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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131화 (131/651)

제131화: 암살(1)

마지막으로 권총수가 나섰다.

모든 동료들의 눈이 빛났다.

권총수의 사격은 격이 다르다.

뭔가 특별함이 있다.

그건 신비했고 가끔은 탄성을 넘어 황홀할 만큼 아름답기도 하다.

탕!

걸어 나오는 속도로 레일을 타고 이동하는 마네킹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같은 집중 사격이 아닌 단발이다.

마네킹 하나에 한발씩 박아 넣었는데 정확히 머리통을 날렸다.

탕!

타탕!

총알은 마네킹의 관자노리를 뚫어버렸다.

짝짝짝!

급기야 누군가 박수를 쳤는데 나카야마였다.

“사이코우(최고)!”

외인부대 5년 동안 권총수에게 단 한 번도 칭찬을 한 적이 없었다.

모두가 권총수의 능력에 찬사를 보내며 경이롭다고 했으나 자신은 침묵했다.

그건 자존심 때문이었다.

어쩌면 한국과 일본과의 좁혀지지 않는 과거사의 연장선인지도 몰랐다.

오민철이 쪽바리라고 할 때마다 조센징이라고 웃으며 대꾸했지만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아닌 척 해도 한국인에 대한 우월 의식, 그리고 차별과 폄훼는 갖고 있었다.

더욱이 자신은 자위대 출신이다.

자위대는 분명한 일본 군대이다.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위대는 한국을 적국이라고 교육 받는다.

그런 교육 속에 성장한 자신이 함부로 한국인을 칭찬하고 높이 평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졌다’

죽어도 한국인에게 지기 싫었지만, 이제는 인정을 하기로 했다.

타탕!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마네킹을 향해 연거푸 방아쇠를 당겼다.

화악!

“젠장!”

한 개의 마네킹 관자노리에 두발을 박아 넣는 모습에 누군가 감탄하다 못해 투덜거렸다.

탕!

분명 총성은 한발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기에 어렵지 않게 알아보았는데 튀어나온 탄피로 판단했다.

총소리 한 방에 두 개의 탄피가 튀어나온다.

“마술이 따로 없구만.”

오민철은 졌다는 듯 씨익 웃고 말았다.

아침부터 바쁘다.

오늘 파흐드 왕세자의 야외 행사가 있다.

사흘 전 왕궁 경호실로부터 KAS에게 경호요청을 해왔다.

KAS와 다인코프는 2주에 한 번씩 주야간 12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

1주일 동안 KAS가 주간 경호를 선다면 다인코프는 야간이다.

반대로 다인코프가 주간이면 KAS는 야간이 되는 것이다.

이번 주 낮 경호는 다인코프였는데 야간 경호인 KAS팀을 부른 것이다.

두 대의 랜드로버 차량이 왕궁 정문에 멈췄다.

정문 앞에는 오늘 주간 경호에 나설 다인코프 소속 차량 세 대가 역시 정차해 있었는데 랜드로버 차량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 불편해 보인다.

딸칵!

랜드로버 문이 열리고 앞 뒤 차량에서 여섯 명이 내렸는데 권총수를 포함한 외인부대 출신들이 전부였다.

권총수는 파흐드 왕세자로부터 전달 받은 경호원 신분증을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정문 경비원에게 내밀었다.

경비원은 신분증을 대충 훑더니 초소로 걸어갔다.

검게 선팅이 된 유리 아래 틈으로 신분증을 밀어 넣었는데 진위를 확인 하려는 것이다.

권총수는 흘긋 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무더운 날씨인데도 긴팔 셔츠에 회색조끼를 걸치고 있는 선글라스의 사내였다.

서른 후반 정도 되어 보인 사내는 옆구리에 권총을 차고 있었다.

권총은 팀의 리더를 상징한다.

“인사하죠. 앤서니, 난 권총수요.”

파흐드 왕세자를 경호하는 같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권총수를 보는 다인코프의 리더 앤서니 눈은 차갑다.

권총수가 내민 손을 마지못해 잡는다.

그때 경비실 문이 열리며 어깨에 기관단총을 멘 팀장 사내가 나왔다.

“앤서니, 지금 막 정찰 경호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무슨 말이야. 우리가 정찰 경호라니?”

오늘의 주간 근무 팀은 다인코프다.

그러기 때문에 지원을 나온 KAS가 당연히 정찰 경호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었다.

정찰 경호란 왕세자가 지나갈 도로 곳곳을 살피며 전번처럼 매복 공격이 있을 것을 대비하는 일이다.

정확한 표현은 간접경호다.

미리 경호대상자가 지나가게 될 길목이나 장소를 찾아가 정보를 수집하고 위험물은 없는지 현장에서 활동 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경호 대상자가 지나가는 동선을 관할 지역 경찰들이 사전에 훑지만 지난번 매복사건으로 더 이상 지방 경찰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모양이다.

“어떻게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앤서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상당한 모욕감을 느낌 모양이다.

하지만 고용주의 지시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

앤서니는 어금니를 물었다.

“정찰이다!”

쪽팔릴 때는 빨리 뜨는 것이 상책이다.

“미스터.”

“총수!”

앤서니는 포드 익스플로러 조수석 문을 잡고 말했다.

“행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쾅!

포드 익스플로러 문이 닫히고 다인코프 소속의 차량들이 왕궁정문을 떠났다.

“흐흐 무진장 꼬운 얼굴인데?”

오민철이 건들거리며 다가왔다.

“건방진 자식.”

오민철이 킬킬 거리며 웃는다.

“다시 한 번 복장 확인하고.”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리더였다.

권총수의 지시에 누구도 불편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수행 경호원들이 아니기 때문에 옷차림은 최대한 일반인처럼 갖춰야 한다.

일제히 복장을 살폈다.

육중한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잠긴 정문이 열린다는 건 파흐드 왕자가 차량에 탑승했다는 뜻이다.

정문이 완전히 열리고 경비원들이 차렷 자세로 섰다.

권총수 일행도 차에서 내려 나란히 섰는데 멀리서 비상라이트를 켠 경호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왕세자 파흐드가 탄 흰색의 방탄 롤스로이스가 그 뒤를 이었으며 세 번째에 또 한 대의 경호 차량이 따른다.

경호 규모에서부터 확실히 알 살만 왕세자와 차이가 있었다.

알 살만 왕세자가 궁을 나서면 시내의 모든 교통 신호 체계가 이동 차량에 맞춰 바뀌고 경호차량 만 10여대에 이르는 그야말로 대규모 기갑부대가 이동하는 듯 한다.

거기에 네이비 씰 출신들로 된 아카데미 경호원 20여명이 외곽을 지원한다.

“출발!”

랜드로버는 맨 뒤를 따르는 경호차량을 따라 출발했다.

“알파(Kilo Alpha Services;줄임말), 내 말 들립니까?”

경호실장 칸나리 목소리다.

출발 직전 수행 경호차량과 소통할 무선주파수가 전달됐다.

“칸나리.”

랜드로버 조수석에 탄 권총수가 무전을 받았다.

“정찰팀으로부터 연락은 없소?”

지나갈 길목에 위험 징후가 발견이 되었다면 무전을 띄우는데 앤서니로 부터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조용합니다.”

연락이 없다는 건 가는 길 주위에 위험스런 징후가 전혀 없다는 의미였다.

“OK!”

경호실장 칸나리의 목소리가 매우 만족스럽다.

차는 왕궁을 떠나 시내에 접어들었고 19번가로 우회전 하여 외곽도로에 들어섰다.

오늘 파흐드 왕세자가 가는 곳은 리야드에서 서남쪽으로 200킬로 떨어진 자칼루라는 곳이다.

사우디는 국토의 거의 대부분이 사막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다.

결국 석유를 팔아 얻은 막대한 자금으로 녹색국가 만들기 운동을 전개해야 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자칼루에서 동북쪽으로 300킬로 떨어진 알리바루즈에서 거대 송수관을 통해 물을 끌어온 대공사가 마침내 오늘 마무리 되는 것이다.

자칼루는 모래가 아닌 거친 황토 사막이기 때문에 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숲을 가꿀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헬기를 이용하면 아주 편하고 짧은 시간에 이동할 수 있지만 알살만 왕세자도 그렇고 파흐드 왕세자 역시 꺼려한다.

헬기야 말로 대공무기에 너무 취약해 추락하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날아 올 줄 모르는 것이 헬기다.

부우웅!

외곽도로를 벗어나 본격적인 사막도로로 접어들었다.

그야말로 열사의 땅이고 온통 회백색 모래사막이 바다처럼 펼쳐져 있었다.

“디(D), 어디인가?”

D는 다인코프(DynCorp)의 첫머리 글자이다.

대꾸가 없자 권총수는 다시 호출했다.

“D, D.”

연거푸 호출해도 응답이 없자 핸들을 잡고 있던 오민철이 고개를 돌렸다.

“이 자식들 일부러 대답 않는 것 아냐?”

권총수는 피식 웃었다.

“왜 웃는데?”

“형 말처럼 나와 말 섞기 싫다는 거겠지.”

“우린 지금 경호중이야. 기분 나쁘다고 근무태만을 하다니 그런 한심한 놈들.”

뒤에 앉은 비렌드라가 인상을 썼다.

권총수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다인코프라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해도 아카데미를 가장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는 보안회사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에게 밀려 정찰 경호를 나갔으니 쉽게 화가 가라앉겠어요?”

“그래도 그렇지. 삐칠게 따로 있는 거지 이런 중요한 공무 중에 개인감정을 앞세우면 어떡하자는 거야.”

오민철이 핏대를 올렸다.

“엇, 사막에 왠 다리야.”

운전을 하던 나카야마가 눈을 빛냈다.

육중한 철근 콘크리트 다리가 나타났다.

“강 같은데!”

다리 아래를 보던 모두가 놀란 표정을 했다.

강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으나 물은 한 방울도 흐르지 않는다.

“바우와 강.”

권총수가 말해 주었다.

“40년 전까지 물이 흘렀다고 들었어.”

“그런데 지금은 왜 안 흘러?”

비렌드라가 눈을 빛냈다.

“하룻밤 사이에 사라진거야. 학자들은 지각 변동으로 강물이 지하로 스며들었을 것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원인은 아무도 모른대.”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래서 이 다리를 레인보우 다리라고 부르기도 해. 해가 뜨면 사라지는 무지개.”

“넌 왜 그렇게 아는 게 많냐. 완전히 사우디 사람 같은데.”

오민철이 놀랐다는 듯 눈을 흘겼다.

“리더가 뭐야. 리더는 그 팀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아냐. 뭔가 팀원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리더인거야.”

오민철이 운전하는 나카야마를 노려보았다.

“학교 다닐 때 공무 못한 놈이 반장 되는 것 봤어. 절대 꼴통들은 반장이 될 수가 없어.”

“쪽바리, 말이 조금 이상하다.”

“내 말은 총수는 우리의 리더라는 거지.”

“에이! 근무 중에 담배 피울 수도 없고.”

오민철이 인상을 썼다.

비렌드라가 껌 한 개를 내 밀었다.

담배 대신 껌이라도 한 개 씹으라는 뜻이었는데 오민철이 인상을 썼다.

“난 껌 싫어.”

“땡큐”

대신 권총수가 받아 입속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원수들이 강하다고 겁을 낼 건가.

우리들이 약하다고 낙심 할 건가.

정의의 날쌘 칼이 비키는 곳에

이 길이 너와 나로다.

갑자기 오민철이 주먹을 쥐고 노래를 불렀다.

“무슨 노래야?”

“독립군가, 일본 놈을 때려죽이자. 죽이자.”

“푸훗!”

권총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콰아앙!

바로그때 엄청난 굉음이 울리면서 흰색의 롤스로이스가 기우뚱했다.

촥!!

촤촤촥!

동시에 앞 뒤 경호차량의 유리가 내려가고 경호원들의 총구가 나타났다.

드르르륵!

총구가 불을 뿜었다.

적을 발견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아닌 위협사격이다.

우리도 널 발견했으므로 가만 안두겠다는 응사 성격의 사격인데 효과는 있다.

적은 자신이 아무리 숨어 있다고 해도 상대가 이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공격이 조심스러워진다.

콰앙!

또 다시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끄으으!

롤스로이가가 도로를 이탈하여 왼쪽 모래 언덕으로 처박혔다.

끼이익!

순간 앞뒤 경호 차량이 급정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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