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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98화 (98/651)

제98화: 햇빛사냥(1)

갑자기 사내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탕!

타앙!

지금까지 대부분 자동으로 놓고 갈겼다.

걷거나 뛰거나 움직이는 적은 단발사격 보다는 집중사격이 효과가 있다.

그래서 단 한명도 빠짐없이 자동으로 갈긴 것이다.

그런데 권총수는 단발로 쐈다.

도보 표적, 약진표적 모두 한발이다.

그리고 사격이 끝나고 사내들은 소스라쳤다.

30발들이 탄창에서 20발을 쐈다.

도보 표적 10발, 약진 표적 10발이다.

그런데 총알은 정확히 표적의 미간을 뚫었다.

같은 조로 편성이 되어 사격을 한 오민철까지도 놀랐다.

자신도 단발로 쐈지만 권총수 만큼 20발을 미간에 넣지는 못했다.

허나 가장 놀란 사람은 소크라테스였다.

SAS 군생활 18년 동안 수많은 사격들을 지켜보았다.

사격은 타고나기도 해야 한다.

노력만으로 명사수가 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SAS 저격수들의 사격도 보았으나 지금 권총수 만큼은 보여주지 못했다.

‘정녕 사람이 쏜 것이 맞는가’

운으로 한 두 번은 맞을 수 있다.

실력으로 몇 번 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와 사정을 대입한다고 해도 20발 전부가, 그것도 미간을 뚫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저격수 출신이었다는 건 제임스로부터 들었다.

저격수라고 해서 자동소총을 이렇게 정확히 쏘지는 못한다.

일반병 보다는 한 발 앞서는 사격실력을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지금 보는 것처럼은 턱도 없다.

더욱이 강한 비가 쏟아지고 있다.

비는 전장에서 정확한 사격을 방해하는 최대 장애물이다.

삼화취정의 내공이 주는 힘이다.

모든 걸 마음먹는 대로 조종할 수가 있었다.

야간에도 3,40미터까지는 대낮처럼 본다.

대력금강심법의 경지가 올라가면서 정신을 모으면 흔들리지 않고 원하는 대로 총알이 날아간다.

탕!

M4와 다른 총성이 울렸다.

차라리 천둥이었다.

시커먼 저격총 하나가 버티고 있다.

바렛(Barrett) M82다.

가장 대표적인 대물저격총으로 불린다.

특히 지금 권총수가 잡고 있는 바렛은 초기 모델인 M82였다.

개조와 파생형이 많이 나왔지만 굳이 초기 모델을 잡은 건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파괴력이 좋다’

오로지 그 이유 하나였다.

M10과는 확실히 차이가 느껴졌다.

탱크는 어렵지만 웬만한 장갑은 뚫고 들어간다.

시멘트 벽 정도는 뚫고 들어가 숨어있는 적을 날려 버린다.

개량 파생형들 보다 정밀도는 약간 떨어지지만 위력면에서 앞서기 때문에 아직도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M10은 M82에 비하면 굉장히 온순한 저격 총이다.

파괴력이 크다는 건 반동이 그 만큼 심하다는 것이다.

용트림이 강할수록 성품이 잔혹무쌍한 용(龍)인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중량도 묵직할 수밖에 없는데 첫발부터 정확히 표적을 부쉈다.

탕!

타아앙!

1,300미터 거리에 있는 표적을 정확히 뚫고 있는 광경을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고 있던 소크라테스는 중얼 거렸다.

‘신기다’

뭐라고 더 표현할 말이 없었다.

“심장!”

무전기로 말했다.

헤드셋을 파고드는 소크라테스의 말에 권총수는 방아쇠를 당겼다.

쾅!

퍼어억!

관측경속으로 심장에 뚫리는 구멍이 보인다.

“명치!”

“머리!”

대물 저격총이다 보니 신체 일부를 맞아도 완전히 뜯고 지나가버린다.

M82에 발목을 맞았는데 발까지 사라져 버린 이라크전에서의 참상을 본적이 있다.

“이동표적 가능한가?”

“오 케이!”

드르르르!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1,300미터 전방에 군복차림의 표적이 나타났다.

실제로 걸어가는 사람의 측면 모습 그대로를 재현한 마네킹이다.

183센티미터의 키에 80킬로의 마네킹은 네이비 씰이 작성한 보편적 표적의 크기다.

항간에는 이슬람권 사람들의 평균 체구라고 소문이 났고 그로 인해 아랍권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탕!

타아앙!

정면보다 측면의 폭이 좁다보니 사망 시킬 수 있는 신체 부위(심장) 하나가 사라진다.

오직 머리만 노려야 하는 제약이 따르지만 권총수는 여지없었다.

파악!

팍!

마네킹의 머리들이 수박처럼 박살나며 흩어졌다.

“음!”

권총수의 훈련 장면은 처음 본다.

특히 M10에서 M82로 총기가 바뀌었는데 전혀 흔들리거나 실패란 찾아 볼 수가 없다.

“보고서도 믿을 수가 없군요.”

지사장 제임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딸칵!

교관 소크라테스가 담배를 물었다.

긴 연기를 창밖으로 뿜어내는 소크라테스가 중얼거렸다.

“신의 경지.”

그건 더 이상 사람의 입으로는 왈가왈부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바로크 양식의 2층 건물이 주요 타겟이었고 근처 건물들은 민가를 가장한 경호막사였다.

1소대와 2소대가 서로 바꿔가며 공격과 방어훈련을 거듭했다.

이제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그것도 굉장한 경호원들에 둘러쌓인 거물급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대개 작전은 두 가지로 이뤄진다.

모형을 실제 크기로 재현해 연습하는 것이다.

권총수는 지금 행해지고 있는 여러 훈련의 강도를 보면 위험한 작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권총수와 오민철은 저격수 위치에 잠복해 있었다.

저격수가 잡을 표적은 모두 다섯 곳이었다.

두 대의 장갑차와 M2A1 브라우닝 중기관총 1정, 동쪽과 북쪽 경호 막사 옥상에 설치된 M61A2 발칸이다.

6개의 포신이 회전하며 1분에 6,000 발이 넘는 탄환을 쏟아내는데 기관총들이 대개 1분에 1,000발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가히 적수가 없는 무기이다.

“지구상에 이토록 엄중한 경호시설로 둘러 쌓인 대 저택에서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쾅!

천지가 무너지는 굉음이 터지고 초소 앞에 버티고 있던 낡은 장갑차가 좌우로 요동했다.

6X6 장갑차는 M113,

미군에서 사용하는 장갑차로 경기관총이나 대물 자동소총, 특히 12.7X108밀리 탄환정도는 막는다.

하지만 그 이상 가는 145X114밀리 탄환에는 견디지 못한다.

콰아앙!

또다시 장갑차가 미세한 흔들림을 보인다.

지금쯤 장갑차 안에 탑승한 조종수를 포함한 병력은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상파울루 미국대사관 창문이 열렸다.

딸칵!

실내는 금연이지만 모두가 퇴근하고 없는 오후이기 때문에 슬며시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었다.

미국대사관 2등서기관 모던은 흰색의 와이셔츠에 조금 어두운 그레이 톤의 넥타이를 맨 채 담배를 깊숙이 빨아 당겼다.

끊어야 한다고 마음먹으면서도 아직 끊지 못하고 있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리고 와이셔츠 차림의 백인 사내가 A4용지 크기의 종이 한 장을 들고 나타났다.

“뭔가, 에일?”

“이것 좀 보십시오. 조금전 랭글리에서 온 사진입니다.”

모던은 에일이란 사내로부터 종이를 넘겨받아 살폈다.

흑백으로 프린트 된 사진이다.

한 눈에 수십 킬로 상공에서 위성이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알아 볼 수 있었는데 정확한 내용은 알 수가 없었다.

“어딘가? 여기 새카맣게 찍힌 부분은 열대 우림인 듯한데.”

“맞습니다.”

순간 모던이 고개를 들어 에일을 보았다.

“브라질입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이죠.”

브라질이란 말에 모던은 담배를 비벼 끄고 자세히 흑백의 사진을 살폈다.

“상파울루 동쪽인 것 같은데.”

“위치를 계산한 결과 55킬로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오더군요.”

스으으!

리모컨을 누르자 벽에서 브라질 지도가 내려왔다.

모던은 상파울루 시내를 바라보더니 동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55킬로면, 여긴데.”

평생을 정보업무에 몸담아 온 요원답게 금방 위치를 파악했다.

OC(Official cover), 이름하여 화이트 요원이다.

당당히 얼굴을 드러 내놓고 상대국가에 들어가 정보활동을 하기 때문에 화이트(White)라고 불린다.

거의가 대사관 직원이란 신분을 갖고 있다.

상대국도 화이트 요원이라는 것을 알고 적당한 감시와 추적을 한다.

또한 정보수집 뿐만이 아니라 주재국 정보기관과도 여러 가지 협력을 아끼지 않기에 적이지만 때로는 우호적 관계를 갖는다.

“이건 뭔가.”

각이 잡힌 검은 사진을 가리켰다.

“집으로 분석됐습니다.”

“집?”

지금 사진이 가리키고 있는 지역은 민가가 있는 곳이 아니다.

“이건!”

이번에는 손톱보다 작은 두 개의 사진을 가리켰다.

“두 가지 분석을 내놨더군요. 트럭일 가능성과 장갑차 또는 탱크로 분류했습니다.”

장갑차와 탱크라는 말에 모던의 눈이 커졌다.

이곳에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이 아니다.

정말이냐는 듯 에일을 바라보았는데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장갑차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었습니다.”

모던은 다시 두 개의 작은 사진을 보았다.

가끔은 일부 군인들이 멀쩡한 탱크나 장갑차를 고물로 내다 파는 경우가 간간이 뉴스에 나오기도 한다.

한참을 지도와 사진을 번갈아 보던 모던이 들고 있던 종이를 책상위에 놓았다.

“바쁜가?”

“아닙니다.”

“나와 가보지. 먼 거리가 아니니 한번 살펴보자고.”

“네!”

두 사람은 곧장 윗도리를 들고 포드 익스플로러의 시동을 걸었다.

33번 국도를 달리던 포드 익스플로러가 멈췄다.

차안에 설치된 네비게이션은 더 이상 길 안내를 하지 않았다.

그건 현재 위치한 도로부터는 브라질 국토관리부에 정식으로 등재되어 있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열대우림 곳곳에 농장이 있고 주인들이 필요에 의해 정부의 허락 없이 자신들 손으로 도로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 도로가 GPS에 잡힐 리가 없다.

“차량 바퀴자국도 있고 하니 가보자고.”

두 사람은 숲길로 들어섰다.

어제 내린 비로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었고 4륜 SUV인데도 몇 번을 빠져 나오지 못할 법 할 만큼 길은 험했다.

3킬로 정도 들어가면서부터는 길과 숲이 구분되지 않는다.

완전밀림이다.

차는 길인 듯 아닌 듯 나있는 넓지 않는 밀림속을 계속 나아갔다.

“어랏!”

한참 전진을 하던 차량이 멈췄는데 엄청난 거목이 쓰러져 있었다.

열매가 당구공만한 크기를 자랑하는 브라질의 포도나무로 불리는 자보티카바 나무였다.

족히 4,5톤은 넘어 보일 것 같은 나무로 인해 더 이상 들어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어떡하냐는 듯 피터가 바라보자 모던은 한숨을 쉬었다.

“할 수 없지.”

잠시 자보티카바 나무가 가로막고 있는 맞은편을 바라본 뒤 두 사람은 차를 돌려 나왔다.

이번 작전이 성공할 때에 일인당 보너스로 10만 달러가 지불된다는 말은 순식간에 사내들을 흥분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지금까지는 도대체 어떤 작전, 어딜 공격하기에 이토록 치열한 훈련을 하는지에 관심이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10만 달러만 머릿속을 채웠다.

그것도 세금을 제외한 십만 달러란다.

이름하여 세후 10만달러.

영국의 집값이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십만 달러면 어지간한 집에 월세로 사는데 지장은 없다.

두두두!

사내들의 사격은 더욱 날카로워 졌고 마네킹으로 만들어진 초소를 지키고 있는 적병을 무참하게 파괴했다.

* * *

상파울루 동남쪽 산토스 항구에 200톤짜리 조그만 어선 한척이 정박해 있었다.

뱃전에 ‘브랜들리’라는 글씨가 보였으나 낡고 지워져 자세히 읽지 않으면 브랜디로 혼동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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