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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159화 (159/651)

제159화: 사막의 기연(1)

뚝뚝뚝!

포탄이 권총수의 복부를 뚫고 등 쪽으로 삐죽 나와 있었다.

“총수야아아아!”

뒤이어 들어온 오민철이 비명을 질렀다.

삐뽀삐뽀!

그때 밖으로부터 앰블런스 소리가 들려왔다.

“만지지마!”

오민철이 기역자가 되다 시피 하며 창문에 끼인 권총수에게 다가가자 모리스가 소릴 질렀다.

“폭발할 수도 있어!”

포구를 빠져나온 포탄이 터지지 않으면 무조건 불발탄으로 구분 짓는다.

불발탄은 둔할 수도 있지만, 민감할 수도 있다. 즉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때 다급히 발자국 소리가 들리며 의료진들이 이동용 들것을 밀고 왔다.

“알라후 아크바르.”

의료진들조차 기겁했다.

“물러서요. 건물 밖으로 모두 나가요.”

용병들 모두가 건물 밖으로 피했지만 오민철은 떠나지 않았다.

“당신 뭐요?”

“형인데요.”

오민철의 목소리가 떨린다.

“폭발 가능성이 높아요. 당장 내려가세요.”

주르륵!

오민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밖으로 나온 용병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4층을 올려다보았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듯 에반이 부랴부랴 차에서 내렸다.

“어떻게 됐나?”

“의료진이 도착해 구조중입니다.”

“비렌드라 말해보게.”

비렌드라는 당시 상황을 말했는데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고 말했다.

“민철!”

오민철이 눈물을 닦고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첫째도 비밀 유지, 두 번째도 비밀 유지야. 무슨 말인지 알아? 총수 신변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끝장이라고.”

용병들을 바라보는 에반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다다닥!

그때 이동 들것이 내려오고 에반이 재빨리 다가갔다.

“아아!”

에반은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을 던졌다.

권총수의 몸에 RPG 포탄이 박혀 있었다.

그러다보니 눕히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붕대로 몸을 고정하여 앉은 자세로 차에 태웠다.

앵앵앵!

앰블런스가 사라지자 에반이 물었다.

“추격대는 보냈나?”

“모리스와 호간, 세르게이가 갔습니다.”

RPG가 날아온 곳으로 추격대가 간 것이다.

슈와악!

바로그때 또 다시 붉은 빛이 번쩍 했고 에반이 외쳤다.

“엎드려!”

이번 포탄은 정확히 5층을 때렸다.

콰아앙!

엄청난 굉음이 울리며 건물이 흔들렸고 창문이 깨지고 외벽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와르르르!

기차 터널처럼 엄청난 구멍이 휭하니 만들어졌다.

“무너지는 것 아냐?”

300밀리 장갑을 뚫고 들어가 전차의 기능을 마비시킨다고만 알고 있었지 이 만큼 파괴력까지 클 줄은 아무도 몰랐다.

쿵!

투웅!

철근 끝에 매달린 시멘트 덩어리들이 떨어지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세 사람은 캄캄한 사막을 살폈는데 쌍안 야시경을 끼고 있었다.

“저기!”

모리스가 한쪽을 가리켰다.

다섯 명의 군인이 엎드려 KAS 건물 쪽을 살피고 있었다.

“엇!”

모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놀라움을 막기 위해 재빨리 입을 막았다.

왜 그러느냐고 호간과 세르게이가 바라보았다.

“압둘라티프.”

사망한 알 살만 왕세자 측근 군인으로 사우디 33공수부대장이다.

그를 체포하기 위해 출동한 17사단 3중대 병력과 치열한 교전이 있었는데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지금 제22보병여단장과 함께 현상금까지 걸린 커다란 위험요소이다.

특별 체포조가 구성되어 쫓고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눈앞에 있다.

또 한 발의 포탄을 RPG 포신에 끼우고 조종하는 순간 HK-416 총구가 불을 뿜었다.

드르르륵!

세 명이 쏟아낸 집중사격에 RPG를 메고 있던 군인이 고꾸라졌고 포탄을 인계하던 군인과 다른 한명이 모래밭으로 나동그라졌다.

세 사람은 자세를 낮추고 재빨리 다가갔다.

두두두!

압둘라티프가 M4를 갈기며 도망치고 있었다.

“생포?”

세르게이가 무릎쏴 자세를 취했다.

“날려, 어차피 교수형 집행 될 놈인데.”

타아앙!

총성이 울리고 100여 미터 앞에서 도망치던 압둘라이프가 엎어졌다.

어둠속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겨눴던 총들이 다시 세워졌다.

다가오는 사람은 세르게이 일행이었는데 호간이 어깨에 사람 한명을 메고 온다.

“뭔 시체를 메고 오는 거야.”

경계근무 중이던 팀원들이 일어나 다가왔다.

퍼억!

호간은 어깨에 메고 있던 사내를 던지듯 놓았고 얼굴을 본 팀원들 모두 놀란다.

“압둘라티프.”

“갔냐?”

오민철이 허리를 구부리고 손가락으로 목 아래를 눌렀다.

동맥이 조용한 것을 보아 사망했음을 알아차린 오민철은 돌아서며 말했다.

“경계는 계속 레드(전시 체제의 경비상태)급을 유지 해.”

오민철은 권총수를 대신해 팀의 지휘권을 넘겨받았다.

오민철은 몇 가지 지시사항을 더 전달하고 불 켜진 사무실로 들어갔다.

에반은 누군가와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내렸다.

“런던이야. 아침 일찍 이사 준비 하라는군.”

건물은 지금도 시멘트 조각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총수 좀 어떻습니까?”

“소식 없네.”

실려간지 1시간이 지났다.

오민철은 의자에 주저앉았다.

“병원경계를 좀 더 보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덜어낼 병력이 없어.”

쿠데타 초기이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중요 국가기관은 군인들과 KAS용병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쿠데타가 성공에 이르자 약삭빠른 일부 지휘관들이 합류를 해왔지만 그들은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 권총수의 말이었다.

그러다 보니 경계병력이 많이 모자란 상태다.

오민철은 불안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주먹을 쥐었다.

어느 때보다 더 긴장이 된다.

특히 권총수 얼굴이 어른거렸다.

정상적인 몸이 아닌데 또 다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것이다.

권총수가 죽는다면 더 이상 이 바닥에 있을 필요도 없다.

어느 새 권총수는 동생을 넘어 삶의 동반자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빌어먹을’

오민철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감아 버렸다.

어둠이다.

온통 먹물을 뿌려 놓은 듯 검은색으로 뒤덮였다.

‘총수야!’

어둠속에서 창노한 목소리가 들렸다.

잠을 자고 있던 권총수는 눈을 떴다.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총수야’

‘누구십니까?’

목소리는 들리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헛헛! 이놈아 내 목소리다 벌써 잊었단 말이냐. 난 네 사부인 공공선사이니라.”

‘사부님’

‘그렇다. 한번 만나보고 싶어 했지 않느냐?’

가끔 내공수련을 하면서 놀라운 위력과 신묘함에 도대체 어떤 분인지 얼굴 한 번 봤으면 했다.

‘어디계십니까?’

‘아니 눈 앞에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네놈 근골이 아주 뛰어난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아주 멍청한 녀석이구나’

권총수는 주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서 오너라’

목소리는 지척에서 들렸다.

얼마만큼 걸어왔는지 알 수 없다.

상당한 거리를 걸어 온 듯 한데 여전히 공공선사는 목소리만 흘릴 뿐 보이지 않았다.

‘사부님! 사부님!’

‘왜 그러느냐?’

‘어디에 계시기에 이렇게 보이지 않습니까?’

‘정말로 안보인단 말이냐? 아미타불! 거의 다 온 듯 싶다. 조금만 더 힘을 내보거라’

권총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을 또다시 걷기 시작했다.

퍽!

갑자기 지면이 푹 꺼지며 권총수는 바닥을 나뒹굴었다.

데구르르!

경사진 언덕을 구르는 듯 떨어진 듯 한참을 굴러간 권총수는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은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한동안 괴로워하던 권총수는 조금씩 정신을 차려갔다.

‘사부님!’

지금까지 자신을 데리고 온 공공선사의 대답이 없다.

‘사부님! 사부님!’

자신의 목소리가 울린다.

권총수는 자신이 어떤 협곡 아니면 동굴 같은 곳에 있다고 판단했다.

벌름!

냄새가 난다.

무슨 냄새인지는 모른다.

권총수의 걸음이 빨라졌다.

냄새를 맡고 거친 식욕을 느꼈다.

자신이 지금 며칠 째 굶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토록 고소하고 포근한 냄새는 처음이다.

머릿속까지 시원해지고 아픈 몸이 훨훨 날아갈 듯 가벼워지는 냄새는 무엇일까.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권총수는 걸음을 세웠다.

온 몸을 시원하게 씻어 내리는 지극하고 온화한 향기에 권총수는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숙였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물이다.

냄새는 물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엎드린 권총수는 고여 있는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텁텁한 맛이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끈적끈적하다.

꿀꺽! 꿀꺽!

물인듯 하면서도 묵직하고, 끈적하면서도 속이 시원하고 어느 새 허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꺼어!

트림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목도 마르고, 배가 고픈 탓에 정신없이 마시고 먹다보니 바닥이다.

권총수는 어둠을 둘러보았다.

어딜까.

도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부님!’

목소리가 메아리 되어 울린다.

‘또 보자꾸나. 아미타불, 열심히 살거라.’

공공선사의 목소리가 갈수록 멀어졌다.

울리던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권총수는 입에서 짧은 비명을 토했다.

“크훅!”

단전에서 불덩이 하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경험해 본적이 없는 무시시한 화기(火氣)였다.

용암이 솟구치듯 단전으로부터 일어난 뜨거운 기운은 온 몸을 태워 버릴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권총수는 짚이는 바가 있어 재빨리 대력금강심법을 운용하며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욱!”

통제가 되지 않는다.

이대로 놔두면 주화입마에 빠지고 목숨은 건진다고 해도 육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한다.

몸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대력금강심법으로 무조건 통제해야 한다.

‘청정(淸淨)하거라.

몸과 마음과 정신을 씻고 또 씻거라.

생각을 지우고, 몸을 비우며 보는 것을 깨끗하게 만들면 그것이 곧 청정이다.

부패한 몸과 생각(肉念)을 힘껏 뱉어내거라.

아무것도 없는 청정한 바람(無氣)을 크게 들이마셔 뜨거운 몸을 식히는 것이다’

대력금강심법의 요체를 따라 호흡을 시작했다.

송곳처럼 온 몸을 뜨겁게 찌르던 화기가 조금씩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호흡을 고르게 하고 차분하게 마음을 열면 선정(禪定)에 이른다.

나가고 들어오는 삶은 곧 모든 것을 비우기(空)위한 준비이다.

가지려고 하지 마라.

털어내고, 지우고 없애면 열반에 오르고, 모든 것은 처음으로 돌아갈 것이니 이를 육식(六息)이고 귀원(歸元)이라 부른다.’

된다.

온몸의 뜨거운 화기가 전신 경락을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단전을 나와 회음을 거쳐 등 뒤 명문을 거쳐 신정혈(神庭穴)에 이르는 독맥을 지나고, 백회혈부터 시작해 명치 단전을 거쳐 회음으로 들어가는 임맥을 통과했다.

그토록 고통스럽던 통증은 사라졌다.

권총수는 소주천과 대주천을 반복하며 몸속의 화기를 완전히 소화를 시킨 뒤 눈을 떴다.

“엇!”

권총수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은 그다지 깊지 않은 동굴이었다.

분명 RPG에 맞아 의식을 잃었다.

만에 하나 죽지 않았다면 병원에 있어야 정상인데 이곳은 어딘가.

순간적으로 저승인가 했으나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지금 숨을 쉬고 있고 살아 있다.

권총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섰다.

20여 미터 정도 걸어가자 동굴 입구가 나왔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던 권총수는 이마를 찡그렸다.

경사진 가파른 언덕인데 바닥의 골이 꽤 깊었다.

위를 올려다보자 역시 30여 미터 높이의 언덕이며 자신은 그 중간에 뚫린 동굴에 있었다.

어떻게 여길 왔을까.

여긴 또 어딘가.

떠오르는 기억 하나, 그건 공공선사의 목소리였다.

아마 그 목소리를 들었을 즈음 자신은 사경을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그토록 얼굴 한번 뵙기를 학수고대했던 사부님을 만났단 말이지’

목소리만 생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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