사무엘을 통해 꿸 수 있을 만큼 들었기 때문이다.

권총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무엘은 눈앞의 오초아를 가장 먼저 없애 달라고 했다.

그의 총구가 아니라 두뇌가 두렵다고 했다.

오초아만 제거하면 시날로아의 절반은 자신의 손에 들어오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 만큼 경계하는 인물이다.

“야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컴퓨터로 언론 기사를 탐색하던 오민철이 놀라는 소리를 했다.

상당히 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있는 모양이었다.

“이것 좀 봐.”

권총수는 컴퓨터 앞으로 다가갔다.

“지난 달 초부터 이 기사가 계속 실려 있어. 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 사람에 대한 내용들이야.”

권총수는 허리를 구부리고서 화면을 살폈다.

‘저승사자, 코브라’

‘코브라, 더 이상 마약은 없다’

‘어제 하루 2개 조직 두목을 포함한 간부 일곱명 사살’

코브라로 불리는 사내의 이름이 미국은 물론 멕시코 언론에까지 대서 특필 되었다.

드르륵!

마우스를 내리며 좀 더 기사들을 살피던 권총수는 다시 오초아 앞으로 다가왔다.

“코브라?”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백악관에서 보낸 인물로 알고 있소. 두 달 전 16살 된 아이가 코카인에 중독되어 어머니를 불에 태워 죽인 사건이 일어났죠. 온 미국이 발칵 뒤집혔죠. 급기야 백악관에서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특별권한을 위임한 모양이오.”

“코브라가 누구요?”

“아무도 모르죠. 오로지 대통령과 최 측근 말고는 전혀 알려진 것이 없소.”

그때 오민철이 다가오며 말했다.

“답 나왔네. 미국 땅에서 멕시코 마약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앨패소인 만큼 결국 스카페이스가 코브라 잡으러 간 것 아냐.”

권총수는 나름 일리 있는 추리라고 여겼다.

타타탁!

어깨위에 손을 얹은 듯 하면서 목 뒤에 있는 천주혈(天柱穴)과 풍지혈(風池穴)을 눌렀다.

본인은 뭔가가 약간 누른 듯 하다는 느낌 말고는 알지 못할 것이다.

두 곳은 사혈이다.

권총수가 펼친 점혈법은 완혈살수(緩穴殺垂)였다.

즉사를 하지 않고 아주 천천히 조용히 죽어가기 때문에 본인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

“가보세요.”

가보라는 말에 오초아의 눈이 커졌다.

그 한 마디를 던져 놓고 권총수는 안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가라고 하잖소. 우리와 살 것도 아니면서.”

오민철이 가도 좋다고 재촉했다.

“정말 가도 됩니까?”

“가라고요. 볼일 끝났으니.”

오초아는 마른 침을 삼켰다.

걸어서 들어왔지만 자신이 걸어서 나가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주춤 거리며 일어선 오초아는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아저씨 원래 그렇게 걸으세요? 앞을 보고 가셔야죠. 우린 뒤에서 총알 안 박아요.”

“예!”

너무 감격하고 흥분한 듯 오초아는 재빨리 문을 닫고 사라졌다.

피식!

닫힌 문을 보며 오민철은 마른 웃음을 지었다.

이미 권총수가 그의 목 뒤를 토닥거릴 때 손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약속은 약속이다.

사무엘이 가장 두려워하고 제일 경계하는 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자다가 죽는다는 것이었다.

다리였다.

다리 아래로는 미국과 멕시코의 경계를 만드는 리오그란데 강이 흐르고 있었다.

멕시코에서 다리를 건너면 텍사스주 앨패소이고, 미국에서 다리를 건너면 멕시코 치와와주의 후아레스 도시다.

누군가는 이곳 다리 위 검문소를 놓고 천국과 지옥이 갈리는 길이라는 표현을 했다.

엘패소 국경을 지나 멕시코로 들어가는 순간 총에 맞아 죽은 사람도 있다.

그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마약범들끼리 쏟아내던 총알이 재수 없게 막 들어간 사람의 복부를 뚫어 버린 것이다.

끼익!

포드 익스플로러가 멈췄다.

운전석의 오민철이 여권을 내밀었다.

권총수도 여권을 내밀었는데 경찰이 어딜 가느냐고 묻는다.

히죽!

권총수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부터 텍사스 레인저스 주말 3경기 있잖아요.”

텍사스 레인저스 팬들이 자주 국경을 넘어온다.

다른 경찰들은 이미 폭발물 탐지기와 마약수색견을 통해 차 이곳저곳을 수색하고 있었다.

“들어가시오.”

차량 수색 경찰이 이상이 없다는 사인을 보내자 여권을 돌려주었다.

두 사람은 검문소를 빠져나가 마침내 미국 땅을 밟았다.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한 사무실이다.

사내는 의자에 비스듬히 눕듯 앉아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톡톡!

사내는 오른손에 쥐고 있는 권총의 총구로 책상을 쳤는데 습관인 모양이었다.

쉰은 넘어 보였는데 오른쪽 뺨 전부가 흉터였다.

“불도 켜지 않고 뭐하십니까?”

문이 열리고 양손에 커피를 든 사내가 들어섰다.

다가와 사내 앞에 잔 한 개를 놓고 벽으로 걸어가 스위치를 올렸다.

“고맙네.”

사내는 부하 사내가 가져다준 커피를 홀짝 마셨다.

사내 이름은 크리스, 세간에는 코브라란 별명으로 더 알려져 있었다.

10년 전 그에게 쫓기던 마약 중개상이 가정집으로 뛰어 들어가 인질극을 벌였다.

부부와 초등학생 딸아이를 잡고 있었는데 크리스는 인질을 무리하게 진압하다 대형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인질범이 도시가스를 틀어 놓고 불을 질러 버린 것이다.

인질범까지 포함하여 4명은 현장에서 즉사하고 FBI요원이던 크리스까지 화상을 입었다.

치료 후 그는 법정에 섰고 8년 형을 언도 받았다.

교도소를 나와 고향 댈러스에 부친의 뒤를 이어 목장을 운영하다 이번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어린 소년이 부모를 불태워 죽인 화면을 보고 충격을 받은 대통령이 긴급 참모회의를 소집했다.

어떻게 하면 마약 유통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느냐는 안건을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다섯 시간 동안 격론이 벌어졌지만 결과는 뾰족 한 것이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나온 유일한 대책이라는 것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응징론이었다.

체포가 되어 교도소에 보내도 그곳에서 조직을 지휘하는 마약카르텔 간부들인 만큼 법의 심판 보다는 검거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 둘 제거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보고를 받은 대통령은 고민했다.

아무리 범죄자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법정에 세워야 한다.

참모들의 의견이 워낙 강력했고 대통령은 결국 받아 들였다.

“누가 좋겠소?”

이런 일은 특수 팀이 조직되어 단독으로 움직이고 결과를 대통령에게만 보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 참모들의 조언이었다.

거기에서 나온 이름이 크리스였다.

대통령은 그의 현역시절 기록을 검토했다.

지나칠 만큼 공격적이긴 했지만 그의 마약조직 추적능력은 누구보다 탁월했다.

특정 조직을 표적 삼으면 기어이 무너뜨리고 수뇌급들을 제거하거나 교도소로 보냈다.

“이 사람에게 맡겨보시오.”

그렇게 해서 크리스는 대통령의 특별명령에 의해 다시 나타난 것이다.

크리스는 두 모금 째 커피를 마셨다.

지이잉!

책상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이 울리자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듯 재빨리 받았다.

“어떻게 됐어. 그래. 오케이 기다려. 절대 공격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자리에서 일어나 크리스가 커피를 사다준 사내를 향해 말했다

“바비오 가자고, 만치니가 나타났어.”

“정말입니까? 어딥니까?”

“영화제에 참석했다는군. 사람 한 명 잡기에는 아주 화려한 장소로군.”

두 사람은 재빨리 사무실을 달려 나갔다.

휴스턴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었다.

올해 5회째가 되는데 해가 갈수록 세계적인 배우들과 작품들이 상영되면서 급속히 무게가 올라가고 있었다.

알렉산드라 호텔로 고급 차량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붉은 카펫이 호텔 입구에서부터 깔렸고 좌우로는 오늘 행사를 주관하는 휴스턴 영화공사 직원들이 팬들의 접근을 가로막았다.

고급 승용차 문이 열리고 이름난 배우들이 내릴 때마다 먼 발치에서 보던 팬들이 함성을 질렀고 카펫 라인 밖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의 후레시가 정신없이 터진다.

“와아아.”

멀리서 지켜보던 오민철도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형 누군지 알고 그래?”

권총수의 얼굴은 바뀌어 있었다.

변체환용이다.

서른 중반의 눈이 부리부리한 히스패닉계였다.

“아니까 내가 손을 흔들지.”

“저 남자가 누군데?”

오민철이 고개를 돌렸다.

“너 몰라. 캐리비안 해적에 나오는 조니 뎁 아냐. 너 캐리비안 해적 안 봤구나. 그건 봐야 하는 영화야 임마. 조니, 조니!”

소릴 지르며 흔드는 오민철을 바라보는 권총수의 시선이 냉랭했다.

“오마이 갓.”

갑자기 기절할 듯 한 표정을 하자 권총수가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러냐니까?”

“저기 안보여 저기 차에서 내려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검정색 드레스를 입고 올라오는 여인, 스칼렛 요한슨이야. 너 어벤저스 봤어?”

“아니.”

“넌 도대체 뭐하는 남자니. 우리 스칼렛 요한슨이 나오는 영화 정도는 봐줘야 하는 거야. 상식이라고.”

“형 가자.”

“어딜 가. 좀 더 보고 가야지. 오늘 아니면 내가 언제 헐리우드 스타들을 50미터 앞에다 두고 보겠냐.”

“많이 봐.”

평소 같았다면 어딜 가느냐고 따라올 오민철인데 제대로 삐진 모양이다.

권총수가 오늘 이곳 영화제가 열리는 알렉산드라 호텔을 찾은 건 간단했다.

휴스턴 영화공사 관계자들과 영화산업에 직 간접적으로 지원을 하고 관여하는 이름난 사업가들 중에 마약 조직과 연계된 인물이 있다는 오초아의 귀띔이 있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사진과 이름을 적어 주었다.

건전한 기업활동을 하면서 음지에서는 갱들을 부리고 장악하고 있다는 사내.

양지의 사업은 수사기관의 시선을 따돌리고 IRS(Internal Revenue Service:미국 국세청)의 조사를 피하려는 수단일 뿐이다.

실제 수익은 마약으로 얻어 내는 것이었다.

몇 걸음 걷던 권총수가 돌아보았다.

오늘 영화제의 내빈들인 관계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혹시나 하고 오초아가 준 사진과 비교했지만 전혀 다르다.

“형 여기서 이 사람 나타나는지 잘 봐.”

권총수는 사진을 건네주었다.

“알았어.”

오민철은 여배우들 보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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