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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35화 (35/651)

제35화: 레드윙(2)

3인.

그들은 성인 남자 2명과 10살 소년 한 명이었는데 모두가 근처에서 양을 치던 사람들이었다.

넷은 고민에 빠졌다.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미합중국 군대의 교전수칙은 비무장 민간인을 절대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있다.

어떤 폭력적인 행사도 허용하지 않는다.

넷은 갈등했다.

그냥 돌려보낸다는 건 위험하다.

오랜 전투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비무장 민간인을 돌려보내 주면 대부분 나중 무장 게릴라가 되어 돌아왔다.

실 예로 아프카니스탄 전쟁 초기 영국의 최정예 특수부대 SAS 1개 정찰대가 자신들이 살려 보내준 민간인의 밀고에 의하여 처절하게 사냥당한 적이 있었다.

결국 고민 끝에 네 사람은 이들을 살릴지 죽일지 회의에 들어갔다.

의외로 회의는 길어졌다.

각자의 생각이 달랐다

죽이자는 쪽과 살려 보내주자는 주장이 물러서지 않고 대치 한 것이다.

끝내 투표 즉, 거수로 결정하기로 했다.

네 명중 살려 보내자는 대원이 2명, 저들을 살려주면 반드시 텔레반에게 밀고를 할 것이므로 죽여야 한다는 대원이 1명, 남은 한 명은 기권했다.

군대의 의견, 특히 전쟁 중에는 부하들의 판단과 생각은 참고 자료일 뿐이다.

모든 결정권은 지휘관에게 있다.

적진인데도 지휘관 머피 대위는 무려 세 개비의 담배를 피웠다.

그만큼 고민스러운 일이었다.

결국 머피 대위는 세 사람을 풀어준다.

레드윙 작전의 성패가 너무 어이없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양치기들이 석방되고 1시간 쯤 지나 무장한 텔레반들이 벌떼처럼 나타났다.

AK로 무장한 100명이 넘는 텔레반이 삼면으로 공격해 왔다.

사실 네 대원들의 무장은 화려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은 누군가를 죽이거나 습격하고, 파괴하는 공격부대가 아니라 정찰임무였다.

교전이 아닌 적정을 살피는 임무였기 때문에 M203 40㎜ 유탄발사기를 장착한 M4 소총 2정, Mk12 5.56㎜ 저격총 2정이 전부였다.

100대4

최고의 사냥꾼들로 훈련된 씰 팀이었지만 상대가 너무 많았다.

우박처럼 쏟아지는 총알 속에서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더구나 산속 깊은 곳이기 때문에 본대와의 무전 교신도 수월하지 않았다.

방법은 정해져 있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 것 말고는 다른 비책은 없었다.

교전 10분도 되지 않아 두 명이 AK를 맞았다.

밀리고 또 밀렸다.

세 번째 부하가 교전 15분 만에 머피 대위 곁을 떠났다.

이제 남은 사람은 다리와 허벅지에 총을 맞고 부상 중인 머피대위 혼자뿐이었다.

다행히도 근처 지형이 툭 트였고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해 본대에 지원요청을 했다.

“우리는 공격당하고 있다. 부하들이 죽고 있다. 지원이 필요하다.”

머피 대위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몹시 어렵다. 샘 하사, 빌리 중사, 에드윈 중사가 죽었다. 적은 엄청나다. 포위되었다.”

본대에서는 정찰조를 구출하기 위하여 신속대응부대(QRF)가 출동했다.

구출을 위하여 특수 전 헬리콥터 2대, UH-60 4대, AH-64D 아파치(Apache) 2대가 최대한 빠르게 움직였다.

이윽고 작전지역에 도착하여 병력을 내리기 위해 호버링(정지 비행)을 하고 있을 때 지상으로부터 RPG 한방이 날아와 특수전 헬기 MH-47D 한 대가 격추되고 말았다.

헬기에는 8명의 해군 특수부대원과 8명의 제160특수전항공연대 대원이 탑승했는데 생존자 없이 전원 사망하고 말았다.

도합 미군 19명을 잃은 사건, 그것이 레드윙 작전이었다.

그 영화 속 군인들과 마크가 똑같았다.

‘네이비 씰’

중동에 씰 3팀이 주둔하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특수부대 원조 영국의 SAS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세계최강의 특수부대.

권총수는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네이비 씰 1팀은 8개의 소대로 구성되어 있고 1개소대는 16명의 작전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네이비 씰이라는 건 굉장한 흥미를 유발시켰다.

권총수는 눈을 부릅뜨고 살폈지만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없었다.

저승도 마음대로 출입한다는 네이비 씰을 외모에서 발견하기란 삼지창 견장을 제외하면 없었다.

사실 이들의 정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소대장으로 추측되는 대위의 독서였다.

아무리 독서를 즐긴다고 해도 군인이, 그것도 이동하는 시끄러운 수송기 안에서 책을 본다는 건 흔한 광경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가는 내내 권총수는 그들을 흘긋 거렸다.

비행기가 루와이시드 요르단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권총수는 동승했던 미군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행운을!”

“앗 쌀라무 알라이 쿰(평화가 그대에게)”

중사계급의 미군이 아랍식의 인사를 하며 히죽 웃었다.

“잘 가시오”

권총수도 온기를 담아 인사했다.

총알은 무조건 앞으로 날아 갈 뿐이다.

저들 앞으로 총알이 날아오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해 주었다.

그건 전장에 선 같은 군인으로서의 마음, 동병상련(同病相憐)인 것이었다.

“총수 이등병”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총수는 재빨리 소리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한 명의 군인이 하얀 이를 드러낸 채 웃고 있었다.

모르간 상사였다.

“상사님!”

척!

권총수는 힘차게 거수 경례를 했다.

“드디어 왔군!”

모르간 상사가 손을 내밀었다.

콱!

두 사람은 강하게 손을 잡았다.

“축하한다. 코리안 스나이퍼.”

“네?”

“네가 역대 선배들이 세워 놓은 선배 저격수들의 모든 기록을 갈아 치워 버렸다고 들었다.”

권총수는 빙긋 웃었다.

“헬기로 가자고.”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갔다.

모르간 상사는 걸어가는 권총수를 자꾸 흘깃 거렸다.

그건 기쁨이었고 주체할 수 없는 감격이었다.

뛰어난 저격수를 갖는다는 건 모든 부대 지휘관의 꿈이요 소망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저격수의 공포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른다.

제아무리 훈련이 잘된 부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온 총알 한 방이면 순식간에 모든 체계가 무너져 버린다.

한 발로 전황을 뒤집어 버리는 것이다.

“고작 세 명 졸업했다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그중 네가 1등이라니 역시 외인부대는 살아있다.”

모르간 상사는 외인부대 소속이 아니다.

그는 아르빌에 파견된 프랑스군 제27보병여단 소속이다.

외인7중대가 27여단에 배속되다 보니 이쪽의 행정업무를 맡아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대 살림을 맡는 인사계인 셈이다.

그런데도 기뻐하는 건 같은 프랑스 군대라는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헬기 한 대가 보인다.

카스텔노다리 훈련소에서 타보기도 했던 가젤(SA-342)이었다.

프랑스 육군이 성황리에 운용중인 정찰기 겸 경공격기이다.

멈칫!

헬기를 보던 권총수의 눈이 빛났다.

20mm 기관포와 HOT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었다.

자신 한 명을 태우기 위해 온 헬기가 중무장을 한 것이다.

척!

권총수는 선글라스를 낀 채 조종석에 앉아있는 수 류트낭(Sous-Lieutenant:소위)계급의 군인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조종사는 씨익 웃으며 경례를 받아주었다.

권총수와 모르간 상사가 오르자 날개가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난 빠스깔 소위라고 한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코리안 스나이퍼!”

“감사합니다!”

이윽고 헬기가 떠올랐고 기수를 북쪽으로 돌렸다.

“여단장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네. 헬기에 최대한의 화기를 장착하여 마중을 나가라는 거야.”

권총수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귀대에 여단장까지 관심을 갖고 있는 줄은 몰랐다.

“외인부대는 곧 프랑스다. 그래서 너와 내가 아니라 우린 전우라고 말씀하시더군.”

권총수는 마른침을 삼켰다.

뭔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면서 뜨거운 것과 반대되는 냉기 한 가닥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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