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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26화 (26/651)

제26화: 스나이퍼( Sniper)스쿨(school)1

모르간 상사는 곧장 부대로 무전을 띄웠다.

이곳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며 구급차를 요청했다.

그런데 모르간 상사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잠시 우두커니 서 있던 모르간 상사는 송수신기를 놓고 돌아섰다.

모두가 궁금했지만 무슨 일이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다.

모르간 상사는 그늘 밑에 반듯하게 눕혀 놓은 막스 일병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여기 집중하도록.”

모르간은 굳게 다문 입을 열어 말했다.

“두 시간 전 프랑스군 제27보병 여단관 미군 제22원정여단 2개 대대병력은 IS가 주둔하고 있는 모술 서북쪽을 공격하라는 연합군 사령부의 명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모든 화력과 부상자 발생을 대비한 구급차까지 이동했기 때문에 이쪽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모르간의 설명이었다.

작은 무덤이 생겨났다.

막스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지만 십자가 하나 세울 수 없다.

십자가를 세운다는 건 이곳에 침략자 이교도가 묻혀 있으니 갈기갈기 찢어 죽이라는 뜻과 다를 바 없다.

모로코 이민자 출신으로 생계를 위해 군복을 걸친 막스의 삶은 그렇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여단본부까지는 20 킬로, 걷는 건 문제가 아니다.

미군 22원정여단 또한 프랑스군 제27보병여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건 두 부대의 전입 병력이라면 반드시 이 길을 지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적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매복, 지뢰, M-18A1 수평세열지향성지뢰(크레모아)등 죽일 수 있는 무기란 무기는 모조리 설치해 놓고 기다린다.

미군과 프랑스군은 번갈아 가며 수색정찰을 실시하지만 20여 킬로의 먼 거리를 날마다 지키고 있을 수는 없다.

“전술 이동 대형으로.”

모르간의 명령에 권총수가 첨병으로 나섰고 나머지가 그 뒤를 이었다.

언제 어디서 무슨 공격이 있을지 알 수 없었으므로 일행은 수시로 주위를 살폈다.

권총수 역시 전방정찰에 대해 모든 힘을 기울였다.

내공을 잔뜩 끌어 올려 시각과 청각, 후각을 이용해 사람의 흔적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태양이 금방이라도 구워 버릴 듯 이글거렸고, 비포장도로지만 지열 또한 굉장했다.

땀이 온몸을 적셨으나 누구도 덥다면서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모두가 자세를 낮췄고, 방아쇠에 오른손을 찔러 넣고 아차 하면 갈길 태세다.

커다란 고개 길을 돌아 나가던 권총수가 흠칫하며 재빨리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일제히 엄폐물을 찾아 엎드렸다.

“뭔가?”

모르간의 무전이다.

“차량 한 대가 불타고 있습니다.”

잠시 후 모르간이 달려왔다.

50여미터 앞 도로 한가운데 트럭 한 대가 불타고 있었다.

불길이 조금씩 시들어가는 걸로 보아 최소한 한 두 시간 전에 폭발한 모양이었다.

모르간의 수신호가 떨어졌고 일행은 더욱 자세를 낮추고 트럭으로 다가갔다.

트럭 가까이에 도착하자 대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몸을 숨겼다.

“보고!”

“세르게이 이상 무.”

“오민철 이상무!”

사방으로 산개한 대원들로부터 적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서야 모르간은 뼈대만 남은 차량을 살피기 시작했다.

“LMTV로군!”

모르간이 나직이 중얼거렸는데 미군 전술 트럭이다.

“상사님!”

트럭 주위를 살피던 권총수가 오른쪽 풀숲을 가리켰다.

미군 한 명이 죽어 있었다.

시커멓게 내려앉은 쇠파리가 인기척에도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폭발 순간 창밖으로 튕겨 날아간 것 같았다.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급조폭발물)에 당했군.”

사용하는 집단이나 개인이 직접 제작한 폭발물로 대부분 기존 폭탄을 개조해서 사용한다.

개조한다고 해서 질이 떨어지고 위력이 초라한 사제폭발물 정도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기존 폭탄에 기폭장치를 추가하기 때문에 위력은 엄청나다.

툭!

모르간이 죽은 미군의 인식표를 당겨 끊었다.

프랑스 군은 아니지만 미군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밤이 되면 이 지역에 많은 사막 여우에게 뜯겨 먹힐 수가 있어서 묻어주기로 했다.

침묵이다.

먼저 발견해야지 발견당하면 죽는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허리를 펴는 사람이 없었다.

자세를 낮추고 두 눈은 이글거리며 사방을 스캔하듯 훑는다.

누군가의 심장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나는 노출 되었고 적은 숨어있는 무척 불공정한 게임이다.

전쟁은 원래 불공정한 경기라고 카스텔노다리 훈련소 교관은 말했다.

음울한 죽음의 기운이 쉬임 없이 밀려든다.

목이 마르다.

그러나 누구도 목이 마르다고 말하지 않았다.

해질 무렵에서야 여단 정문앞에 도착했다.

20킬로를 오는데 4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누구도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것이 기쁜 모양이다.

여단장이 출전하였기 때문에 꼬망당(Commandant:소령)계급을 달고 있는 여단 행정관에게 임시 전입신고를 했다.

외인부대는 이곳 제27보병 여단에 배속되어 이라크전에 참전하고 있었다.

정확한 이름은 프랑스 제27 보병여단 예하 제7 외인중대였다.

중대급 외인부대가 들어와 있는 것이다.

행정관 요리스 소령이 커피 한 잔씩을 내주며 이라크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프랑스 현지에서 들었던 것보다 이라크 사태는 더욱 엄중했다.

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상황일 뿐 안을 들여다보면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벌어지고 있었다.

이른바 소규모 게릴라전이 그것이었다.

반군과 민병대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까지 미군을 포함한 연합군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 흘러나오는 요리스 소령의 말은 모두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한 달 전 이곳에 배속된 외인7중대 1소대가 이라크 반군의 매복에 걸렸다.

소대원 25명 중 소대장까지 포함한 무려 10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1소대는, 다른 3개 소대와 달리 정찰임무를 맡는 소대였다.

정찰은 둘러보고 오는 것이 아니다.

적지종심작전 지역에 육상 또는 공중으로 침투하여 적의 규모와 활동, 지역 날씨, 근처 지형에 관한 현장을 살피고 첩보를 수집하여 본대에 보고를 한다.

또한 필요시에는 게릴라전 선봉에 서기도 한다.

임무가 임무인 만큼 다른 어떤 소대보다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피해는 수시로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던 적은 아직 없었다.

당장 병력을 보충해야 하는데 마땅한 인원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권총수 기수가 훈련을 마쳤고 가장 성적이 좋은 10명을 이곳으로 급파한 것이다.

권총수 혼자 남았다.

행정관 요리스 소령이 권총수만 남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권총수는 이마를 찡그렸다.

불편하다.

대력금강심법을 익힌 이후 예지력 비슷한 것이 생겼다.

백프로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금처럼 가슴이 싸아 하거나 목이 마르면 달갑지 않는 일이 생기곤 했는데 지금 또 그런 감정이 차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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