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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247화 (247/651)

제247화: 707의 아들(3)

한 사람이 길가에 누워 있었는데 가슴이 시뻘겋다.

“총 맞은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람들 몇이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신고를 하지 않는 거요?”

“신고를 하지 않죠. 지나가는 경찰이 발견하면 처리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부패 될 때까지 저렇게 방치 됩니다.”

때마침 신호가 바뀌어 차를 세웠기 때문에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왕복 4차선 도로이기 때문에 2개 차선 너머 인도에 누워 있는 시신이 훤히 보였다.

“열대여섯 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데 어린 아이를 누가 저렇게.”

가슴이 거의 뚫려 있는 걸 보면 자동소총으로 긁어 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짐승의 도시라고 하죠.”

부우웅!

신호가 바뀌면서 차는 다시 출발했다.

파엘레 병원으로 벤츠 한 대가 들어섰다.

차는 천천히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사라졌다.

벤츠가 멈춘 곳은 지하2층이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권총수와 나카야마였는데 조수석의 헌즈가 내려 말했다.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 주십시오.”

권총수는 알았다는 듯 빙긋 웃으며 손을 들었다.

부우웅!

헌즈가 차에 오르고 벤츠는 다시 출구를 향해 사라졌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총 만지지마’

나카야마가 허리에 있는 총을 반듯하게 다시 꽃으려 하자 권총수의 전음이 들렸다.

‘세 명이 지켜보고 있어’

나카야마는 반쯤 돌린 손을 자연스럽게 아랫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고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혔다.

“어디에 누가?”

나카야마가 물었다.

“엘리베이터 입구 오른쪽에 주차해 있던 검정색 벤츠야. 아마 수상한 사람이 오는지 감시하는 놈들 일 거야.”

“죽일 놈들.”

나카야마가 이를 갈았다.

이곳 파일레 병원에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살라자르의 아들 이라올라와 또 한명은 오민철이다.

공여자 수혜자 모두 한 병원에서 이식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먼저 오민철부터 찾아야 한다.

쨍!

1층에서 내렸다.

1층 로비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접수를 하거나 아니면 입 퇴원에 대한 계산을 하느라 시끄러웠다.

권총수는 눈을 빠르게 돌렸다.

‘저기 있군’

맨 뒤 의자에 앉아 있는 두 사내를 흘긋 바라보았는데 티셔츠에 헐렁한 바지를 입었다.

상체를 비스듬히 기대고 앉아 있었는데 왼쪽 사내의 손에 손바닥 크기의 무전기가 보였다.

이런 곳에서 작전을 펼칠 때는 핸드폰 보다 무전기가 좋다.

지하 주차장에서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이들에게 곧바로 무전을 할 것이고, 저들이 적을 발견하면 지하 주차장에 연락 할 것이다.

권총수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는데 오후 다섯 시가 막 지나고 있었다.

병원 주간 업무시간은 6시까지다.

오민철이 입원은 극비로 유지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원무과장 정도가 아니면 모를 것이다.

“나가서 담배나 피우죠.”

권총수는 입구를 향해 걸어갔는데 두 사내 등 뒤를 스치듯 지나갔다.

오른쪽 사내가 핸드폰으로 프로축구 경기를 보고 있었다.

밖으로 나온 권총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나카야마는 권총수의 눈치를 본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는데 권총수는 길게 연기를 내 뱉으며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무슨 작전이 필요하겠어. 그냥 밀고 들어가는 거지.”

그때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렸고 권총수는 손을 집어넣어 꺼낸다.

‘원무과장의 딸 이름은 미샤, 다니는 학교는 홀라후 초등학교’

문자를 확인한 권총수가 가볍게 웃었다.

뚱뚱한 사내가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점심으로 먹은 타코 브리또에 문제가 있는 듯싶었는데 벌써 4번째 화장실이다.

변기에 앉자마자 주르르 쏟아진다.

퇴근 후 타코 브리또를 먹었던 식당을 찾아가 가만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볼일을 보고 뒤처리를 깔끔하게 했다.

물을 내리고 밖으로 나온 뚱뚱한 사내는 수돗물을 틀고서 손을 씻기 시작했다.

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면서 한 사내가 들어섰다.

들어선 사내는 소변기 앞에 서서 바지를 내리며 볼일을 본다.

“마흔이 넘어 귀하게 얻은 딸 아이가 홀라후 초등학교에 다니더군요.”

홱!

손을 씻던 뚱뚱한 사내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볼일을 본 듯 사내는 옆으로 다가와 역시 수돗물을 틀어 놓고 손을 씻었다.

“과장님에게 제가 부탁하고 싶은 건 아주 간단한 것입니다.”

뚱뚱한 사내는 원무과장 무뇨스였다.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내가 지금 전화 한통만 걸면 힘들게 얻은 따님은 아마 두 번 다시 보기 힘들 것입니다.”

화악!

무뇨스는 권총수의 멱살을 잡으려 했지만 허공을 휘둘렀다.

권총수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말을 이었다.

“살라자르 아들 이라올라에게 장기를 이식 하고자 데려온 아시아계 남자 있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권총수가 핸드폰을 꺼내더니 단축 키 한 개를 누른다.

“아이 없애버려.”

“안돼, 잠깐!”

전화기를 뺏으려고 달려들었지만 권총수는 저만치 피해 버렸다.

“909호, 909호에 있다. 미샤는 안돼. 살려 줘”

“멕시코에서 초등학교 여학생 한 명 사라진다고 뉴스에까지 나오지는 않을 것이오.”

“진짜 909호에 있소. 가보면 알 것 아니오.”

“잠깐 기다리게!”

전화를 끊은 권총수가 말했다.

“무장 경호원들이 적지 않을 텐데 몇 명이나 됩니까?”

“내 딸 안전부터 확인해야겠소.”

“맘대로!”

권총수는 무뇨스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핸드폰을 받아 든 무뇨스는 재빨리 딸의 번호를 눌렀다.

얼른 받지 않는지 무척 초조한 표정을 지었는데 권총수의 눈치를 살피며 침을 삼켰다.

“아빠!”

“오오! 미샤.”

“왜 갑자기 전화했어. 다행히 쉬는 시간이어서 받았지 수업 중에는 안돼. 그런데 누구전화야?”

탁!

권총수는 핸드폰을 가로채 꺼버렸다.

“따님이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됐으니 이제 얘기를 나눠보죠. 909호 상황을 말해보시오.”

무뇨스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무뇨스의 딸 미샤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단지 그가 다니는 학교와 이름만 알뿐이다.

담배피울 때 걸려온 문자는 CIA 요원 헌즈였다.

미샤라는 것과 올해 12살이며 홀라후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내용만 확인 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를 확보할까 했지만 어떤 목적으로라도 미중앙정보국 요원들이 멕시코 어린이를 납치한다는 건 엄청난 외교문제로 비화할 것이다.

그래서 일단 학교 입구에서 관리만 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원무과장 무뇨스를 불러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무뇨스가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화장실을 가는 모양이었는데 권총수는 재빨리 헌즈에게 지금의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9층은 특실층이다.

엘리베이터도 9층 전용이 따로 있으며 당연히 보안요원이 근무한다.

하지만 원무과장 무뇨스와 동승하자 어느 보안요원도 가로막거나 권총수와 나카야마의 신분에 대해 묻지 않았다.

세 사람이 탄 엘리베이터는 조용했다.

특히 무뇨스의 눈은 가만있지 못하고 흔들렸는데 두려움 때문이었다.

슬그머니 권총수 눈치를 살폈다.

그러면서 보안요원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쳤다.

보안요원이 반응이 없다.

무뇨스는 다시 한 번 보안요원을 팔꿈치로 쳤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 자식이’

속으로 넌 바로 해고라며 욕설을 퍼붓고 다시 한 번 쳤는데 이번에는 거의 밀치는 수준이었다.

퍼억!

보안요원이 엘리베이터 벽으로 부딪쳤는데도 꼼짝하지 않자 무뇨스는 소스라쳤다.

권총수는 실소를 지었다.

이미 올라타면서 바로 수혈을 짚어 재워 버린 것이다.

쨍!

문이 열렸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두 명의 보안요원이 앞을 막았다.

퍽!

퍼퍽!

권총수의 오른 주먹이 번개처럼 뻗어나갔고 두 사내는 아뭇소리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사이 나카야마는 더 이상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문 사이에 두툼한 널빤지 조각을 끼워 넣었다.

엘리베이터는 문이 열린 상태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나카야마는 마혈과 아혈이 제압되어 꼼짝 못하는 두 사내를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어다 보안요원과 같이 포개 놓았다.

특실층이라는 걸 빼고는 다른 병동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왔다갔다하는 면회객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유일한 차이라면 병원 천장과 구석에 CCTV가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909호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무뇨스는 절망의 얼굴이었다.

총 한 방 쏘지 않고 보안요원들을 의식불명 상태로 몰아 넣어버렸다.

그렇다고 숨이 끊어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907호 908호.”

나카야마가 앞서가며 문 위에 써져 있는 병실 번호를 훑는다.

척!

909호에 멈춰섰다.

나카야마는 권총수를 바라보았는데 안에 몇 명이나 있냐는 질문이었다.

권총수는 손가락 3개를 세워 보였다.

무뇨스는 병원장 처남이다.

매형이 되는 병원장의 지시를 받고 입원과 치료에 관계된 모든 의료 편의를 관리 감독하고 있을 뿐 안에 몇 명이 지키고 있는지 까지는 모른다.

슥!

권총수는 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그러나 문은 꼼짝 하지 않았다.

안에서 잠겼다.

권총수는 내공을 일으켰다.

철문도 아닌 나무문으로 된 도어쯤은 쉽게 열린다.

다행히 안에 있는 세 사내 모두 포커를 치는 듯 킹(K)이 어쩌구 마담(Q)이 저쩌구 했다.

스으으!

삼매진화도 이른바 수위가 있다.

실력차가 있는데 지금 펼친 것은 격공장(擊空掌)이다.

표면은 가만 놔두고 공간을 넘어 안쪽을 치는 고도의 수법인데 손잡이는 멀쩡하지만 걸림쇠는 녹아 버린다.

문이 열리고 권총수 입이 달싹 거렸다.

‘조금 있다 들어와’

나카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으으!

권총수가 병실 안으로 들어갔는데 몸이 떠 있다.

화아악!

무뇨스의 눈이 거의 밖으로 튀어 나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자신이 헛것을 보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 했으나 분명 조금전 권총수는 바닥에서 20여 센티 정도 떠올랐다.

특실답게 병실은 넓었다.

들어가자마자 왼쪽으로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 너머에서 사내들 소리가 들린다.

안쪽은 간단한 취사를 할 수 있는 부엌이 있고 침대는 오른쪽 안으로 있는 듯 보이지 않았다.

권총수는 서서히 좌측으로 몸을 돌려 칸막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세 사내가 포커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나타난 궈총수를 발견한 사내들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쯤으로 여기는 듯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는데 안쪽 정면에 앉아 권총수를 바라보는 사내는 뭔가를 느낀 듯 재빨리 권총을 뽑으려 했다.

문이 잠겼다는 걸 떠올리자 아군이 아닌 무조건 적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팍!

권총수는 탁자 끝에 있는 유리 재떨이를 발로 찼다.

빠악!

날아간 재떨이가 권총을 뽑으려는 사내의 면상을 그대로 후려쳤다.

얼마나 강력했는지 두꺼운 유리 재떨이가 산산 조각이 났고 사내는 한 방에 기절 한 듯 상체를 옆으로 기울었다.

꽈당!

피범벅이 되어 바닥으로 나동그라진 동료를 바라보는 나머지 두 사내는 눈만 멀뚱거렸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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