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277화 (277/325)

[277]

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건만, 구단주가 일방적으로 일을 진행시키자 어떻게든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연봉만 문제가 아닙니다. 포스팅 금액은 어떻게 할 겁니까? 2년 남은 계약 기간을 이어받는 조건으로 줘야 할 금액 말입니다. 트레이드를 하려고 해도 지금 있는 모든 선발투수를 줘도 부족할 텐데요?"

그들의 말에 구단주는 역정을 내며 말했다.

"그럼 클리블랜드처럼 장래가 있는 선수를 미리 영입하던가!!! 지금 너희들이 일을 제대로 못하니까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 아닌가!!!"

그동안 장래성을 보고 영입을 한 선수가 대부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그리고 장래가 유망하다고 판단했지만, 실력이 늘지 않아 여전히 마이너리그를 전전하고 있는 선수도 많았다.

하지만 잠재력이란 것은 터지기 전까지 확인할 수 없는 것. 클리블랜드나 양키즈의 경우는 운이 아주 좋은 경우에 해당했다.

그걸 알고 있는 구단주지만, 그래도 답답하다보니 그 말이 튀어 나왔다. 하지만 그로 인해 듣고 있던 참모들이 발끈했다.

"그걸 알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도 거액을 들여 한동욱을 영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동욱이 있으면 뭘 합니까? 상대팀이 우리의 마운드를 두들기면 소용없습니다."

그들의 말에도 구단주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지난 시즌, 강동팔과 남궁지완에게 당한 수모를 잊었어?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타자는 한동욱을 제외하고 얼마나 되지? 없잖아!!"

그때의 역전패는 보스턴이 수치 중 하나였다.

이기고 있던 중 지완에 의해 12개의 공으로 2이닝이 지워졌다. 그냥 12개의 공이 아니라 하나는 삼구 삼자범퇴. 남은 하나는 퍼펙트 이닝으로 끝이 났다.

그걸로 모자라 1아웃이 남은 상태에서 동팔에게 홈런을 맞더니, 이어서 나온 양키즈 타자들에게 탈탈 털렸다.

결국 1점 차이의 역전을 허락하게 되었고, 마지막엔 동팔이 구원투수가 되어 보스턴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다른 경기보다 그때의 경기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큰 상처였다. 팬들만 아니라 구단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팬들의 심정을 알고 있으니, 무리해서라도 한동욱을 영입하려고 했다. 비록 패전 숫자가 늘지는 모르겠지만, 유망주 중에 뛰어난 선수를 발견하면 그것도 나름 수확 중 하나가 될 테니까.

그런데 구단주의 옆에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었다.

'그래. 한동욱을 영입해라. 그래서 둘 다 죽게 만들어…….'

스크레이치는 생각했다. 지금 동팔과 동욱은 지역이 달라 자주 마주칠 일이 없다. 두 사람만 아니라 구단 자체를 봐도 그렇다.

하지만 동욱이 보스턴 레드삭스에 오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둘은 처음부터 지역 우승을 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야 하고, 처음부터 누가 월드시리즈에 갈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된다.

그리고 동욱이 능력을 사용하여 동팔의 양키즈를 누른다고 한들, 잠시 힘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때, 기반이 약한 보스턴은 쉽게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생각보다 빠르게 동팔과 동욱의 영혼을 취하려는 것이 스크레이치의 계략.

그것을 위해서 스크레이치는 보스턴의 구단주에게 장밋빛 미래를 일부러 생각나게 했다.

'처음이야 힘들겠지. 하지만 한동욱이 계속 출루하면서 흔들고, 유망주들의 경험이 쌓이면 점점 나아져. 처음부터 훈련을 같이 하면서 유기적인 팀플레이도 가능하게 된다면…….'

지금 당장 우승이 힘들다는 것은 알아도 중위권 이상은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래서 지금 들어오는 장밋빛 망상을 토대로 한동욱을 영입하기 위해 구단 재정 상황이 열악함을 알아도 시도하려는 것이다.

그러던 중,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왔다.

"지금 한동욱을 영입하기 위해 한 구단이 나섰습니다. 정식으로 금액을 정하고 클리블랜드에 제안했다고 합니다."

연봉만 1억달러인 그를 데려가기 위해 자신들을 제외하고 어느 구단이 나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도 지금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반 이상은 미친 행위인 것을 알고 있는데, 그걸 다른 구단이 했다고 하니 궁금했다.

"어느 구단인데?"

"LA 다저스입니다."

"뭐? LA 다저스?"

뉴욕 양키즈만큼은 아니지만 LA 다저스도 구단의 재정이 탄탄하기로 유명한 구단이다. 덤으로 내셔널리그에서도 항상 투수 왕국으로 불리는 구단.

"대체 왜? 평소처럼 투수에 쏟아 붓지 않고 타자에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투수 친화적인 구장을 가졌으니 당연히 투수에 투자하여 그 효과를 보려고 한다. 그리고 뛰어난 투수를 영입하는 것은 많은 돈을 투자해야 가능한 일.

그 소식을 듣자, 한 사람이 물었다.

"확실히 LA 다저스인가?"

"맞습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에서 말한 금액보다 작다고 합니다."

"그래……?"

그 말을 듣자 그게 가능한 이유를 바로 알아차렸다.

"클리블랜드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겁니다. 같은 아메리칸 리그에 속한 다른 팀에 보내는 것보다, 만날 일이 사실상 없는 내셔널 리그 구단에 넘기면…위협이 될 때는 오직 인터리그와 월드시리즈 뿐입니다."

뛰어난 선수를 트레이드 할 때엔 연봉이나 오가는 계약금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넘긴 선수가 전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하게 될 경우의 아파올 배.

더군다나 같은 리그에 속해 있다면 단순히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위협이 된다.

그걸 감안하면 금액이 조금 낮아지더라도 다른 리그로 보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었다. 이것은 돈을 아끼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

특히 한동욱이 능력을 아는 구단이라면 더욱더 신경을 쓰게 되는 부분이다.

탄탄한 재정. 그리고 다른 리그로 보낸다는 이점. 그것만으로도 보스턴 구단주 옆에 있는 스크레이치는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아차렸다.

'이렇게 되면 클리블랜드는 분명히 LA 다저스로 간다. 대체 누가 나선 거지?'

스크레이치가 바라는 상황은 동팔과 동욱이 같은 리그, 같은 지역에 속하지만 다른 팀에서 뛰길 바랐다.

그래야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두 사람이 영혼을 빨리 취할 수 있는 기반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욱이 내셔널리그에 있는 팀에 들어가면 결국 월드시리즈에서 모든 것이 끝난다.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자신의 계획이 뒤집어지자 스크레이치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

"대체 어느 놈이 나선 거야!!!!"

하지만 그의 소리는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지만, 최고위 악마가 된 그의 힘이 어려 있으니 주변의 사람들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으음……."

"갑자기 몸이 좀……."

갑자기 무언가 무서운 것을 본 것처럼 가슴이 철렁거렸다. 하지만 그건 스크레이치 때문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LA 다저스의 행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승산이 없습니다. 우리는 잃는 것이 많지만, 얻을 것이 없어요."

"제가 클리블랜드라면 원하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LA 다저스에게 한동욱을 넘길 겁니다."

결국 보스턴은 LA 다저스로 인해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포기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구단주는 속이 답답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였고, 참모들은 상황이 최악으로 가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     *     *

민희는 전화를 통해 어떤 상황인지 전해 들었다.

"그렇군요. 역시 LA 다저스가 움직였네요. 고마워요."

한동욱이 보호선수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첩보를 입수하자마자, 민희가 한 것은 역시나 물밑작업이었다.

민희가 바라는 것은 동팔이 바라는 대로 뉴욕 양키즈가 한동욱을 영입하는 것. 하지만 들어온 정보는 양키즈에게 그만한 돈을 투자할 재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안전하게 가기 위해서 동팔을 포기할 수 없었고, 결국 한동욱의 영입을 포기했다는 것을 들었다.

그렇다고 민희는 포기하지 않았다. 통화를 마친 민희는 생각했다.

'아빠가 말하길,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면, 적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하라고 했어. 내가 스크레이치라면… 분명히 아메리칸 리그 동부 지역에 있는 팀으로 동욱 오빠를 보내려 할 거야. 그렇다면…….'

그럼 내셔널리그에 있는 팀이 한동욱을 데려가게 해야 했다. 그리고 클리블랜드가 하고 있는 고민 중 하나. 한동욱을 적으로 상대하게 되었을 경우의 대비에 유용함을 말했다.

아무래도 같은 리그에 있으면 한동욱과 더 자주 마주치게 될 것이고, 월드시리즈로 가는 길목에 방해가 될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어떤 미친 구단이 기존의 선수를 그대로 두고, 한동욱을 영입해버리면 이번에도 챔피언십 우승은 날아간다.

그렇다면 한동욱을 넘겨 얻은 재정으로 더 많은 양질의 선수를 얻음과 동시에 그 효과를 극대화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그 방법 중에 하나인 내셔널리그로 보내는 것을 알려주는 것. 그래서 민희는 에이전트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에이전트와 만난 인맥을 활용했다.

특히 내셔널리그에 인맥이 넓은 에이전트 회사를 통해 정보를 흘렸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상황이 움직였다.

"아쉽지만 동욱 오빠의 일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는 수밖에…없겠지?"

같은 팀이 될 수 없다면, 최대한 마주치는 것을 최소화 시켜야 했다. 물론 두 사람이 맞붙게 되어 서로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이왕이면 그 순간을 최대한 멀리 미루고 싶은 것이 민희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정해진 것은 아니라 방심할 수 없었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LA 다저스만 아니라 내셔널리그의 다른 구단도 나서면 좋겠는데… 쉽진 않을 것이고…….'

연봉 1억은 기본이고, 이적을 하면서 구단에 지불해야 할 돈은 따로 있었다. 막대한 재정을 소모해야 하는 이 거래에 응할 수 있는 구단이 얼마나 될까?

'그나마 LA 다저스가 재정이 탄탄하니까 도전할 수 있었던 거지. 거긴 마운드가 단단하지만 점수를 내야 할 타격이 미진한 곳. 그러니 상대 마운드를 단번에 무너트릴 수 있거나 흔들 수 있는 동욱 오빠를 원해. 검증된 타자라 하더라도 뛰어난 투수를 상대로 맥없이 물러나는 것에 비해 동욱 오빠는 어느 투수라도 상관없이 안타를 만들어 내니까.'

그리고 그 어느 투수에 동팔도 포함된다는 것이 조금 쓰라렸다. 하지만 동욱이 집중하지 않으면 당하게 만드는 투수도 동팔이 거의 유일했다는 점에 만족하기로 한 민희.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기회를 얻기 위해 방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민희가 출산을 하고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자신과 동팔의 분신인 아들이었다.

태어난지 한달이 된 아기라 여러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많았다. 태어났을 때에 비하면 생각보다 많이 자랐지만, 여전히 작고 연약한 아기였다.

민희는 품안에서 곤히 자고 있는 자신과 동팔이 아들, 승현을 보며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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