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90화 (90/651)

제90화: 안 보인다(1)

기다리고 있던 사내들 시선이 몰려든다.

제임스와 헨더슨은 자주 본다.

사내들은 낯선 동양인 두 명을 바라보았다.

길다란 가방을 메고 있는 두 사내.

특수부대 출신들답게 그들은 두 사내의 손에 들린 가방이 무엇인지 금방 간파했다.

저격에 필요한 총과 부수 장비를 담은 스나이퍼 백이다.

두 사내는 지금은 고전이 된 SAS의 구형 전투복을 입고 있었는데 뭔가 즐거운 일이 있는 듯 가끔씩 웃기도 했다.

동양인 두 사내는 잠시 후 가져온 백에서 길리슈트를 꺼내더니 뒤집어쓰기 시작했다.

“여길 봐라.”

제임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70여명의 사내들이 제임스를 주목했다.

“잠시 후 사격과 저격 시범이 있을 것이다. 잘 관찰하여 각자의 것으로 소화 하도록 최선을 다하라.”

사내들 모두 시큰둥했다.

지금은 비록 네이비 씰이나 델타포스에 가려 예전보다 무게가 가벼웠지만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는 현대 특수부대의 원조인 SAS출신이다.

전투력에서 만큼은 웬만한 부대는 눈에 차지도 않는다.

“엇!”

다시 사격장으로 고개를 돌리던 사내들이 놀란다.

조금전까지 길리슈트를 입던 동양인 두 사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금부터 2인 일조가 되어 두 사람을 찾는다. 단 시간은 10분이다. 6주차부터 실시하도록.”

킬로 알파 서비스의 훈련 기간은 8주다.

물론 8주 훈련을 맞춰도 몸 상태가 정해진 기준치에 오르지 못하면 탈락이다.

어쨌든 6주라는 건 완전히 현역시절의 SAS감각을 되찾았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시간이다.

6주차 인원은 모두 16명이다.

1조의 두 사내가 씨익 웃으며 사로(射路)로 내려갔다.

일반 사격장과 달리 저격수 사격장은 사로에 숲이 우거져 있다.

최대한 실전 그대로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두 사내는 자신 있다는 듯 풀숲을 헤치며 다녔다.

사격실력이 출중한 사람을 선발하여 스나이퍼 교육을 실시하다 보니 여기저기 풀잎이 밟히고 작은 나뭇가지가 꺾이기도 했다.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는 처녀림이라고 할 수는 없었으나 두 사내는 찾아 내지 못했다.

“10분 타임 아웃, 2조!”

두 사내가 나오고 또 다른 두 명이 들어가 눈에 불을 켰다.

두 명의 사람이 10분 동안 수색하기에는 사로가 넓긴 했으나 광범위한 야전을 떠올린다면 찾지 못할 일도 없었다.

실패!

실패!

처음에는 자신만만하게 들어가던 사내들 모두 굳은 얼굴이 되어 나왔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고 시간은 흘렀다.

“미쳤다.”

장대 같은 빗속에서 벌써 3시간째다.

자신들이야 판초우의를 입고 있으므로 불편할 일이란 전혀 없지만 저격수와 관측수는 다르다.

빗속에서 3시간을 꼼짝 않고 엎드려 있다는 건 SAS에서도 최고의 저격수나 가능할 일이었다.

수색 5시간째.

마지막 69,70번째 사내들이 나섰다.

사실 처음에는 누구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수색 정찰은 자신들의 주특기이기도 했다.

헌데 금방 찾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두 동양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급기야 사내들의 표정은 굳더니 어느 한 순간 흥미를 띄기 시작했다.

그건 묘한 기분이었고 약속이나 한 듯 한 가지 이해 못할 감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꼭꼭 숨어라’

찾지 못했으면 하는 흥분이었다.

차라리 발각되지 않음으로써 짜릿한 쾌감과 전율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조금만 참아라.”

“제발 실패하길 빈다.”

어느 새 동양인 두 사내에게 경의를 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지막 두 사내는 그럴수록 찾기 위해 노력했다.

두 눈에 쌍심지를 켠 채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풀을 뒤지고 훑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지켜보던 모두가 손에 땀을 쥐었다.

자신들도 저격수가 어떤 사람들인지 안다.

저격수는 표적에 총알을 오차 없이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장 능력이 첫 번째다.

위장이 되지 않으면 금세 노출된다.

노출된 저격수는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9분.”

제임스가 쥐고 있던 시계를 보며 말했다.

두 사내는 급했다.

팔뚝만한 나뭇가지 한 개를 부러뜨려 쥐더니 숲을 헤집기 시작했다.

촥!

촤악!

자칫 숨어 있던 동양인 두 사내가 맞기라도 하면 부상을 입을 만큼 거칠게 휘둘렀다.

“58초, 59초, 10분 타임 아웃.”

70명이 무려 5시간을 넘도록 뒤졌지만 끝내 실패했다.

“그만 나오지 그러나.”

사내들 시선이 일제히 숲을 향했다.

과연 어디서 일어날지, 숨기는 숨었는지도 궁금했고 일부는 만약 걸어 나온다면 어떤 이유로도 자신들은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제임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풀이 꿈틀거렸다.

“엇!”

모두가 기겁했다.

자신들과 가장 가까운 사로 입구에서 두 사람이 일어났다.

길리슈트 위로 약간의 풀을 얹었는데 특별한 위장술은 보이지 않았다.

권총수와 오민철 모두 비에 흠뻑 젖었다.

하지만 빗속에 다섯시간을 엎드려 있었지만 피로한 기색 따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도대체가!”

“웃기는데, 정말 웃기는 일이야.”

숲이 우거진 곳에 숨어도 부족할 판에 사로 초입에 잠복했으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했다.

허를 찌른 장소 선택도 놀랍지만 더욱 사내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건 분명히 눈에 띌만한 장소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숲이 우거진 곳을 집중 훑었으나 걔중에는 허를 찔러 의외로 듬성듬성한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휑한 곳을 살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어 분명히 아까 내가 훑었는데.”

몇 명의 사내들이 눈을 부릅떴다.

“그때는 없었다고.”

사수(射手) 대기로(待期路)에 올라선 두 사람을 향해 제임스는 미소를 지었다.

“이젠 사격이다. 사로가 아닌 이곳 대기로에서 시범을 보일 거야.”

대기로는 아래 사로보다 2미터 정도 높은 뚝방으로 되어 있다.

두 사람은 몸에 걸치고 있던 길리슈트를 벗고 전투복 차림으로 엎드렸다.

권총수는 조준경을 끼우며 거리조절에 나섰고 오민철은 좋지 않은 날씨인 탓에 잔뜩 매서운 눈으로 관측경을 통해 드러난 여러 상황을 전달했다.

“준비 끝!”

권총수가 나직하게 말하자 오민철이 입을 열었다.

“사격 준비 완료.”

제임스가 오른쪽 통제실을 향해 손을 들었다.

“레디!”

잠시 뜸을 들였다가 힘차게 소릴 질렀다.

“700, 액션!”

제임스 말이 떨어지자마자 총성이 울렸다.

“팩트.”

통제실에 있던 헨더슨이 큰 소리로 말했다.

“900, 액션!”

타앙!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시 총성이 울리고 헨더슨이 다시 외쳤다.

“팩트!”

“1200, 레디.”

권총수를 바라보던 제임스가 다시 소리쳤다.

“액션!”

타앙!

총성이 오랫동안 울려 퍼졌고 헨더슨이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다.

“팩트!”

제임스는 통제실로 들어갔다.

이어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700,900,1,200의 표적을 보며 표정이 굳었다.

세 개의 표적 모두 총알이 정확히 미간을 뚫었다.

* * *

제임스는 시범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권총수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테스트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용병세계에서는 실력이 모든 주도권을 쥔다.

그러므로 확실한 실력을 보여주어 SAS 자부심에 쩔어 있는 그들을 일거에 제압해 버리라고 했다.

제임스 속셈이 어쨌든 간에 권총수는 갖고 있는 실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고 사내들은 처음 지각했을 때 노려보던 공격적인 시선을 말끔하게 거두었다.

닷새에 걸쳐 열한 개 과정의 훈련 테스트가 끝났다.

처음과 달리 제임스 표정은 확실히 달라졌다.

테스트 전까지는 불안한 그림자가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환한 것이 구름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었다.

“자식 우릴 뭘로 보고.”

오민철이 훈련소 샤워장에서 몸을 씻으며 씨익 웃었다.

“저녁 뭣 먹을까?”

“오늘도 비빔밥 먹지 뭐.”

요즘 제임스가 소개해준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이용하고 있었다.

“또 비빔밥?”

“그럼 뭘 먹을 건데?”

예상지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그건 음식이었다.

영국 요리가 맛없기로 악명이 높다는 얘긴 익히 들었지만 직접 건너와 맛본 결과 소문이 너무 절제되어 있었다.

샌드위치를 먹고 난 오민철이 한마디 했다.

‘좆이다’

비싼 가격에 혀를 내두를 만큼 맛없음에 곧장 욕지기를 해댔다.

“전주식당 비빔밥은 괜찮잖아.”

오민철이 고개를 갸웃 했다.

“그러지 말고 오늘은 밥과 나물을 따로 달라고 하자. 거 뭐야 파스닙인지 뭔지 하는 나물 때문인지 맛이 이상하더라고,”

“나물과 밥을 따로 달라고 하면 결례 아닐까. 불쾌해 할 수도 있잖아.”

“내 입이 중요하지 주인 기분이 중요해.”

“흐흐! 맞다. 그건 그래.”

오민철이 씨익 웃었다.

전주식당은 런던 시내 난도스란 골목에 있다.

이른바 먹자골목인데 예상 밖으로 교포들 보다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은 은근한 명소가 되었다.

“왜 또 참새 모가지를 하는데?”

권총수가 고개를 갸웃 하자 오민철이 물었다.

“같은 시금치인데 왜 우리 것과 이렇게 맛이 다를까. 우리 시금치는 고소하면서 혓바닥에 달라붙는데 여기 시금치는 생 배추를 씹는 것처럼 푸석푸석 하냐고?”

오민철은 투덜거리면서도 비빔밥을 싹싹 소리가 나도록 긁어 먹었다.

“총수야, 한 가지 물어 봐도 되냐?”

“오케이.”

“그날, 사격장 위장 시범 보일 때 펼쳤던 무공이 뭐냐?”

단순 위장이었다면 열 번은 넘게 발각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위장술이라고 해도 70명이 돌아가면서 뒤져버리면 잃어버린 바늘도 찾아낸다.

더욱이 특수부대 출신들이기 때문에 수색 하나는 날고 긴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5시간 넘도록 숨어 있는 두 사람을 찾지 못했다.

“별 것 아냐. 내공이 일갑자 이상이 되면 누구나 펼칠 수 있는 잠영술이라는 거야.”

권총수는 주위 풀과 똑같이 변해 버렸다.

어린 떡갈나무와 물푸레나무 잎사귀가 쏟아지는 비에 꿈틀 거렸는데 그 아래에 권총수는 완전히 틀어 박혀 있었다.

충격적인건 자신의 명문혈에 내공을 주입하자 오민철까지 같은 색깔로 변하게 됐다는 것이다.

“잠영술을 펼치려면 일갑자 내공이 필요하다고?”

“형 내공이 어떻게 되지?”

“그때 네가 10년이라고 했잖아. 근데 총수야 그래서 묻는데 내공을 올리는 방법 그런 것 없을까. 비렌드라 알지. 히말라야에서 온 촌놈이 그러는데 있다고 하던데.”

“없는 건 아냐. 내공은 무엇보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진기야. 단순한 힘 따위가 아니라고, 그렇기 때문에 아주 귀한 걸 먹으면 내공이 증진한다고 사부님께서 말씀하셨지.”

“네 사부라면 공공선사라는 어르신? 소림사 역사상 넘버 2라고 했지?”

“달마대사 다음으로 가장 뛰어 난 분이셔.”

“뭘 먹어야 할까. 보약 같은 것?”

“나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만년설삼 같은 걸 먹으면 좋다는데.”

“만년설삼이라면 설마 만년동안 눈 속에서 자란 산삼?”

“뭐라더라. 아 생각 났다. 천년흑수오.”

“하수오란 말은 들어봤지만.”

“하수오가 천년을 묵으면 먹물처럼 시커멓게 변한대. 그게 천년흑수오인데 그런 것 한 뿌리 먹으면 내공이 수직 상승한다고 하셨지.”

두 사람은 밥그릇을 비우고 서비스로 나온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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