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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151화 (151/651)

제151화: 달의 궁전(1)

휙!

나카야마가 밧줄이 달린 갈고리를 던져 담장에 걸었다.

팀원들은 밧줄을 잡고 천막이 덮어버린 날카로운 철조망을 어렵지 않게 넘어 담장 안으로 내려섰다.

“아카데미 친구들 아냐.”

오민철이 사막포플러 나무 아래 서 있는 아카데미 용병들을 예리한 눈으로 보았다.

“집중!”

권총수가 시선을 한데 끌어 모았다.

“다시 한 번 설명할 테니까 잘 들어.”

작전은 한 치의 착오가 생겨서는 안 된다.

시계 초침이 돌아가듯 정확히 맞아 떨어져야 성공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진다.

권총수는 차분하게 설명한다.

듣는 팀원들 또한 눈이 빛났다.

“명심해. 내 총소리가 나기 전에는 절대 공격하지마. 준비만 하고 있으라고, 나카야마!”

권총수가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카야마가 20센티 길이의 안테나 세 개가 붙은 기계 하나를 담벼락 아래 묻고 있었다.

곧 안테나 세 개만 밖으로 나오고 나머지는 모래 속에 묻혔다.

무선전화기 통화를 차단하는 전파 방해 장치이다.

군용 무전은 작전이 시작되면 오타이프 사령관이 지휘하는 통신 부대에 의해 통제 된다.

“설치완료!”

나카야마는 외인부대 시절부터 통신 주특기를 갖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무전기 확인.”

작전은 소통이다.

소통의 중심은 무전기다.

모두가 이상 없다는 사인을 보냈다.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모두가 손을 포갠 뒤 눈빛을 교환했다.

스으으!

권총수가 포플러나무 밑으로 접근하더니 오른손을 뻗었다.

슈슈슉!

손에 쥐어져 있던 드라이버가 허공을 날아가더니 세 사내의 목덜미에 깊숙하게 박혔다.

쿵, 쿵!

퍼어억!

단숨에 엎어지는 세 사내를 보며 팀원들은 흩어졌다.

인공조림이지만 빼곡하게 옮겨다 싶어 놓은 정원수가 오히려 좋은 은폐 엄폐물이 되어 주었다.

휙!

또 다시 드라이버 두 자루가 날아가면서 거구의 두 사내가 엎어졌다.

스으으!

권총수가 지나가는 곳은 반드시 결가부좌한 석가모니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불영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정문 입구에서부터 궁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나무아래 몸을 숨긴 권총수의 시선이 40여 미터 떨어진 정문 쪽을 보았다.

정문에 설치된 M2를 잡아야 한다.

워낙 가공할 화력을 지닌 중기관총인데다 초소 바로 앞에는 M1117 장갑차가 버티고 있었다.

쑤으으!

그야말로 바람이다.

초비상이었는데 얼마 전과는 또 달라졌다.

순식간에 초소 가까이에 있는 경비병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는 20여명의 병력이 머무른다.

근무는 2시간 마다 교대하는데 모든 정보는 MI6에서 전달 받았다.

일단 숙소 옥상에 설치된 M2부터 장악하기로 했다.

스으으!

옥상 모래주머니를 쌓아 만든 초소에 M2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힌다.

촥!

권총수의 손에 들린 대검이 M2 옆에 우뚝 서 있는 사내의 목을 그었다.

워낙 빨라 입을 막을 필요도 없었다.

단순히 대검이 지나가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강력한 내공이 실려 목이 통째로 떨어졌다.

탁!

떨어지는 사내의 목을 왼손으로 낚아 쥐고 천천히 바닥에 놓았다.

인간의 목은 무겁다.

옥상 바닥으로 떨어지면 육중한 소리가 날 것이고 바로 아래 군인들이 눈치를 챌 가능성이 있다.

츠으으!

이어 정문 오른쪽으로 서 있는 M1117 장갑차에 상체를 내세우고 서 있는 군인을 향해 내려갔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가랑잎이다.

둥실 떠내려가더니 다시 대검이 섬광을 일으켰다.

싹뚝!

앞으로 고개가 숙여지는 가 싶더니 몸통에서 떨어졌다.

척!

머리를 받아 장갑차위에 살며시 놓고 연이어 왼손이 번득였다.

두 개의 드라이버가 날아가 정문 좌우에 버티고 선 무장 경비병의 목젖을 뚫어 버렸다.

휙!

땅바닥에 내려선 권총수는 다시 한 번 정문 주위를 살핀 뒤 문을 열고 들어와 군인들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스윽!

권총수는 대각선으로 메고 있던 HK-416을 들고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왼손으로 문의 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덜컹!

문을 열자 낯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외인부대 생활관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1층과 2층으로 만들어진 침대와 그 위에서 책을 보거나 잠을 자는 병사들이다.

근무 교대 시간이 다가온 듯 두 명의 병사가 M4를 챙기며 복장을 살피다 돌아보았다.

드륵!

HK-416이 불을 뿜었다.

총소리에 모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드르르륵!

정확한 조준 사격이 이어졌다.

퍼억!

쿠웅!

나동그라지고 2층에서 떨어지며 순식간에 초소는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두르르르르!

창문과 실내 기물이 산산이 부서지고 천장의 형광등이 떨어졌다.

드륵!

총을 맞고 반쯤 상체를 세운 사내에게 확인하듯 두 발을 더 쑤셔 박는다.

타아악!

빈 탄창을 빼내고 새 탄창을 갈아 끼웠다.

드륵!

조금이라도 호흡이 붙어 있는 사내에게는 정확히 머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드드드드!

푸푸풍!

그때 숙소 바깥에서 총성이 울렸다.

마침내 KAS용병들도 작전을 개시한 것이다.

권총수는 천천히 총구를 세우고 통로를 걸어갔다.

청력은 작은 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바짝 끌어 올렸고 두 눈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생존자나 숨은 적이 있는지 살핀다.

숙소 끝에 도착했다.

맞은편에도 출입문이 있었다.

‘18구’

속으로 죽은 시신을 셌다.

드르륵!

갑자기 뒷문을 향해 총을 난사 한 뒤 오른발로 걷어차며 뛰어 나갔다.

권총수의 눈에 한 사내가 들어왔다.

부상을 입고 몰래 도망쳤다가 발각된 것이다.

“다...당신은?”

쓰러진 채 누운 사내는 복부를 감싸며 물었다.

권총수는 담담하게 말했다.

“앗쌀라 말라이쿰(평화가 그대에게)”

탕!

이마에 한 발을 쏘아 제거한 뒤 몸을 날렸다.

쉬아아악!

권총수의 몸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자색 양탄자가 깔린 거대한 회의실이다.

장방형의 붉은 탁자를 놓고 다섯 명의 무슬림 복장을 한 사내들이 앉아 있었는데 모두가 놀란 표정들이다.

그중 맨 상석에 앉아 있던 마흔 중반가량의 사내가 말했다.

“총소리 아닌가?”

아주 멀리서 들려왔지만 분명 총소리다.

“정문 쪽에서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봐 모하마드.”

구레나룻을 수북하게 기른 마흔 초반 가량의 사내가 문 쪽을 향해 소리쳤다.

무캇바라로 불리는 해외정보국장 사에드이다.

“경호실장, 경호실장!”

그때 문이 벌컹 열리며 올해 불혹에 접어든 경호실장 모하마드가 뛰어 들어왔다.

“저 총소리는 뭔가?”

사에드가 물었다.

“죄송합니다. 지금 알아보고 있으니 곧 보고 올리겠습니다.”

모하마드가 다시 뛰어나갔다.

총소리는 계속 들려왔고 앉아 있던 사람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단 지하 벙커로 자리를 옮기시죠.”

비밀경찰 마하비스의 샤일란 국장이 한 사내를 향해 말했다.

맨 상석에 혼자 앉아 있는 마흔 중반의 사내는 바로 차기 사우디를 이끌어갈 2인자 알살만 왕세자였다.

“벙커?”

“일단 피하시고.”

“쓸데없는 소리.”

알 살만 왕세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툭!

탁자위에 놓인 케이스를 열고 두툼한 시가 한 개를 꺼내 물었다.

이어 옆에 놓인 성냥을 들고 불을 켰다.

치익! 성냥개비에 타오르는 불을 시가에 붙였다.

투투퉁!

다다다!

총소리가 갈수록 격해지고 사방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여유롭던 실내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졌다.

뻐엉!

달려 나갔던 모하마드가 문을 박차듯 뛰어 들어왔다.

“왕세자님 잠시 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말해봐?”

사에드가 소리쳤다.

“적이 침입한 것 같습니다.”

“적이라니 이 나라 미래를 끌고 가실 왕세자전하에게 무슨 적이 있단 말인가?”

적은 없다.

현재 사우디에서 알 살만 왕세자를 적으로 돌리고, 이렇게 총구를 들이대며 공격해올 집단이나 개인은 없다.

쿠쿵!

쿠우웅!

뭔가 무너지는 듯 한 소리가 들린다.

“왕세자 저하 일단 벙커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에드가 말했다.

“일단 자릴 옮기시죠.”

그때 육군참모총장 나트완이 핸드폰을 통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가 가지 않는 듯 이마를 찡그리며 몇 번을 시도 했다.

탁!

바로 앞에 있는 책상 위 유선전화를 들었다.

“날세. 여긴 알부페시궁일세. 당장 병력을 보내게.”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물론 군부대는 찰랍투라 유전을 지키기 위한 병력이다.

유전 근처에 병력을 주둔시킨 건 이 지역에 크고 작은 오아시스가 많아 풀을 찾아 떠도는 유목민 무굴족 때문이다.

사우디에 적대적인 무굴족을 감시하고 그들의 공격으로부터 유전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다.

근처에 알부페시궁이 세워지면서 소대 병력이 이곳 지원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원병력이 올 것입니다.”

“얼마나 걸리겠소?”

해외정보국 무캇바라의 국장 사에드가 물었다.

“넉넉잡고 1시간이면 도착할 것이라는군요.”

그대 알살만 역시 중얼거리듯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이상하군. 신호가 가다 말고 자꾸 끊어지는데.”

드르릉!

그때 지하 벙커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알 살만은 샤일란 비밀경찰국장과 무캇바라 해외정보국 사에드 국장의 보호를 받으며 사라졌다.

곧 육군참모총장 아트완과 특수부대 사령관 이스마일이 밖으로 달려 나갔다.

총소리만 들려올 뿐 아직 누군가 죽거나 침입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크게 염려하는 빛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경비병력과 수행경호원, 특히 전장의 귀신이라는 아카데미 용병들이 있다.

“경호원, 경호원!”

왕세자 앞에서는 누구도 총을 휴대할 수 없다.

참모총장 아트완이 외쳤다.

하지만 시끄러운 총소리에 그의 외침은 금방 묻혔고 재빨리 마당을 뛰어간 아트완은 주위를 살폈다.

파파팍!

육중한 물건이 떨어져 내렸다.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1902년 하일 토후국으로부터 리야드 지방을 탈환해 세 번째 독립국가를 건설한 사우드 가문의 압둘 아지즈 동상의 손에 들린 커다란 현판이 떨어졌다.

현판에는 ‘알라이외에는 신이 없으며 무함마드는 그의 사도이다’라는 신앙고백이 새겨졌는데 오늘 날 사우디 왕국의 정치이념이기도 한 내용이다.

표정이 변했다.

신앙고백이 새겨진 녹색의 현판은 사우디의 상징이다.

그런 상징이 산산조각이 되어 떨어진 것인데 순간적으로 뒷덜미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건 불길한 징후였다.

두두두!

엄청난 총알이 주위에 쏟아졌고 아트완은 재빨리 대추야자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컥!

단발마의 비명이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11시 방향으로 경호원 한명이 고꾸라졌다.

사사삭!

재빨리 다가간 아트완은 경호원이 떨어뜨린 M4를 주워들었다.

경호원은 하늘을 보고 누웠는데 앞가슴이 벌겋다.

드르륵!

전방에 사막색 군복을 걸친 사내들이 저항하는 경호원들을 제거하고 있었다.

두륵!

그중 한 사내가 자신을 발견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HK-416’

확실히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파파팍!

다이아몬드에 버금간다는 청라석(靑羅石)으로 조각된 알 살만 왕세자의 상징 흉상이 박살났다.

워낙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사격에 반격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엎드린 아트완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하지만 신호가 가다 말다 한다.

통하지 않은 핸드폰에 대고 악을 썼다.

“나 참모총장이야. 지원병력이 어찌됐나. 빨리 출동하란 말이야.”

하지만 핸드폰에서는 치지직 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런 젠장!”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두리번거리다 멀리 꿈틀거리는 경호원을 발견했다.

재빨리 다가간 아트완은 죽어가는 경호원을 향해 물었다.

“이봐 헬기 교신 주파수가 어찌되나?”

유선전화로 통화할 때 병력과 아파치를 보낸다고 했기 때문에 묻는 것이다.

헉헉!

경호원은 핏물을 토하며 뭔가 입을 열려고 했다.

스으으!

경호원이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이더니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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