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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137화 (137/651)

제137화: 인질구출(2)

치누크 수송헬기가 내려앉으며 엄청난 모래폭풍이 일어났다.

만약을 대비해 눈만 내놓는 발라클라바를 썼는데도 눈을 뜨기 어려웠고 모래가 무지막지하게 온 몸을 때렸다.

일행은 신속하게 헬기에 올랐다.

헬기는 곧장 날아올라 북동쪽을 향해 날아갔다.

헤드셋을 낀 권총수는 조종사와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컨디션 좋아보입니다?”

“하하. 보너스가 붙은 작전은 항상 즐겁죠.”

이번작전에 런던 본사로부터 보너스를 약속 받은 모양이었다.

사실 타국의 국경에 저공으로 침투할 정도면 조종 실력도 중요하지만 대단한 배포가 아니고서는 쉽지 않다.

“보너스 받아 어디 쓰실 겁니까?”

“오랜만에 아내와 여행 좀 다녀오려고 합니다. 아프리카 사파리 한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죠.”

“가시게 될 것입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아직 작전이 끝나지도 않았다.

그러나 권총수는 이번 작전은 보나마나 성공할 것이라는 듯 자신 있게 말했다.

운동선수나 전장의 군인 모두 사기가 생명이다.

조종사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한 의도적 발언이었다.

온통 어둠뿐이다.

쌍안식 야시경을 썼는데 지상의 모습이 훤히 보였다.

연녹색의 사막은 무척 조용했고 가끔 야생낙타가 헬기소리에 놀라 도망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헬기를 올려다보는 사막 짐승들의 녹색의 눈빛에도 가슴이 철렁했다.

승부수는 레이더였다.

레이더에 걸리느냐 걸리지 않느냐, 그래서 최대한 저공으로 날아가고 있기에 더욱 긴장하고 있었다.

이럴 때 RPG는 차치하고 자동소총 공격이라도 받으면 옴짝달싹 못한다.

“70미터야.”

누군가 신음 같은 소리를 뱉었다.

지상에서 70미터면 평평한 사막도 아니고 적지 않은 작은 봉우리와 언덕이 있는 암석 사막인 만큼 매우 위험하다.

암석 사막이든 모래 사막이든 4, 50미터 정도 높이의 언덕은 지천이다.

특히 암석사막은 바람에 깎인 바위가 불쑥 치솟아 있기도 하기 때문에 전자장치가 잘 구비되어 있다고 해도 아차 하는 순간 충돌할 수 있다.

헬기는 국경을 슬쩍 넘어 이라크쪽에서 날아가고 있었다.

그건 사우디보다는 이라크 방공망이 허접하기 때문이다.

얼마를 날아갔을까 조종사로부터 무전을 받은 권총수의 입이 열렸다.

“사우란 마을이야, 강하준비”

1시간쯤 날았을 때 권총수의 목소리가 대원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오민철이라는 노련한 군인이 있고 SAS 대위출신 모리스가 있지만 에반은 권총수에게 지휘권을 넘겼다.

냉정히 말하면 에반이 넘겼다기 보다는 이미 브라질에서 올 때 스톤스가 지시한 내용이다.

스톤스는 KAS란 부대의 사단장이다.

헬기가 속도를 떨어뜨리며 천천히 내려앉았다.

로프가 지상으로 내려졌고 권총수의 지시에 따라 순서대로 빠르게 하강했다.

마지막으로 권총수가 내려가자 부조종수가 줄을 걷어 올리고 헬기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떠난 것이 아니다.

미리 확보해둔 안전한 장소에 착륙하여 작전이 끝나고 돌아갈 때 다시 태워 갈 것이다.

달이 조금씩 서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야시경 속에 보이는 대지는 붉었다.

적외선을 이용한 투시이기 때문에 초록색으로 보이는데도 핏물을 뿌려놓은 듯 워낙 붉다보니 엷은 선홍색을 띤다.

목표지역인 나톨아리까지는 10킬로가 채 안 된다.

급속행군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40분이면 충분히 닿을 것이다.

“이동!”

권총수가 앞장섰다.

시계가 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정지!”

권총수가 왼 주먹을 쥐고 올리자, 일행은 일제히 딱딱한 언덕위에 엎드렸다.

권총수가 야시경을 통해 전방을 살폈다.

야시경 속에는 멀리 야트막한 산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산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용 한 마리가 엎드리고 있는 것 같은 검은 능선이 나타났는데 그 너머에 나톨아리 마을이 있다.

“무전기 개봉하고 대기.”

슈우욱!

권총수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더 이상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권총수는 이미 그런 인물이다.

‘음!’

‘무시무시하군’

권총수는 이제 산이 되었다.

누구도 그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가 인정했다.

순식간에 능선으로 올라선 권총수는 멀리 보이는 희끄무레한 마을을 보았다.

‘호리병 같군’

마을 입구가 좁다.

마을을 들어가는 좌우로는 커다란 바위들과 10미터는 족이 넘어 보이는 절벽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었다.

암벽을 예상해 장비를 가져왔지만 야밤이기 때문에 대낮보다 두세 배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특히 빨리 끝내고 헬기로 떠나야 한다.

“출발.”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20여분 정도 지나 팀원 모두가 도착했다.

야시경을 통해 나탈아리 마을을 바라보는 팀원들 표정이 그다지 밝지 못했다.

분지형태의 마을, 입구까지 좁아 천연의 요새인 것이다.

“형!”

“말해!”

“준비하고 있다가 무전이 오면 들어와.”

“혼자 들어가려고?”

“일단 들어가보고.”

HK-416을 대각선으로 메고 대검 한 자루를 손에 쥐었다.

츄아악!

순식간에 권총수는 팀을 이탈했다.

흐음!

피식!

오민철이 실소를 짓는다.

갈수록 간격이 좁아지기는커녕 격차가 벌어지고 있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운기조식을 하고 심법의 내용을 깨우치기 위해 명상에 잠기는 시간이 많다.

학창시절 지금처럼 공부를 했다면 서울대는 거뜬할 것이라는 마음이 들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내공은 생각처럼 오르지 않았다.

‘진짜 난 자질이 없을까’

‘세상에 노력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자질 없는 사람은 없어.’

권총수의 말이었다.

말인 즉 옳다.

자신을 격려하고 용기를 주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와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날아가는 권총수의 신법을 보면 심사가 불편해진다.

만월인데다 70년을 넘어서고 있는 내공이면 충분히 대낮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야시경을 머리 위로 밀어 올린 권총수는 앞을 막고 있는 바위를 올려다보았다.

십 미터는 넘어 보였다.

휙!

무릎을 구부렸다가 펴면서 양팔을 힘차게 상하로 휘둘렀다.

슈우우!

권총수의 몸은 풍선처럼 허공으로 떠올라 바위를 넘어갔다.

가볍게 땅에 내려선 권총수는 모든 감각을 끌어올렸다.

‘기척!’

아주 작았지만 사람이 내는 소리다.

스스스!

마을 입구 쪽으로 날아간다.

초상비다.

간헐적으로 신형이 흔들리는 것이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작은 돌멩이를 슬쩍 스치듯 밟고 다시 날아간다.

뚝!

둥근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살폈다.

마을 입구에 울퉁불퉁 바위들이 솟아 있는데 두 명의 사내가 PKM을 설치 해놓고 있었다.

부우웅!

권총수는 단번에 몸을 날렸다.

옷자락 펄럭이는 소리를 줄이기 위해 소매 끝과 상의 가슴을 끈으로 묶었는데도 어쩔 수 없다.

바람 소리에 두 사내가 돌아보았다.

촥!

촤아아아!

손에 들린 대검이 좌우로 번득이며 두 사내의 목에 붉은 선이 나타났다.

주르르륵!

툭!

투우욱!

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공이 실린 강력한 대검이 두 사내의 목을 잘라 버린 것이다.

퍼어억!

동시에 몸이 넘어졌다.

권총수는 헤드셋을 당겼다.

“들어와!”

두 사내의 시신을 훑어 본 뒤 입구로 다가갔다.

멀리서 팀원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권총수는 내공을 잔뜩 끌어 올리고 쉬지 않고 사방을 살피고 있었다.

다가온 팀원들은 바위 뒤에 목이 잘려 있는 두 구의 시신을 보고 멈칫 했다.

“피아퐁은 내가 찾을 테니까 나머지는 계획대로 움직이라고.”

스으으!

권총수는 대검을 쥐고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산동네다.

아카시아와 소나무, 떡갈나무가 울타리처럼 서 있고 곳곳에 마른 잡초들이 우거져 있다.

마을에서 머지않은 곳에 티그리스강이 흐르고 있다.

드르륵!

갑자기 왼쪽에서 불꽃이 날아왔다.

AK였다.

권총수는 재빨리 지면에 엎드렸고 갖고 있던 HK를 들고 총알이 날아 온 곳을 향해 자동으로 갈겼다.

바로 그때 사방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팀원들도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슈욱!

권총수의 몸이 솟아올랐다.

조금 전 총알이 날아왔던 납작한 바위다.

두두두두!

놀랍게도 솟구쳐 오르는 권총수의 신형을 쫓아 불꽃이 따라온다.

총의 각도가 속도를 따르지 못한 걸 보면 조금 전 응사에 부상을 입었음이 분명했다.

“놈!”

보인다.

부상을 입은 듯 누운 채 공중으로 날아오는 권총수를 향해 총을 쏘고 있다.

권총수는 공중에 뜬 채로 지면을 향해 총을 갈겼다.

드르르르!

사내의 앞가슴이 피로 물들었고 땅에 내려선 권총수는 사내를 보았다.

무슬림들이 즐겨 입는 평상복이다.

권총수는 HK-416을 대각선으로 다시 매고 권총을 뽑아 들었다.

오밀조밀 집들이 붙어 있는 좁은 공간에서는 권총이 대응하기에 한결 수월하다.

권총수의 눈이 이글거린다.

귀가 먹먹할 만큼 시끄러운 총소리는 어느.것이 자신을 노리고 나는 것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엄폐물을 찾아 몸을 숨긴 뒤 전황을 살피며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권총수는 보통 사람과는 비교가 안 되는 오감을 갖고 있다.

빙글!탕!

알고 돌아선 건 아니다.

내공 연마에서 오는 본능이 야수처럼 발달한 탓이다.

스스슷!

돌담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빠르게 이동했다.

타아앙!

좌측 골목에서 AK를 쥔 군복차림의 사내가 튀어나왔다가 권총수의 응사에 엎어졌다.

"왔---다"

내공을 실어 외쳤다.

70년 내공이 실린 이른바 사자후(獅子吼)다.

캄캄한 어둠속 피아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난장 속에서 피아퐁을 찾아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동네는 20여 가구가 넘는다.

일일이 어디에 갇혔는지 찾는다는 건 기습 작전의 성격으로 볼 때 위험하다.

곧장 갇힌 위치로 파고들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좀 더 정확한 장소 파악을 요구했지만 집들이 많기 때문에 특정하여 짚을 수 없었다고 했다.

"우리가 왔--—다"

텔레반은 물론이고 마을에 있는 사람이라면 단 한명도 빠짐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총소리가 귓청을 찢지만 전음처럼 분명하게 들릴 것이다.

사자후는 이른바 저주파이다.

사자후는 내공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일반 음성처럼 공중에 흩어지거나 유실되는 양이 극히 적다.

피아퐁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건 텔레반도 그의 이름을 알기 때문이다.

팟!

갑자기 권총수의 눈이 빛났다.

슈왕!

눈 앞에 있는 단층 목조주택 지붕을 넘어갔다.

소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거나 나 여기 있다고 소리친 것도 아니었다.

지면을 통해 미세한 울림을 감지했다.

외인부대시절 소대원들에게 한 가지 신호를 부여했다.

위기에 처하면 소리를 질러 구조요청을 하지 말고 발로 힘차게 지면을 찍어라.

어디서든 있는 힘껏 바닥을 강하게 찍으면 된다.

내가 알아듣는다. 너희들은 몰라도 난 충분히 듣는다.

포탄이 떨어지면 폭발의 충격으로 땅이 흔들리듯 비록 보잘 것 없지만 있는 힘껏 바닥을 찍어라.

그러면 난 너희들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건물에 갇혔다면 벽이나 기둥에 몸을 충돌시키면 더 좋겠지.

그런데 지금 미세한 진동을 느꼈다.

지진이 오기 전 지진파를 미리 감지하고 피하는 물고기나 조류들의 반응과 같은 것이다.

방향은 마을 뒤쪽이다.

얼기설기 난 골목길을 따라 움직이는 데 순간적으로 불영(佛影)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불영선하보(佛影仙霞步)다.

직선으로 퉁겨 날아가는 신법 보다는 언제든지 방향을 틀고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에 대처하기에는 보법이 훨씬 났다.

스으으!

극성에 이르면 12개의 부처가 나타난다.

그러나 아직은 다섯 개에 불과하다.

드르르!

두두두두!

AK와 HK-416의 총성이 치열하게 뒤섞여 울린다.

하지만 갈수록 HK-416 소리가 조금씩 AK를 압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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