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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246화 (246/651)

제246화: 707의 아들(2)

한 명의 청년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사내는 올해 스물아홉 살 된 살라자르의 외아들 이라올라였다.

살라자르가 힘없는 눈으로 올려다보는 이라올라의 손을 꼭 쥐었다.

“힘 내거라. 곧 건강을 찾게 될 것이다.”

“그 개자식들은 잡았습니까?”

“쫓고 있다. 곧 밝혀 질 것이다. 아비는 그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갈기갈기 찢어 까마귀의 밥으로 던져 줄 것이다.”

“그중 절반은 남겨 놓으세요. 내 몫입니다.”

살라자르는 빙긋 웃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바로 그것이다. 남자는 당하면 기어이 갚아 주는 법이다. 범인들을 잡아 놓을 테니 완쾌되면 직접 처리 하거라.”

“네.”

그때 병원 문이 열리며 변호사이며 살라자르의 책사격인 오초아가 들어섰다.

“자넨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나? 조심해 얘들이 독이 바짝 올라있어.”

살라자르에 앞서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었던 사람은 지금 미국의 교도소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중인 구스만이다.

영화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두 번이나 탈옥을 했던 전설적인 마약왕으로 불리는데 재산만 미화 170억 달러, 한화 약 18조로 추정한다.

현재 뉴욕 맨하튼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연방교도소에 종신형을 받고 수감 중이며 그로 인해 뉴욕시민들은 무척 불안해하고 있다.

구스만의 부하들이 뉴욕 시민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겠다고 호언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구스만이 끌려 들어가면서부터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시날로아 카르텔 임시 두목으로 살라자르가 되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바뀐 것이다.

구스만이 멕시코에 있을 때는 무척 충실했다.

자신이 건드려서는 안 될 일은 절대 터치를 하지 않았고 중요한 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호인을 통하거나 다른 죄수들을 이용해 교도소에 있는 그에게 보고를 하고 결제 사인을 받았다.

그런데 그의 신병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부터 분위기는 바뀐다.

살라자르가 소리없이 구스만의 사람들을 쳐 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거의 살라자르 사람들로 조직의 뼈대가 바뀌었다.

이번 아들에 대한 암살 공격도 살라자르에 의해 쫓겨난 구스만쪽 조직원들이 일으킨 것이었다.

그가 말하는 얘들이란 구스만에게 충성하는 가신그룹이다.

그들은 구스만의 아들 오비디오를 두목으로 섬기며 살라자르를 반역자로 규정하며 살해 명령을 내렸다.

‘살라자르를 죽인 사람에게는 백만 달러를 주겠다’

조직원뿐만 아니라 외부의 킬러들까지 일제히 살라자르를 잡기 위해 총동원 된 것이다.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나?”

“분위기가 안 좋습니다.”

“언제는 좋았나? FBI가 날 잡으러 온다는 말은 들었어. 올 테면 오라고 해. 난 구스만과 달라.”

“그게 아니고 아프카니스탄에서 사람이 온 모양입니다.”

아프카니스탄에서는 사람이 와서 될 것이 아니라 아편이 와야 한다.

요즘 선적되어 오는 아편의 양이 자꾸 줄어들어 걱정이다.

남미에서 가져오는 코카인 양도 줄어들고 이런 식으로 나가면 조그만 구멍가게 수준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아프카니스탄?”

“그때 스카페이스가 주동이 되어 펼친 작전 말입니다. 사막의 흑새란 자를 죽이기 위한 페르샤워 사건 기억하십니까?”

“그런 위대한 사건을 왜 잊겠나?”

스카페이스가 그 사건을 제대로 리드하면서 피다이 마하즈와 손을 잡고 아편을 끌어 올수 있었다.

“조금 전 미국 쪽에서 들어온 정보인데 나지불라가 사망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멕시코에 사막의 흑새가 들어왔다는 군요.”

“무슨 소리야. 사막의 흑새는 페르샤워 분지에서 사망했잖아.”

“잘못 보고된 모양입니다. 사막의 흑새는 그 현장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뭔데?”

“지금 우리와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는 모양입니다.”

살라자르가 멈칫 했다.

“차차리토 보스도 죽었고, 말은 하지 않는데 아루바 병원장 푸스카스도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입을 다물다니?”

“병원에 무슨 일이 생긴 건 분명해 보이는데 별일 없다고 잡아떼는 거죠.”

그러자 살라자르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푸스카스씨 살라자르요. 무슨 일 있소?”

살라자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듣더니 수고하라면서 휴대폰을 내렸다.

“몸이 좋지 않다는 군.”

“그 말을 믿으십니까?”

“푸스카스 병원장이 우리에게 뭘 속이고 있다는 말인가? 내가 누군지 몰라서 말이야?”

오스카는 뭔가 말을 하기위해 반쯤 입을 벌렸다가 다물어 버렸다.

그의 말은 맞다.

살라자르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면 그 앞에서 절대 거짓말 하지 못할 것이다.

당사자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가족까지 모조리 파묻어 버리는 사람이 살라자르 방식이다.

“아무튼 당분간은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인생은 위험한 법이지. 항상 조심조심 눈길 다니듯 살아야 해.”

그 말을 남기고 살라자르는 병실 밖으로 나갔다.

“어떤가? 조금만 견디게. 곧 이식 수술이 시작될 거야.”

“날 공격 한 놈들 정체부터 밝혀야 합니다.”

“구스만을 따르는 놈들로 짐작은 가지만 아직 분명하게 드러난 놈은 없네.”

“회사 안에서 내게 칼을 겨눈 놈이 있다는 건 무척 두려운 일입니다. 조금 전까지 나와 웃으며 악수했던 놈이 범인이 아니라는 보장도 없잖아요.”

“그렇지. 맞는 얘기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다비드 쪽이 아닌가 의심스러워요.”

“다비드?”

“이런 내부 소행은 아버지와 가까운 사람일 가능성이 크죠. 다비드가 아버지 하는 일을 자주 가로막고 나선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오초아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비드는 조직 서열 넘버 3였다.

살라자르와 간간이 사업 방향이나 조직 운영 문제로 언성을 높이긴 해도 똑바른 사람이다.

어쨌든 이라올라가 의심을 하고 있으므로 살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 했다.

밖으로 나온 오초아는 병실을 지키고 있는 두 명의 사내를 돌아보았다.

“루이스.”

선글라스를 낀 사내에게 다가가 나직하게 말했다.

“잘 지켜야 하네.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가 매우 불안하네.”

“염려 마십시오. 목숨 걸고 지키겠습니다.”

“그렇지. 목숨을 걸어야지.”

“나바스!”

어린 티가 풀풀 나는 백인 청년에게 다가갔다.

“조직 생활이라는 것이 쉽지 않지.”

“아닙니다. 전 즐겁습니다.”

“다행이군. 제일 좋은 직업은 내가 기뻐 스스로 일을 찾아 하는 건데 좋은 얘길세.”

탁탁!

어깨를 토닥여 주고 돌아섰다.

그 날, 오초아는 아프카니스탄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은밀하게 평소 알고 지내는 점술사를 찾아갔다.

“별일 없으셨습니까?”

“이마에 그림자를 얹고 있군.”

점술사답게 단번에 자신의 속마음이 불편하다는 걸 간파했다.

피다이 마하즈 측과 아편 거래는 하지만 사막의 흑새를 제거하는 데는 절대 발을 담그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살라자르는 우리가 분명하게 어떤 선물을 주면 양쪽의 거래는 더욱 돈독해 질것이라고 했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본다면 살라자르 말에도 일리가 있다.

골칫거리를 같이 손잡고 해결하면 향후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은 뻔했다.

그러나 오초아는 중동의 상황을 정치적 시선으로 깊이 관찰한 결과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범죄와 전쟁은 다르다.

총싸움하는 범죄 집단과 국가 간의 무력충돌은 무게와 규모, 그리고 동원되는 장비에서부터 하늘과 땅 차이다.

엘살바도로 마약조직이 무너진 건 공권력에 지나치게 도전했기 때문이다.

결국 분노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탱크로 무장한 군인들을 동원하여 마약조직을 완전히 깔아뭉개 버린 것이다.

그렇듯 권총수는 다인코프 용병이고, 그 뒤에는 원청업체라고 할 수 있는 CIA가 있다.

CIA는 곧 국가이고 미국이다.

‘사람 모가지 하나 따는데 뭘 그렇게 신경을 써’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래서 출발 전날 점술사를 찾은 것이다.

점술사와 둘이 마테차를 놓고 앉았다.

“회사에 별일 없을까요?”

점술사는 말하지 않고 차만 소리 내며 마셨다.

오초아는 눈을 치켜떴는데 점술사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다.

“좋은 기운이 거의 없네.”

“어느 정도입니까?”

“모두가 조심해야 할 시기일세. 자네도 살라자르 보스도 각별이 신변에 주의를 기울이게.”

“칼이 오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사실이네. 굉장한 칼일세.”

문득 탁자 옆에 있는 자그마한 검정색 통속에서 일곱 개의 날카로운 물건을 꺼냈다.

독수리의 발톱이다.

드르륵!

탁자위에 발톱을 뿌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흩어져야 할 발톱이 자석에 달라붙듯이 모두 엉겨 버렸다.

“이런!”

점술사도 놀라더니 서로 달라붙은 발톱을 떼어내더니 재차 던졌다.

그런데 이번에도 발톱은 똘똘 뭉치듯 붙었다.

“막혔네.”

“막히다뇨?”

“길이 막혔어. 빠져 나올 길이 없네.”

살라자르가 지금 아주 위험한 곳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빠져 나올 수 있는 길이 없겠습니까? 반드시 빠져 나와야 합니다.”

“기다려 보세.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이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법이니 말이야.”

점술사는 독수리 발톱을 다시 깡통 속에 넣고 찻잔을 들어 올렸다.

오초아는 무거운 얼굴로 점술사를 바라보며 지그시 어금니를 깨물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두 사람은 화물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짐을 찾아 간단한 수속을 밟은 후 걸어 나왔다.

“The Beast(짐승의 도시)”

도시로 나오며 나카야마가 중얼거리듯 말하자 권총수가 돌아보았다.

“시카리오라는 영화의 대사중 하나야. 그야말로 무법천지이고 먼저 죽이는 사람이 임자인 이곳 후아레스.”

두 사람이 공항 청사를 빠져나가자 승용차 한 대가 도착했다.

둘은 곧바로 문을 열고 뒤에 올라탔는데 낯선 사내 두 명이 앞에 앉았다.

브룩스가 보낸 CIA요원들이다.

“확인 하시죠.”

조수석 사내가 가방 한 개를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글록 18 한 자루와 소음기, 33발이 탄알이 가득 들어 있는 탄창 다섯 개가 있었다.

“혹시 탄알이 부족하시면 지하철 샌 안토니오 역 수화물 창고 88번을 찾아가십시오. 그곳에 넉넉하게 넣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나카야마씨는 부탁한 대로 여기.”

사내가 또 하나의 가방을 나카야마에게 건넸다.

그 안에도 권총이 있었다.

권총수의 것과는 조금 달랐는데 P239였다.

나카야마가 외인부대시절부터 KAS 용병 때까지 쭈욱 써 오던 권총이다.

권총은 좁은 공간이나 얘기치 못한 돌발 사태에 대비한 총기이기 때문에 손에 익어야 한다.

사격 능력은 두 번째다.

권총을 손에 익숙할 만큼 만진 사람이 사격능력이 형편없을 리는 없기도 하지만 나카야마는 오랜만에 웃었다.

승용차는 공항을 완전히 빠져나가 시내로 들어섰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는 거야?”

나카야마가 눈을 크게 뜨고 거리를 살핀다.

“후아레스에서는 운 좋으면 총 맞은 시체를 볼 수가 있다고 들었거든.”

그만큼 살인이 빈번하다는 뜻이었다.

“멕시코에서 가장 살인이 많이 일어나는 도시임은 분명하죠. 멕시코 시티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은 원한에 의해서나 또는 금품을 탈취하기 위한 강도살인이 많지만 여긴 조금 다르죠.”

헌즈라는 조수석 사내가 상체를 비스듬히 뒤로 돌려 말했다.

“백프로 인신매매와 마약조직들간의 충돌로 인한 살인이죠. 하루 평균 10여 명씩 죽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위험에 빠지면 경찰서로 달려가서는 안 되죠.”

“어디로 가야합니까?”

나카야마가 물었다.

“군인입니다. 근처 군부대를 찾아가면 안전합니다. 경찰은 제복만 걸치고 있는 마약조직으로 보면 문제없죠.”

그때 운전을 하던 사내 바클리가 말했다.

“왼쪽 건너편을 보십시오.”

두 사람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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