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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153화 (153/651)

제153화: 달의궁전(3)

눈빛이 마치 아직 안 죽었냐 비아냥거리는 듯하다.

이번에는 죽여줄게. 기대해도 좋다는 듯 하얀 이까지 드러내며 대소를 터뜨렸다.

히죽!

권총수 역시 마주 웃었다.

웃음이란 같이 지을 때 더욱 분위기가 좋다.

스윽!

오른손 검지가 방아쇠를 당겼다.

한 치의 오차도 없다.

뒷날개에 불꽃이 피었다.

콰아앙!

헬기는 날개가 가장 취약하다.

뒷날개 방탄이 12.7밀리까지 가능하지만 바렛에는 견딜 수 없다.

그것도 외인부대 최고의 사수는 돌아가는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며 회전 기둥을 찍었다.

헬기가 휘청 하더니 수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엄청난 불길이 피어났고 누군가 외쳤다.

“캡틴이 살아 있다!"

기세 좋게 자신들을 사냥하는 아파치를 잡을 사람은 권총수 뿐이다.

“캡틴!”

“총수야!”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주저앉았다.

툭!

들고 있던 무거운 M82가 지면으로 떨어졌다.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피아퐁이 가장 먼저 달려와 권총수를 향해 외쳤다.

“여기야. 여기.”

피아퐁이 소릴 지르며 위생병 출신답게 재빨리 권총수의 몸을 살폈다.

“아아!”

피아퐁의 입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총수야!”

그때 오민철이 달려와 끌어안았다.

“형 비켜!”

피아퐁이 버럭 소릴 질렀다.

오민철이 흠칫 하며 뒤로 물러났고 상처를 살피던 피아퐁의 얼굴이 굳어졌다.

전장의 위생병 실력으로는 치료 받을 수 없을 만큼 상처가 깊다.

옆구리는 갈비뼈가 드러나 보일 만큼 살점이 떨어져 나갔는데 그 나마 권총수 스스로가 주위 혈도를 눌러 지혈을 한 덕분에 피는 흘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신체 곳곳에 많은 상처를 입어 지혈이 완벽하게 될 수는 없다.

욱!

권총수는 일어나려다 휘청 거렸다.

팀원들이 부축하려들자 권총수는 손을 들어 거부했다.

“시간 없어!”

오민철을 향해 손을 뻗었는데 자신의 소총을 달라는 동작이었다.

“어디가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20분 안에 못 끝내면 여기가 우리 무덤이 될 거야. 지원병력들이 몰려 오기 전에 작전을 마무리해야 해.”

권총수가 앞장섰다.

“모리스?”

권총수가 무전을 이용해 불렀다.

“캡틴!”

“C4 몇 개 제조했습니까?”

“아홉 개.”

“오케이.”

만들어져 있는 폭탄은 무겁고 운송하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이런 극비 작전에서는 짐이 될 뿐이다.

이럴 때는 폭탄의 재료가 되는 몇 가지의 물질을 따로 챙겨 이동한 뒤 사용 직전에 조립하거나 설치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모리스는 작전에 참여하지 않고 급조한 비트(비밀 아지트)에서 폭탄을 제조하고 있었다.

RDX와 왁스를 포함해 가소제인 폴리이소부틸렌 등을 조합하여 제작하는데 이런 C4폭탄 제작은 특별한 훈련을 받은 폭탄제조병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씰 출신인 모리스는 주특기가 폭탄제조와 폭파였다.

“집중!”

각자 엄폐물 뒤에 몸을 숨긴 팀원들을 향해 권총수가 헐떡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1,2팀은 엄호하고 3팀은 궁으로 진입한다.”

“수신완료.”

“수신완료.”

팀원들의 무전이 콩 볶듯 들려왔다.

드르륵!

두두두두!

1팀과 2팀은 본관 궁전 1층과 2층 창문을 향해 집중사격을 쏟아냈다.

그러자 창가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 역시 응사하기 시작했다.

“뛰어!”

3팀장 비렌드라의 명령에 일제히 건물로 돌진했다.

그중 묵직한 가방을 메고 달리는 모리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방에 들어 있는 건 제조된 폭탄일 것이다.

탕!

타탕!

권총수는 조준사격으로 창가에서 응사하는 경호원들을 정확히 쓰러뜨렸다.

3팀이 일제히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3팀이 진입하면서 경호원들의 총소리가 흐트러졌다.

궁으로 진입한 3팀을 상대하며 밖의 1,2 팀을 저지하느라 분산된 것이다.

“1팀 2팀 진입!”

권총수는 기다렸다는 듯 공격 명령을 내렸다.

1팀과 2팀은 자동으로 갈기면서 궁으로 뛰어들었다.

권총수는 궁을 살폈다.

혹시 숨겨진 중화기라도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홱!

번개처럼 왼쪽으로 총구를 돌렸다.

부스럭하는 인기척을 느낀 것이다.

HK-416을 겨누며 소리가 난 숲으로 다가갔다.

‘사람’

한 사내가 뽑혀 나간 대추야자나무 뿌리 뒤에 숨어 있었다.

스윽!

권총수는 총구를 들이대며 내려 보았다.

한 사내가 죽어가고 있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누워 있었는데 왼쪽 다리 하나가 잘려 나갔고 가슴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권총수는 허리를 구부려 사내의 옆구리를 세차게 밀었다.

털썩!

사내는 하늘을 보고 누웠는데 내려다보는 권총수의 시선이 마주치자 움찔했다.

“자...자넨?”

“직접 지휘하러 나오신 모양입니다.”

사내는 아카데미의 사우디 지사장 벤저민이었다.

벤저민이 마른 입술을 뒤틀며 웃었다.

“자네 정체가 뭔가?”

권총수는 조용히 말했다.

“용병입니다.”

“용병? 용병이란 말이지. 으웩!”

벤저민은 피를 토해내더니 온몸을 떨었다.

죽음이 찾아들고 있다.

“한 산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살수는 없지. 내가 졌...네.”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권총수는 뜨고 있는 벤저민의 눈을 손바닥으로 감겨 주었다.

그때 오민철이 다가왔는데 벤저민의 시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 사람 벤저민 아냐. 아카데미 사우디 대장?”

“갑시다!”

권총수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궁으로부터 격렬한 총소리가 들려나왔다.

양쪽모두 필사적으로 충돌하는 모양이었다.

승부는 막판으로 접어들었다.

‘노화순청의 내공을 지녔는데 얼마나 부상이 깊으면...’

권총수는 걷는데도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캡틴이다.

리더가 쓰러지면 그 팀은 오합지졸이 된다.

그래서 더욱 버틴다.

계단을 올라 궁 안으로 들어섰다.

아수라장이다.

모네의 ‘해돋이’액자가 바닥에 떨어져 부서졌고, 명나라 때의 청화백자쌍용문 항아리가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진열된 술병들이 쏟아져 나뒹굴고 술과 같이 바닥을 흘러가는 붉은 핏물에서 진한 비린내가 풍겼다.

권총수는 시신의 대부분이 경호원들인 것에 안도하면서 가운데 넓은 홀을 향해 걸어갔다.

콰앙!

콰아아앙!

어디선가 수류탄이 터지는 듯 건물이 웅웅 거린다.

“캡틴! 아무리 찾아도 없어!”

2팀장인 나카야마가 다가왔다.

“어디 비밀 벙커가 있는 모양인데.”

스윽!

권총수는 헤드셋을 당겼다.

“모리스, 그러죠.”

모리스로부터 걸려온 무전이다.

“집중, 건물 밖으로 철수! 건물 밖으로 철수.”

권총수의 명령에 모두가 건물 밖으로 물러나왔다.

“준비 됐으면 폭파!”

권총수가 먼저 나왔고 그 뒤로 모리스가 따른다.

50여 미터 떨어진 정원석 뒤에 자리를 잡은 모리스가 작은 스위치를 눌렀다.

콰카아앙!

처음에는 건물이 흔들리더니 안으로부터 엄청난 폭풍이 쏟아져 나왔다.

쾅!

콰콰콰!

화산이 폭발하듯 건물 곳곳이 무너지고 부서지더니 우직끈 하며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쿠르르르!

화려했던 백색의 궁전이 주저 앉는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엄청난 모래 먼지가 하늘을 덮었고 권총수는 차갑게 명령했다.

“확인!”

팀원들은 무너진 건물 잔해를 밟으며 수색에 나섰다. 건물 잔해더미 사이로 경호원들의 시신이 보일뿐 생존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작전 시작 30분이 지났다.

작전 소요시간은 40분으로 설정했다.

찰랍투라 유전을 지키는 군 병력이 트럭으로 이동하는데 40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이다.

그 안에 알살만 왕세자의 신변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번 작전은 매우 위험해진다.

핵심을 제거해야 일이 끝난다.

중심(核)이 제거되지 않으면 반드시 다시 싹이 튼다.

궁을 폭파 한건 이 넓은 궁을 10분 안에 수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무너뜨려 최악의 경우 무덤으로 만들어 버리자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역시 생포하는 것이 그림이 좋다.

그래서인지 혹시나 하며 권총수와 팀원들은 눈을 부라리며 건물 더미를 살폈다.

어딘가 반드시 숨을 장소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흔들리지 않는다.

벙커라면 웬만한 폭격에는 끄덕도 않는다.

알살만은 아마 자신을 못 찾으면 건물을 폭파하여 생매장을 시도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찾아도 없다.

시간은 흘러가고 다급하다.

권총수는 쌍안경을 이용해 사막 쪽을 살폈다.

두 대의 검정색 차량이 보였다.

“모리스!”

“옛썰! 캡틴!”

목소리가 경쾌하다.

“궁으로 들어오는 도로에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 급조폭발물)설치해요. 지금 당장.”

“옛썰!”

모리스가 재빨리 달려갔다.

지원 병력을 싣고 오는 트럭이라고 판단했다.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알 살만 왕세자를 잡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죽은 시체라도 신문과 방송에 나가야 눈치만 보던 사우디 군과 고위 관료들이 파흐드 쪽으로 돌아선다.

“보고!”

무전을 보냈다.

“생존자 없음!”

“생존자 없음!”

“3팀 이상 없음!”

권총수는 이마를 찡그렸다.

작전 완료 예상 시간인 40분을 넘겼다.

태양은 뜨겁고 부서진 시멘트 복사열로 더욱 후끈 거린다.

“캡틴, 저기!”

군용트럭 두 대가 궁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웬만한 소총 공격에도 끄덕없는 미군 M1079다.

20명까지 태울 수 있으니 가득 채웠다면 40명이 온다고 봐야 했다.

지붕까지 완전히 덮여 버려 공중 공격도 대비한 트럭인데 에어컨까지 작동된다.

권총수는 쌍안경을 눈에 붙였는데 모리스와 호간이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모래 구덩이에 엎드려 있었다.

부아아앙!

트럭을 모는 운전자가 무너진 궁을 발견하고 더욱 속도를 높였다.

두 대의 차량 간격은 20미터도 채 안될 만큼 붙어 있었는데 모리스 귓가로 권총수 목소리가 울렸다.

“폭파!”

모리스는 빨갛고 노랑 전선이 물려든 작은 스위치를 눌렀다.

콰아앙!

쾅!

M1079의 거대한 차체가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대전차 지뢰에 당한 듯 육중한 트럭이 종잇장처럼 날아올라 사막의 모래밭에 처박혔다.

퍼어억!

퍽!

처박힌 트럭에서 기름이 흘러 내렸다.

모리스는 폭발시킬 목적으로 총을 들어올려 방아쇠를 당겼다.

탕!

퍼어엉!

연료통이 뚫리며 폭발이 일어났다.

쾅쾅쾅!

나머지 트럭까지 폭발하며 육중한 바퀴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어 트럭은 완전히 불길에 덮였다.

그때 트럭에서 무장 군인 몇이 뛰어 내렸는데 기다렸다는 듯 모리스와 호간의 HK-416가 불을 뿜었다.

드륵!

타탕!

사냥을 당하고 있었다.

깨끗하게 정리한 모리스와 호간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권총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죽었을까 살아 있을까.

아직 실패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군의 모든 유무선 통신은 오타이프가 장악하고 있는 통신부대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두 시간 정도뿐이라고 했다.

그 이전에 끝장을 내야 한다.

군용 시스템이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으면 당연히 민간 영역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통신에 문제가 발생하면 알 살만 왕세자측 사람들이 빠르게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방법은 하나다.

권총수는 내공을 끌어 모르기 시작했다.

내공을 이용해 살아 있는 사람이 뱉어내는 호흡을 살펴볼 계산이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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