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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16화 (16/651)

제16화: 무대뽀(1)

작은 도시가 있었다.

유령이 나올 것 같이 음산하고 삭막했다.

한 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부대 안에 시가전을 대비한 작은 도시 형태의 건물들을 세워놓은 것이다.

도로도 있고 신호등, 횡단보도 등 없는 것이 없었다.

축구장 두 개 크기 정도 되어 보이는 공간에 조성해 놓은 것이다.

선배 기수들이 지나갔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건물은 성한 곳이 없이 사방이 총알자국으로 덮여 있었다.

시가전 훈련은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일정한 코스가 있으며, 그 코스를 따라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인데

개인 전술과 팀 전술로 실시되었다.

개인 전술은 혼자서 코스를 통과하는 것이고, 팀 전술은 소대원 모두가 같이 참여하는 훈련이다.

먼저 개인 전술이 시작되었다.

1소대 첫 주자로 러시아 출신 세르게이가 출발선에 섰다.

세르게이는 여전히 특유의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아마 외인부대 훈련에서 긴장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오민철과 세르게이일 것이다.

“출발!”

교관의 지시에 세르게이는 전방에 있는 단층짜리 주택으로 뛰어들었다.

탕!

들어가자마자 총성이 울렸다.

네 사람이 커다란 화면을 통해 세르게이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가전에 임하는 훈련병들의 모든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상황실이었다.

중대장 가브리엘 대위와 시가전 훈련을 총지휘하는 류트낭(Lieutenant:중위)계급의 필리쁘, 그리고 1소대장 앙드레와 2소대장 다비드였다.

주택을 통과한 세르게이가 왕복 4차선 도로를 노려본다.

개활지다.

절대적으로 위험한 구역이다.

도로 맞은편 건물과 주택, 상가에 적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거의 백 프로라고 보면 된다.

은폐 엄폐물이 없어 몹시 위험한 구역이라는 걸 느낀 듯 한참을 살펴보던 세르게이가 돌연 바람처럼 뛰쳐나갔다.

에스(S)자 약진이다.

투투투투!

예상대로 맞은편 4층 건물과 오른쪽 담벼락에서 두 명의 교관이 고무탄을 발사했다.

고무탄이 몸에 맞으면 상황실 화면에 붉은 점멸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화면에 어떤 신호도 잡히지 않은 걸 보면 맞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음!”

재빨리 도로를 횡단하여 건물 안으로 자취를 감춰 버린 세르게이를 보며 가브리엘 대위가 어금니를 물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훈련병들을 지켜보았다.

인간의 본능은 누군가 공격을 해오면 즉각 대응을 하게 되어 있다.

훈련병 대부분은 고무탄이 날아오는 곳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가브리엘 대위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고된 훈련을 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잘못된 본능을 뜯어고치기 위함이다.

80퍼센트 이상의 훈련병들이 대응사격을 했는데 세르게이는 왜 도망치듯 달려가기만 했을까.

개활지에서는 달리는 것이 가장 뛰어난 방어 전략이라는 것을 세르게이는 알고 있는 것이었다.

노출된 상태에 대응사격은 자살행위다.

얼마나 호된 훈련을 받았으면 본능적으로 대응하려는 동작을 보이지 않고 도망치듯 달렸을까.

“스페츠나츠(Spetsnaz)는 역시 다르군.”

가브리엘 대위 얼굴에 만족스런 표정이 떠올랐다.

두 번째 출발자는 권총수였다.

“총수 파이팅!”

2소대 오민철이 큰 소리로 주먹을 쥐고 외쳤다.

씨익!

권총수는 오민철을 향해 웃어 준 뒤 시가전 전술 교관의 신호를 따라 1층 주택 안으로 들어갔다.

적으로 간주되는 마네킹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한 개인지 두 개인지, 아니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적을 발견하고 2초 이내에 사격을 해야 한다.

‘왜 2초 안에 사격을 해야 합니까’

이론 교육 중 한 훈련병이 질문을 던졌다.

‘숨어 있는 적이 벼락처럼 나타나 이쪽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시간을 2초로 본다.’

무조건 적보다 반응이 늦을 수밖에 없는 불리한 입장이다.

2초는 최대한 빨리 반응하란 요구였다.

평범한 집이다.

현관을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거실이 있고 소파가 놓여 있었다.

현관에서 바라보는 정면으로 미닫이문이 조금 열려 있었는데 안쪽은 주방이며 왼쪽으로 방문이 닫혀 있는데 안방으로 보였다.

마네킹으로 된 표적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통제실에서 조종된다.

앞쪽 통과자가 표적이 나타나는 위치를 가르쳐 줄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장소나 방향, 각도는 정해져 있지 않다.

‘적이 보이지 않을 땐 귀로 상대하라’

눈으로 나타난 적을 찾으려 들지 않고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소리는 보이지 않아도 들을 수 있지만 눈은 보기 전에는 절대 어느 쪽, 어떤 자세로 있는지 알지 못한다.

빙글!

안방쪽으로 걸어가던 권총수가 번개처럼 돌아서며 입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드르륵!

현관문을 막 들어서 오른쪽에 마네킹이 나타났는데 총격을 받고 산산이 부서졌다.

설마 등 뒤에서 나타날 줄은 몰랐다.

“뭐야, 뒷통수를 치고”

뒤에서 나타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

하마터면 1차 관문도 통과하지 못하고 무너질 뻔했기에 등골이 서늘했다.

권총수는 투덜대며 뒷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밖은 4차선 도로였다.

진짜 차가 다니는 도로처럼 차선도 그려져 있고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있었다.

“벌집 되기 참 좋군”

사방이 은신하기 좋은 주택과 건물들이다.

어디선가 잔뜩 방아쇠를 틀어쥐고 있을 것이다.

적의 위치도 모른다.

아군의 엄호 사격도 없다.

죽을 수밖에 없는 4차선 도로를 살아 통과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좋을까.

선뜻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제한이 없으니 뒷사람 출발 지체된다고 채근 대는 일은 없다.

생사가 걸린 일이다.

85점 이하면 고향 앞으로다.

‘세르게이는 어떻게 통과 했을까’

말이 없는 사내.

뭔가를 물으면 그저 빙긋 웃기만 할 뿐이다.

아직까지 누군가와 인상을 붉히며 다투는 걸 보지 못했고, 있는 듯 없는 듯 훈련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팟!

권총수의 눈이 빛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뿐이다’

각개전투 때 개활지 이동을 떠올린 것이다.

신속하고 빠르게 통과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휘익!

권총수는 튕겨 나가듯 스타트를 끊었다.

다다다닥!

자세를 낮추고 S자를 만들며 달렸다.

투투툭!

기다렸다는 듯 아스팔트를 때리는 고무탄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와당탕!

단숨에 맞은편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설마 맞은 건 아니겠지.’

뛰는데 집중하다 보면 고무탄에 맞았는데도 느끼지 못할 수가 있었다.

왼쪽 팔목에 차고 있는 검정색 밴드를 보았다.

고무탄에 맞게 되면 불이 깜빡거리는 러버워치(Rubber watch)다.

조용하다

히죽!

두 개의 관문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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