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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33화 (33/651)

제33화: 임펙트(Impact)2

열 번의 표적을 단 한 개도 놓치지 않았고 절대 살아날 수 없는 치명적인 급소에 총알을 쑤셔 넣었다.

‘800, 속사’

다섯 개의 마네킹이 걸어간다.

간격은 중구난방이었다.

한 번 총성이 발생하면 맞지 않은 다른 일행은 일제히 엎드리거나 엄폐물을 찾아 뛸 것이다.

즉 다섯 명을 모두 죽일 수는 없다.

문제는 몇 명을 고꾸라뜨리느냐를 측정하는 것이다.

‘저격수가 속사 능력까지 갖췄다면 그건 호랑이가 날개를 다는 격이다.’

영국의 최정예 SAS저격수 스쿨 훈련교관 레밍턴 상사의 말이다.

하지만 그도 저격수는 속사보다는 정확성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할 만큼 근거리도 아닌 원거리 저격에 속사로 목적을 달성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탕!

끼륵...탁!

탕!

끼륵...탁!

탕!

끼륵...탁!

총을 발사하고 노리쇠를 후퇴시킨 뒤 다시 전진시키고 방아쇠를 당기는 동작이 연거푸 세 번 있었다.

표적은 다섯, 결국 둘은 놓쳤다는 뜻이다.

스나이퍼 스쿨 교장 에르난데스 대위와 뒤고개 상사가 상황실에서 사격영상을 보고 있었다.

에르난데스 대위의 눈이 빛났다.

이미 권총수에 대한 보고는 여러 차례 받았다.

지금 막 끝난 속사 장면을 다시 한번 리와인더 했다.

처음부터 다시 본다.

탕!

첫발에 정장을 한 마네킹 머리가 날아갔다.

첫발이 울리는 순간 나머지 4개의 마네킹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표적은 근처에 있는 교관들이 조종하고 있다.

탕!

두 번째 총소리에 기둥 뒤로 숨던 마네킹의 목이 또다시 날아갔다.

문제는 세 번째 총성이었다.

두 번째 총성이 울리자 모든 마네킹들이 바닥으로 넘어졌다.

사람으로 말한다면 엎드린 것이다.

전쟁처럼 군중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경우도 없다.

서로가 죽고 죽이는 치열한 교전 상황에서는 더욱 전우애와 승부욕을 불태운다.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물러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총격에 옆의 전우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나동그라지면 그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보이는 적은 두렵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오는 총알은 상상을 초월하는 공포다.

병사들은 공황 속에 빠진다.

일단 땅바닥에 엎드리고 본다.

교관들은 그런 병사들의 심리를 살려 마네킹을 엎드리게 했는데 머리를 박살 내버린 것이다.

“음!”

에르난데스 대위의 입에서 신음인지 감탄인지 모를 소리가 흘러나왔다.

유령.

전장의 늑대.

잎이 우거진 나무.

2차 대전 당시 뛰어난 저격수들에게 붙은 별명들이다.

소리 없이 다가오기 때문에 유령이고, 홀로 고독하게 산과 강을 누벼 늑대라고 했다.

완벽한 위장에 놀라 잎이 우거진 푸른 나무다.

미국 조지아주 콜럼버스에 있는 포트베닝 스나이퍼 스쿨에서 17년 동안 교관을 지낸 올리버는 사격은 절반의 재능과 절반의 감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누구든 노력하면 어느 정도 쏠 수는 있지만 단 한방을 중요시 여기는 저격수에게 자신이 가장 분명하게 방아쇠를 당길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감, 그건 타고 난다는 것이다.

“외인부대 훈련소 성적을 보면 단순히 사격만 잘했던 것이 아닙니다.”

그건 사격에 관해서 만큼은 타고났다고 규정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에르난데스 대위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권총수의 훈련성적표를 봤다.

모든 병과에 특급이었다.

더욱이 전혀 군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주목하는 것이었다.

훈련은 계속되었다.

정지 표적에서부터 이동표적, 또한 엄폐된 표적과 은폐된 표적 등 다양했다.

스코프를 사용하지 않은 일반 사격도 강도 높게 진행되었다.

체력훈련은 여전히 빡쎘다.

또한 패스파인딩(Pathfinding: 독도법, 지형측지, 무선통신 등등이 들어감)훈련, 서바이벌(Survival: 생존술, 위장술, 응급처치, 잠입, 탈출 등등)훈련, 서포트(support: 공중, 지상화력유도, 심리전, 부비트랩설치 등등) 훈련을 끊임없이 반복 숙달했다.

* * *

2016년 7월.

마침내 프랑스령 기아나에 있는 카옌 스나이퍼 스쿨 6개월 훈련 기간이 끝났다.

39명이 들어왔는데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졸업을 한 사람은 단 3명 뿐이었다.

권총수는 운기조식에서 깨어났다.

다르다.

카스텔노다리 훈련소 시절 보다 몸속의 내공은 비교가 안 될 만큼 증진해 있었다.

‘공공선사는 일난일고(一難一苦)일성일진(一成一進)이라고 했다.’

한 번 고생하고 한 번 괴로우면, 한 단계가 성장하고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고생을 한 만큼 내공은 빠르게 성장한다는 의미였다.

카스텔노다리의 4개월 훈련도 쉽지 않았지만 반년에 걸친 스나이퍼 스쿨 훈련은 죽고 싶을 만큼 억셌다.

그래서인가 대력금강심법의 증진도 빨라졌다.

아직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운기를 하다 보면 가끔 덜컥하며 막히는 혈도 두 곳이 있다.

막히는 두 곳은 단전을 시작으로 하여 회음(會陰)을 거쳐 척추의 명문(命門)을 거쳐 정수리 백회(百會)에 이르는 독맥(督脈)과 백회에서 시작하여 명치 단전 회음까지의 임맥(任脈)이 있다.

보통 사람은 상관이 없지만 무공심법을 익히는 사람은 갈라진 이 두 개의 맥을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

이른바 생사현관으로 불리는 임독이맥을 하나로 타통하면 그때부터 상상 이상의 능력을 얻는다고 했다.

상상 이상의 능력, 그건 곧 사람의 몸으로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믿지는 않는다.

과학적 상식으로 인간이 비행기나 어떤 기구를 이용하지 않고 공중을 날아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내공이 오를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눈과 귀가 밝아지고 주먹과 발길질에 힘이 실린다고 했는데 그건 맞는 것 같았다.

어제 아침 붉은 벽돌 두 장을 맨땅 위에 놓고 격파를 했다.

예전 같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권총수는 제94 보병연대 출신 가스통과 프랑스 제1사단 산하 제2산악대대에서 온 울리에 하사와 나란히 교장 에르난데스 대위 앞에 섰다.

척!

권총수는 힘차게 거수 경례를 붙였다.

“총수!”

“예! 대위님!”

“수고했다!”

“예!”

에르난데스 대위는 가스통과 울리에 하사와도 악수를 하고 어깨를 토닥이며 축하를 했다.

“앉지!”

세 사람은 의자에 앉았다.

에르난데스 대위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커피를 내리고 물을 끓였다.

“들지!”

세 사람 앞에 커피를 한 잔씩 내놓는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리며 뒤고개 상사가 나타났다.

“어찌됐소?”

“2시간 후 수송기 한 대가 일부 병력을 싣고 UAE로 가는 모양입니다.”

“잘됐군. 권총수 이등병은 그 편에 가면 되겠고 가스통과 울리에 하사의 비행편은 잡혔소?”

둘 모두 프랑스 본국으로 간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민간기로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동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비행편 마련이 쉽지 않습니다. 카타르에 주둔하고 있는 13외인여단 병력 일부가 어제 밤 쿠웨이트로 이동하여 이라크 국경을 넘을 것 같습니다.”

“중동사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해지는 모양이군.”

에르난데스 대위의 표정이 굳어졌다.

중무장 한 외인부대 병력 100명이 수송기에 오르고 있었다.

프랑스령 기아나에 주둔 하고 있는 제3외인보명연대 병력이 아랍에미레이트에 주둔하고 있는 제 13외인여단을 지원하려는 것인데 창설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중동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는 의미였는데 한 대의 지프가 비행장에 나타났다.

지프는 수송기 근처에서 멈췄고 두 사람이 내렸다.

에르난데스 대위와 뒤고개 상사였다.

에르난데스 대위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권총수는 거수 경례를 한 뒤 악수를 했고 뒤고개 상사와도 굳게 손을 잡았다.

“코리안 스나이퍼.”

씨익!

권총수는 웃었다.

“외인부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세계 최강이다. 역사에 길이 남을 군인이 되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언제 만나 맥주 한 잔 하자고.”

뒤고개 상사가 어깨를 토닥거렸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권총수는 올 때 군장 그대로를 지고 수송기에 올랐다.

쿠쿠쿠쿵!

거대한 수송기 문이 닫히고 활주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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