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322화 (322/325)

[322]

"그건 무섭죠. 다저스를 상대하는 팀은 공통적으로 한동욱 앞에 주자를 내보내선 안 됩니다. 그런 팀은 거의 다 패배했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들의 말대로 한동욱이 타석이 들어서자 바로 장타를 때렸다.

따악!!

"갑니다!! 큽니다!! 중견수 키를 넘고 펜스를 때리는 타구!!"

"1루 주자 빠르게 뜁니다. 키 넘어갈 때 이미 2루 밟고 3루로. 우익수가 공을 잡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주자 홈으로 안전하게 도착. 그리고 한동욱 선수는 2루를 넘어 3루까지 갔습니다. 이것으로 1대 0. 다저스가 초반에 앞서 나갑니다."

1점이지만 그만큼 우승에 더 가까워지기에 다저스의 모든 사람들이 기뻐했다. 이제 동욱이 진루하여 2점까지 노리는 다저스.

하지만 양키즈는 순순히 당하지 않았다.

휙~ 퍽!

"스트라이크~ 아웃!!"

오늘 선발인 조나단 미첼은 자신이 양키즈의 동팔 다음 가는 투수임을 증명하듯이 후속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비록 1실점을 했지만, 조나단의 구위가 떨어진 건 아니었고, 적시타를 때린 타자가 한동욱이었기에 계속 마운드에 올라왔다.

그리고 3이닝이 지나 양팀이 타순 한 바퀴를 기본으로 돌 시간. 그 사이에 타순은 한 바퀴가 아닌 두배를 돌고 있었다.

"역시 월드시리즈 최종전입니다. 양 팀이 전혀 물러서지 않습니다. 실책도 없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5회초가 된 지금, 양키즈는 3점을 얻어서 역전!! 하지만 다저스도 방금 전에 2점을 얻어 지금은 3대 3 동점이 되었습니다."

"투수전에 한두 점 싸움이라 생각했지만 경기는 의외로 난타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보는 재미가 쏠쏠하군요."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이번 이닝에선 과연 양키즈가 점수를 낼 수 있을까요?"

다시 동점이 되니 양 팀의 선수와 팬들은 당연히 자신의 팀이 점수를 내길 바란다. 하지만 양키즈 팬들의 바람과 달리 5회초에 양키즈는 점수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5회말, 다저스의 공격일 때. 거의 100개의 공을 던진 조나단의 구위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따악!!

첫 타자는 볼넷. 그 다음 타자를 범타로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그 다음 타자에게 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1루 주자는 빠른 발로 2루를 지나 3루까지 가는데 성공. 결국 1사 1,3루의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당연히 양키즈에선 비상이 걸렸다.

"교체할까요?"

"지금 누가 불펜에 올라와 있지?"

"루이스 레인. 그리고 톰 채프먼입니다."

"채프먼 준비시켜. 이번 타자 다음에 교체 해. 정 안 되면 볼넷이라도 던지라 전하고."

"알겠습니다."

안타를 맞는 것보다 볼넷이 낫다. 하지만 감독이 괜찮다고 해서 조나단은 볼넷을 던질 생각이 없었다.

"후우……."

조나단은 이번에 상대하는 타자가 자신이 월드시리즈에서 상대할 마지막 타자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전력을 다해 공을 던졌고, 그 결과 삼진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었다.

타자를 돌려세우고 감독이 공을 들고 올라왔다. 그리고 마운드에 오르자 조나단은 감독에게 칭찬을 들었다.

"충분히 잘 했어. 다들 너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그 말을 듣고 조나단은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홈이 아니라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양키즈를 응원하러 온 팬들이 기립박수를 쳐서 환호했다.

"잘 했다!!"

"휘익~!!"

비록 아웃카운트가 하나 모자라 월드시리즈 승리 투수의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동점 상황에서 마무리한다고 한들, 그 다음에 점수를 얻지 못하면 어차피 결과는 같았다.

더그아웃에 돌아오자 동료들은 조나단을 반겼다.

"수고했어."

"덕분에 채프먼의 부담이 조금은 줄어들겠는데."

주자가 1사에 만루가 되는 것보다 2사에 1,3루가 훨씬 낫다는 건 야구를 조금밖에 몰라도 당연한 사실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타자 한 명을 삼진시킨 것은 후발 투수의 입장에선 아주 고마운 일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래서 다음 타자는?"

"어? 너 몰랐어? 예비타석에서 누가 배트 들고 있었는지?"

"응. 타석에 선 타자만 집중하느라… 어? 한동욱?"

조나단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제길… 지금 내 책임으로 주자가 둘인데……."

이대로 동욱이 홈런을 친다면 자책점이 2점 더 추가된다. 다른 타자라면 몰라도 한동욱이 올라왔다는 건 이제 막 마운드에 오른 채프먼의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웠다.

'타자가 한동욱인 것도 그렇지만, 주자가 둘…….'

한동욱이 있는 팀을 상대할 때 승리하고 싶다면 절대 그의 앞에 주자를 보내지 말라. 거기에 지금은 3루에 주자가 나가 있다.

한동욱에게 안타를 맞지 않기 위해서 무리하다 폭투를 하게 되면, 바로 실점으로 이어진다.

경험이 많은 채프먼도 이 상황만큼 최악인 경우가 얼마나 있었을까 떠올렸지만, 없었다. 차라리 무사 만루에 다른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강타자라지만, 상대도 하지 않고 알아서 내려올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던, 승부는 필수. 그에게 유일한 위안은 볼넷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동팔이 했던 것처럼 유인구로 가자. 안 그러면 크게 맞을 거야. 그렇다고 폭투를 할 순 없지만…….'

볼넷조차 제약이 걸려버렸다. 그걸 알지만, 메이저리거의 자존심이 승부를 피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동욱도 파악을 끝냈다.

'주자가 두 명? 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좋은 상황이 또 올까? 5회말인 지금?'

거의 없다고 보면 되었다. 이것도 앞서 동료들이 집중에 집중을 하며 만든 기회였다. 그래서 동욱은 선택했다.

스윽~ 휙!!

채프먼이 공을 던지자 어떤 구종인지, 그리고 어느 쪽을 향하는지 알았다.

'안쪽 아래. 그렇다면 지금!!'

분명히 좋은 공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보다 안 좋은 공이 올 가능성이 더 높았다. 또한 더욱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정도의 공이라면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이다.

따악!!!

능력을 최대한 강화시킨 동욱은 바로 앞에 공이 있는 것처럼 타격했다. 비록 낮은 지점이었지만, 그것을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을 힘을 실었다. 동시에 퍼 올린 방향은 공을 높이 올라가게 만들었다.

"오~ 큽니다. 넘어갈까요? 넘어갈까요? 넘어갔습니다!! 쓰리런 홈런!! 과연 이 홈런이 이 경기의 결승홈런이 될까요? 그것은 양키즈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습니다!!"

동욱의 홈런에 다저스 홈 관중들은 이미 승리한 것처럼 환호했다. 그리고 루상을 도는 동욱에게 힘찬 응원의 함성을 보냈다.

그것을 보면서 양키즈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하지만 정작 제일 가라앉아야 할 동팔은 담담했다.

"그걸 쓴 것 같지?"

"그렇겠지. 안 그러면 나올 수 없는 홈런이야. 정 확인할 수 없으면 내가 확인하면 되는 거고. 순서가 안 된다면 다른 친구들이 알게 해 주겠지."

곧 불펜에 들어가 몸을 풀 준비를 하는 지완의 말에 동팔이 말했다.

"응, 그때가 오면 부탁할게."

동팔의 담담한 모습에 지완이 물었다.

"너 정말 괜찮냐?"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능력을 보유한 상태로 살아남게 된다, 하지만 지게 되면 얼마 후, 스크레이치에게 영혼을 강탈당하게 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담담한 동팔을 보니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도 당연한 일. 동팔이 말했다.

"모르겠어. 솔직히 말하면 지금 잘 다가오지 않아. 마취가 된 것처럼 멍~ 하다랄까? 그렇다고 의식이 몽롱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깨끗해. 이전에 없던 맑은 정신이야. 지금 나에게 감당하기 너무 힘든 것이라서 머리가 대응하지 못해 그런 건지도 모르지……."

"……."

"그래도 이것 하나는 확실히 알겠어. 설령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은 지극히 한정적이야. 그렇다면 그 시간…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을 즐기다 가자고. 그것이 지금 당장이 되던지, 아니면 먼 훗날이 되던 간에… 안 그러면 정작 그 날이 오게 되면 후회할 것 같아서 미련을 버리는 중인지도 모르지."

동팔의 유언과 같은 말에 지완이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적어도 그 순간이 지금 당장이 되지 않게 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그리고 글러브와 공을 챙긴 다음, 불펜으로 올라갔다. 자신이 말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     *     *

월드시리즈 최종전은 미국만 아니라 야구에 관심이 있는 모든 나라에서 생중계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자그마치 네 명의 한국 선수가 나가있으니 한국에서도 생중계를 보기 위해 날을 새는 사람도 많았다.

그 중 어느 한 호프집에선 야구 유니폼을 입은 두 팀이 전세를 낸 것처럼 꽉 채우고 있었다.

그들은 동팔과 인연이 깊은 스틸러스, 그리고 우랑우탄 팀의 선수들이었다. 각자 돈을 모아 정말로 호프집을 전세 낸 다음, TV로 월드시리즈 최종전을 보고 있었다.

"으아~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아직 끝난 것 아냐. 이제 5회말이거든. 아직 네번의 공격기회가 남아 있어."

"제네들도 이미 불펜 돌렸잖아. 이미 두 팀 선발은 승리투수가 못 돼."

이미 동팔과 인연이 깊으니 그들은 일방적으로 양키즈를 응원했다. 그러나 그들의 성원과 바람과 달리 양키즈는 8회초가 되었어도 별다른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8회말이 되자 그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 지완이가? 왜 지금 지완이가 나오지? 잘 해야 동팔이가 좌완으로 던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설마 9회말에 동팔이 올라오는 거야?"

"그래도 정말로 올라올까요? 어제 선발이었잖아요."

"그야 우완일 때야 그렇지. 스위치 투수는 어떻게 운영하는지 모르겠지만, 좌완이라면 한이닝까진 아니더라도 최소 아웃카운트 하나는 잡게 하겠지. 안 그래?"

"지완이가 전에는 얄미운 녀석이었지만, 이번 시즌에선 도우미 역할 톡톡히 했어. 덕분에 양키즈 승률도 많이 올랐지. 든든한 뒷문이 있다는 건 그만큼 승리를 확정하는데 중요하니까. 덕분에 수월하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그만큼 그들은 지완이 이번 이닝을 잘 책임져줄 것이라 믿었다. 물론 기록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경기이며,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건 바뀌지 않는 사실이지만.

그러다 한 사람이 방금 전에 있던 의문을 말했다.

"잠깐. 지금 타순을 보니까 잘 하면 동팔이랑 동욱이 맞붙게 생겼다. 그런데 쓰리런 홈런 친 그 녀석은 그 다음 타석에서 장타 하나 칠 것 같더니 의외로 범타로 물러났어. 어려운 공도 아니었는데."

그러자 다른 사람이 말했다.

"아무리 강타자라도 모든 공을 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타율이 6할이고, 포스트시즌에선 완전히 날아다녀서 8할을 넘고 있지만, 바꿔 말하면 간혹 이렇게 범타로 끝날 때도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그 말을 듣자 다른 사람이 말했다.

"이야… 겁나게 무섭다. 타율이 2할이 아니라 범타로 끝날 확률이 2할이라니… 그런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는 얼마나 압박을 받을까?"

"그러게. 그래도 유인구를 던질지언정, 고의 볼넷은 안 보내고 있잖아요."

"그게 문제야? 유인구를 던져도 퍼 올려서 홈런을 만든 것이 문제지. 좋은 공을 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치기 어려운 공을 쳐서 홈런으로 만드는 건 정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동팔이의 맞상대지만 그건 인정 안 할 수가 없잖아."

"솔직히 우리가 동팔이랑 안 친했으면 동욱이를 응원할 사람이 꽤 될 겁니다. 파란을 넘어 파격적인 행보를 계속 보여줬으니까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로 지금까지 쭉."

그들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 다름 사람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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