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311화 (311/325)

[311]

동욱의 말에 가족들이 말했다.

"하긴 동팔이 선발이 아니면 LA 다저스 경기도 보는데 장난 아니더라."

"타율만 6할 가까이 찍었고, 디비전시리즈랑 챔피언십에서는 완전히 날아다니던데. 순간 야구가 팀 스포츠가 아니라 원맨쇼가 가능한 것인 줄 알았다."

"팀 타점 중에 절반이 아니라 사실 7할을 만들어 냈으니 뭐……."

동팔의 앞이긴 했지만, 동욱을 가볍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동욱은 강력한 타자였다.

"그래도 한동욱이 각성하듯 성장한 이후에 삼진을 제일 많이 먹인 투수가 너 아니냐."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 한동욱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할 수 있는 투수는 너 밖에 없어."

가족들은 동팔이 힘을 내길 바라며 좋은 말을 해주었다.

"준우승하면 어쩔 수 없지만, 어쩌겠니. 상대가 그만큼 강하고 운도 좋았던 것을."

하지만 그 말에 민희는 자신도 모르게 이 말이 튀어나왔다.

"이기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에요."

민희의 차가운 그 한 마디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당황했다. 분위기도 덩달아 차갑게 변했다. 그러자 민희의 아버지가 말했다.

"민희야. 아무리 동팔이 남편이라지만……."

"됐어요. 어차피 말해도 소용없는데……."

민희는 그 말을 하고 거실을 나와 방으로 들어갔다. 민희가 왜 그러는지 이해하고 있는 동팔은 가족들에게 말했다.

"제가 가볼게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말만 남기고 민희가 들어간 방으로 갔다. 그러자 가족들이 말했다.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몇 번 안 오는 기회이니 동팔이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싶겠죠."

이건 동팔의 부모님이 말한 것. 그래도 전역했다지만 뼛속까지 군인인 민희의 아버지는 다르게 말했다.

"그래도 스포츠인 이상,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하고 승패를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에요. 전에는 안 그런 애였는데 왜 갑자기 이러는 건지 원…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키워서."

"아니에요. 남편 생각하니 그런 거죠."

두 집안은 마찰을 원하지 않았으니 민희의 말에 대해 더 이상 물고 늘어지는 것은 없었다.

한편, 방에 들어온 동팔은 민희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하지만 민희는 동팔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동팔은 민희의 옆에 다가갔다.

"미안해……."

동팔의 말에 민희는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러나 답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뇨……."

민희의 말에는 습기에 젖어 있었다. 동팔이 민희를 안고 몸을 돌려세우자 울고 있는 민희의 얼굴이 보였다.

민희는 울고 있는 얼굴을 숨기기 위해 동팔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제발…가지 마……."

애절한 민희의 말에 동팔은 뭐라 말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에게 안긴 민희를 더 강하게 안아주는 것이 전부였다.

*     *     *

월드시리즈가 한걸음 더 다가오자 준비하는 것은 진출한 구단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전혀 상관이 없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제 가려고?"

목사의 물음에 웜우드가 말했다.

"응. 이제 때가 되었거든."

"선택의 때라던 그때가 지금이었나?"

그러자 웜우드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렇지. 지금이야말로 모든 것을 얻기 좋을 때야. 이 순간을 어떻게 넘어가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양상은 천양지차가 되니까."

그의 말에 목사가 물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뭔가?"

"그야 당연히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 그리고 악마들에겐 오직 비극만 오는 결말이지."

그러자 목사는 순수하게 기뻐하며 말했다.

"그게 가능한 건가? 동팔이나 동욱 중 한 사람이 죽어야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웜우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렸어. 삼촌의 눈을 속이고, 악마들의 눈을 돌릴 수 있을 때까지."

웜우드는 그 말을 한 다음, 자신이 천사에게 받았던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그의 키보다 큰 거대한 낫이었다.

투명하고 밝게 빛나는 낫은 무엇이라도 벨 수 있는 예리한 날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멀고 먼 한국까지 갈 생각인가? 지금 그럴 여력이 없을 텐데?"

웜우드는 자신의 거의 대부분의 힘을 모아서 동팔의 계약의 서의 내용을 수정했다. 남은 힘은 아주 작은 새끼 악마가 와도 잡아먹힐 정도로 약했다.

웜우드가 말했다.

"그거 알고 있어? 천사와 악마의 제일 큰 차이점이 무엇인지."

"그야 물론."

그것이 왜 자신의 질문에 대답이 되는 걸까.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그렇군. 그렇지 맞아."

목사는 웜우드에게 말했다.

"미리 축하하네. 원하는 것을 얻게 되었으니."

웜우드가 답했다.

"아직은 아냐. 내가 해야 할 일을 완전히 마쳐야 얻을 수 있는 거거든."

"그래도 이미 마음을 확실히 정했고, 지금 행동하고 있으니 얻은 것과 무엇이 다른가. 수고하게."

목사의 말에 웜우드가 말했다.

"고마워.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어. 그럼 언젠가 때가 되면… 또 보자고……."

웜우드는 그 말을 남기고 목사가 있는 예배당을 통과해 하늘 높이 올라갔다. 웜우드가 올라가는 것을 본, 주변에서 감시하던 새끼 악마들과 견습악마들도 따라붙었다.

"웜우드가 움직였다."

"먼저 잡는 악마가 임자야!!"

힘에 의해 모든 것이 돌아가는 악마계에서 약간의 힘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이 약해졌다지만, 웜우드의 남은 힘을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기회가 왔다.

다른 것보다 손쉬운 먹잇감에 작은 악마들은 메뚜기 떼와 같이 달려들었다.

"이거, 생각보다 환영이 거창한데. 잡히면 이대로 끝나겠어."

그렇게 말을 하지만, 웜우드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그는 하늘 높이 오르면서 뉴욕을 빠르게 벗어났다.

그리고 마침, 뉴욕에 머물고 있던 모데스가 도주하는 웜우드를 보았다.

"숨는 것만 아니라 요리조리 도망치는 것도 잘 하는 새끼야. 이건 경험의 문제인가?"

단순히 힘이라면 웜우드를 노리는 새끼 악마들이 더 강하다. 하지만 웜우드가 날아가는 방향에서 기다리며 막으려 해도 막지 못하고 뚫렸다.

그래서 더 많은 악마들이 웜우드를 잡아먹기 위해 달려들었고, 웜우드는 여전히 계속되는 아슬아슬한 비행을 하면서 대서양을 향해 날아갔다.

"내가 본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지. 배신자의 척결은 모든 악마의 의무……."

모데스는 그 말을 하고 자신의 몸을 공중에 살짝 띄웠다. 손가락을 튕기자, 그는 웜우드의 앞쪽에 나타났다.

"끝이다."

어떠한 동작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생각만으로 웜우드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악마의 장막을 펼쳤다.

"쳇!"

모데스가 펼친 장막에 닿는 순간, 거미줄에 걸린 곤충처럼 붙잡힌다. 그것을 찢고 도망칠 여력이 없으니 결국 웜우드는 모데스의 손에 갇힌 것과 같았다.

거기에 이미 약한 악마들이 웜우드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데스는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웃어?'

악마로서 힘을 완전히 잃는다는 것은 소멸을 의미했다. 원수인 신의 의지가 다시 강하게 작용하지 않는 이상, 소생한다는 것은 불가능.

그럼에도 불구하고 웜우드는 웃고 있었다.

'대체 무슨…….'

그러던 중, 한 새끼악마가 웜우드의 발목을 잡는데 성공했다.

"됐다!!"

그 악마는 입을 한껏 벌렸다. 그러자 인간과 같았던 모습이 기괴하게 변하며 아귀처럼 입을 쩍 벌렸다. 그 순간.

쉬익~ 퍽!!!

하늘에서 빛나는 창이 빠르게 날아와 악마의 입에 꽂혔다.

"크아아아아!!!"

불에 지져지는 고통이 입속으로부터 느껴지자 악마는 버티지 못하고 웜우드를 놓치고 말았다. 하늘로부터 날아오는 빛의 창은 하나가 아니었다.

슈슈슈슈슈슉~!!!

마치 빛의 비가 내리듯, 웜우드의 주변에 있는 악마들은 쏟아지는 빛의 창을 피할 수 없었다.

푸푸푹!!

생명체가 아니기에 머리에 창이 뚫려도 생존이 가능한 악마들. 그렇다고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크아아아!!!!"

"왜 천사의 창이!!!"

예상치 못한 기습에 악마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는 사이 다시 자유가 된 웜우드는 대서양을 향해 날아갔다. 이미 천사의 창이 뚫어 놓은 곳을 향해 날아가자 모데스는 다급했다.

"이런!!!"

다시 장막을 펼쳐 웜우드를 막으려 했다.

'나의 장막에 닿기만 하면…그대로 우그러트려…….'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웜우드의 힘이지만, 무언가 하려는 웜우드의 행동을 무조건 막아야 했다. 배신자가 할 행동이 자신들에게 좋은 것을 주려는 건 절대로 아닐 테니까.

무엇보다 갑자기 천사의 창이 비처럼 내려 꽂혔으니 더욱 좌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웜우드를 위한 천상의 지원은 투창만이 아니었다.

서걱, 화르륵!!!

순수한 흰색으로 빛나는 불의 검이 모데스의 장막을 베었다. 동시에 회복할 수 없도록 베인 부분을 불태워 나갔다.

그러자 모데스는 검의 주인의 이름을 외쳤다.

"미카엘!! 어째서 네가!!!!"

그 말을 하는 사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접한 주변의 악마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악마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었지만, 천상의 대천사장인 미카엘은 빛나는 백염의 검을 들고 웅장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위대한 아버지의 명령이다."

그 말을 하고 미카엘이 화염의 검을 높이 세우자 하늘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천사들이 내려왔다.

무질서하게 폭도들처럼 우왕좌왕 하는 악마와 달리, 천사들은 통일된 병장기를 착용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대열을 유지하며 내려오고 있었다.

모데스가 미카엘에게 소리쳤다.

"어째서 네가!! 천상의 모든 군대를 관장(管掌)하는 네가 내려왔는가? 어째서 천사가 악마의 일에 끼어드는 것이냐!! 이건 배신자를 처리하기 위한 추락한 자들끼리의 일에!!!"

미카엘은 주변에 있는 웜우드를 본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 가더니 모데스를 향해서 말했다.

"너와 논쟁하기 위해 내려온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위대한 아버지의 명령을 이행할 뿐."

그 말을 한 미카엘은 완성된 대오를 이루며 내려온 천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버지의 명령을 이행하라, 공격."

소리치지 않았지만, 미카엘의 명령은 모든 천사들에게 정확히 전달되었다. 미카엘의 명령이 떨어지자 천사들은 악마들을 포위하듯이 감싸기 시작했다.

"젠장……."

이대로라면 천사들의 군세에 휩쓸릴 것이라 생각하여 모데스는 뒤로 빠지려 했다. 그걸 알아차린 일부 천사의 군대가 그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악마장로이며 최고위 악마 중 하나인 그는 자신의 강력한 힘으로 뚫었다. 그 모습을 본 웜우드가 말했다.

"이거…가는 길이 생각보다 험하겠습니다. 분명히 모데스는 자신이 아는 모든 악마들에게 지금 상황을 전파할 겁니다."

미카엘이 말했다.

"이 정도는 예상된 결과. 그리고 의도한 결과 중 하나다."

그의 말에 웜우드는 왜 그러는지 알았다.

"그렇군요. 하긴 처리할 수 있을 때 처리하는 것이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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