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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101화 (101/651)

제101화: 완전정복(1)

시가를 문 카스트로가 직접 쿠바 방송에 나와 떠든 것이다.

일부 흥분한 젊은 장교들은 당장 쿠바를 치자면서 목소리를 높였지만 소련이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작전개시”

마침내 소크라테스의 말이 떨어졌다.

권총수는 방아쇠를 당겨졌다.

쾅!

하는 소리가 들리며 첫 바리케이트 검문소를 지나 두 번째 초소 옥상에서 M2를 쥐고 있던 군인이 나동그라졌다.

그와 동시에 대통령궁 주변으로 치열한 총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두두두!

콰쾅!

1소대는 정면도로를 공격해 들어갔다.

AK와 M4의 총소리가 귀청을 때리며 뒤엉켰다.

퍼!

퍼어억!

초소에서 대응사격을 하던 두 명의 무장군인이 나가 떨어졌다.

쾅!

퍼어엉!

M82 총소리가 울릴 때마다 초소의 담장이 무너졌고 그 뒤에 숨어 사격을 하던 군인이 피를 토했다.

1소대는 도로 좌우로 세워진 담벼락에 몸을 붙여 가며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두두두두두!

다다다다다!

퍼펑!

퍼퍼퍼퍼퍽!

총소리와 중기관총 소리가 뒤엉키는 가운데 사상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KAS 대원들 시신이 길거리에 나뒹굴기 시작했다.

슈우우우!

펑!

두 개의 붉은 섬광이 날아가더니 정문 앞에 있던 두 대의 장갑차를 날려 버렸다.

장갑차 공격은 2소대 임무였는데 작전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쿠쿠쿵!

또다시 육중한 폭음이 울리며 대통령궁을 들어가는 정문 철문이 폭파되고 있었다.

총소리를 듣고 정문안쪽의 내근병력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들은 폭발하듯 사방으로 찢겨 날아갔는데 권총수의 M82때문이었다.

대물 저격총에 사람의 몸은 견디지를 못했다.

조준경과 관측경이 좌우로 움직였다.

위험한 적이나 병기가 없는지 찾고 있는 것이다.

“거의 제거 된 것 같은데.”

오민철이 말했다.

“엇, 저기! 궁으로 들어가는 계단 아래, 오른쪽 블랙 고무나무 화분이 놓인 곳.”

재빨리 야간 관측경을 돌리던 오민철의 눈이 커졌다.

한 사내가 머리만 내 놓고 PKM을 난사했는데 대통령궁 계단을 오르던 KAS 대원 네 명이 순식간에 나뒹굴었다.

땅 밑 지하에 비밀 초소를 만들어 놓고 화분으로 위장했다.

그러나 밤이 되면 하수구 뚜껑으로 위장된 맨홀이 열리고 PKM으로 무장한 병사가 잠복하는 꼴이 된다.

쿠데타가 워낙 많다보니 드러나지 않은 마지막 한 수를 숨겨 놓고 있었다.

퍼억!

지면으로 머리만 올라왔고 화분 또한 특수강판으로 만들어져 KAS대원들이 총알을 쏟아 부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뻐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사내의 얼굴이 지면에서 사라져 버렸다.

선두에서 공격을 지휘하던 소크라테스가 화분근처로 다가왔다.

팟!

볼펜처럼 생긴 후레시를 꺼내 비추었다.

사람 한 명 정도 눕고 앉을 만한 공간이 있으며 외부로 연락하는 전화기까지 벽에 걸린 작은 지하 참호 속에 목 없는 시신 한 구가 웅크리고 있었다.

툭!

소크라테스는 갖고 있던 수류탄 한 개를 까더니 집어넣고 걸어갔다.

콰아앙!

굉음이 울리며 주변 땅이 흔들 거렸다.

탕탕!

드르르르!

건물 내에서 총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손에 M4를 들고 소크라테스가 천천히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퍼어억!

왼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소크라테스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장을 걸친 사내가 가슴이 피범벅이 되어 나동그라졌다.

손에 권총이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 경호원인듯 보였다.

침실과 실내에서 활동하는 수행 경호원들은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달리 권총 무장이다.

“끝났군.”

소크라테스는 나직히 중얼 거리며 2층 계단을 향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탕!

트우우!

간간이 총소리가 들렸는데 거의가 M4 소리다.

실내 경호원들까지 거의 제압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층에 올라서자 좌우로 자색 양탄자가 깔린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에 M4를 든 KAS대원들 모습이 드러났는데 곳곳의 사무실 문을 열고 확인사살을 하고 있었다.

“남기지마라.”

가볍게 무전으로 지시를 내렸다.

살아남은 자가 많은 수록 말들이 많아지고 자칫 화근이 될 수 있다.

생존자가 없으면 나중 대통령 일가가 살아나 어떤 말을 한다고 해도 결코 대중으로부터 진실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탕!

타아아앙!

또 다시 총성이 울린다.

저벅저벅!

느리지도 서둘지도 않는 속도로 걸어간다.

뚝!

소크라테스는 복도 끝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흰색의 문이다.

반달 모양으로 8개의 별이 있고, 노랑색, 파랑색, 빨간색으로 그려진 문장은 베네수엘라 국기를 나타낸다.

잠시 베네수엘라 국기를 바라보던 소크라테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스윽!

늘어뜨린 M4가 고개를 쳐들었다.

두두두두!

탄창 하나를 완전히 비울 때까지 사격을 하더니 빈 탄창을 버리고 새 탄창을 끼웠다.

타탁!

두두두두!

문이 거덜났고 안이 들여다보이기 시작했다.

퍼억!

소크라테스는 발로 문을 걷어찼다.

방안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권총을 쥔 채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죽은 경호원을 내려다보던 소크라테스는 안쪽으로 걸어가 또 하나의 문을 열었다.

대통령 부부의 침실이다.

탁!

문은 쉽게 열렸고 소크라테스는 걸음을 멈췄다.

대통령부부가 24살 먹은 딸과 나란히 서 있었다.

“자네는 누군가?”

대통령은 일반복 차림이었지만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대통령 각하.”

소크라테스는 거수 경례를 했다.

“지금부터 각하와 영부인과 따님은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어디서 왔는가? 우리 군에 자네 같은 군인이 있다는 얘긴 못 들었네.”

“거기 앞에 있는 전화기를 들어 주십시오.”

“대통령께서 당신이 누군지 묻잖아요?”

딸이 차갑게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대통령의 딸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어 다시 시선을 대통령에게 옮기고 말했다.

“각하, 전화기를 드셔야 합니다.”

“이봐, 감히 어디서.”

다시 딸이 소리쳤다.

“전화기 드십시오.”

딸은 아버지인 대통령 뒤에서 막강한 권력을 쥐고 흔든다.

실제적으로 베네수엘라 권력 넘버 2라고 사람들은 부른다.

그런 딸의 말을 무시한다는 건 분명한 경고였다.

대통령과 내가 나누는 대화에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딸칵!

대통령은 전화기를 들었다.

“들었네.”

“각하, 그 전화는 국가가 비상사태를 맞이했을 때 부통령님을 포함해 사법부와 입법부 책임자들을 부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즉시 그 세 분을 불러 주시죠. 아, 그리고 정의제일당 로메로 대표님도 부르시죠. 앞선 분들은 모두 각하의 편들이니 아닌 쪽도 모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네가 이 나라 대통령인가.”

탁!

소크라테스는 내려뜨린 총구를 슬쩍 올렸다.

그건 한 번 더 말을 하도록 만들면 쏘겠다는 위협이었다.

대통령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마를 잔뜩 찌푸렸는데 무척 망설이는 얼굴이었다.

톡!

대통령은 번호를 눌렀다.

“아직 일어나지 않을 시간인데 미안합니다. 지금 급히 이곳으로 오셔야겠소. 심각한 일입니다.”

대통령은 소크라테스가 지목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대통령궁으로 들어 올 것을 요구했다.

그 시간 카라카스의 한 호텔에서는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20여명의 사람들이 직사각형의 탁자를 놓고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지잉!

누군가의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맨 끝에 앉은 50중반 가량의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받았다.

액정을 보더니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떨린다.

“축하드립니다. 각하.”

화악!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남자는 기겁했다.

“잠시 후면 전 대통령 전화가 갈 것입니다. 나머지는 세우신 계획대로 하면 될 것입니다. 그럼.”

전화가 끊겼다.

사내는 분명 전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그건 한 가지 사실을 의미했기에 콧수염 사내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실내에 모인 사람들 눈이 커졌다.

정의제일당 대표 로메로가 전화를 받고 무척 놀란다.

좋은 쪽이냐 나쁜 쪽이냐가 관건이다.

만에 하나 나쁜 쪽이라면 자신들 인생은 오늘로 끝이 난다.

남자가 거사를 도모 할 때는 모가지 정도는 얼마든지 걸어야 하지만, 막상 실패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온 몸이 떨린다.

“대표님!”

정의제일당 로메로 대표는 좀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누가 대표님 물 한 잔 가져다 드려요.”

입구에 있던 남자 비서가 정수기 물을 한 잔 받아가져다 주었다.

벌컥벌컥!

단숨에 냉수를 비운 로메로 대표가 오른손으로 가슴을 쳤다.

마치 뭔가 얹혀 내려가지 않아 가슴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퍼억!

다시 가슴을 치자 사람들은 더욱 긴장한다.

가슴은 슬플 때나 비극적일 때 두드리는 신체 부위다.

“대표님!”

로메로 대표는 돌아섰다.

숨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 긴장된 얼굴들이었다.

“성공했다고 합니다. 독재자를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정말입니까?”

“이게 꿈은 아니지요.”

그때 다시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본 로메로가 말했다.

“조용히들 하세요. 대통령의 전화요.”

일순간에 흥분이 중단되고 시선이 로메로를 향했다.

“이른 새벽에 어쩐 일이시오?”

자못 냉랭한 목소리다.

“지금 오셔야 겠소.”

“이 아침에 말이오? 무슨 일인데 그러시오?”

로메로는 모른 체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나라가 지금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위기에 처했소. 속히 들어오시오. 시간이 없소.”

그러면서 전화가 끊어졌다.

대통령의 전화는 쿠데타가 성공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두 달 전.

야당인 정의제일당 대표 로메로는 변복을 하고 집을 나섰다.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현 대통령과 묘한 라이벌 의식을 가졌고 끝없이 티격태격하며 정책과 노선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서 노골적인 감시와 탄압이 시작됐다.

24시간 자신 뿐 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따르는 정의제일당 의원들까지 통제를 했다.

일부는 위협과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가마우치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수많은 민주 인사들이 납치 구금 투옥 되었고 행방불명되었다.

결정적인 건 군부가 세계1위 매장량을 가진 석유산업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쿠데타나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군부에 석유 개발권을 넘긴 것이다.

척!

두 사람은 악수를 했다.

로베로는 자신과 악수를 나눈 백인 사내를 깊숙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미국쪽 전쟁기업과 접촉하려 했지만 자칫 CIA에 정보가 흘러 들어갈 위험이 있다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방향을 튼 것이다.

사내가 명함을 내 밀었는데 KAS라고 쓰여 있었다.

“계약금으로 100만 달러를 드리죠. 만약 성공하면 가장 먼저 원유개발권을 민간 기업에 넘길 것이오. 그때 지분의 5프로를 드리겠소.”

스톤스는 군말 않고 로메로의 비서가 내민 서류에 사인을 했다.

계약은 그렇게 이뤄진 것이다.

* * *

브라질 미국 대사관 2등 서기관 모던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지금 막 베네수엘라 미국 대사관 관계자로부터 쿠데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쿠데타라면 병력 이동이 있어야 하고 그럴 경우 자연스럽게 첩보위성에 잡힌다.

또한 대서양에 떠 있는 해리 트루먼호에서 모를 리 없다.

“왜 말이 없으십니까?”

“도무지 믿기지 않아서, 지휘관은 누구야?”

“아직 조사 중입니다.”

“무슨 말이야? 쿠데타가 성공을 했는데 주동자를 모른다니?”

“아직 방송을 통해 어떤 발표나 군부의 성명이 없습니다.”

쿠데타가 성공을 하면 군부는 가장먼저 정치인들을 구금하고, 언론을 장악한다.

그리고 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쿠데타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 발표를 한다.

“기다리게.”

모던은 전화를 끊고 가장 빠른 베네수엘라행 항공권을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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