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24화 (24/651)

제24화: 매복(1)

한명의 흑인 상사가 중대장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일행은 재빨리 피우던 담배를 끄고 달려갔다.

야전점퍼에 녹색 베레모를 쓴 흑인은 어깨에 아쥬당(Adjudant:상사)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자네들인가?”

흑인상사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난 너희들을 이라크에 있는 프랑스 육군 제27보병여단으로 데려갈 인솔 교관 모르간 상사다.”

모르간은 한 명 한 명 날카로운 눈으로 살폈다.

“20분 후 부대 차량을 타고 마르세이유에 있는 공군기지로 이동할 것이다. 그곳에서 군 수송기를 타고 이라크 아르빌로 날아갈 것이다. 질문 있나? 없으..”

“있습니다!”

없으면 곧장 피복과 군장을 담은 백을 메고 모이라는 말을 하려고 했던 모르간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름이 뭔가?”

“나카야마입니다. 상사님!”

“일본인이군?”

“맞습니다.”

“질문이 뭔가?”

“몇 시간 걸립니까?”

“군대 시간은 정확하지 않다.”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므로 정확한 시간은 말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시 백을 메고 현 위치로 집합!”

후다닥!

일행은 문을 열고 뛰어 들어갔다.

마르세이유 공군기지로 버스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버스는 파랑색 25인용 버스였다.

비행장 안으로 버스가 들어오는 건 해외 파견 병력을 태우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버스는 RAF C-17 수송기 근처에 멈췄다.

버스 문이 열리고 여러 백을 멘 열 명의 군인들이 내렸다.

인솔교관 모르간 상사는 기다리고 있는 군인 한 명과 악수를 하며 권총수 일행을 가리켰다.

“탑승하도록!”

권총수를 선두로 10명은 수송기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모르간 상사가 올라타면서 비행기 문이 닫혔다.

구우우웅!

비행기는 굉음을 내며 활주로를 향해 움직였고 잠시 후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처음에는 상당히 시끄러웠다.

우우웅!

하는 엔진 소리가 속을 뒤집을 것 같았지만 1시간여쯤 흐르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일행은 좌우로 마주 앉았는데 여전히 가장 떠드는 사람은 오민철이었다.

그는 현역시철 질리도록 타봤다면서 핏대를 올렸다.

오민철이 권총수를 향해 말했다.

“총수야. 넌 비행기도 처음 타봤지?”

“인천서 프랑스까지 걸어왔어요.”

“크크크!”

“칼칼칼!”

동료들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자식, 형님이 실수를 하면 슬쩍 덮어줄지를 알아야지 굉장히 까칠하네.”

“권총수!”

그때 오른쪽 맨 끝에 앉아 10명의 훈련소 성적을 살피고 있던 모르간 상사가 권총수를 불렀다.

“예! 권총수!”

권총수는 모르간 상사 앞에 부동자세로 섰다.

“편히 쉬어!”

권총수는 슬그머니 몸에 힘을 뺐다.

“군경험이 전혀 없군?”

“그렇습니다!”

“이거야 원, 아주 재밌는 친구로군.”

모르간은 서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모자란 부분이 없어. 그야말로 모든 병과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 주었어. 그중 하나만 뽑으라면 사격인데 놀라워. 저격수에 매우 어울리는 훈련성과로군.”

“감사합니다!”

“8킬로 군장구보 등급 A, 독도법 A, 화생방 A, 도피 및 탈출 A...”

혼잣말처럼 나열하든 모르간의 고개가 들렸다.

“돌아가 쉬게.”

“척!”

권총수는 힘차게 거수경례를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권총수가 돌아오자 옆에 앉아 있던 오민철이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했다.

워낙 소음이 커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눈 대화는 들리지 않는다.

“왜 불렀대?”

“그냥, 성적 좋다고 칭찬하는데요?”

오민철의 눈이 가늘어졌다.

“왜요?”

“너 큰일 났다.”

“무슨 또 개소리를 하려구요?”

“개소리, 형님한테 하는 말버릇 하곤 콱 그냥.”

오민철은 한 대 때릴 듯 주먹을 쳐들었다가 내렸다.

“불길한데.”

권총수가 고개를 돌려 오민철을 바라보았다.

“사제 칭찬은 분명 좋은 거지만 군대서의 칭찬은 재수 없는 건데.”

권총수 눈이 빛났다.

“군대서 띄워 주는 건 딱 한 가지 목적 밖에 없다. 좆 빠지는 일 시키기 위해서 칭찬을 한다고 보면 돼.”

“좆 빠지는 일?”

“아직 외인부대 자대 생활을 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우리 707에서는 주로 저격수 뽑을 때 미친 듯 대박 칭찬을 하지.”

“그렇잖아도 저격수에 대해 아느냐고 묻던데.”

“오마이 갓!”

오민철이 입을 떠억 벌렸다.

“그건 안돼. 가지마.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해.”

“저격수 훈련이 그렇게 힘들어요?”

“총수야!”

오민철이 빤히 바라보았다.

“처음 외인부대 훈련 받을 때 이형이 뭐라고 했냐?”

“군대는 1등도 안 되고 꼴등도 안 된다. 철저히 중간에서 노는 것이 최고의 정예병사이다”

“정예병사란 신체 능력도 중요하지만 눈치가 빨라야 돼. 내가 왜 전직 특수부대 출신이면서도 1등을 노리지 않았겠냐? 저기 게이자식(세르게이)과 호나우지뉴 새끼(오스카르)에게도 뒤졌겠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군인의 사명에 충실했기 때문 아니냐.”

“일부러 적당히 했단 말입니까?”

“난 돈 벌기위해 왔지 좆뺑이 치러 안 왔거든, 미치겠구나. 하나뿐인 조국 후배의 미래가 암울한데도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으니.”

오민철은 이마를 찌푸렸다.

워낙 농담과 장난이 심하긴 하지만 지금은 진심인 듯 보였다.

모르간 상사가 곧 이라크 아르빌 공항에 착륙 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덤덤한 얼굴이다.

쿵!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상체가 흔들렸다.

잠시 후 움직이던 수송기가 멈추고 거대한 문이 느릿하게 열렸다.

“후욱!”

가장먼저 내린 오민철이 주춤하며 비명에 가까운 숨을 토해냈다.

“윽!”

줄줄이 놀라며 숨을 들이키는 모습에 모르간 상사는 미소를 지었다.

프랑스는 한 겨울인데 이곳은 익어 버릴 것 같은 열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권총수는 공항을 둘러보았다.

활주로라기보다는 오래되어 낡고 파손된 아스팔트 도로를 보는 듯했다.

오른쪽으로 단층의 공항 청사가 있었는데 페인트가 벗겨지고 곳곳에 총탄자국이 빼곡했다.

불에 타 앙상한 뼈대만 남은 트럭 한 대가 보였고, 포격으로 인한 건지 아니면 공중 폭격인지 알 수는 없지만 곳곳에 크고 작은 웅덩이가 있었다.

모르간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당시 미군 전투기들에 의해 폭격을 당한 흔적들이라고 했다.

당시는 공항으로서 기능이 더 이상 불가능할 만큼 부서졌지만 내전이 격화되면서 연합군 측에서 부랴부랴 보수하여 이 정도라는 것이다.

그때 미군 병사 2명이 일행을 향해 씨익 웃었다.

M4를 들었는데 30발들이 탄창이 끼워져 있었다.

‘지옥으로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고 말하는 것 같았다.

모두가 굳었다.

수송기 안에서는 그래도 약간의 여유와 영화 속 전쟁터를 떠올리며 적잖은 기대와 흥분이 있었다.

드르르륵!

그때 멀리서 M240B(미군 기관총)소리가 들린다.

“젠장!”

누군가 투덜거렸다.

바야흐로 전쟁터에 왔다는 걸 실감하는 모양이었다.

그토록 까불고 잘난체 하던 오민철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가셨다.

야크부대 파견 경험은 있지만 적과 피바람 몰아치는 교전 경험은 없었다.

“상사님!”

한 명의 군인이 다가와 거수경례를 했다.

레죠넬 프리미엘 클라스(Soldat de 1ere classe:일병)계급을 단 백인이었다.

“왔군, 막스 일병!”

탁!

모르간은 막스의 어깨를 툭 쳤다.

“가자구!”

일행은 두 사람을 따라갔다.

아무도 말을 하거나 떠드는 사람이 없었다.

드르륵!

탕탕탕!

M240에 이어 M4소리까지 들려오자 모두가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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