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317화 (317/325)

[317]

현민은 그렇게 생각하고 핸드폰을 두 개 챙겼다. 자신의 가방을 매고 버스로 가던 중,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 핸드폰이 울렸다.

"응? 동생?"

가족의 전화에 한국어로 된 단어. 현민은 이 핸드폰의 주인을 알았다.

'동욱이 것이구나. 일단 먼저 전화를 받고 주면 되겠지.'

이번 경기에서 패한 것에 위로하려고 전화했다 생각하자 가볍게 받을 생각이 없었다.

"네, 동욱이 핸드폰입니다. 지금 자리를 비웠거든요. 나중에 다시 전화해 주시겠어요."

현민의 말에 동욱의 여동생은 깜짝 놀랐는지 그 느낌이 바로 전해졌다.

-네? 네…….

그리고 그녀는 현민에게 물었다.

-혹시…류현민 투수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저기 그게…….

여동생은 무언가 고민을 하는지 말하는 것을 주저했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다.

-죄송하지만, 오빠한테 핸드폰 주기 전에… 부탁하나 하고 싶어요. 처음 통화하고 아는 사이도 아니지만… 지금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오빠 밖에 없어서…….

여동생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예상을 벗어나 심상치 않는 분위기에 현민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네, 말씀하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최대한 돕겠습니다. 하지만 곧 버스에 타야 해서 시간은 많지 않아요.

-그래요? 그럼… 잠시라도 들어주세요.

그 이후로 짧은 시간에 엄마의 상태와 그동안의 상황을 간략하게 말했다.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았지만, 현민은 동욱이 다저스에서 혼자 있다시피 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 오늘 경기 중, 타격 코치가 자신에게 물어봤던 것도 있었다. 혹시 동욱과 어머니의 관계에 대한 물음이었다.

"그렇군요……."

-사실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는 건 좀 그래요. 하지만… 오늘 오빠가 홈런을 쳐도 같은 팀에 있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갈 수도 없고,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저희 오빠 옆에 계신 분이 현민 오빠라서… 그래서…….

"알겠습니다. 최대한 신경을 많이 쓸게요.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시간이 없으니 제 번호를 알려드릴게요."

자신의 번호를 말해준 다음, 재빠르게 버스로 왔다. 통화를 해서 제일 늦게 왔지만, 동료들은 유쾌하게 말했다.

"류~. 많이 급했어?"

"내일 선발이라 쉬었을 텐데 그 사이 갔다 오지."

그들의 말에 현민은 웃으며 적당히 말했다. 그리고 여전히 혼자 앉아 있는 동욱의 옆에 가더니 핸드폰을 주며 말했다.

"동욱아, 너 핸드폰 놓고 왔더라. 가지고 오는 사이에 여동생한테 전화 왔더라고. 아마 곧 다시 전화 올 거야."

"아, 감사합니다. 완전히 깜빡했어요."

핸드폰을 받은 동욱은 다시 품안에 넣었다. 그리고 현민은 다른 자리에 앉아 다른 동료와 친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민의 머릿속에는 깊은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이대로 있으면 괜한 오해만 쌓이고 결국은 폭발할 텐데…….'

하지만 지금 당장 그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 현민이 지금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이것이었다.

'일단 누구한테 말을 해야 해. 아쉽지만 선수들에게 말했다간 뒷감당이 안 될 수 있으니 할 수 없어. 그럼…감독님이나 코치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하나? 어떻게 하지?'

다음 날.

다저스의 4선발인 현민은 동욱의 사정을 알게 되자 마음이 흔들렸는지 초반에 제구가 흔들렸다.

따악~!!

"와아~!!"

그래서 초반에 장타를 종종 허용하는 바람에 3실점을 하고 말았다.

'휴…정신 차리자. 지금은 경기에 집중할 때.'

동료인 동욱의 사정이 안타까운 것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조심스러웠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관계가 어떻게 틀어질지. 특히 월드시리즈가 진행되는 과정에 어떤 걸림돌이 될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자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여러 방법이 떠오르긴 했지만, 그것은 동욱과 팀에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방법이라 실행하지 않고 있었다.

머리가 혼란스러우니 던지는 공에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던졌지만 앞서 실점한 3점이 생각보다 컸다.

반면, 양키즈의 선수들의 상황은 어제와 달랐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후…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어차피 인생은 헛된 것……."

"빈손으로 왔다면, 빈손으로 가는 것이 순리인 것을……."

갑자기 목표(?)를 잃은 젊은 선수들은 한 순간에 마음이 비워졌다. 그렇다고 승리의 의욕을 잃었다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나에게 유일한 낙이 있다면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뿐이니……."

"어차피 사는 인생, 할 수 있는 걸 잘하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마음을 비운 덕분인지 오히려 어제보다 공이 더 잘 보이는 느낌이 드는 양키즈 선수들. 그리고 초반에 제구가 흔들린 틈에 3점을 뽑았고, 한동욱을 상대하는 것도 가능한 유인구로 볼넷을 주는 방식을 사용하여 넘기려 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따악.

치기 힘든 공을 정확하게 때려 장타로 만들어 버린 동욱. 그런 동욱이 마냥 좋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승리를 해야 하니 다저스의 타자들도 분발했다.

류현민은 6이닝까지 던져서 QS를 기록했지만, 기뻐할 수 없었다. 다저스의 타자들이 분발했지만, 2점으로 그쳤기 때문에 지고 있는 상태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머릿속에선 동욱에 대한 걱정과 좋은 방법을 고민하느라 복잡했다. 그래도 현민의 어깨가 아주 조금 가벼워진 것은 이후에 다저스의 불펜이 마음을 비운 양키즈의 타선을 버티지 못하고 대량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는 것.

그리고 동욱을 비롯한 타자들이 수습하려 했지만, 결국 점수 차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바람에 지고 말았다.

결국 경기 결과는 양 팀이 2승 2패로 경기는 원점으로. 그리고 이제 3경기가 남았으니 그 중에 두 경기를 승리한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게 되었다.

탈락 직전까지 몰린 뉴욕 양키즈는 겨우 한숨을 돌리고 다시 전열을 가다듬을 여유를 얻었다. 그리고 홈에서 열릴 마지막 월드시리즈를 승리로 가져가 남은 두 경기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얻으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마음이 풀렸는지 수비에서 실책이 나왔고, 다저스의 타선이 다시 한 번 폭발하는 바람에 패배.

그래서 뉴욕 양키즈는 2승 3패의 상태로 적지인 LA로 가야 했다.

# 생명을 위한 죽음

월드시리즈의 여섯 번째 경기는 유리한 팀도, 불리한 팀도 극한의 긴장을 하게 된다.

3패로 몰린 불리한 팀은 반드시 이겨 우승의 희망을 이어가려 한다. 반면 3승으로 유리한 팀은 이번에 경기를 끝내고 우승을 확정하려고 한다.

이유는 다르지만 두 팀의 선수들은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위해 집중하기 마련이다.

비록 불리한 입장의 뉴욕 양키즈였지만, 확실히 믿을 구석이 있었다. 이번에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는 선수가 리그 최고의 투수인 강동팔이기 때문이다.

동팔이 1회말에 마운드에 오르자 양키즈의 선수들은 긴장의 끈을 약간 풀 수 있었다.

'동팔이 던진다면 믿을 수 있어.'

'범타 처리에 신중을 기한다면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는 것쯤이야…….'

모든 책임을 마운드에 오른 투수에게 전가할 생각은 없다. 승리를 위해 최전선에 나가 있는 투수를 지원해야 하는 것이 수비의 역할.

적절한 상태에서 긴장의 끈을 조였다 풀며 몸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한다. 그리고 언제 무슨 작전이 들어올지 대비하고 어느 방향으로 공이 날아가도 잡을 수 있도록 만전의 상태로 임하고 있었다.

반면, 다저스는 홈구장에서 경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양키즈의 선수와 상태가 달랐다.

'여기서 지면 끝장이야…….'

'거쇼가 던지니 안심할 수 있지만, 그래도 가끔 크게 얻어맞는 경우도 있고…….'

동팔이 메이저리그에 오기 전,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100%의 확신으로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분명히 뛰어난 투수이며 구속은 물론 제구력과 던질 수 있는 구종도 다양하다. 그러나 동팔처럼 0점대의 평균 자책점을 가지진 않았다.

물론 1점 후반대의 평균 자책점도 지극히 뛰어난 기록이지만, 상대하는 동팔에 비하면 빛이 바래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 다저스의 선수들은 양키즈보다 더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다저스의 코치들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경기라 더 긴장하고 있어요."

"적절한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면 분명히 언젠가 실책이 발생하게 됩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실책으로 인해 승부가 갈리기 쉽다. 특히 이전 경기에서 양키즈가 실책을 연발하는 바람에 승리한 이상, 본인들이 그걸 당할 수 없었다.

"말한다고 해서 하고 있던 긴장이 사라질 순 없어. 중요한 경기에서라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야. 다들 알고 있잖아."

감독은 물론 코치들은 한 때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을 날렸거나 능력을 인정받아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경험이 많고, 대부분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었다. 당연히 지금 선수들이 겪고 있을 중요한 경기에서 느끼게 되는 압박감이나 극한의 긴장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이런 경험이 다음에 더 성장할 수 있게 해줘. 실수나 실책도 마찬가지. 그리고 이건 우리만 아니라 상대도 마찬가지야. 여기 있는 선수 중에서 월드시리즈를 경험한 선수가 얼마나 있지?"

"없습니다."

양키즈도 그렇고, 다저스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경우가 최근에 없었다. 잘 해야 챔피언십 진출이 전부였다.

"조건은 같아. 그렇다면 결국 누가 더 침착하게 경기에 임하느냐가 승부의 갈림길이지."

"그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동팔의 표정이나 던지는 것을 보면 월드시리즈에 처음 올라온 선수가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생각보다 침착하게 공을 던지고 있어요. 1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치의 말에 감독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지난 WBC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을 거야. 아무리 유명한 메이저리거가 빠진 경기라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대회에서 결승까지 올라와 던진 경험이 지금의 강동팔을 만들었을 걸."

"그럼 마운드에 있어선 우리가 더 불리해지는 건 아닙니까?"

"아니야. 걱정할 필요 없어. 어차피 그건 1차전에서도 같은 조건이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경험을 한 선수가 우리한테 있잖아. 지금 타석에 서 있는 한동욱 말이야."

감독의 말에 코치는 눈이 번쩍 뜨였다.

"아, 그렇죠. 어차피 투수 싸움이 된다면 결국 한 점 승부가 될 테니… 이번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했지만, 감독의 표정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승부가 항상 기록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야. 방심하지 마. 자네가 말한 것도 어디까지나 실책이 없다는 전제조건에서 가능한 거니까. 그리고 동욱이 항상 안타를 치는 것도 아니잖아. 그의 타율이 100%는 아니란 것을 명심해."

따악!!!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욱이 배트를 휘둘러 동팔의 투구를 쳤다. 동욱의 타구는 높이 뜨지 않고 낮게 깔리며 빠르게 유격수의 글러브를 벗어났다.

양키즈 입장에선 다행히 뒤에서 커버하러 온 중견수 마크의 송구로 동욱이 2루까지 못 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후속 타자는 동팔의 구위를 넘지 못하고 삼진과 범타로 공격 기회를 양키즈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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