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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67화 (67/651)

제67화: 용병(mercenary) 스카우터(scouter)2

호텔로 돌아온 권총수는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몸을 씻고 나온 권총수는 혹시 잊어먹은 건 없는지 캐리어를 열고 짐을 꼼꼼하게 살폈다.

모든 걸 정리하고 일찍 잠자리에 누우려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인터폰 화면에 오민철이 나타났다.

잠시 화면을 바라보던 권총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 주었다.

“아이 그 새끼 성질 하곤.”

오민철이 들어서자마자 인상을 썼다.

“싸가지라고는 요만큼도 없어. 누가 보면 내가 동생인지 알겠다 임마.”

“계약했어?”

오민철은 냉장고 문을 열어 생수 한 병을 꺼냈다.

딱!

목이 말랐던지 마개를 따고 한 병을 통째 비웠다.

“계약 하셨냐고요?”

“콱 그냥.”

오민철은 빈 물병을 던질 것처럼 들어올렸다.

“야 권총수 난 다른 건 몰라도 의리하나는 지킨다. 이미 전쟁터에서 만큼은 너와 난 실과 바늘이야. 우리 둘 중 어느 한쪽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위력은 지금보다 훨씬 반감할 거야.”

“인정!”

“그런데 널 놔두고 어떻게 나혼자 계약을 해 자식아. 내일 출국 전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더라.”

“건방진 자식들 감히 내 앞에서 잔머리라니?”

“잔머리?”

“입도선매(立稻先賣)라고 들어봤어?”

“입도선매?”

오민철의 눈이 꾸물거렸다.

“벼를 논에서 거두지 않은 채로 팔아 버리는 것을 말하는 거야.”

“벼를 수확도 하지 않고 팔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논 주인이 돈이 급하다 보니 싼 값에 수확도 되지 않는 벼를 장사꾼에게 팔아 버리는 거야.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겠어?”

“당연이 손해를 보겠지.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시골에서 컸기 때문에 벼농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장사꾼은 돈이 급한 주인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살 듯 살듯 하면서 시간을 끌고, 결국 주인은 자신이 원하는 액수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논의 벼를 팔 수 밖에 없어.”

“완전 도둑놈 새끼 아냐.”

“입도선매의 비슷한 예로 요즘은 스포츠, 그중에서도 프로야구의 선수 스카우트가 있어. 고졸 유망주를 싼 값에 사는 거야. 선수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는 여러 가지 제도를 내세우며, 누가 봐도 잘만 다듬으면 대형투수나 타자로 성장할 수 있지만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격을 후려치는 거야. 구단은 중간에 선수에게 무슨 악재가 생길지 모른다. 그래도 이만 큼 주는 건 알고 보면 우리도 상당히 위험한 배팅을 하는 것이라면서 적당히 겁도 주지.”

오민철의 눈이 빛난다.

뭔가 읽어낸 모양이었다.

“형, 우리 실력 어디가? 제대하고 그때 계약해도 안 늦어. 지금은 아카데미 한곳에서 왔지만 입소문이 퍼지면 다른 업체들도 우릴 스카웃 하려고 들거야. 보안업체가 한 두 군데인 줄 알아.”

“스카웃 경쟁?”

“싸움을 붙여야 몸 값이 올라갈 것 아냐.”

와락!

오민철이 느닷없이 권총수를 끌어안았다.

“뭐하는 거야. 떨어져.”

쪽쪽쪽!

오민철은 권총수의 볼에 미친 듯 뽀뽀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 씨 진짜!”

퍼억!

내공이 실린 권총수의 힘에 오민철이 저만치 나동그라졌다.

쿠쿵!

텔레비전을 올려 놓은 탁자에 머리를 세차가 부딪치는 오민철을 노려본다.

“재수 없게.”

권총수는 옆에 있는 수건으로 오민철의 침이 묻은 볼을 닦았다.

“삼겹살 처먹은 입을 어디다 갖다 붙이는 거야.”

“흐흐흐흐!”

오민철이 웃는다.

“왜 화가 하나도 안나냐. 다른 때 같았으면 형한테 욕을 하는 너 주둥이를 가만 안 뒀을텐데.”

“찝찝해.”

권총수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욕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나왔다.

“총수야.”

오민철이 끓는 눈길로 바라보자 한 걸음 물러난다.

“왜 또?”

“사랑한다.”

“시끄러.”

“너의 그런 놀랍고도 심오한 생각이 있는 줄도 모르고 이 형은 덥석 미끼를 물 뻔 했다. 못난 형을 네가 이해해라. 똥인지 된장인지 기어이 맛을 보고서야 구별하는 멍청한 이 형 아니냐.”

“나 잘거야.”

“후우, 하마터면 세일 당할 뻔 했다. 나의 동생, 굿나잇.”

오민철이 미소를 지으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 * *

비행기가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대형 캐리어를 끌고 있었는데 남대문 시장에서 이것 저 것 사들인 속옷들이다.

“저깄네.”

입국장 앞에 구레나룻이 수북한 뚱뚱한 사내가 구겨진 A4용지를 들고 서 있었다.

‘카빈(carbine)’

매직으로 총 이름을 적은 종이를 흔든다.

“미스터 투란?”

권총수가 물었다.

그러자 사내가 눈을 빛냈다.

“총수 민철? 바트만?”

터키 동부 이라크와 국경선 가까이 있는 바트만을 간다고 예약했던 사람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반갑소!”

두 사람은 투란이란 사내와 악수를 나눴다

투란은 두 사람을 데리고 공항 청사를 빠져 나갔다.

멀리 시커먼 랭글러 지프 한 대가 서 있는데 다가가 문을 열었다.

“타시죠.”

두 사람이 차에 오르고 랭글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이미 준비되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라크 아르빌을 들어가는 가장 일반적인 길은 두바이를 경우하여 바그다드로 가는 항공편이다.

문제는 바그다드에서 아르빌이다.

항공편이 없기 때문에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정정이 불안하다.

더욱이 외국인이 400킬로 이상을 이동 한다는 건 자칫 자살 행위가 될 수 있다.

부대에서 떠날 때는 항공대 지원을 받지만 밖에서 귀대 할 때는 철저히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다.

시외버스는 있다.

그러나 잘못 탔다간 탈영병이 될 수도 있다.

이라크 시외버스는 걸핏 하면 고장이 나면서 주저앉는다.

결국 두 사람이 선택한 건 개인 비행기를 이용해 바트만으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차량을 이용해 국경을 넘는 것이었다.

30여분을 달린 랭글러가 멈춘 곳은 나무 한그루 없는 황무지였는데 포장되지 않은 활주로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세스나 172 한 대있다.

두 사람을 태우고 500여 킬로를 날아갈 비행기인 것이다.

차에서 내린 투란이 경비행기를 가리켰다.

“30,000킬로도 아직 날지 않은 좋은 상태죠.”

새 비행기이므로 안심하라는 뜻이다.

아무리 외인부대에서 가혹한 훈련을 받았고 크고 작은 전투경험이 있지만 자그마한 바람에도 반응하는 경비행기는 마음 편한 존재는 아니다.

더욱이 터키라고 해서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심심찮게 무력 충돌이 일어나고 테러도 발생한다.

미사일은 날아오지 않겠지만 저공 비행시 총알이라도 날아오면 추락할 수도 있는 것이 경비행기다.

탁!

타악!

문이 닫혔다.

“안전벨트 메시죠.”

두 사람은 의자에 있는 벨트를 끌어당겨 허리에 채우고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부우우우!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면서 활주로에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56노트.’

권총수는 고개를 길게 세우며 비행기 계기판을 보았는데 속도계를 가리키는 바늘이 56노트이다.

시속 100킬로 정도 된다.

“우우웃!”

오민철이 떠오르는 비행기를 보며 다소 놀랐는데 좌우로 휘청했기 때문이었다.

일반 비행기는 300킬로 정도의 속도에서 이륙한다. 또한 웬만한 폭풍에도 이륙할 때에는 꼼짝도 않지만 경비행기는 다르다.

싣고 있는 화물이나 탑승한 사람의 무게와 좌석 배치도에 따라 전후좌우 요동을 하는 것이다.

비행이 어느 정도 안전궤도에 들어가면서 두 사람은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두 사람이 연신감탄을 하자 투란이 입을 열었다.

“오른쪽으로 멀리 산 보이시죠?”

고개를 돌렸다.

멀리 희끄무레한 구름위로 솟구친 산봉우리가 보였다.

“아라랏산입니다.”

“저것이 아라랏산이라고.”

오민철이 눈을 크게 떴다.

오민철이 급 흥미를 보이는 건 한 가지 때문이다.

아라랏산에서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가 발견되었다는 설이 끊이지 않고, 지금도 많은 탐험가들이 노아의 방주를 찾겠다고 아라랏산을 뒤지고 있었다.

“두 분은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정말로 방주가 있다고 보십니까?”

권총수는 관심 없다는 듯 창밖을 바라보았으나 오민철은 즉각 대답했다.

“하나님께서는 살아 계십니다. 난 있다고 봅니다.”

오민철 자신은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집안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다.

시골에 살면서도 부모님은 교회를 다녀 어려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성장한 티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사장님은 믿소?”

오민철 답게 야무지게 묻는다.

투란은 눈치가 빨랐다.

자신은 비록 이슬람이지만 손님 비위를 맞춰주는 것이 좋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믿습니다.”

“나 또한 노아는 실재 했던 사람이고, 방주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 합니다. 총수 넌?”

“형 구경 좀 하자. 아름다운 터키 산들 좀 봐. 우리나라 산과는 또 다른 멋이 있잖아. 좀 느껴봐.”

“느끼긴 뭘 느껴, 내 눈에는 별론데.”

오민철이 불평스럽게 뱉었다.

구우우웅!

비행기는 점점이 떠가는 구름을 뚫고 북동쪽을 향해 날아갔다.

사막 저편으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비행기 한 대가 사막에 있는 활주로에 내려서면서 자욱한 먼지가 피어 올랐다.

비행기는 조금씩 속도를 떨어뜨리며 멈췄는데 권총수와 오민철이 타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투란에 이어 두 사람이 내렸다.

속옷이 가득 들어 있는 캐리어까지 끌어낸 두 사람을 향해 투란이 말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곳에 잠시 앉아 기다리시죠.”

권총수는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더니 말보로 레드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권총수는 불을 붙인 담배를 길게 빨아드린 후 토하 듯 내 뿜었다.

말보로 레드 특유의 푸른 연기가 석양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오민철이 감탄하듯 말했다.

“키햐, 완전 디카프리오다. 블러드 다이아몬드.”

“용병 대니 아처.”

오민철의 말에 조종사 투란이 영화속 주인공 이름을 불렀다.

그 역시 그 영화를 봤고 지금 담배를 피우고 있는 권총수의 모습이 주인공 디카프리오와 너무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뜻이었다.

권충수는 히죽 웃고 넘긴다.

두두두!

갑자기 자동차 엔진소리가 들렸고 멀리서 먼지를 일으키며 차량 한 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권총수는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차량을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더니 담배를 비벼껐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탁구 공 만한 돌멩이 두 개를 들고 일어났다.

나타난 차량은 쉐보레 서버번이다.

덜컹!

앞문이 열리고 붉은 색 카우보이모자를 쓴 사내가 내렸다.

권총만 차면 완전한 서부극 주인공 같을 청바지에 긴팔셔츠, 그 위로 사막색 조끼를 걸쳤다.

“칸나리.”

“투란!”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힘 있게 악수를 했다.

“늦어 미안하네. 저 분들인가?”

칸나리란 사내가 권총수와 오민철을 돌아보았다.

투란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바르 택시.

월경(越境), 또는 사경(死境)의 차로 불린다.

상사 주재원들이나 개인적으로 이라크를 찾는 사람들, 그리고 가끔은 귀대하는 미군들을 태우고 국경을 넘나든다.

쿠르드 반군, IS, 알바르 택시만을 노리고 있는 적지 않은 범죄자들의 위협에 노출되지만 성공에 따른 수입이 크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한다.

사내는 두 사람을 보더니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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