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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74화 (74/651)

제74화: 대공세(2)

그래서 1소대는 왼쪽 측면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저격수인 권총수의 자리였다.

적의 중화기 몇 개만 무력화 시킨다면 어렵지 않게 능선을 넘어 모술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소대장 뿐 아니라 27여단 지휘부 판단이다.

서로간의 평지에서의 교전이라면 상관없지만 상대가 높은 곳에 위치하면 저격수도 적 대비 80프로까지는 올라가 줘야 한다.

“할 수 없죠.”

권총수는 한쪽을 가리켰다.

멀리 회색빛 오층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노출 위험이 크긴 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소대장의 표정이 굳는다.

너무 장소가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근처에 높은 건물이 없어 총소리가 들리면 누구라도 단번에 의심할 만한 건물이었다.

1명이지만 이번 작전에 승패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권총수이다.

여단 사령부는 물론 UAE에 있는 13외인여단에서 조차도 권총수의 몸 상태를 수시로 물어오고 있을 만큼 그는 이미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가보겠습니다.”

권총수는 거수 경례를 하고 곧장 이동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5층 건물은 호텔이었다.

북쪽에서 들어오는 미군 전투기 눈에는 가장 먼저 띄었고 당연히 눈에 거슬린다.

그렇게 파괴된 호텔은 위태위태 했다.

“옥상이 낫지 않겠어?”

옥상과 5층을 몇 번 오르내리던 권총수는 5층을 선택했다.

옥상에서도 산등성이는 높아 보인다.

한 층이라도 더 올라가는 것이 유리한데 내려오자 오민철은 고개를 갸웃했다.

“뭘 그렇게 보는데?”

“올라가야 하는 것 아냐. 여기서는 여러 가지로 총구가 흔들릴 것 같은데.”

“갑자기 왜 아마추어 같이 그래? 뻔히 알면서.”

“뻔히 알다니.”

“진짜 몰라서 그래? 공중에서 치고 들어오면 그땐 어쩔 건데?”

오민철은 아차 했다.

건물 저격의 최대 약점은 바로 쉽게 노출이 된다는 것이다.

건물에 저격수가 있다고 판단이 되면 폭탄을 통째 부어버린다.

그런 옥상에서 저격이란 아찔한 일이고 자살 행위일 수도 있다.

아무리 IS의 공중공격이 없다시피 한다지만 사람일은 모른다.

러시아 전투기가 모른 척 하고 폭탄을 쏟아버리고 갈 수도 있다.

뉴스에 오폭이라는 기사가 나오지만 진짜 오폭은 많지 않다.

죽이고 싶은 대상이 있거나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오폭을 가장한 폭격을 하는 것이다.

특히 권총수에 대한 명성은 거세게 퍼져 나가고 있다.

미군 역사상 최고의 저격수중 한 명으로 불리는 ‘크리스 카일’은 이라크군과 텔레반의 표적1호가 되었고 상금까지 내 걸었다.

CIA와 프랑스 정보기관에서도 권총수가 이라크 반군과 IS 제거대상 1위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몇 미터야?”

권총수가 조준경을 끼우며 물었다.

오민철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자 고개를 돌렸다.

관측경을 끼고서 거리를 살피던 오민철이 무거운 신음을 흘렸다.

“좀 거리가 나오는데.”

“몇이야?”

“1,300.”

그러면서 권총수의 눈치를 살폈다.

권총수는 조준경을 부착하고 자신의 눈으로 직접 거리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1,290.”

아직 한 번도 잡아 보지 않은 거리다.

더구나 훈련도 아닌 실전이다.

훈련 때 가장 멀었던 연습 거리는 1,000이었다.

훈련에도 없었던 1,000미터가 넘는 저격은 분명 부담스럽다.

“좀 당겨볼까?”

“어떻게?”

아무리 주위를 살펴도 저격 할 만한 건물이나 지형은 없었다.

거리가 멀다는 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모술 진격의 사활이 걸려 있는 이번 작전에서 실수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꿀꺽!

오민철은 긴장했다.

1킬로가 넘는 먼 거리는 아무리 뛰어난 저격수나 관측수라고 해도 온도와 풍속을 정확히 읽어 낼 수가 없다.

100미터 앞에서는 풍속이 초속 1미터였다고 1000미터 밖에서도 똑 같을 수는 없다.

더 세차게 불수도 있고 아예 바람이 없을 수도 있다.

거리가 멀수록 풍속과 풍향, 온도가 명중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쿠쿵!

펑...퍼퍼퍽!

천둥소리가 들린다.

탱크의 포구를 떠나는 포탄들이 내지르는 소리다.

바야흐로 34대대와 전차대대가 힘을 합친 대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한편 산등성이를 타고 측면에서 접근해가던 1소대는 주춤했다.

적의 저항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소대장은 이마를 찌푸리며 전방을 노려보았다.

이미 카이르 능선이 외인 1소대에 의해 뚫렸다는 무전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27여단 본대가 아니기 때문에 단독으로 모술 시내 진입이 어렵다는 것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모술 같은 대도시를 소대병력, 그것도 정상인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11명이 밀고 들어간다는 건 미친 짓이다.

시내는 산야(山野)와 달리 수많은 건물과 구조물들로 층층이 도배가 되어있다.

보병이 멋모르고 들어갔다가는 싹쓸이 당하기 좋다.

그래서 도시진입은 기갑부대가 선두를 맡는다.

즉 전차대대가 앞장서 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 뒤를 본대가 따라 들어간다.

소대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적이 우글거려도 걱정이지만 이렇게 휑하니 뚫렸어도 미적거려진다.

RPG소리, PKM이 쏟아내는 잔혹한 총성과 AK특유의 단단한 망치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쿠쿵!

펑!퍼퍼퍼펑!

오늘 해가 지기 전까지 누가됐든 끝장을 보자는 듯 양쪽은 모든 화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모두 현 위치에서 대기.”

소대장의 무전이 울렸고 각자 엄폐물을 찾아 엎드렸다.

소대장 혼자서 전방정찰에 나선 것이다.

지휘자란 위치는 그렇다.

솔선수범의 정신으로 항상 위험을 자초한다.

지휘관을 잃게 되면 제아무리 강한 부대도 흔들린다.

그렇다고 자신은 뒤로 빠지고 부하 사병을 내 보낼 수는 없다.

그건 부하들 눈에 비겁하고, 야비한 행동으로 규정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여긴 제로.”

제로는 외인부대 저격수에게 부여된 일반적인 호출부호다.

작전에 따라 앞에 어떤 단어를 붙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제로는 저격수의 부호이기 때문에 무전을 보내온 사람은 권총수라는 얘기가 된다.

“현재 위치는 어디입니까?”

소대장은 바위 뒤에 엎드려 무전을 받았다.

“제로 무슨 일인가? 여기는.”

그러면서 주위를 살피다 좌측으로 높이 7,8미터는 되어 보이는 참가시나무 한그루가 서 있는 걸 발견했다.

“참가시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권총수의 총이 움직이고 조준경 속으로 참가시나무가 들어온다.

“참가시나무로부터 51미터 전방에 일반인 복장을 한 두 명이 바위 뒤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소대장은 고개를 들어 전방을 살폈지만 자신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내놓지 않고 엎드려 있기 때문에 거기서는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무장상태는 어떤가?”

“AK말고는 특별히 경계할 장비는 보이지 않습니다. 경계병으로 보이긴 한데.”

“왜 그런가?”

권총수가 말끝을 흐리자 소대장이 물었다.

“잠깐 대기.”

권총수는 길게 호흡을 한 뒤 전신내공을 극한으로 끌어 올렸다.

모든 내공이 눈에 집중되면서 조금 전 보다 좀 더 분명하게 보였다.

“인형.”

“무슨 소리야.”

오민철 역시 관측경으로 살피며 중얼거렸다.

“사람 아니야?”

“무슨 얘긴가? 사람이 아니라니?”

소대장이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내 생각엔 부비트랩같습니다.”

오민철은 연신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사람이다.

이유는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형이라면 절대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나 대력금강심법으로 단련된 권총수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

소대장이 바위 뒤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권총수는 조준경을 움직여 다시 인형을 살폈다.

부비트랩은 상식을 벗어난 구조와 설치물이다.

가장 완전한 매복물이고 함정이며 전장을 대표 하는 덫이다.

외견상 무해한 물질이나 물체를 만들어 놓고 건드리거나 닿으면 큰 피해를 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바위 뒤에 웅크려 놓은 두 개의 인형은 어떤 목적으로 설치된 것일까.

“그러고 보니 조금 이상하긴 한데.”

인형이 아닌 사람이라는 확신으로 한참을 살피던 오민철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듯 보였다.

707경험까지 동원해도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움직이는 동작이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었다.

정해진 동작만 취한다는 건 권총수의 말처럼 인형일 가능성이 높다.

“소대장님!”

권총수가 헤드셋에 대고 소대장을 불렀다.

“뭔가?”

“기다리십시오.”

“징후가 안 좋은가?”

“제가 인형 한 개를 저격해 보겠습니다.”

인형 따위를 저격해서는 안 된다.

저격수는 무겁게 움직인다.

적의 중심을 저격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날고 기는 저격수라고 해도 위치는 곧 드러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위치가 드러나기 전에 얼마만큼 효과적인 저격을 하느냐인데 지금 인형 따위를 상대로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

“총수!”

“뒤로 물러나시죠.”

소대장은 전방을 주시했다.

인형으로 보이는 물체가 있다는 바위로부터 30미터 가까이 떨어져 있는데도 더 물러나라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대장은 길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권총수는 이제 동물적 감각을 지닌 인간의 차원을 넘어섰다는 것이 소대의 평가였다.

탕!

총소리가 울렸다.

쾅!

콰아아앙!

10여미터 정도 물러났을 때 갑자기 고막이 찡 하는 것 같더니 멍멍해졌다.

몸이 날아간다.

자신의 몸이 나뭇잎인가 싶다.

소대장 뿐만이 아니었다.

소대장으로부터 10미터 뒤로 더 떨어진 곳에 은신해 있던 소대원 모두 엄청난 폭발풍과 날아온 돌멩이와 흙덩이에 나동그라졌다.

“크흑!”

“욱!”

일부는 피를 토했고 어떤 소대원은 하늘을 보고 누워 거친 숨을 헐떡거렸다.

너무 놀라운 사태에 권총수와 오민철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얼핏 한 곳이 떠올랐다.

푸르나 고개에 세워진 이슬람사원이 폭발할 때였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폭발에 놀랐는데 지금은 그보다 한 술 더 떴다.

“C4(Composition-4 Explosives).”

권총수가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TNT보다 훨씬 폭발력이 강한 폭약으로 폭발속도는 초속8킬로가 넘는다.

“바위가 사라졌어.”

“이런!”

오민철이 신음을 흘렸다.

두 개의 인형에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터지는 콤포지션 B 계열의 폭약을 설치했다.

사람인줄 알고 이쪽에서 방아쇠를 당기면 당연히 인형은 폭발할 것이다.

인형의 폭발은 바로 앞에 있는 가짜 바위(C4로 된 폭탄바위)를 때린다.

폭탄 바위가 터지면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방원 4,50미터는 쑥대밭이 되고 폭발 풍까지 강력해 완전 잿더미가 되고 만다.

“소대장님! 소대장님!”

누군가 바쁘게 불렀다.

“소대장님!”

‘비렌드라!’

권총수는 목소리 주인공이 히말라야 눈 사나이 비렌드라임을 알아 차렸다.

폭발소리가 워낙 큰 탓일까 일시적으로 포성과 총성이 멎었다.

1킬로 가까이 떨어져 있던 건물까지 흔들릴 만큼 강력했다.

“보...보고!”

소대장 목소리다.

그 와중에도 소대원들의 안위를 챙기고 있었다.

“저격팀 이상무.”

권총수는 가장 먼저 대답했다.

이어 신음과 비명을 흘리며 소대원들의 보고가 이어졌는데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부상자가 적지 않아 보였다.

소대장 다리다 상사는 피투성이가 되었다.

폭발풍에 날아가 나무에 얼굴을 찍은 것이다.

코피가 흘러내렸고 앞니 두개가 부러졌으나 다른 부상은 입지 않았다.

힘들게 몸을 일으킨 소대장은 커다란 바위가 사라지고 휑하니 변해버린 곳을 보며 침을 삼켰다.

‘총수!’

마음속으로 권총수를 중얼 거렸다.

권총수가 뒤로 물러나라고 했다.

비록 10미터 밖에 되지 않지만 그 마저도 물러나지 않았다면 자신은 지금쯤 저승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인명은 재천이라더니 오늘 또 한 번 극적으로 살아 난 것이다.

권총수는 자신뿐만 아니라 소대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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