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298화 (298/325)

[298]

"맞습니다. 그래서 실제 한동욱 선수는 많이 위험한 강습형 타구, 거기에 불규칙 바운드 되는 타구를 너무 쉽게 잡았었습니다. 그리고 빠른 타구가 유격수에게 잡히면 결과는 정해져 있습니다. 바로 아웃이죠. 1루에 이미 주자가 나가 있는 상태라면 병살타 확정입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의 지금까지 실책을 보면 말씀하신 것이 이해가 갈 겁니다. 같은 시기, 작년의 실책 숫자보다 지금 실책 숫자가 20% 더 많습니다. 실책 하나로 대량의 점수를 잃을 수 있음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치입니다."

캐스터의 말에 해설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 부분을 과연 클리블랜드의 프런트와 감독 및 코치가 몰랐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보면 한동욱을 넘긴 것은 5할 타자만 넘긴게 아니라 아주 뛰어난 유격수도 넘긴 것이 되는 겁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더 단단해진 마운드도 새로 온 유격수가 평균적으로 할 수 있는 실책으로 인해 무색해졌습니다.

그리고 공격능력은 퇴보했죠. 재정적으로 부유해졌지만, 승리에는 빈곤해졌습니다. 그렇게 보면 LA다저스가 현명하고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지금 아메리칸리그에 뉴욕 양키즈가 있다면, 내셔널리그엔 LA다저스가 역대 최고의 승률을 기록하며 쾌속 순항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

마침 마운드에서 뉴욕 양키즈의 3선발 투수인 조나단 클리퍼드가 올라왔다.

*     *     *

한편, 마크 루스는 오늘도 선발 중견수로 나와 있었다.

'오늘은 실수가 없어야지. 잘 하는데, 왜 자꾸 긴장하는 바람에…….'

승승장구 하는 뉴욕 양키즈다. 하지만 승률이 높다는 것은 항상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패배하는 경기도 있다는 의미.

그리고 승리에 필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패배의 경우는 치명적인 문제 하나로 이어질 때가 많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수비의 실책. 거기에는 잡아야 할 공을 잡지 못해 뒤로 빠지던가, 너무 급하게 던지는 송구의 실수가 있다.

1차 저지선인 내야수가 잡을 수 없다면, 남은 수비는 외야수밖에 없다. 내야수에 비해 타구가 오는 시간은 2~3초 정도 더 여유가 있다.

하지만 넓은 구역을 감당하는 만큼, 날아오는 타구를 보며 떨어지는 곳이 어디인지 미리 예측하고 뛰어야 안전하게 잡는 것이 가능하다.

그나마 발이 빠르다면 위치가 좋지 않더라도 수비할 수 있는 반경이 넓다. 하지만 거기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때론 잡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 순간을 대비해 항상 훈련을 하고, 지금도 실전에서 팀의 승리를 위해 뛰고 있다.

그렇다 해도, 외야수는 투수와 포수. 그리고 내야수에 비해 외롭다. 주로 짧은 타구가 날아오면 내야에서 1차로 걸린다.

그러다 종종 큼지막한 타구가 날아온다. 그때야 말로 외야수가 빛을 발휘할 때.

'더그아웃에서 지시사항은 없어. 그러면 지금은 이대로. 그리고 풍향과 풍속은… 나쁘지 않아. 큰 상관이 없어. 그리고… 던진다!!'

투수가 공을 던지자 언제 어디라도 달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마크. 하지만 초구에 타자가 배트를 휘둘렀지만 헛스윙으로 끝났다.

'후우…….'

잠깐 긴장했다가 헛스윙이 되자 잠시 긴장을 푼다. 투수와 타자가 자세를 취하면 마크를 포함한 모든 수비수가 긴장의 끈을 당긴다.

휙~ 타악!!

둔탁한 소리지만, 타구는 절묘하게 빠져나갔다.

'오른쪽!!'

마크의 기준으로 오른쪽 방향으로 빠진 타구는 3루수를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바닥에 구르더니 좌익수가 가볍게 잡았다.

그렇다고 중견수인 마크가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혹시라도 좌익수가 실책을 범하여 뒤로 빠질 경우를 대비해 커버할 수 있는 위치로 달려갔었다.

"휴우~."

다행히 좌익수가 실수 없이 잡은 덕분에 마크에게까지 공이 오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가 초보적인 실수를 할까 싶지만, 사람인 이상 어쩌다 한 번 황당한 실책을 범하게 된다.

실책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면 바로 실점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경기장 안에서 안타를 쳤는데 홈런과 같이 타자가 홈을 밟는 사태가 가능한 경우였다.

어쩌다 한 번 있을 실책을 항상 대비하는 것이 외야수들의 협력수비. 조금이라도 틈을 만들지 않기 위해선 약간의 방심조차 허용할 수 없었다.

비록 그 모든 것이 방송에 나오지 않고, 관중들도 신경 쓰지 않을지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사이. 어느새 1회초가 마무리되어 공수교대를 하게 되었다.

안타를 허용했지만 실점을 하지 않고 무난하게 흘러갔으니 팀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외야수들의 입장에선 주목을 받을 일이 없으니 마냥 좋아하지만은 못했다.

그 중에 무언가 보여주고 싶은 신인인 마크는 더욱 그러했다.

'언젠가 나한테 타구가 오고, 깔끔하게 잡아서 홈으로 돌진하는 주자를 잡고 싶은데…….'

그런 순간이 왔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훈련과 연습을 했던가.

특히나 홈으로 달려드는 주자를 잡는 것은 그만큼 상대의 결정적인 기회를 날려버리고, 팀의 위기를 구하는 상황이었다.

잘하면 단 한 번의 송구로 경기의 영웅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마크는 일단 마음을 비우려고 했다.

'됐어. 내가 무슨 생각을. 그런 순간이라면 분명히 팀의 위기라는 건데, 그걸 바랄 수는 없잖아?'

마크의 바람인지 몰라도, 클리블랜드의 타순이 한 번 돌았어도 위기가 오지 않았다. 마크는 3회초에도 공은 잡아보지 못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왔다.

그러자 동팔이 다가와서 말했다.

"마크, 심심해?"

"네? 네. 조나단 형이 잘 던져서 그런지 덕분에 심심해요. 그렇다고 못 던지라고 할 수 도 없고."

동팔은 마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렇지. 잘 하고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야지."

그러면서 동팔은 마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서 속삭이듯이 말했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투수라고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야. 결국 위험한 순간이 오기 마련이지. 바라던 바라지 않던."

그 말을 하고 다시 원래대로 떨어진 다음 말했다.

"그때가 오면 나도 기대하마. 그동안 열심히 훈련을 해 왔으니 분명히 잘 할 수 있을 거야. 실수도 있었지만, 그게 네 실력은 아니잖아."

지금까지 마크가 공을 못 받은 건 전혀 아니었다. 평범한 외야플라이는 기본적으로 잡았었다. 다만 단순한 외야플라이가 아니라, 희생플라이의 경우 송구를 하다 실수했던 적이 있었다.

"그땐 너무 긴장했었나봐요. 홈플레이트 뒤라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이미 나와 있던 1루 주자가 홈까지 갔었을지도 몰라요……."

당시 했던 송구의 방향은 맞았다. 다만 높이 날아오는 바람에 포수가 잡지 못했고, 그로인해 3루주자는 세이프. 그리고 송구에러를 통해 1루주자는 3루까지 진출하고 말았다.

다행히 그 이후에 더 이상의 실점이 없었고, 어차피 당시 희생플라이는 어쩔 수 없었다는 평가여서 마크 루스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괜찮다고 해도, 그때의 마크는 여러 가지로 아쉬웠다.

"그래도 조금 더 낮았다면 잡을 수 있었을 텐데."

"그것 때문에 널 새롭게 본 사람이 있어. 일부지만, 당시 송구 속도를 보고 강한 어깨를 가졌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있거든."

그렇지 않아도 양키즈가 지난 시간 뛰어난 수비 능력을 가진 외야수의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마크였다.

그리고 동팔은 민희에게 들었다.

'마크에 대해 존 감독님이 이렇게 평가하고 있어요. 높이 떴어도 거기까지 빠르게 날아갔다면, 제대로 갔을 경우 확실히 아웃시킬 수 있었다면서. 어깨를 강하게 하는 것보다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더 쉽고, 훈련을 할 때 잘하는 것을 보면 경기 분위기에 적응만 하면 뛰어난 외야수가 될 거라 생각하고 계시더라고요.'

하지만 그 말을 마크에게 전부 전해줄 수는 없었다.

'괜히 기분 풀어준다고 그 말을 전해서 마음이 풀어지면 더 안 좋아지니까…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훈련하던 대로 몸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동팔이 의외로 강심장이라 할 수 있었다.

3만 관중이 보고 있는 로데의 홈구장에서 동팔은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시선의 집중을 받지 않는 외야수 수준이 아니라 모든 관중이 바라보는 마운드 위였다.

그때 어떻게 던질 수 있었는지 생각조차 잘 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얼떨떨한 상황에서 온 몸이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는 정도.

당시에 더 이상 밀려나면 안 된다는 다급함과 절박함.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놓지 않았던 공의 감각이 지금도 남아 있었다.

그래서 동팔은 마크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을 해줬다.

"마크. 노력만큼은 절대로 널 배신하지 않아."

순간 뉴욕 양키즈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공격권을 클리블랜드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그리고 마침, 이번 이닝에서 마크에게 기회가 왔다.

*     *     *

4회초. 양키즈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볼넷으로 나간 주자가 도루를 하여 2루까지 진출했다. 그것도 모자라 진루타를 통해 3루까지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1아웃에 주자는 3루. 다분히 희생플라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아니, 확실히 희생플라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동욱이 없으니 점수 내는 것이 어렵네. 전에는 팡팡 잘도 쳤는데."

"동욱이 잔뜩 흔들어 놓으니 투수도, 수비도 실투와 실책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리한 창끝이 없으니 확실히 어렵군요. 동팔이 없는 뉴용 양키즈조차도."

지난 시즌에선 동팔과 동욱의 투타 대결로 이목을 끌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둘이 맞붙으면 항상 치열한 접전이었다.

바꿔 말하면 동팔이 등판하지 않을 경우, 위닝시리즈를 가져가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대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자조적인 말대로 동팔이 없는 뉴욕 양키즈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그건 클리블랜드의 팬들이 가장 잘 느끼고 있었다.

"전에는 주자가 나가 있으면 동욱이 한 방 쳤을 텐데."

"주자가 나가 있어도 희생플라이가 고작이야?"

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동욱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한편, 화끈한 타격쇼를 기대할 수 없어서 아쉬운 클리블랜드의 팬과 달리, 양키즈의 외야수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분명히 희생플라이를 노리고 있어.'

'어느 쪽으로 날아올지 모르니 최대한 퍼지는 위치로.'

'그렇다고 너무 멀리가면 안 돼. 안 그러면 희생플라이가 아니라 적시타가 되어 버려.'

모든 상황을 가정하고 긴장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제일 긴장하고 있는 사람은 투수였다.

'수비가 처리하게 만들지 않아야 하는데…….'

1아웃과 2아웃의 차이는 크다. 이렇게 희생플라이가 가능한지 아닌지도 그 중 하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2아웃 상태가 불리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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