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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242화 (242/651)

제242화: 조지다(3)

나카야마가 콘솔박스를 열어 33발들이 탄창 두 개를 더 건네주었다.

권총수는 트렁크를 열었다.

그리고 조끼 두 개를 가져와 하나를 내밀었다.

“형 입어!”

“어, 방탄복 아냐?”

“어제 브룩스가 혹시 모른다면서 두 개 주고 가더라고.”

그러면서 자신도 방탄복을 입고 파우치에 탄창을 차곡차곡 끼워 넣었다.

방탄조끼까지 입은 나카야마는 HK-416을 들었다.

이 역시 어제 브룩스가 주고 간 것인데 ‘멕시코는 밤이면 전쟁터입니다. 이곳 베라크루스는 한 술 더뜨죠’ 하면서 자동소총으로서는 가장 화력이 좋다는 HK를 주고 갔다.

제대로 무장하지 않으면 당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형은 내 뒤만 바짝 따라 다녀.”

나카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하다 싶으면 숨어서 나오지 말라고. 비겁한 게 아니라 그게 날 편하게 해주는 거야.”

“오케이!”

권총수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를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의 짐이 될 수가 있으므로 상황판단이 빨라야 한다.

두 사람은 소리 없이 저택을 향해 다가갔다.

도로에서 저택까지는 백여 미터 정도 쭈욱 들어갔는데 입구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어 있고 초소로 짐작되는 건물 하나가 있었다.

권총수는 안력을 돋우어 바리케이트를 살폈다.

육중한 철침 판이 보인다.

직경 20센티는 되어 보이는 철관으로 만들어진 스틸 바리케이트가 그 뒤를 막고 있었다.

도로를 통째 가로지르는 접이식 바리케이트도 보이고 커다란 드럼통 세 개가 길을 막고 있었다.

권총수는 드럼통 안에 신나가 채워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멕시코 군경이 마약조직의 우두머리를 잡기 위해 살고 있는 집을 공격하다 신나가 폭발하여 십여 명이 죽고 다쳤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드럼통 주위로 뭔가 걸려있다.

수류탄들이다.

적이 참입하면 연결된 줄을 당겨 수류탄을 폭발 시킬 것이다.

한 마디로 신나가 담긴 드럼통은 엄청난 위력의 부비트랩인 셈이다.

초소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는데 색유리인 탓에 밖에서는 안을 볼 수가 없었다.

궞총수가 나카야마를 향해 손가락 셋을 보였다.

초소 안에 세 명의 경비원이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기다려’

전음이 들려왔다.

스으으!

빠르다.

초상비를 펼쳤는데 번쩍하는 사이에 출입문 앞이다.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지척에서, 그것도 두 눈 부릅뜨고 있는데 이동하는 신법은 처음 본다.

‘어마어마 하구나’

나카야마는 침을 삼켰다.

든든하면서도 볼수록 신비롭다.

권총수는 초소 입구에 섰다.

세 명의 사내가 소리내어 웃으며 얘길 나누고 있었는데 옥사나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이 술집 여자 얘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권총수는 초소 입구 벽에 세워진 삽을 발견했다.

비가 오거나 할 때 배수로 관리를 위해 세워둔 모양인데 들고 있던 권총을 집어넣고 삽을 거머쥐었다.

덜컹!

권총수는 거칠게 문을 열어젖혔다.

예상대로 세 명의 사내가 의자에 앉아 뭐가 그리도 좋은지 희희낙락하고 있었는데 권총수가 나타나자 빤히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나타났고 손에 삽까지 들고 있자 적이라는 생각 보다는 ‘뭐야’하는 얼굴이다.

세 사내가 적이라는 걸 깨닫고 벽에 세워둔 AK를 잡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퍽!

퍼퍽!

쇠로 된 삽날이 세 사내의 머리통을 후려친 것이다.

세 사내는 요란하게 나동그라졌는데 삽의 납작한 모양에 맞지 않고 뾰족한 날에 맞아 얼핏 검객의 칼을 맞은 듯 보였다.

‘들어와’

나카야마는 권총수의 전음을 듣고 문을 열고 들어섰다.

피를 철철 흘리며 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누...누구요?”

권총수는 의자에 앉았다.

“집안이 왜 저렇게 시끄럽소?”

“손님들이 와서.”

“차차리토씨의 집 맞죠?”

사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떠드는 걸 보면 좋은 일이 있나보군요?”

“오늘 회장님 생일입니다.”

권총수가 그러느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삽을 다시 움켜쥐었다.

그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가만 안두겠다는 신호였다.

“손님들은 누구요?”

“보스 친구분.”

“보스 친구라고 하면 우리가 어떻게 아냐고?”

나카야마가 짜증스런 표정을 했다.

사내는 얼른 말을 하지 못했다.

좌우에 있는 동료들 눈치를 슬쩍 살피는가 싶었는데 삽을 쥔 권총수의 손등에 핏줄이 불거지자 더듬거리며 말했다.

“시장님!”

화악!

권총수의 눈이 커졌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갱단 우두머리는 그 지역에서 유지로 행세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역 출신 정치인과 경찰 책임자 크고 작은 단체의 리더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밀어주고 끌어주며 매우 깊은 상부상조를 맺는 것이다.

“계속 말해요.”

“경찰서장님, 적십자회 회장님, 항만 노조 위원장님, 국회의원 캄포스 의원님.”

사내는 느렸지만 분명하게 참석자들을 말했고 권총수는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남미 국가들의 부패지수는 매우 높다.

멕시코를 포함해 볼리비아 콜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정치적 부패 스캔들로 몸살을 앓는다.

물론 그런 부패의 중심에 범죄조직이 자리를 잡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양지 권력을 가진 사람을 포섭하고 함정에 빠뜨려 기어이 자신들과 단단한 줄을 잇게 만들고야 만다.

결국 남미의 부패의 일차적 원인은 범죄조직 때문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마약과 인신매매는 악명 높기로 유명했다.

슈슈슉!

소음기가 속삭이며 세 사내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저택 2층의 넓은 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반라의 여자들이 쟁반에 와인을 담아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술잔을 건네받으며 젖가슴에 달러를 꽃아 준다.

일부 사내는 취기가 오른 듯 여자의 엉덩이를 더듬기도 했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다.

그중 시선을 사로잡는 이가 있었다.

흰색의 정장에 핑크색 나비넥타이를 맨 쉰 중반 가량의 사내인데 무척 뚱뚱했다.

오늘 파티의 주최자이자 쉰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한 차차리토였다.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검정색 정장을 한 육십 가량의 노인이 미소를 지었는데 2대8 가르마가 선명했다.

그는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 캄포스였다.

5년 전 4선 도전을 위해 부지런히 지역을 훑고 다니다 갑자기 쓰러졌다.

과로정도로 예상 했지만 의사의 입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급성간부전’

간이식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말은 사형선고였다.

꿈이 크다.

국회의원으로 끝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차근차근 밟아 기어이 멕시코 대통령이 되고야 말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데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간을 공여해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때 만난 인물이 차차리토였다.

그는 너무도 쉽고 빠르게 자신과 여러 가지에서 잘 맞아 떨어지는 간 공여자를 찾아냈고 이식에 성공하면서 다시 국회의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건강은 어떠십니까?”

차차리토가 웃으며 묻는다.

“회장님 덕에 와인도 마시고 이렇게 즐거운 자리에 초대까지 받지 않았습니까.”

“차에 저의 마음을 조금 담았습니다. 모자라면 언제든지 전화 주십시오.”

마음이란 돈이다.

한 번씩 만날 때마다 50만 달러씩 가방에 담는다.

“앞으로 큰일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오늘은 좀 더 담았습니다.”

“이거 번번이, 헛헛 회장님 마음 항상 가슴에 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차차리토는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화기애애한 이 층과 달리 집안 정원은 살벌했다.

AK로 무장한 경호원들이 번득이는 눈으로 어둠속을 살피고 있었다.

경호대장 산체스는 권총을 차고 순찰을 돌고 있었다.

경호는 항상 두 명씩 조를 이뤄 선다.

특히 오늘 같은 밤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철저한 경계 경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나서서 근무상태를 파악하고 점검하는 것이다.

“뭣들 하는 거야?”

두 명의 경호원이 커다란 플라타나스 나무 아래서 잡담을 하고 있다 들킨 것이다.

“아닙니다.”

“베라크루스 시를 좌지우지 하는 분들이야. 정신 반짝 차려야 한다고.”

“예!”

두 사람은 재빨리 소총을 들고 어둠속을 노려보았다.

산체스는 허리를 숙여 키가 낮은 아보카도 나무 아래를 지나갔다.

작은 소나무와 참나무 사이를 빠져나가 담벼락을 따라 걸어가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차가운 물체가 목덜미에 닿은 것이다.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목덜미에 닿아 있는 것이 뭔지 알고 있기에 산체스는 마른침을 삼켰다.

“끄럭!”

누구냐고 말을 하려는데 혀가 움직이지 않았다.

입을 비틀어 봐도 갑자기 쥐라도 난 것처럼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

슥!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에 차고 있는 권총이 뿁혀 나간다.

그리고 지금까지 목덜미에 닿아 있던 총구가 치워진 듯 한기가 사라졌다.

산체스는 천천히 돌아섰다.

담벼락 아래 두 명의 사내가 우뚝 서 있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산체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

그건 바깥 경비가 이미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뜻이다.

비명이나 부스럭 소리 하나 없었다는 건 전혀 그들을 건들지 않고 왔다는 뜻이다.

산체스는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혀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너무 걱정 마시오. 별일 없으면 곧 말을 할 수 있게 될 테니까. 묻는 말에 고개만 끄덕이시오. 1층 경호원은 몇이오?”

산체스는 눈을 깜빡거렸다.

툭!

나카야마가 총구로 이마를 찍었다.

“너 잔머리 굴리다 죽어.”

산체스는 약간 이마를 찌푸렸는데 CCTV가 물샐 틈 없이 찍고 있다.

두 사람이 들어왔다면 지금쯤 CCTV 관리자가 적의 침입을 알리는 비상벨을 울리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야 한다.

‘음!’

산체스 표정이 굳었다.

CCTV도 이들을 잡아 내지 못했다.

슥!

산체스는 손가락 세 개를 폈다.

“세 명?”

고개를 끄덕인다.

“더 이상은 없소? 건물에는 그들 세 명이 전부냐는 얘기오.”

산체스는 머뭇거렸다

철컥!

이번에는 진짜 쏘겠다는 듯 나카야마가 손가락을 방아쇠에 걸었다.

산체스는 손가락을 올려 두 개를 가리켰다.

“2층? 그래 몇 명이야?”

손가락 두 개를 세운다.

“둘?”

산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카야마 형은 여기서 기다려. 만약 가르쳐 준 숫자와 다르면 쏴버려.”

권총수가 돌아가려 하자 산체스가 재빨리 손가락 한 개를 더 세웠다.

“이 자식 장난 해. 1층이야 2층이야?”

나카야마가 인상을 썼다.

산체스는 손가락 1개를 들어 올렸다.

“1층에 네 명이 있는 거야?”

산체스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나카야마가 총구로 명치를 찔렀다.

푹!

“임마, 처음부터 1층에 네 명이라고 해야지.”

퍼억!

권총수가 권총 손잡이로 머리를 찍었다.

백회혈은 사혈이다.

산체스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바닥으로 엎어졌다.

권총수는 저택 벽을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고개를 내밀고 현관을 살피는데 대낮처럼 불이 켜져 있다.

또한 AK를 든 두 명의 사내가 당당한 자세로 서 있었다.

괜히 건들 필요 없다.

최소한 소란피우지 않고 조용히 일을 끝내는 것이 좋다.

총이 아닌 지풍이나 적엽비화 수법으로 제거한다고 해도 다른 경호원들 눈에 금방 띨 것이다.

권총수는 다시 돌아왔다.

“정문이 찝찝해?”

“뒷문으로 갑시다.”

권총수는 집 뒤를 살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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