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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243화 (243/651)

제243화: 사람과 사람(1)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살핀 권총수가 부엌이 들여다보이는 창문을 만졌다.

방탄유리다.

방탄유리도 어떤 탄환을 기준하여 설치하느냐에 따라 두께가 조금씩 다른데 보통 25밀리에서 75밀리까지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권총으로는 매그넘, 자동소총으로는 AK를 기준으로 하는데 유리를 살피던 권총수가 피식 웃었다.

“75밀리 짜리야.”

나카야마의 눈이 커진다.

75밀리 방탄유리면 자신이 갖고 있는 HK로 갈겨도 끄덕 않는다.

나카야마가 어떻게 하냐는 시선으로 바라보자 권총수는 싱긋 웃었다.

나카야마는 권총수의 이가 오늘 따라 유난히 희다고 생각했다.

외인부대 훈련소 시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검사가 있는데 바로 치아 청결상태였다.

치아 관리가 부실하면 벌점이 주어지고 자칫 강제 퇴소를 당한다.

모두가 정성을 다해 이를 닦을 때 권총수는 담배를 피우거나 텔레비전 앞에서 노닥거린다.

그다지 닦는 걸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걸린 건 더욱 구경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불현 듯 오늘 이를 닦았을까 하는 의구심이들었다.

차악!

권총수는 손바닥을 유리에 바짝 붙였다.

다층의 특수필름을 접합유리 사이에 넣고 붙인 방탄유리지만 결코 쇠보다 강할 수는 없다.

유리는 철판에 비해 녹아 흘러내리는 열점이 약하다.

거기에 필름들은 더욱 빨리 녹아내린다.

유리가 녹으려는지 자욱하게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흘렀고 권총수는 재빨리 원통형으로 호신강기를 펼쳤다.

둥근 관이 형성되면서 냄새는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듯 공중으로 솟구쳐 사라진다.

투투툭!

삼매진화에 흘러내리는 유리물들이 사방으로 떨어졌고 사람 한 명 충분이 들어갈 만큼 구멍이 커졌다.

보면 볼수록 불가사의한 능력이다.

질근!

이빨을 악다문다.

이번 일이 끝나면 정식으로 제자로 받아 달라고 무릎 꿇을 생각이다.

오민철은 수련 과정이 혀를 깨물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워 중도 포기했다고 말했지만 자신은 다르다.

반드시 권총수의 기술을 배워 하늘도 날고, 방탄유리도 녹여 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스으윽!

권총수는 연기가 스며들 듯 뚫린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밑에서 올려다보고 있는 나카야마를 향해 손을 뻗어 잡았다.

이어 강력한 능공섭물의 식을 펼쳤다.

손을 잡고는 있지만 내공에 의해 나카야마의 몸이 창문 안으로 쏙 들어왔다.

“조용히 해야 돼.”

권총수의 전음이 파고들었다.

오른쪽으로 아치형의 문이 있는데 일 층 거실과 통하는 듯 보인다.

텔레비전 소리가 들렸다.

놀라운 건 2층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음악까지 연주가 되는데도 일반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권총수는 아치형 문에 바짝 붙어서 고개를 빼고 거실을 보았다.

예상대로 벽걸이 텔레비전을 켜놓고 네 명의 사내가 축구를 보고 있었다.

한쪽에 CCTV 수상기가 돌아가고 있는데 정원 곳곳의 경호원들 모습이 훤히 보이고 있었다.

스으으으!

미끄러지듯 단번에 다가갔다.

푸슉!

슈슉!

누구 손에 죽는지도 모른 체 세 사내가 고꾸라졌고 유일하게 총을 맞지 않은 사내는 앉은 자리에서 권총수를 돌아보았다.

워낙 급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어서 인지 사내는 놀란다거나 이상한 표정 따위는 없었다.

꿈을 꾸는 듯 몽롱한 시선으로 권총수를 바라볼 뿐이었다.

탁!

권총수가 총구를 겨누고 말했다.

“2층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호원을 내려오라고 부르시죠. 그게 좋지 않겠습니까?”

사내는 주춤 일어났다.

나카야마와 권총수의 총구가 사내의 등을 쫓는다.

휘청거리며 이층 계단 앞으로 다가간 사내는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사울, 바렌쿠 잠깐 내려와봐.”

“무슨 일인데.”

목소리가 들린다.

“잠깐 와봐 그냥.”

계단을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어디 아픈가 표정이 왜 그래?”

두 사내가 계단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소음기가 불을 뿜었다.

푹!

푸륙!

두 사내는 비명도 못 지르고 계단을 굴러 떨어졌다.

퍽!

권총수가 연달아 권총으로 잡힌 사내의 머리를 쳤는데 수혈이다.

사내는 깊은 잠에 빠져 오늘밤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소음기라고 해도 소리가 적지 않다.

그런데 현관문에 서 있는 사내들은 전혀 듣지 못한 듯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문 잠가 버리면 들어오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형은 현관을 지켜.”

소총으로는 절대 잠긴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없다.

“걱정마!”

나카야마는 의자 한 개를 현관이 마주 보이는 곳에 놓고 앉았다.

권총수는 이층 계단을 단숨에 날아올랐다.

왼쪽으로 복도가 이어졌고 끝에 커다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권총수는 다가가 문을 열었는데 깜짝 놀랐다.

2층은 집이라기보다는 연회장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듯 했다.

무대에서는 현악 오중주로 불리는 현악기들이 연주되고 있었고 20여명의 사내들이 반라의 여인들과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있었다.

남녀 모두 이른바 파티 복장이다.

정장이 아닌 청바지에 자켓을 걸친 사람은 권총수뿐이었는데 술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분위기가 좋은 탓인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권총수는 주머니에서 과르다도로부터 얻은 차차리토 사진을 꺼내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비교 하느라 사진과 사람들 얼굴을 번갈아 보던 권총수의 눈이 빛났다.

차차리토가 보인다.

권총수는 사람들을 헤치며 검정색 긴드레스를 입고 있는 젊은 여성과 얘기중인 차차리토 곁으로 다가갔다.

탁!

근처 탁자 위에 놓인 와인 한 잔을 들고 자연스럽게 접근했는데 얘기를 나누고 있던 두 사람이 동시에 돌아본다.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초대받은 손님으로 아는 듯 가벼운 눈인사를 했으나 차차리토의 표정은 변했다.

어이가 없다는 듯 권총수를 살피더니 실내를 휘둘러보았다.

단 한 명도 청바지에 재킷을 걸친 사람은 없다.

더욱 중요한 건 자신은 결코 이 낯선 침입자를 초대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넨 어디서 왔나?”

권총수는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향해 말했다.

“미스?”

“마리아.”

“마리아 회장님과 할 얘기가 있는데 잠시 양해 바랍니다.”

“그러죠.”

마리아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뭐하는 친군가?”

“와인 한 모금 마시고.”

가볍게 한 모금 하던 권총수가 만족스런 표정을 했다.

“맛있군요.”

권총수는 환하게 웃었다.

“좋은 자리 망치고 싶은 맘 없습니다. 회장님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왔다는 걸 아시고 제가 던지는 질문에 숨기지 말고 대답 해주시기 바랍니다. 회장님께 여기 있는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습니다. 참고로 1층과 2층 경호원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현관문을 잠가 버리면 탱크나 대포로 밀어버리지 않는 한 들어올 수 없도록 튼튼하게 집을 지어 놨더군요.”

자신의 적은 사방에 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외벽 공사에서부터 유리까지 철저히 침입을 대비했다.

그런데 안전하자고 지은 집이 자신을 가둬 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안에서 일이 벌어졌을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싸르륵!

권총수는 탁자에 올려진 포크 몇 개를 집어 들더니 주머니에 넣고 한 개만 쥐었다.

“지금부터 질문 들어갑니다. 회장님께서 나이트란 회사 오너 되시죠?”

“그렇네만?”

“이름은 차차리토?”

“뭐하는 건가?”

차차리토가 인상을 썼다.

권총수는 차차리토에게 다가가 왼손을 올려 어깨동무를 했다.

“한번 거절했습니다. 난 포로라고 하여 사정 봐주고 그러지 않으니 명심 해주시죠.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린다고 하여 회사 이름을 나이트라고 지었다더군요? 물론 그 빛이라는 것이 인간의 장기가 되겠죠.”

차차리토가 빙긋 웃었다.

“많이 알고 있군.”

최대한 여유를 찾아야 한다.

냉철하면 생각지도 못하는 좋은 방법이 떠오를 수도 있다.

“저기 저 사람들 모두 회장님이 살려준 분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중요한 질문입니다.”

권총수의 두 눈이 빛났다.

“두 달 전 쯤 아프카니스탄에서 부상을 입은 동양인 한 명 데려왔죠?”

“이런 미친놈!”

빠악!

권총수의 주먹이 작렬했다.

꽈당!

차차리토는 힘없이 날아가 구석에 쳐 박혔다.

여자들이 비명을 질렀고 몇몇 남자들이 몰려왔다.

드르르르!

권총수가 의자 하나를 끌고 다가갔다.

휘익!

원목으로 된 나무 의자가 막 일어나려는 차차리토를 찍었다.

“컥!”

상체를 세우던 차차리토는 다시 쓰러졌고 권총수는 무자비하게 의자로 내리쳤다.

퍽!

퍼퍼퍽!

덜렁거리던 의자 다리가 떨어지며 박살났다.

“뭐하는.”

베라크루즈 시장 수아레스가 권총수를 잡아당기려고 손을 뻗었다.

권총수는 돌아보지도 않고 수아레스 시장의 손목을 쥐고 사정없이 앞으로 당겨 버렸다.

내공이 실린 힘에 수아레스는 부웅 날아가 전면 시멘트 벽에 미사일처럼 충돌했는데 바닥에 떨어져서도 탁한 숨소리만 낼 뿐 미동도 하지 못했다.

목뼈가 부러진 것이다.

“이봐 경호원, 경호원!”

한 사내가 밖을 향해 소리치며 달려갔다.

슈욱!

권총수 손에 들린 부러진 의자다리가 날아가더니 문을 열려던 사내의 머리통을 찍었다.

“컥!”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는데 기절한 듯 조용했다.

이미 음악도 멈췄고 파티장에는 죽음의 기운이 흘렀다.

권총수는 천천히 몸을 돌려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여기계시는 여러분 모두 차차리토 회장님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찾았다는 걸 알고 있소. 그가 제공한 장기는 탈레반이나 IS에게 포로로 붙잡힌 사람들의 것이었소. 문제는 여러분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오.”

“개소리!”

누군가 그게 아니라는 듯 소릴 질렀다.

“우린 법적으로 전혀 하자 없이 절차를 밟아 이식 수술을 받았어.”

“당신이 이 지역에서 가장 센 말발을 가지고 있다는 신문사 ‘말레니오’사장 라미레스인 모양이군. 그럼 어떤 절차를 밟아 어느 병원에서 이식 수술을 받았소? 공여자의 신분은 수혜자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밝히지 않지만 담당의사는 아는데 집도의가 누구였소? 그 병원 의사를 찾아가 당신에게 이식된 심장 공여자가 누군지 이 지역 실종자 가족협의회 간부에게 찾아가 물어 보라고 해야겠소.”

움찔!

라미레스란 노인이 당황한다.

“모두 앉으시오.”

그러나 아무도 앉지 않았다.

“않으라고 했소. 오늘 밤 당신들 목숨은 내손에 있소.”

말을 뱉기도 전에 푸슉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 참석자가 핸드폰 문자를 보내려다 발각 된 것이다.

“크헉!”

사내는 핸드폰을 떨어뜨렸는데 총알이 관통한 오른손 팔목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마리아.”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주춤 거리며 다가왔다.

“휴대폰 수거를 도와주겠소? 거기 아이스 박스에 휴대폰을 모두 꺼내 담으시오.”

와르르!

권총수는 와인병을 담아 놓은 아이스 박스의 얼음을 쏟아버리고 마리아에게 건네주었다.

마리아가 휴대폰 수거에 들어갔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휴대폰을 박스에 던져 넣었고 음악을 연주했던 사람들도 예외는 없었다.

“수고했소. 휴대폰이 담긴 아이스 박스를 가져온 마리아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바닥에 주저앉았다.

“캄포스 의원님!”

“으헉!”

캄포스는 소스라쳤다.

권총수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과 차차리토의 거래를 꿰뚫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인 자신에 대해서도 훤히 알 것이다.

알려지면 안 된다.

심장이식으로 불사조라는 별명이 붙었다.

심장 이식을 받았다고 모두가 건강을 회복하고 정글 같은 정치판에서 살아가지 못한다.

불사조란 별명을 무기 삼아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다.

다시 일어나는 멕시코라는 슬로건을 걸고 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불법장기이식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정치 생명은 끝이다.

“의원님께서는 저의 통제를 잘 따라주시리라 믿습니다.”

“무...물론일세.”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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