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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41화 (41/651)

제41화: 구출작전(4)

저격수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다.

아무리 용기를 내어 머리를 올리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순식간에 사격이 멈췄다.

모두가 일단 숨고 본 것이다.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이쪽의 사격도 잠시 중단 되었다.

탕탕!

그러나 침묵은 오래 가지 못하고 다시 총성이 울렸다.

머리를 처박고 총만 위로 꺼내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월남전에서는 총알 10만 발당 한 명을 죽였다는 통계가 있고, 이후 아프카니스탄 전쟁과 작전명 ‘사막의 폭풍작전(1차 이라크전)’과 2차 전쟁 ‘이라크 자유작전’에서 나온 통계를 보면 평균 4만 발 당 한 명을 죽였다고 했다.

그러나 저격수의 총은 일반 병사들과 분명하게 구분 되었는데 한 명 죽이는데 1.77발 정도를 쐈다.

기록에서 나타나듯 4만 발당 한명을 죽였다는 건 지금처럼 머리를 숙이고 총만 올려놓고 갈기기 때문이다.

저런 사격에 맞아 죽을 사람은 거의 없다.

무자비하게 총알을 쏟아 붓던 반군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이쿠!”

쿠르르!

누군가 바위에서 떨어진 듯 비명을 질렀고, 바위가 구르는 소리가 지축을 울린다.

타앙!

M10이 또다시 불을 뿜으니 도주하던 민간인 복장의 사내가 나동그라졌다.

잠시 총을 겨누던 권총수가 조준경에서 눈을 뗐다.

나무에 시야가 가려 적을 볼 수가 없다.

도망치는 적은 모두 다섯이었다.

군복차림의 사내가 한 명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민간인 복장이다.

그들의 도주에서 잘 훈련된 군인이라는 것이 여지없이 드러났는데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지 않았다.

2,30여미터를 S자로 달리고, 재빨리 엄폐물을 찾아 엎드린 뒤 이쪽을 향해 자동으로 놓고 갈긴다.

그리고 다시 도주하는 치고 빠지는 전형적인 게릴라 전술이다.

움직이는 물체는 맞히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머지않은 곳에 마을이 있었기 때문에 그 전에 정리해야 한다.

마을로 들어 가버리면 그때부터는 이쪽도 위험해진다.

건물 속에 숨어 노출된 이쪽을 노리는, 이른바 시가전 형태가 되기 때문에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잡아야 했다.

드르륵!

타타탕!

모두가 그런 사실을 아는 듯 무차별 갈겼지만 좀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타아아앙!

그때 전혀 다른 총성이 울렸다.

풀썩!

또 한 명의 민간인 복장 사내가 뒤로 고꾸라졌다

탕!

총소리는 모질게도 울렸다.

원 샷 원 킬.

이번에는 군복 입은 사내가 팽그르르 한 바퀴 돌며 엎어진다.

타앙!

파아아!

폭발하는 불꽃처럼 사내의 머리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쓰고 있던 터번이 연 꼬리처럼 하공을 날아갔다.

오민철은 백발백중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버린 총알이 없다.

실수하지 않는다.

차라리 숨 막히는 예술이었다.

적들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다.

도망은 곧 저격수에게 걸린다는 걸 알고 엄폐물을 찾아 바짝 엎드렸다.

그렇다고 이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저격수의 표적이 될까봐 최대한 몸을 땅바닥에 대고 꿩처럼 대가리를 처박고 있었다.

“어디 숨은 거야?”

오민철은 적을 찾기 위해 눈에 힘을 주고 관측경을 천천히 돌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타앙!

그때 총소리가 울렸다.

“어디야?”

관측수인 자신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오민철이 눈을 빛냈다.

“맙소사!”

오민철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관측경 속으로 한 사내가 날아 가버린 왼팔을 감싸 쥐며 펄쩍펄쩍 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내는 머리는 숙인 채 양손만 올려놓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쪽을 향해 집중 사격을 해 놓고 돌아서 뛰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총 몸통을 받쳐 쥐는 왼손이 권총수에게 걸렸다.

바로 그때 조준경 속으로 한 사내가 만세를 부르며 일어섰다.

투항을 한 것이다.

권총수는 조준경으로 사내의 몸을 대략 한번 훑었다.

자수하는 척하고 아군을 유인한 다음 갑자기 자살 폭탄 테러범으로 돌변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별 다른 이상 없음”

무전교신을 통해 함정으로 판단되지 않는 자수라는 걸 소대장에게 전달한 것이다.

권총수는 총에서 눈을 뗐다.

툭!

조준경을 몸통에서 분리하여 제 집에 넣었고, 탄창은 그대로 놔둔 채 조정간만 안전에 놓았다.

훌쩍!

6킬로 짜리 묵직한 M10을 어깨에 메면서 이마의 땀을 훔쳤다.

“아까부터 뭘 그렇게 봐.”

쳐다보는 오민철을 향해 인상을 썼다.

“아냐. 가자!”

오민철 또한 자신의 장비를 챙겨 일어섰다.

오민철은 앞장서 산을 내려가는 권총수를 보며 중얼 거렸다.

‘죽이는구만’

자신이 근무했던 부대에도 저격수들은 적지 않다.

동기중 한 명이 저격수여서 몇 번 훈련장을 찾아가본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표적 거리는 600미터에서 800미터였다.

지금 권총수가 반군의 왼손을 날려 버릴 때의 거리는 950이었다.

거의 1킬로 밖에서, 그것도 활짝 펴고 있는 손이 아닌 AK 몸통에 붙은 손이다.

“흐흠!”

등골이 서늘해진다.

사내 둘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왼손이 날아간 사내의 손목은 위생병에 의해 압박붕대로 감겼다.

둘 모두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 출신이라고 했다.

공화국 수비대 부대장이 바로 얼마 전 미군 씰 팀이 공격에 나섰던 아사드 준장이었다.

아사드 준장은 후세인의 심복중 한 명이다

서방 언론은 그를 후세인의 청소기라고 불렀는데 반정부운동가들을 처단하고, 후세인의 정적들을 죽이거나 암살하는 일에 앞장섰다.

그러다 미국의 침공이 있고 이라크의 패전으로 끝나자 반군으로 돌아섰다.

2006년 후세인이 끝내 사형을 당하자 그의 광기는 더욱 극렬해졌고 자국민들을 향해서도 무차별 학살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이 제거 최우선 대상으로 찍은 후세인 측근, 이른바 12명의 고가치 표적의 얼굴을 새긴 로얄 카드에 그렇게 등재되었다.

사로잡힌 사내들은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아사드 준장의 행방은 모른다고 했다.

아직까지 잡히지 않을 정도면 말단 부하들이 그의 동선을 안다는 건 불가능했다.

또한 그들의 입을 통해 현장에서 씰팀 11명이 사망했으며 나머지 네 명은 부상을 입고 도주하던 중 사살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현재 죽음이 확인되지 않는 생존자는 리더 닉 대위 뿐이었다.

“으음!”

소대장 맥그레인의 입술을 비집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열다섯 명의 죽음.

자신이 아는 한 네이비 씰이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것이 과거 아프카니스탄 레드윙 작전에서 사망한 19명이 최고였다.

‘열다섯, 또 한 번 세상이 발칵 뒤집힐 숫자군’

맥그레인은 신음을 흘렸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이번 작전 실패에 대해 정보를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다.

언젠가는 알려지겠지만 당분간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백악관의 뜻이라고 했다.

정치인들의 셈법은 잔인하다.

“그래서 닉 대위의 행방은 너희들도 모른다는 거군?”

맥그레인이 물었다.

사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거짓말하고 있지 않다는 걸 어떻게 해서라도 보여주려는 생의 애착이 강하게 담긴 동작이었다.

타앙!

갑자기 맥그레인이 방아쇠를 당겼고 사내가 가슴에서 피분수를 뽑아내며 쓰러졌다.

“으헉!”

갑작스런 동작에 모두가 소스라쳤다.

맥그레인의 시선이 이번에는 왼손목이 날아간 사내에게 멎었다.

“살려 주세요.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사내는 온 몸을 떨면서 외쳐 기도했다.

“안됩니다.”

탁!

방아쇠를 당기려는 맥그레인의 소총을 권총수가 쳤다.

그 바람에 총구가 돌아가면서 다른 곳으로 발사 되었다.

탕!

“전시에, 범죄에 의하지 아니하고 군사상의 이유로 인하여 교전 상대국 내에 들어가 활동하다 자유를 박탈당한 적국인, 즉 모든 전쟁포로는 자유의지와 충분한 인격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제너바 협력 따위에 충실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도리(道理)의 문제입니다.”

꿈틀!

맥그레인의 검은 눈썹이 곤두섰다.

지휘권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도리?”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올바른 이치 말입니다. 전 카스텔노다리 훈련소에서 전쟁포로를, 그것도 저항력을 상실한 적군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라고 배우지 않았습니다.”

휙!

맥그레인은 총구를 권총수를 향해 돌렸다.

“그래서? 지금 외인부대 복무 규정중 첫 번째 덕목인 하급자는 상급자를 존중하고 그의 명령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180년 규칙을 짓밟겠다는 건가?”

“어떤 법도 최소한의 상식보다 높을 수는 없습니다. 소대장님께서는 지금.”

“지금 뭐? 왜 입을 닫나?”

마음 같아서는 당신은 살인을 하고 있소 하고 외치고 싶었다.

툭!

오민철이 슬쩍 군화발로 복숭아뼈를 건드렸다.

그만하라는 신호이다.

권총수는 매서운 눈으로 맥그레인을 노려보았다.

“이등병의 항명이라, 매우 즐거운 날이군.”

스윽!

멕그레인은 총구를 사내에게 돌렸다.

사내는 살고 싶다면서 하나뿐인 손을 뻗어 비비는 시늉을 했다.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타아앙!

총성이 울리는 순간 권총수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이동!”

권총수는 고개를 돌렸다가 눈을 크게 떴다.

사내는 죽지 않았다.

“알라후 아크바르!”

사내는 감격에 겨워 이마가 땅에 닿도록 허리를 구부렸고 눈물이 수돗물처럼 흘러내렸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한 것이다.

저승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 온 것이다.

사내는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 권총수에게 미친 듯 고개를 숙였다.

권총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행운을 빕니다.”

“앗 쌀라무 알라이쿰(평화가 당신에게)”

사내는 걸어가는 권총수를 향해 계속 축복했다.

닉 대위의 생존이 확실시 되면서 수색은 빨라졌다.

마을을 수색했고 야트막한 산 하나를 넘어가자 티그리스강 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푸른 갈대가 바람에 흐느적거렸고 강가로 작은 마을이 있었다.

어민으로 보이는 현지인이 작은 나룻배에서 그물을 걷어 올리고 있었는데 어부 노인은 중무장하여 걸어가는 권총수 일행을 보고서도 전혀 당황하거나 두려워하는 빛은 보이지 않았다.

그건 체념이었다.

오랫동안 전쟁을 치르다보니 살고 죽는 것이 모두 신의 뜻이라는 것을 알아 버리고 두려움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었다.

탕!

강가에 있던 마을을 향해 다가갈 때 갑자기 총소리가 울렸다.

일제히 땅바닥에 엎드렸다.

“어디야?”

맥그레인이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마을입니다.”

누군가 대답했다.

“M17 같은데요.”

무전기를 통해 누군가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맥그레인의 고개가 돌아갔다.

권총수였다.

관측수인 오민철을 향해 속삭이듯 한 말이었는데 무전기로 흘러 들어온 것이다.

맥그레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M17이라는 걸 어떻게 알아차렸을까.

전장에서 활동하는 총은 수십 가지이다.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총소리만을 놓고 총기 모델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았다.

더구나 오랫동안 들린 것도 아니고 딱 한 방이었다.

권총수의 말을 듣고 보니 씰팀에 새롭게 지급된 권총 M17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드르르륵!

돌연 자동소총 소리가 조용한 강마을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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