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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109화 (109/651)

제109: 차도살인(借刀殺人)4

언더보스 중 한 명인 제이사의 수족이다.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 총알을 퍼붓는 사내들이 각양각색이다.

기름과 물이 섞인 것이다.

‘설마’

라자로니 눈이 떨린다.

어제 새벽.

상파울루 동쪽 주립 식물원 뒤로 가면 작은 개천이 흐른다.

개천 주변으로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비바람만 겨우 막을 수 있는 천막과 나무 조각으로 벽을 세워 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쏟아낸 배설물이 정화되지 않고 그냥 흘러들어가는 바람에 개천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악취가 진동을 했다.

그런 악취 진동한 개천가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둘 모두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권총수와 스콜라리였다.

그런데 스콜라리 행색이 마치 불속에서 뛰쳐나온 사람 마냥 헝클어져 있었다.

둘은 말없이 담배만 피었다.

툭!

권총수가 꽁초를 개천으로 집어 던진다.

흘긋!

그리고 옆에 앉아 있는 스콜라리를 바라보았다.

“힘듭니까? 하긴 배신도 쉬운 일은 아니죠.”

질문을 던져 놓고 히죽 웃는다.

당신에게 선택권을 주겠다.

죽을 건지 살건 지 모든 건 당신이 결정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면 충분히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굉장한 고문을 당할 것이다.

그 고문은 과거 소련의 KGB도 미국의 CIA, 그리고 히틀러 부하들도 모르고 겪어 보지 못한 수준이다.

궁금하면 실험삼아 한 번 맛봐도 좋다.

그러자 스콜라리는 자신 있다는 듯 한번 고문을 가해보라는 표정을 지었다.

“훗!”

권총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짧은 웃음을 지었다.

스윽!

권총수의 오른손이 뻗어지고 손가락에서 몇 가닥 지풍이 날아갔다.

파파팟!

“쿠욱!”

온 몸을 크게 한 번 떨더니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끄응!

스콜라리는 사람의 음성이라고 할 수 없는 괴성을 토하며 금세 피거품을 뿜어냈다.

투투투!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새끼손가락 굵기 만한 크기의 힘줄이 지진이 일어나 듯 불거져 나왔다.

뚝!

뚜둑!

이빨을 너무 세차게 깨물다 보니 이가 깨져 나왔다.

“그...그만 합시...다.”

파파팟!

권총수는 다시 손을 뻗어 제압된 혈도를 풀어 주었다.

털썩!

스콜라리는 완전 큰 대자로 뻗어 버렸다.

학학학!

가슴이 터질 것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었는데 아주 잠깐인데도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버렸다.

“분근착골이라는 말을 들어봤소?”

스콜라리가 알리는 없다.

“아주 특별한 사람들을 고문하는데 사용하는 무공이오. 강호라고 불리는 곳을 가면 거기 사는 사람들은 하늘을 날아가기도 하고 몸이 쇳덩이처럼 단단하기도 하죠. 그런 사람들도 분근착골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고 하더군요.”

공공선사는 불가의 제자가 이런 악랄한 강호의 무공을 남기는 것이 과연 바른 처신인지 아닌지 많은 고민을 했다.

분근착골은 강호에서 없어져야 할 무공이라는 것이 공공선사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금강불괴의 신체도 견디지 못할 만큼 끔찍한 것이지만 한번쯤 연구 분석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남겼다.

결국 스콜라리는 분근착골이라는 겪어볼 수 없는 고통에 저항을 포기했다.

스콜라리는 피우던 담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브라질 속담에 장사(壯士)는 없다는 말이 있소. 언젠가는 날 이기고 무너뜨리는 사람이 나타난다는, 삶의 법칙을 말하는 것 아니겠소.”

바람이 불었고 지독한 악취가 두 사람을 덮쳤다.

하지만 누구도 구역질을 한다거나 인상 따위를 쓰지는 않았다.

잡힌 자는 잡힌 대로, 잡은 자는 잡은 자대로 그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일의 결과에 따라 한 사람은 살거나 죽고, 다른 한 사람은 회사가 브라질에서 떠나느냐 남느냐가 달렸다.

“당신.”

스콜라리 입술이 뒤틀렸다.

“진짜 대단하군. 졌소.”

스콜라리는 패배를 받아 들였다.

“당신 말이 사실이오. 레드 커맨드는 지금 폭발직전에 있소.”

원인은 라자로니의 장기 집권에 있었다.

허나 더욱 결정적인 건 라자로니가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에 오르면서부터였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먼저 다섯 명의 언더보스 목을 칠 것은 불문가지였다.

그렇다면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에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

조직의 흐름을 보스인 라자로니가 모를 리 없다.

더욱이 각각의 언더보스 아래에는 라자로니 쪽 첩자가 한두 명씩 활동 중이고 그들로부터 언더보스들의 움직임이 수시로 보고된다.

대통령후보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언더보스들의 움직임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결국 라자로니가 선택한 건 선제공격이었다.

그건 자신의 딸 마르타를 납치하는 것이었다.

물론 다섯 언더보스에게 용의점을 맞춘 작전이다.

마르타 납치는 자작극인 셈이다.

딸칵!

거기까지 말했을 때 라이터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권총수가 말보로 레드에 불을 붙였다.

“전쟁에 동원할 병력은 우리였군. KAS?”

“그렇소. 마르타를 납치하면 결국 KAS에서 추적에 나설 것이오. 라자로니 측에서 치밀하게 조작해 놓은 증거를 토대로 KAS는 범인이 언더보스들이라는 것을 알 수밖에 없소. 영국 제일의 전쟁기업과 브라질 최대 갱단인 레드 커맨드의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 같소.”

스콜라리가 눈을 돌려 바라보았다.

그건 마지막 패를 받아 든 도박사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패를 쪼일 때의 눈빛이었다.

자신도 양쪽이 충돌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무척 궁금한 모양이었다.

권총수는 망설이지 않았다.

“피해는 적지 않겠지만 특수부대 출신들의 과감한 작전과 체계적인 전술 앞에 갱단이 맞설 수는 없소.”

“그럴 것이오. 어쨌든 레드 커맨드의 다섯 언더보스는 죽고 조직은 다시 재편 되겠죠. 라자로니는 그렇게 피로 물갈이를 시도하려는 것이었소.”

“마르타는 어딨소?”

“당연히 안전한 곳에 있지요.”

척!

처척!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스콜라리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어둠속에서 나타난 사람들을 보며 소스라친다.

4남1녀.

그들은 바로 레드 커맨드의 다섯 언더 보스였다.

마세두.

에르난데스.

페헤이라.

데쿠.

제이사.

여인 한 명이 웃고 있다.

라자로니 뒤를 이어 레드커맨드 차기를 이끌어갈 보스로 지목되는 제이사였다.

그녀는 검은색 바지 정장을 걸쳤는데 노랑머리가 어깨를 덮었다.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다가온 제이사는 스콜라리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오랜만이군요. 스콜라리?”

“제이사.”

“맙소사. 멋진 탱고 신사가 그게 무슨 꼴이죠?”

제이사는 흐트러진 스콜라리 행색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우리 레드 커맨드의 청소부께서 설마?”

그러면서 권총수를 바라보았는데 당신이 이렇게 만들어놨느냐는 뜻이었다.

“하긴, 우리 다섯을 불러 낼 정도면 보통 솜씨는 아니겠죠. 아주 좋아요”

배짱만으로도 충분히 스콜라리를 제압할 것 같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권총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들 하시오.”

권총수는 어둠속으로 걸어갔다.

다섯 모두 사라지는 권총수를 바라보았는데 복잡한 표정들이다.

“코리안?”

마세두의 질문에 제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군. 어떻게 라자로니의 계획을 알아 차렸단 말인가.”

하마터면 KAS와 머리 터지게 싸울 뻔했다.

그리고 라자로니만 좋은 일 시킬 뻔한 것이다.

부르르!

온 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다.

스콜라리는 권총수를 삼킨 어둠을 바라보았다.

“그만 가죠. 당신이 우리와 같이 나타나면 라자로니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군요.”

라자로니가 KAS란 칼을 이용해 언더보스들을 치려하자 권총수 또한 다섯 명의 2인자들 손으로 라자로니를 치려한다.

마세두는 권총수가 의미심장하게 한 말을 떠올렸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차...차 뭐라고 한 것 같은데’

대문이 박살나며 사내들이 몰려들었다.

AK로 무장한 그들은 수적 우세를 앞세워 정원 곳곳에서 저항하는 경호원들을 제압해 가기 시작했다.

“피해야 합니다.”

한쪽 팔을 넥타이로 묶은 경호원이 라자로니를 끌고 오른쪽으로 달려갔다.

그곳은 차고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가 있다.

후문은 발각이 되었다는 무전을 받았으므로 이제 남은 건 차고의 차량을 이용해 도주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정면돌파.

덜컹!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탁!

벽의 스위치를 올려 불을 밝힌 뒤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다시 나타난 문을 밀치고 들어가자 지하 주차장이 나왔고 세 대의 승용차가 주차해 있다.

세대 모두 방탄이지만 자신이 타는 마이바흐에 시동을 걸었다.

“벨트 매십시오”

경호원이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말했다.

툭!

벨트를 당겨 멨다.

“갑니다!”

부우우웅!

거친 엔진소리가 들리며 콰아앙! 차가 차고 셔터를 치면서 밖으로 튀어 나갔다.

콰앙!

셔터가 날아가고 마이바흐가 총알처럼 튕겨 나갔다.

엇!

핸들을 잡고 있던 경호원이 소스라쳤다.

멀리 낯익은 두 사람이 길 한 가운데를 지키고 서 있다.

“맙소사!”

언더보스 중 두 명인 마세두와 제이사였다.

그 앞에는 시커먼 두 자루 총이 앞발을 벌리고 있다.

삼각대가 세워진 RPK였다.

두두두두!

두 자루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파파팍!

방탄이기에 뚫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관총은 소총보다 훨씬 위력이 강하다.

오래 견디지 못할 것이다.

순식간에 앞 유리는 거미줄이 되어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휘청!

갑자기 차가 한쪽으로 기운다.

펑크다.

특수 타이어라고 하지만 RPK의 거친 파괴력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풀썩!

또 다시 차가 기운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다.

퍼퍼퍽!

두 자루 기관총에서 쏟아내는 7.62x39밀리 총알은 독일이 자랑하는 마이바흐를 벌집으로 만들었다.

콰아앙!

차는 왼쪽 담벼락에 처박혔고 더 이상 꼼짝 하지 않았다.

마침내 총알이 뚫고 들어 온 것이다.

경호원은 총에 맞은 듯 핸들에 상체를 숙이고 있었다.

의자 뒤에 몸을 숙이며 숨어 있던 라자로니는 사격이 멈춘 것에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으헉!”

오른쪽 창밖에 RPK를 든 마세두와 제이사가 히죽 웃고 있다.

어떻게 섞일 수 없는 둘이 나란히 웃고 있단 말인가.

“그가 뭐라고 했죠?”

제이사가 물었다.

마세두는 이마를 찡그렸다.

“차...뭐라고 한 것 같은데.”

마세두가 닭대가리처럼 열심히 머리를 갸웃 거리더니 소리쳤다.

“차도살인지계.”

마세두는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결국은 골육상잔(骨肉相殘)이 되고 말았네요. 우리끼리 전쟁이 벌이고 있으니.”

라자로니 안색이 굳었다.

실패가 분명해 보인다.

KAS를 이용해 다섯 언더보스를 제거하려는 계획이 틀어졌다.

스윽!

제이사가 자신의 브래지어 속에 손을 넣더니 시커먼 물건 한 개를 꺼냈다.

“꺼억!”

라자로니 눈이 커졌는데 그건 수류탄이었다.

툭!

안전핀을 제거하고, 연이어 안전 손잡이까지 튕겨 나갔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척!

제이사는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수류탄을 든 손으로 거수경례를 했다.

두두두두!

마세두가 방아쇠를 당기자 유리가 깨지며 구멍이 만들어졌다.

“이제 하는 말인데 나 보스 무척 좋아 했어요. 내가 아드리아나를 싫어한 이유를 이제 알겠죠?”

투툭!

수류탄을 뚫린 구멍으로 집어넣었다.

라자로니는 발판으로 떨어진 수류탄을 보며 문을 열려고 했으나 다급하다 보니 더듬거렸다.

더욱이 폭발시간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된 상태였다.

콰아앙!

문이 닫힌 상태로 수류탄이 터졌다.

마이바흐가 들썩거리며 거친 연기가 뿜어 나오더니 이어 쿠웅! 하며 불기둥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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