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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104화 (104/651)

제104화: 서로의 목을 겨냥 한 칼(2)

6조라는 거액을 받아 고작 백억을 쓴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아낌없이 지원한다는 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

“왜 웃나?”

“재밌군요.”

권총수는 다시 서류에 시선을 던졌다.

“인원구성 기한은 언제까지 입니까?”

“아직 시간이 있으니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보게.”

“지금 파흐드 왕자를 경호하고 있는 곳은 어디죠.”

“다인코프 인터내셔널이지.”

피터는 서랍을 열어 접혀진 신문 한 개를 내 밀었다.

“뉴욕 타임즈 기사일세. 참고가 될 거야”

권총수는 신문을 받아 펼쳤다.

‘작년 5월 말 현재 미국 국방부와 정식 계약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용병회사 인력은 5만8197명이다.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영국 프랑스 병력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숫자인 셈이다.

이중 특수 분야(정보탐지, 정치적 암살) 지휘를 맡은 용병의 연봉은 200만 달러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 진다.

사실 미국과 이라크 전쟁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알짜배기 승자는 따로 있다.

미국과 영국과 캐나다 등 서방 민간 용병업체들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돈이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의 재건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주머니에 안착한 것이다.

민간 용병회사(Private Military Company)들은 이라크 전쟁을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이득을 올렸다.

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용병회사만 한때 300여 개에 달했으며 고용된 인원만 17만 명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아카데미(블랙워터 월드와이드 전신)’ 와‘다인코프 인터내셔널’이다.

그곳 직원은 주로 특수부대 출신의 퇴역 군인들이다.

그들은 일반 군인보다 훨씬 많은 보수를 받는다.

이들은 미군 해병대나 씰 팀과 연계하여 군사 작전에 참여하거나 정치적 경제적 거물들을 경호 한다.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 내용을 보면 지난해 3월 말 현재 미국 국방부와 계약한 용병회사 인력은 7만8천여명이다.

이중 다인코프가 20프로를 넘는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미국이 벌인 전쟁 중 용병 비율이 가장 높은데 그야말로 용병들의 전쟁인 셈이다.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다인코프 사에 경호를 맡길 정도로 아프간에서 용병회사는 필수가 되었다.

이렇듯 아프간에서 미국이 용병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라크 아프니스탄을 포함한 중동에서의 크고 작은 지루한 전쟁은 미국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었다.

특히 게릴라전에서 이라크와 아프간 미군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어 미국인은 누구든 자신의 아들과 딸을 억지로 아프간으로 보내기를 꺼린다.

그래서 돈만 주면 우린 간다는 용병회사는 미국 정부에게 반가운 존재인 셈이다.

설사 용병회사 직원이 전투를 하다 인명 피해가 나더라도 정부가 정치적 수세에 몰리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문제 될 것이 없으므로 용병회사나 미국 정부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무법자들(The Cowboys)’이란 책을 쓴 르뽀기자 로저스의 책을 보면 다인코프의 작전반경이 자세히 기술되어있다.

그동안 언론은 아카데미만 주시했지 그들 그늘에 가려 소리 없이 움직이며 무자비한 피의 확장을 한 다인코프는 보지 못한 것이다.

기사를 읽은 권총수가 물었다.

“이정도 막강한 회사를 놔두고 왜 우리에게 손을 뻗치죠?”

“경쟁구도를 만들려는 거지. 뭐든지 독식이 되면 투쟁력이 사라지고 자기 개발을 등한시 하지 않는가.”

권총수는 피식 웃으며 신문을 다시 한 번 들췄다.

* * *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부호나 정치적 거물급 자제들이 다니는 ‘피랑티’학교는 어느 누구도 학교장 허락 없이는 들어 올수 없다.

아이들을 데리러오는 부모들이나 경호원 모두 문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교문 앞에는 많은 학부모와 경호원들이 이제 막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민철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 중 마르타를 찾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살폈다.

아이들은 마중 나온 부모와 경호원들 손에 이끌려 하나 둘 떠나갔다.

“마르타 여기.”

마르타를 발견한 것이다.

마르타 역시 오민철을 알아보고 뛰어왔다.

“아저씨 오래 기다렸죠? 선생님께서 시험 성적표 정리 좀 도와달라고 해서 늦었어요.”

“괜찮아!”

오민철은 마르타의 손을 잡고 주차되어 있는 벤츠 승용차를 향해 걸어갔다.

벤츠는 정문 좌측 길가에 주차되어 있다.

학교는 시립공원 입구에 있어 주위는 한적했다.

바글거릴 만큼 차량들로 가득 찼던 도로는 조금씩 한산해졌다.

딸칵!

뒷문을 열자 마르타가 올라탄다.

탁!

문을 닫은 오민철은 승용차 뒤로 돌아 운전석으로 걸어갔다.

덜컹!덜컹!

갑자기 차 문 열리는 소리에 오민철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 명의 사내가 AK를 들어 올렸다.

오민철은 번개처럼 권총을 뽑아들고 오른쪽 사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사내가 가슴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두두두두!

드르륵!

두 사내는 무자비하게 총을 갈겼다.

오민철은 총을 맞으면서도 방아쇠 당기는 걸 놓치지 않았다.

툭!

오민철의 손에 들린 권총이 땅바닥에 떨어졌고 쿵! 소리를 내며 나뒹굴었다.

“빌어먹을, 첫날부터.”

오민철은 짜증스럽게 내 뱉으며 길 위에 큰 대자로 누워 버렸다.

다다닥!

한 사내가 재빨리 뒷문을 열고 마르타를 끌어 내렸다.

“놔요, 아저씨, 아저씨.”

마르타는 끌려가면서도 쓰러진 오민철을 불렀다.

휙!

사내는 뒷문을 열고 마르타를 밀어 넣고 자신도 올라탔다.

부우웅!

차는 전속력을 다해 맞은편 골목길로 사라졌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쓰러진 오민철을 살피는 사람, 핸드폰으로 192 응급센터로 전화를 걸어 위급환자 발생을 신고했고 누군가가 흐르는 피부터 막아야 한다고 자신의 윗도리를 벗어 상처를 동여맸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오민철의 아랫주머니에 들어 있는 전화였다.

전화는 피 묻은 바지를 세차게 흔들며 아우성 쳤지만 주인은 받을 마음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두 번째 전화를 걸었는데도 통화가 되지 않자 권총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첫 근무기 때문에 퇴근 후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사무실은 모두 퇴근하고 아무도 없다.

한 번 더 통화를 시도했다.

여전히 받지 않는다.

“여보세요!”

끊으려는데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총수는 오민철의 전화번호를 불러주며 누구냐고 물었다.

“경찰입니다. 귀하의 신분을 밝혀 주십시오.”

“왜 경찰이.”

경찰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권총수는 기겁하며 사무실을 뛰어 나갔다.

랭글러 한 대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상파울루 시내를 달렸다.

몇 번의 신호까지 어겨가며 달린 랭글러가 멈춘 곳은 상파울루 대학 병원이었다.

차에서 내린 권총수는 응급실로 뛰어 들었다.

“누구시죠?”

여자 간호사가 물었다.

“총상 환자요. 192에 실려 왔을 거요.”

“지금 수술 들어갔습니다.”

권총수는 다시 수술실을 향해 뛰었다.

수술실은 5층에 있었는데 건장한 두 사내가 입구에 앉아 있었다.

수술중이라는 불이 깜빡거린다.

“혹시 오민철 환자?”

“그렇습니다.”

“경찰입니다. 소속이 KAS더군요?”

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상대는 피터였다.

“예 지사장님, 지금 수술중입니다. 수술실 앞에 있습니다.”

전화를 끊은 권총수는 경찰들을 바라보았다.

“오늘 처음 출근 했습니다. 범인들은 누굽니까?”

“가장 최근에 누군가와 원한 살 일을 하지 않았습니까? 두 분 모두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죠?”

권총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사람들’

최근에 원한 살 일을 한 적이 없느냐는 말은 오늘 사건을 오민철이나 KAS에 피해를 입은 사람의 보복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하루 평균 50여명의 아이들이 돈을 노린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는 것이 브라질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건일 가능성이 높은데 왜 경호원의 과거전력과 회사가 원인 제공을 한 것처럼 묻는 걸까.

‘설마 책임 회피’

마르타의 아버지 라자로니는 상원국회의원이다.

자칫 하다간 이번 사건으로 적지 않은 경찰 고위층이 줄줄이 옷을 벗을 수도 있는데 그런 일을 막기 위한 사전 포석일지도 모른다.

즉 돈을 노린 일반적 범죄가 아니라 KAS라는 회사가 필연적으로 갖고 있는 성격 즉, 남을 많이 괴롭히다 보니 자기들도 당한다는 인과응보론이다.

그때 두 경찰 중 한 명이 전화를 받았다.

뭐라고 조용히 통화를 하는 것 같더니 동료를 데리고 수술실 앞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떠나고 10여분 정도 지나 피터가 나타났다.

피터는 오자마자 경찰 철수는 KAS측에서 부탁 한 것이라고 했다.

부패로 찌든 경찰들과 정보나 수사협조 하다 오히려 비밀이 새어 나갈 위험이 있다.

한마디로 경찰은 범인들을 추적하는데 걸리적거릴 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었다.

밤이 깊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권총수는 불안했다.

탁!

옆에 앉아 있던 피터가 염려 말라는 듯 권총수의 손을 쥐었다.

“민철은 강한 친구야.”

“강하죠.”

권총수의 눈빛이 흔들렸다.

수술실 문은 9시가 넘어 열렸다.

의사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것과 안에 방탄조끼를 입고 있어 그나마 몇 개의 총알을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환자는 아직 의식불명이다.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이제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마르타가 다니는 피랑티 초등학교 앞에 랭글러 한 대가 나타났다.

차문이 열리고 권총수가 내리며 주위를 살폈다.

총격전이 벌어졌고, 낮에는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로 북적이는 학교 앞은 고요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선명하게 패인 아스팔트 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한눈에 총알 자국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닥에 찍힌 총알 흔적은 10여 발 가까이 됐다.

경찰에 의하면 범인은 셋인데 그중 한명은 오민철의 권총에 죽었다고 했다.

먼저 그를 쏘고 나머지 둘에게 총구를 돌렸을 테지만 잔뜩 준비하고 있던 그들보다 빠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10여분 동안 사건현장을 둘러보던 권총수는 가로등 아래 차량진입을 막기 위해 쳐 놓은 펜스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딸칵!

말보로레드의 푸른 연기가 조용한 골목길을 향해 뻗어갔다.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시리도록 허연

이 영하(零下)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덮고 웬 잠이 그리 길더냐

풀씨마저 피해 나는 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 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히는 이빨 새로 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 나온다.

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

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 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

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

아침은 항상 우리 뒷켠에 솟아났고

맨발로도 아프지 않던 산길에는 버려진 개암, 도토리, 반쯤 씹힌 칡.

질척이는 뜨물 속의 밥덩이처럼

부딪히며 하구(河口)로 떠내려갔음에랴.

우리는

신경(神經)을 앓는 중풍환자(中風病者)로 태어나

전신(全身)에 땀방울을 비늘로 달고

쉰 목소리로 어둠과 싸웠음에랴.

편안히 누운

내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술을 부으면

눈물처럼 튀어오르는 술방울이

이 못난 영혼을 휘감고

온 몸을 뒤흔드는 것이 어인 까닭이냐‘(기형도님의 가을 무덤)

그날은 정말 갑작스러웠다.

분위기 어울리지 않게 오민철의 입에서 시(詩)가 흘러나온 것이다.

그것도 총알이 정신없이 쏟아지는 전장에서였다.

입이 열리고 마디마디 흘러나오는 단어가 너무 고상하고 기품이 넘쳐 순간적으로 조현병(調絃病:정신 분열증)으로 착각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전장의 공포와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분열증세를 보이는 군인들이 있다.

나중에서야 유명한 시인의 시라는 걸 알고 오민철을 다시 본적이 있었다.

태어나 사람의 입에서 시라는 것이 흘러나오는 걸 들은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또한 어떤 시를 낭송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달라 보인다는 것도 알았다

툭!

담배 꽁초를 버리며 발로 짓이겼다.

‘살아나야 돼 형. IS도 뺏지 못했던 형 목숨 아냐’

권총수가 천천히 랭글러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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