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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191화 (191/651)

제191화: 흑새는 날아오고(1)

오민철이 맥보란을 따라 도착한 곳은 나흐다 광장을 지척에 둔 조용한 단독주택이었다.

맥보란은 차안에서 리모컨을 이용해 닫힌 대문을 열었다.

차가 마당으로 들어서자 대문은 자동으로 닫혔다.

차에서 내린 오민철은 움찔했다.

순간적으로 의심이 들었다.

혹시 이들이 날 속여 어떻게 해코지 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기운에 몸이 주춤 한 것이다.

부슈너란 사람이 있었다.

그의 직업은 독일 쾰른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였다.

부슈너는 어느 날 독일 경찰에 스파이 혐의로 체포가 되었다.

조사결과 그는 CIA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지원 받으며 미국에 대해 비우호적인 독일 정치인들 명단을 넘겨주고 그들의 사생활을 보고했음이 드러났다.

그는 독일 국회에서 벌어진 청문회에 참석했는데 어느 의원이 CI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말했다.

‘지구상에서 그들보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오민철은 지금 갑자기 부슈너가 한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지나치게 긴장했음을 느끼면서도 권총 한 자루 휴대하지 않은 것이 조금은 불안했다.

“들어가시죠.”

맥보란이 현관문을 열고 앞서 들어갔다.

뒤를 따라 들어간 오민철의 눈이 가늘어 졌는데 웬 백인 남자 한 명이 노트북을 켜놓고 거실 책상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찰스, 뭔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나?”

찰스란 남자는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사막의 흑새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중입니다.”

사막의 흑새라는 말에 오민철의 눈이 빛났다.

“어떤 식으로 작성할 셈인가? 결론이 뭐야?”

그제서야 찰스가 돌아보았는데 오민철을 발견하고 흠칫했다.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재빨리 입을 닫더니 맥보란의 눈치를 살핀다.

우리의 얘기를 들어도 괜찮은 사람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자네도 알지. 지금 말한 사막의 흑새와 단짝인 오민철씨.”

찰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리가 언제 식구 아닌 사람을 집에 들인 적 있나?”

이곳은 CIA안가였다.

“서기관님?”

찰스는 대사관에서의 맥보란 직위를 그대로 불렀는데 정말로 우리 편이 됐느냐는 질문이다.

“서류 좀 가져오게.”

찰스가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A4용지 한 장을 가져왔다.

영문으로 되어 있었지만 외인부대 생활을 하면서 상당한 실력을 키운 오민철이다.

KAS의 계약서와는 내용이 달랐다.

이름과 국적 나이 정도만 기재하고, 맨 마지막에 상기 내용을 위반할 시에는 미국의 형법에 의해 처벌된다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 기록되어 있다시피 우리의 조건은 한 가지입니다. 민철씨가 계속 용병으로 활동하는 것입니다. 어느 회사의 용병으로 들어가든 그건 간섭하지 않습니다.”

맥보란의 얘기는 간략했다.

미국정부는 아카데미를 포함해 많은 용병회사들과 은밀한 계약을 맺고 있다.

중동에서 활약하는 용병의 대부분이 거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었고 그중 90퍼센트가 이슬람 무장 테러조직을 상대하고 있다.

그렇기에 테러범들을 상대하는 용병들이야 말로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정보원이 되는 것이다.

“전쟁을 하면서 얻은 정보를 원한다?”

“바로 그겁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소?”

“CIA는 아무에게나 투자하지 않습니다. 함부로 예산을 낭비했다간 상원 청문회에 끌려나가 난도질당하고 옷을 벗을 것입니다. 잘못하면 교도소에 들어갈 수도 있죠.”

자신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고, CIA블루요원이 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말이었다.

사사삭!

오민철은 사인을 했다.

맥보란이 손을 내밀었다.

척!

오민철이 맥보란의 손을 잡았다.

“손이 굉장하군요.”

오민철의 손은 크다.

707시절 자신의 큰 손을 동료들은 솥뚜껑이라고 불렀다.

운동으로 단련된 손인데다 무공까지 터득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악수하는 상대의 손을 부셔버릴 수도 있었다.

“잘해봅시다.”

오민철은 미소를 지었고 이번에는 찰스와도 악수를 했다.

“찰스입니다. 반갑습니다. 민철!”

오민철은 생긋 웃었다.

“찰스, 아까 하던 얘기마저 해보자고, 사막의 흑새에 대한 보고서 말이야. 마지막 결론은 어떻게 내렸나?”

맥보란이 창문을 열더니 담배를 피워 물었다.

오민철은 다시 노트북 책상 앞에 앉은 찰스를 보았는데 눈이 빛난다.

“서기관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찰스는 창가의 맥보란을 향해 의미있는 미소를 지었다.

과연 우리 둘의 생각이 같은지 보겠다는 투였다.

“자네부터 말해보게.”

찰스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죽었습니다. 백 프로.”

찰스는 자신에 차 보였다.

“콤포지션 4가 사용된 폭탄입니다. 철근도 엿가락처럼 휘어버리는 파괴력 앞에 사람의 몸이 견딘다는 건 말이 안되죠.”

“시체 한 조각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는가?”

“그런 폭발에 사람의 몸이 남아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맥보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르륵!

맥보란은 창문을 좀 더 활짝 열더니 창틀에 엉덩이를 깔았다.

“사람의 몸은 단단한 아스팔트나 벽돌과 달라서 가루가 되지 않네. 우리가 먹는 돼지나 소를 잘 생각해 보게. 수류탄 위력 실험을 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황소지. 수류탄 수십개를 넣고 폭발시켜도 살점은 육안으로 구분 할 수 있을 정도로 남지.”

파팟!

듣고 있던 오민철의 눈이 빛났다.

‘맞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외인부대 폭탄전술 과목에서도 배웠다.

사람의 몸은 섬유질이 많고 지방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복합성분으로 이뤄져 있어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고 했다.

이집트 경찰은 수백 명의 경찰을 동원해 폭발현장 근처를 수색했지만 범인에 대한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자신을 비롯해 팀원들도 경찰이 철수하고 난 이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방원 이삼 백 미터까지 청소하듯 훑었지만 권총수 소지품으로 보이는 물건은 물론 살점 하나 찾을 수 없었다.

“그럼 살아 있단 말입니까?”

“가능성을 51프로에 두고 있네.”

찰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51프로는 절반을 넘는다는 의미로 해석만 해서는 안 된다.

첩보원 세계에서 51프로는 곧 99프로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절반보다 1프로 높다는 건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때 그렇게 표현 한다.

“이게 뭔지 아나.”

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맥보란의 손에 들린 종이를 받아 들었다.

“티베트어 아닙니까?”

“뒤를 보게.”

종이를 뒤집자 앞면의 티베트어를 해석한 듯 영어가 빼곡했다.

뒷면의 영어를 읽던 찰스의 눈이 커졌다.

“포탈라궁!”

“아직도 포탈라궁과 인근 히말라야 산맥 곳곳에는 도(道), 불(佛), 유(儒)가의 인물들이 수련하고 있다는 군. 포탈라궁이 발행하는 불도(佛道)라는 잡지에 보면 몇 년 전 히말라야의 한 동굴에서 70년 동안 면벽 참선하던 노인이 발견되었다네.”

“70년!”

찰스의 눈이 커졌다.

“어쨌든 내 질문에 대한 포탈라궁의 응답은 동그라미 즉, 그렇다였네. 시간이 흐르며 체질이 변하고 연공법에 관한 여러 무서(武書)들이 사라졌지만 면면이 맥을 이어오는 무파(武派)가 존재한다는 거야.”

“그럼 정말로 강호무사들이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단 말입니까. 그중 한 명이 사막의 흑새이고?”

“그렇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듯싶네. 조종사 마테르의 말을 빌리면 권총수는 손바닥을 이용해 굳게 닫힌 조종실을 열었다고 했네. 알아 본 즉 삼매진화라는 것이었네.”

4개월 전 맥보란은 포탈라궁으로 한 가지 질문서를 보냈다.

물론 개인이 아닌 미국정부의 도장이 찍힌 국가 문서형태로 완전히 격을 갖춘 것이었다.

권총수에 대해 설명을 했고, 과연 그런 일이 현세에 가능한지를 물은 것이다.

그런데 답장은 그렇다였다.

가능하다는 것이다.

포탈라궁에서 보내온 설명을 보면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쇠를 녹일 수도 있고 하늘을 날아갈 수도 있었다.

과학자들에게 포탈라궁의 답장을 보여줬더니 하나 같이 말이 안 되는 궤변이라고 펄쩍 뛰었다.

“그래서 사막의 흑새는 죽지 않았다는 것이군요?”

맥보란의 고개가 오민철에게 향했다.

“민철씨는 어떻게 보십니까? 포탈라궁의 답변을 받아들입니까?”

오민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들의 말을 믿습니다.”

그리고 길게 호흡을 하더니 스으으 몸이 떠올랐다.

공중으로 1미미터 정도 떠 있는 오민철을 보며 두 사람 모두 소스라쳤다.

“어...어떻게?”

오민철의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내공이 약해 오래 버티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는데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서고는 거친 호흡을 했다.

학학학!

짧은 순간이었지만 온 몸의 내공을 사용하다보니 기진맥진 할 정도였다.

오민철은 겨우 가슴을 진정하며 투덜거렸다.

“계속 수련을 해야 하는데.”

둘 모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놀랐다기 보다는 소름이 끼친다는 듯 표정이 굳어 있었는데 말문이 막힌 듯 멍한 얼굴로 볼 뿐이다.

오민철은 슬쩍 어깨를 좌우로 털었다.

그리고 목을 한 바퀴 돌리며 말했다.

“조족지혈이죠. 난 캡틴의 발가락도 따라가지 못합니다. 만약 그가 살아 있다면, 빌어먹을 지금 생각해보니 왜 이렇게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게 느껴지지.”

무공에 대해 전혀 모르는 맥보란도 포탈라궁에서 보내온 답신을 보고서 권총수가 생존 해 있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하물며 한때지만 권총수를 스승으로 모시고 대력금강심법을 익힌 자신이 죽었다고 규정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권총수의 능력을 부정하는 일이었다.

되돌아 참을 가진다는 반박귀진(反撲歸眞)의 경지에 올랐다.

되돌아간다는 것은 무공을 익히지 않았을 때의 본래 모습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서의 본래는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닌 곧 인탈(人脫)의 시작을 말한다.

흔히 선입(仙入)이라고도 한다.

모든 걸 깨우치고 등선하기 위한 가장 초보단계인 것이다.

선입에 들어섰다고 곧장 신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공을 처음 시작하여 무사로서의 출발을 하고, 선입은 신선이 되기 위한 새로운 길이다.

포탈라궁의 답신 때문인가 권총수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살았다면 연락이 올텐데’

그러나 아직 권총수로부터 전화 한 통 걸려 온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아쉽다.

‘당장 알아봐야겠다.’

오민철의 눈이 좌우로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돌로 만들어진 조그만 사원이었다.

카이로 구시가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사원인데 들어가는 도로 폭이 좁다.

그래서 입구에 차를 세워 놓고 내렸다.

사방은 캄캄했고 사원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있었으나 길은 어둡다.

오른쪽으로 잘 단장된 숲이 있는데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 일 미터 높이의 철책이 담장처럼 세워져 있었다.

바닥은 회색 벽돌이 깔려 있었는데 걸어가는 권총수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누구든 이 길을 들어오면 반드시 발자국 소리가 날 수 밖에 없다.

스으으!

걷는다.

그러나 공중에서 10센티 정도 떠서 걷고 있기 때문에 어떤 소음도 발생하지 않았다.

길 끝에는 계단이 있고 그 위로 두 개의 높다란 돔 기둥을 세운 대리석 건물이 있다.

권총수는 계단 앞에 섰다.

열 개의 계단을 오르면 사원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데 굳게 닫혀 있었다.

들어가는 문은 가운데 기둥을 두고 좌우로 두개였는데 위쪽으로 희미한 전등이 켜져 있었다.

사원 입구에 켜진 전등은 잠을 자지 않고 항상 깨어 기도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흘긋!

권총수는 사원 좌우를 보았는데 주나이드가 일러준 대로 CCTV가 달려 있었다.

스으으!

권총수의 몸이 그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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