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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132화 (132/651)

제132화: 암살(2)

앞차 경호원들은 롤스로이스를 향해 달려갔고 뒤쪽 경호차량에서 내린 사내들은 공격이 날아온 반대편 사막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했다.

부아아앙!

나카야마는 모래 언덕을 향해 돌진했다.

뒤를 따라오던 또 한 대의 랜드로버는 차를 세우고 일제히 총알이 날아온 동쪽을 향해 포격하듯 총알을 쏟아냈다.

“맙소사!”

모래 속에 묻힌 차안을 들려다 보던 권총수의 눈이 커졌다.

방탄유리가 박살났고 운전기사 머리가 날아가 버리고 보이지 않았다.

“왕세자님!”

역시나 파흐드 왕세자가 피를 흘리며 뒷좌석에 웅크리고 있었는데, 권총수는 눈을 크게 떴다.

사물란 대신 파흐드 왕세자를 수행해온 비서가 옆에 쓰러져 있었다. 즉사였다.

총알은 방탄유리를 뚫고 들어와 파흐드 왕세자와 나란히 앉아 얘길 나누던 수행비서를 친 것이다.

경호원들이 기를 쓰며 차문을 열려고 했지만 모래 속에 파묻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방탄유리인 탓에 깬다는 건 더욱 불가능했다.

“비켜!”

파아악!

권총수의 주먹이 유리를 찍자 우수수 유리가 깨지면서 주저앉았다.

경호원들 눈이 휘둥그래지고 권총수는 파흐드 왕세자의 발목을 잡고 밖으로 잡아 당겨 끌어냈다.

‘살아 있다’

흰색의 칸두라가 완전히 피로 범벅이 되었는데 앞가슴의 피부가 너덜 거렸다.

‘호오! 심장이 뛴다’

방탄유리를 뚫고 들어온 총알이 비서까지 치고 파흐드 왕세자를 쳤는데 절묘하게 앞가슴의 살갗만 찢고 지나간 것이다.

파파팍!

번개처럼 손가락으로 가슴 앞의 혈도 다섯 곳을 눌렀다.

콰앙!

또 다시 총성이 울리고 롤스로이스 연료통이 박살나며 기름이 흘러내렸다.

“피햇!”

권총수는 파흐드 왕세자를 안고 몸을 날렸다.

콰아아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롤스로이스가 불길에 휩싸였다.

“총수야 빨리!”

오민철이 어느새 랜드로버 핸들을 잡고서 소리쳤다.

덜컹!

권총수는 재빨리 랜드로버 뒷문을 열고 파흐드 왕세자를 태웠다.

“형, 지혈 했으니까 바로 병원으로 모시고 가면 될 거야.”

“넌?”

“걱정마!”

뒷좌석 바닥에 있는 HK-416을 거머쥔 권총수가 몸을 날렸다.

스으으으!

모래 위를 날아간다.

간간이 한 번씩 지면을 박차고 날아오르긴 했지만 사람들 눈에는 불가사의한 모습이었다.

슈우우우!

금강부동신법이 이제는 칠성을 넘어서고 있었다.

한번 도약하면 2,30여미터 날아간다.

십이성 극성에 오르면 선 채로 날아간다.

순식간에 권총수의 모습은 사막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척!

권총수는 거대한 모래언덕에 올라섰다.

바닥에 발자국이 있다.

두 눈이 매섭게 빛났다.

‘둘!’

칠십 년을 넘어서고 있는 내공은 찍힌 발자국의 크기가 다르다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동북쪽!’

슈우우욱!

권총수의 몸이 비상했다.

츠츠츠!

권총수는 오감(五感)을 열었다.

눈은 발자국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듣는다.

코는 비릿한 모래 냄새 사이로 풍겨 나오는 사람의 땀과 총이 가진 화약 냄새를 간파한다.

아직 그 정도까지는 되지 않지만 내공이 좀 더 오르면 살갗에 부딪히는 공기의 감촉만으로도 사람의 흔적을 파악한다.

덥다.

태양도 뜨겁고 사막 모래의 반사열까지 더해지며 불덩이 속을 달리는 듯 했다.

거대한 능선처럼 겹겹이 이어지는 모래 언덕을 넘어가던 권총수가 멈췄다.

한 대의 SUV가 달리고 있었다.

지프는 거센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상당한 스피드로 달리고 있었다.

바퀴가 모래에 깊숙이 박히면서 평평한 도로에서 보다 속도는 내지 못하지만 시속 60킬로 이상은 될 듯 싶다.

자신의 금강부동신법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시속 60킬로로 달리는 자동차를 추격해 잡을 정도는 아니다.

스윽!

들고 있던 HK-416을 들어 올렸다.

달리는 자동차를 잡기 위해서는 타이어를 겨누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모래 먼지로 인해 자신에게 등을 돌린 채 달리는 지프 운전자를 노린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잠깐 들어 올렸던 총을 다시 내린다.

도저히 사격을 할 수 없을 만큼 흩날리는 먼지가 거셌다.

권총수는 한곳을 바라보았다.

회백색의 사막에서 붉은 빛을 띠는 지역이 보인다.

모래 사막속에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암석 사막이다.

지프가 암석사막으로 들어서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거리는 사 오백미터 될 것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지프가 암석사막으로 들어가는 순간 방아쇠를 당기기로 했다.

덜컹!

덜커덩!

지프가 모래먼지를 남기며 암석사막지대로 들어섰다.

먼지가 확실히 줄었다.

더욱이 울퉁불퉁한 지면과 곳곳에 산재해 있는 크고 작은 바위들로 인해 모래사막을 달릴 때와 달리 속도를 높이지 못했다.

타앙!

선 채로 방아쇠를 당겼다.

녹음이 우거진 숲과 달리 50도가 훌쩍 넘는 사막의 열기가 불덩이처럼 피어오른다.

이런 열기라면 총알은 반드시 어느 지역을 지나면서부터 공중으로 떠오른다.

뜨거운 열기에 밀려 올라가는 것이다.

물론 공중으로 뜬다고 해서 몇 미터씩은 아니다.

그래봤자 몇 센티이겠지만 그건 지금과 같이 정밀 사격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승패와 바로 연결된다.

콰앙!

달리던 지프가 굉음을 내며 옆으로 뒤집어 졌다.

펑크가 나면서 기우뚱 한 지프는 커다란 바위를 타고 오르면서 중심을 잃고 거꾸로 쳐박혔다.

슈우우!

권총수가 날듯 뛰어갔다.

지프가 엎어진 곳을 향해 몸을 날린 권총수는 오른쪽에 있는 집채만 한 바위 뒤로 숨었다.

내공이 주입된 청각에 의심스러운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죽었을까.

권총수는 고개를 저었다.

차량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사망했을 가능성은 적었다.

슥!

조용히 탄창을 꺼내 실탄을 확인했다.

아직은 든든하다.

상대는 M82A1을 갖고 있다.

이른바 대물저격총의 굳건한 중심이랄 수 있는 바렛이다.

경 장갑차량 정도는 충분히 뚫어 버리는 저격총이다.

방탄유리로 된 롤스로이스가 꼼짝 못하고 뒤집어 지는 판에 자신의 몸 정도는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스으으!

오른쪽으로 돌아 뒤집어진 지프를 향해 다가갔다.

척!

3미터 정도 되는 높이의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다시 귀를 집중했는데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떠올랐다.

숨소리가 들린다.

상당히 거친 것을 보면 부상을 입은 모양이다.

멈칫!

권총수의 검미가 찌푸려졌다.

‘둘이다’

혼자 인줄 알았는데 또 하나의 호흡소리가 들렸으며 앞서 들은 것 보다는 호흡이 약했다.

부상이 좀 더 심한 듯 했다.

스으으으!

권총수의 몸이 바위를 나와 날아갔다.

30도 정도 되는 경사진 언덕을 넘어 날아 내렸다.

내려서자마자 소리가 있는 곳으로 총구를 돌렸다가 천천히 내렸다.

한 사내가 하늘을 커다란 바위가 만들어낸 그늘아래 쭈그리고 있었는데 얼굴이 피로 범벅이 되었다.

차량이 전복되는 순간 얼굴을 심하게 다친 모양인데 M4 한 자루가 저만치 나뒹굴고 있다.

권총수는 지면에서 돌멩이 한 개를 주워들었다.

“죽여주는 것이 곧 자비라고 했던가.”

2차 대전 북아프리카의 전장을 누비며 영군군을 공포에 떨게 했던 독일 장군 롬멜이 했던 말이다.

자신이 아끼는 부하가 하필 아군 탱크에 발목이 눌려 고통스러워하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쏘아 죽였다.

장군님 하며 지켜보던 부하가 놀라자 롬멜은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

‘죽여주는 것이 곧 이 친구에게는 자비라네’

처음에는 롬멜이 부하를 쏴 죽였다는 소문에 상당한 혼란과 부대가 흔들렸다.

하지만 전쟁이 거듭되고 의약품이 떨어지면서 치료받지 못한 병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료에게 죽여 달라고 매달렸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났다고 생각했다.

탕탕!

동료가 동료를 죽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료의 총에 맞아 죽은 병사의 얼굴에 웃음이 맺혔다.

고통이 눈처럼 녹아 사라졌기 때문이다.

병사들은 왜 롬멜이 아끼는 부하를 죽였는지 그제서야 알게 된다.

휙!

돌멩이가 적엽비화 수법으로 날아갔고 정확히 사내의 미간을 파고들었다.

푸우욱!

비명도 없고 미세한 파육음만 흘러나왔다.

권총수는 죽은 사내를 잠시 내려다 보다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자신이 나타난 줄도 모르고 바렛을 거치한 채 엎드린 사내를 보았다.

사내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지 핸드폰을 귀에 붙이고 있었다.

“지원요청 전화인가 보군.”

사내는 소스라치며 고개를 돌렸다.

권총수가 다가온다.

10킬로가 넘는 바렛을 들어 총구를 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사내는 서른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몹시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전방 주시를 등한시 하지 않았다.

은폐 엄폐물 하나 없는 휭 한 사막을 어떻게 자신의 눈에 띠지 않게 건너왔을까.

권총수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달궈진 바위는 금방이라도 엉덩이를 태워 버릴 것 만 같았다.

지이잉!

그때 전화가 걸려왔고 권총수는 재빨리 터치했다.

“형 어떻게 됐어? 우휴, 다행이네. 병원에 모두 대기시켜.”

핸드폰을 끊었다.

“파흐드 왕세자께서 의식을 차렸다는군.”

딸칵!

담배를 피워 물고 불을 붙였는데 파흐드 왕세자가 살아났다는 말에 한결 여유를 찾은 것이다.

“아카데미 쪽은 아닌 것 같고?”

구레나룻가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았다.

거기에 짧은 스포츠머리는 어떤 규율에 얽매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참을 바라보던 권총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누구요?”

여전히 사내는 침묵했다.

“내가 아카데미에 대해서 조금 아는 편이오. 아카데미의 특징 중 하나가 바렛 대물저격총을 웬만해서는 사용하지 않소. 왜냐하면 씰이나 델타포스에서는 대물저격총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거든.”

대물저격총은 살상의 용도도 있지만 거의가 적의 중화기 또는 경장갑차, 전투차량을 파괴할 목적으로 많이 운용된다.

그런데 씰이나 델타포스 같은 특수부대의 작전에는 그런 기갑차량들이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

그들은 적의 미사일 기지 폭파, 전투기 이착륙을 막기 위한 활주로 공격등 그야말로 특별한 작전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사용하는 저격총은 철저히 대인용이다.

“두번째로 당신 앞이마의 갈색 피부 위를 희미하게 지나간 희색의 선이오.”

보통 사람의 눈에는 식별이 쉽지 않겠지만 권총수의 눈은 피할 수 없었다.

해수욕장에서 선탠을 한 여성이 브래지어 끈을 풀면 등에 흰줄이 생기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곧 사내는 머리에 뭔가를 감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주 오랫동안 감고 있었다는 걸 증명하듯 일부 피부는 벗겨지기도 했고 작은 상처도 보인다.

“이마에 난 그 자국 말이오. 어려서부터 이갈을 두른 무슬림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 아니오?”

사내의 눈이 흔들린다.

“사우디아라비아 정규군이군?”

벌떡!

갑자기 사내가 일어나더니 빙긋 웃었다.

“난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양손을 들어보였는데 그건 남자답게 맨주먹으로 한 번 겨뤄보자는 뜻이었다.

권총수는 빙긋 웃었다.

“그래요, 그럼 그럽시다.”

권총수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섰다.

사내는 상체를 약간 낮추며 권총수를 칠 듯 말 듯 하며 주먹을 뻗었다.

타격을 하기 위한 공격이 아니었다.

한 눈에 미끼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공격을 할 듯 자꾸 주먹을 뻗으면 상대는 어떤 형태로든 반응하게 된다.

바로 그때를 노려 필살의 공격을 가하겠다는 계산이다.

‘시스테마로군.’

세르게이를 통해 몇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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