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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73화 (73/651)

제73화: 대공세(1)

권총수의 총구는 헬기를 따라 심각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어디?”

오민철이 다시 물었다.

권총수는 조준경에 눈을 붙인 채 말했다.

“로터!”

“날개를?”

회전하는 날개를 맞춰 어떤 고장을 일으킨다는 건 이론적으로는 몰라도 실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테일 로터.”

테일 로터는 뒷 날개를 말한다. 헬기의 뒷날개 테일 로터는 헬기의 방향을 조절하는 결정적인 부분이다.

그건 뒷날개가 잘못되면 헬기가 위험해진다는 의미다.

주 날개는 약간의 문제가 발생해도 불시착 정도는 가능하지만 뒷날개는 일체 봐주는 게 없다.

미세한 사고만 생겨도 곧장 추락한다.

저격수 교육과정에서 헬기에 대한 장단점을 배운다.

헬기는 저격대상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자칫 소대가 전멸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슈슈슈!

“저런 미친놈들 AT-2까지.”

AT-2는 대전차 공격용 미사일이다.

콰아아앙!

지진이 일어난 듯 산등성이 흔들렸고 또다시 소대장의 무전이 울린다.

“부상자 확인?”

“으으으! 난 괜찮습니다.”

“조종사 패죽일 놈, 비렌드라 생존.”

다행이 여기저기서 이상 없다는 대답이 들린다.

그러나 헬기의 무자비한 공격이 계속 되면 당할 수 밖에 없다.

바야흐로 소대의 생사가 권총수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탕!

첫발이 발사됐다.

조준경 속으로 헬기 몸통 위쪽을 맞고 불꽃이 튀는 모습이 보인다.

정말로 헬기의 장갑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본 1탄이다.

척!

재빨리 M10을 끌어 내리고 몸을 숨겼다.

헬기 위쪽에 피탄이 되었기 때문에 조종사의 시선은 당연히 총알이 날아 올수 있는 방향으로 돌려진다.

“쳐다보지 마!”

오민철이 고개를 들려고 하자 권총수가 말했다.

권총수는 총을 끌어안고 더욱 바짝 엎드렸다.

어둠속이라면 적외선 감지기 같은 야간 장비에 의해 노출이 되겠지만 주간에는 망원경이나 조종사 육안으로 확인해야 한다.

흔히 헬기를 RPG 밥이라고 말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는 고도를 낮출 수밖에 없고 그때 휴대용 미사일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좀 더!’

헬기가 점차 낮아진다.

그건 조종사는 직감적으로 조금전 몸체를 때린 총알이 HK416과는 다르다는 걸 간파한 것이다.

저격수가 근처에 숨어 있다.

아무리 육중한 프로펠러가 돌아가고 진동이 심해도 헬기 조종사들은 작은 새 한 마리가 부딪혀도 금세 알아차린다.

헬기는 발사 지점을 어느 정도는 파악한 듯 권총수가 숨어 있는 상공 근처를 돌았다.

권총수는 더욱 몸을 낮추면서 기회를 엿봤다.

누가 먼저 맞히느냐 였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이라크 반군 아사드 준장을 잡으면서 이미 권총수의 존재는 널리 알려져 있었다.

밀리(mm)의 저격수, 바람의 흑새.

밀리의 저격수는 밀리미터 만큼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저격술을 가졌다는 뜻이며, 바람의 흑새는 사막 어딘가에 산다는 무슬림들이 신성시 하는 검은 새이다.

일부에서는 재두루미라고도 하지만 물고기를 먹이로 사는 두루미가 사막에 살수는 없다면서 검은코 박쥐일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검은코 박쥐 역시 사막에서 살지 않는다.

결국 사막의 흑새란 바람을 이용해 사막을 횡단하는 독수리일 것이라는 설이 강하다.

헬기는 무자비하게 쏘아댔다.

드르르르!

퍼펑!

저격수가 숨어 있을 만한 곳으로 추정되는 곳은 미사일까지 퍼부으며 근처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꿀꺽!

권총수는 이를 물었다.

숨을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꼭꼭 은신했다.

헬기가 격추되든지 아니면 소대원 전원이 사망하든지 오직 한 길만 남았다.

한 방.

권총수도 한 방이고, 조종사도 한 방이다.

먼저 발견하고 먼저 격중시키면 무조건 이긴다.

분명한 사실은 헬기 조종사에 비해 권총수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미사일은 살상 반경이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략 30에서 40미터이다.

그러나 저격총은 정확히 맞히지 못하면 죽지 않는다.

“봤어. 저 개새끼가 우릴 봤다고?”

오민철이 소스라친다.

선글라스를 낀 조종사의 눈과 정면으로 부딪힌 것이다.

“봐? 웃고 있어?”

권총수는 조준경에 눈을 대고 있었기 때문에 조종사가 웃고 있는 걸 보고 있었다.

조종사의 오른손이 대전차 미사일 AT-2의 발사 버튼을 누르려는 것과 동시에 권총수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탕!

파팟!

하는 소리가 들리며 수직으로 붙은 뒷날개 테일 로더에 불꽃이 튀었다.

쩌억!

날개 하나가 옆으로 꺾인다.

갑자기 헬기가 주춤 하더니 반대로 돌기 시작했다.

슈와아아!

그 바람에 발사된 AT-2 대전차 미사일이 모술 시내 방향으로 날아가 민가 한 채를 때렸다.

쿠쿠쿵!

엄청난 폭음과 함께 집이 무너져 내렸다.

조종사는 헬기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갈수록 목 비틀어 놓은 풍뎅이처럼 제자리를 돌았는데 또 한 번의 총성이 울렸다.

타아앙!

또다시 테일 로터에서 불꽃이 피어나면서 툭! 소리와 함께 날개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헬기는 더욱 빨리 돌았다.

이어 대여섯 바퀴 돌더니 수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여객기는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추락을 해도 속도가 만든 양력으로 인해 활공하면서 내려앉는다.

낙하 속도가 비스듬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헬기는 다르다.

헬기는 그냥 돌덩이처럼 수직으로 떨어져 버린다.

추락의 속도를 줄여줄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다.

콰쾅!

엄청난 불길이 솟아올랐다.

헬기의 공격을 피해 바위틈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소대장의 눈이 커졌다.

지금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일어난 것이다.

일반 헬기도 아닌 장갑 좋기로 소문난 MI-24 하인드이다.

기관총 정도는 거뜬히 견딜뿐 아니라 워낙 무장 화력이 좋아 탱크도 꼼짝 못한다.

특히 피탄으로부터 안정성을 얻기 위해 티타늄으로 제작하여 웬만한 총알에는 끄덕도 않는다.

그런데 M10 두 방에 완전히 무너졌다.

50여 미터 이상 떨어진 것 같은데도 어찌나 불길이 거센지 얼굴이 화끈 거렸다.

소대장은 헤드셋을 당겨 입 가까이 붙였다.

“부라보!”

“감사합니다.”

권총수는 낭랑한 목소리도 대답했다

“소대는 즉시 이동하여 34대대를 지원한다.”

헬기를 피해 숨어 있던 소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등성이를 내려가자 마른 개천 하나가 있었다.

1소대는 재빨리 개천으로 내려갔다.

일단 저지선은 뚫었으나 이곳은 적지다.

더욱이 헬기의 공격이 있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적의 시선이 모여들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길을 따라 이동하는 건 아주 위험하다.

일반적인 지표면보다 낮은 개천은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부대의 참호가 되어 주는 것이다.

“소대장님 대대 나왔습니다.”

나카야마가 무전 송수신기를 건넸다.

“여긴 천사, 라파엘 응답하라.”

“천사 말하라.”

“카이르 능선 돌파, 현재 지원을 위해 이동중이다”

“대단하다. 천사, 정말 훌륭하다. 경의를 표한다.”

흥분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어 송수신기를 통해 34대대와 공격을 주고받는 IS의 병력 분포와 화력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잘 알았다 이상.”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 받았다는 확인을 해준 소대장은 나카야마가 수첩에 기록한 내용을 살폈다.

확실히 만만찮은 화력이다.

카오스 유정을 빼앗기면 IS 자금줄의 40프로 가까이가 사라진다.

어차피 전쟁도 돈 많은 쪽이 이긴다는 것이 공식이 된 이상 IS입장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했다.

개천을 따라 이동하던 1소대가 행군을 멈췄다.

소대장은 작전지도와 34대대로부터 받은 정보를 기반으로 작전을 세우고 있었다.

“집중!”

소대원들이 일제히 작전 지도에 시선을 고정했다.

“여기가 저기다.”

그러면서 이미 넘어왔던 카이르 능선을 가리켰다.

능선은 갈수록 낮아지고 21번 국도가 나타나는 근처에서 사라진다.

“1번 PKM이 여기, 2번 PKM이 여기, 3번 지점에는 우리쪽 탱크와 장갑차를 겨냥한 RPG 다섯 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대장은 조금 전 대대로부터 전달 받은 적의 화력을 말해주었다.

권총수의 눈이 좁혀졌다.

대전차 무기인 RPG가 유난히 많다.

그건 여단 소속의 전차대대를 겨냥한 것이다.

여단 전차대대에서 보유한 탱크는 대략 40여대 정도.

통상 예비전력으로 20프로를 남긴다고 봤을 때 32대 정도 출전했을 것이다.

그런데 32대의 탱크로도 아직 뚫지 못하고 있다면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알무하아리불(불멸의 전사)’

권총수는 나직이 중얼 거렸다.

알무하아리불, 일명 불멸의 전사로 불리는 IS 부대는 90프로 이상이 서방세계의 군 출신들이며 그중 20프로는 특수부대를 나왔다.

그 불멸의 전사를 이끄는 지휘관이 조금 전 나타났던 샘이다.

“탱크 9대가 날아갔다는데.”

오스카라가 중얼거렸다.

권총수는 오른쪽 멀리 평야지대까지 뻗어 내려온 능선을 보며 중얼 거렸다.

‘죽느냐 사느냐’

자신이 보기에 오늘 싸움이야 말로 단순히 모술로 진입 하느냐 못하느냐 보다는 IS와의 전쟁에서 이길지 패할지를 결정하는 완전한 승부수였다.

여단장 머큐리 표정은 어둡다.

27여단 예하 어느 부대도 지금 불멸의 전사가 가로막고 있는 21번 국도 저지선을 뚫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전 외인 1소대가 카이르 능선을 무너뜨렸다는 보고를 받긴 했지만 넓은 땅에 줄 하나 그어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가 더욱 신경을 쓰는 부분은 프랑스 군의 명예였다.

아직까지 중동에서 프랑스군의 확실한 발자취는 남기지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미군과 SAS를 거느리고 있는 영국과 캐나다였다.

나폴레옹이 있었고, 기갑 사단장으로 독일에 저항했던 드골을 키워낸 프랑스다.

소소한 승리는 있었지만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할 만한 대작전에서는 아직 보여준 것이 없었다.

푸르나 회교사원 공격에서 허술한 대처로 치명상을 입을 뻔 했다가 아사드를 기어이 잡음으로 가까스로 살아났다.

지난 두 번의 공격에 실패하고 오늘 3번째 치는 중이다.

여기서 또다시 물러나면 회교사원 공격 실패보다 더 큰 데미지를 입을 것이다.

승패의 카드를 뽑아야 했다.

“내가 앞장 선다.”

그건 자신이 솔선수범 하는 것이었다.

“총수!”

소대장이 다가와 바라본다.

그건 저격 장소를 결정했느냐는 질문이었다.

저격수의 위치는 저격수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지만 지리적 특성이나 돌아가는 상황이 애매했다.

모술 시내를 들어오는 길목을 가로막듯 내려온 능선은 이라크 북서부를 잇는 함린산맥의 끝자락이었다.

능선에 알무하아리불 부대가 있고 너머에 34대대와 전차대대가 있다.

알무하아리불 부대는 절대 올라오지 못하게 막을 것이고 34대대와 전차대대는 기어이 저 능선을 넘어야 모술로 들어올 수 있다.

“음!”

권총수는 무거운 신음을 흘렸다.

전화와 소대의 위치를 본다면 알무하아리불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서 치는 것이다.

그러나 전장에서 적의 앞뒤 포위는 바보 같은 짓이다.

아군끼리 마주보고 공격하다 보면 맞은편 아군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또한 적의 퇴로를 열어주고 포위공격을 해야지 가둬버리겠다는 마음에 앞뒤를 차단하면 너 죽고 나죽자는 동귀어진의 수법으로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이겨도 너무 큰 상처를 입는다.

“측면을 치시죠?”

앞뒤로 치면 당장 저격이 곤란해진다.

아군을 쏘지 않을 자신은 있으나 공격하는 소대원들이 불편하다.

혹시 맞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

스포츠나 전쟁 모두 집중하지 못한다는 건 패배를 불러 올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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