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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전투
역대 최강의 타자가 적이 된다. 이 사실만으로 투수의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된다. 비록 그 한 사람으로 경기의 승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한동욱이 치고 나간 덕분에 클리블랜드가 흐름을 타서 승리한 경우가 꽤 많았었다.
그리고 헤럴드를 상대로 부상을 입힌 후, 타선이 폭발한 클리블랜드는 겨우 승리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 한동욱의 배트가 터지지 않는 바람에 중요한 기회가 사라졌고, 결국 챔피언십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 부분을 통해 클리블랜드가 한동욱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비록 클리블랜드의 올해 시즌은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그와 동시에 또 다른 전장에 뛰어들고 있었다.
바로 각종 트레이드와 영입의 계절을 준비하기 위한 비공식적인 물밑 접촉이었다.
제일 커다란 화두는 역시 3년 계약을 한 동팔. 그리고 4년 계약기간 중 2년을 넘긴 한동욱이었다.
비록 계약 기간이 남아 있지만, 자유계약을 하기 전 구단에서 많은 포스팅 금액을 얻어낼 수 있는 기회도 남아있다는 의미.
더군다나 둘 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으면서 이제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을 향해가고 있었다.
젊은 나이이니 구단 입장에선 크게 터트리기 위해서라도 지금 트레이드하는 것이 나을 때가 있었다.
어느 누구라도 욕심을 낼 두 선수였지만, 이는 동팔이 속해 있는 양키즈 또한 마찬가지였다.
"강동팔을 보호선수로 두고 절대로 내보내지 마."
이미 그들은 계약기간이 끝난 이후에 다시 재계약을 할 생각이었다. 마음 같아선 갱신을 하고 싶지만, 동팔과 민희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구단에서 직접적인 접촉이 있는지 확인했어?"
구단주의 물음에 다른 사람이 답했다.
"현재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본인들이 다른 팀을 알아보는 것도 아닙니다."
"당연하지. 지금 동팔의 상황이라면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찾아와야 하니까. 그럼 아직 마음이 안 떠났다는 건데… 왜 재계약을 거부한 거지?"
지금 동팔은 이번 시즌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면 죽는다. 그걸 알고 있으니 그 이상의 계약을 하지 않으려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구단 프런트에 말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중,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금 클리블랜드의 보호선수 명단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한동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뭐? 정말? 미친 것 아냐?"
한동욱은 양키즈에 있어서 강동팔과 동급으로 보호해야 할 선수다. 다른 팀으로 가게 되었을 경우, 그의 강력한 타격은 날카로운 창이 되어 자신의 심장을 노리게 된다.
그러니 구단주가 절로 그런 말이 튀어나온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맞습니다. 저도 몇 번 확인을 했지만 사실이었습니다. 영입할까요?"
"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영입을 해야지. 그래서 클리블랜드에서 내놓은 금액은?"
"3년에 3억 달러 입니다."
장기계약을 하게 되면서 억대로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기간도 중요하지만, 먼저 받게 되는 금액을 보고 억대 연봉이라 말한다.
하지만 정말로 한 해의 연봉 1억 달러는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쉽게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2년 동안 동욱이 세운 기록을 보면 납득이 가는 금액이었다.
"1년에 1억 달러……?"
"미친 금액이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그런 것도 아니야."
"오히려 매물이 나왔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 수준이니……."
설마 팀의 제일 핵심 선수를 내놓는다 생각할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에도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설마 1년에 1억 달러인데 데려갈 구단이 있을까 싶었겠죠. 정말로 나온다면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고, 그 자금으로 다른 선수를 더 많이 영입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그렇겠지. 하지만 한동욱은 그럴 수단으로 쓸 수 있는 선수가 아니야. 그가 타석에 서는 것만으로 투수와 수비들은 긴장하게 돼. 그래서 실책도 나오고, 무엇보다 출루율만 좋은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다 뛰어난 선수지. 도루 능력까지 탁월한……."
타자로 보면 토탈 패키지였다.
"5할 타율도 놀랍지만, 타자의 본분인 타점 생산은 더 뛰어나. 거기에 수비 실책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뛰어난 수비로 실점하지 않도록 투수를 지원해줘. 거기에 도루도 시도는 물론 성공률도 높아."
욕심이 나도 너무 욕심이 나는 타자였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쪽에선 투수를 더 이상 영입하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그럼 잘 아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닐텐데요? 그리고 우리가 언제부터 투수 친화적인 구단이었습니까? 폭격기라 불리던 때를 생각하면 타선의 보강은 필수입니다."
자신들의 자금력이라면 허리띠를 졸라맬 경우 가능할 수도 있었다. 거기에 투타가 완벽하게 자리 잡으면 시너지 효과는 확실하다.
투수가 마운드를 굳게 지켜도 타자가 점수를 내지 못하면 진다. 반대로 타자가 아무리 점수를 많이 얻어도 투수를 비롯한 수비가 더 많은 점수를 허용하면 진다.
어느 것 하나 허투로 사용할 수 없으니 선수를 영입할 때엔 세밀하게 분석하고 팀에 필요한 선수를 고른 다음 투자하는 것이다.
확실히 한동욱이 매물로 나온 것은 좋은 기회. 그러나 구단주의 고민은 깊었다.
"한동욱을 영입할 수 있다면 사실 월드시리즈 우승은 거의 확정이야. 하지만…그로인해 계속 손해를 보게 될 경우 어떻게 감당하지?"
구단은 팬들에게 지원받은 재정을 사용하며 구단을 꾸릴 의무가 있다. 그리고 팬들을 즐겁게 할 의무가 있으며, 그 일 중 하나가 계속되는 승리.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우승을 위한다지만 예상되는 많은 적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미리 파악해야 했다.
"올해는 괜찮겠지만, 그 다음해는? 이미 1년에 1억 달러가 나가는 판국에 동팔을 잡을 금액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완이 받아야 할 보수도 만만치 않아. 기본 연봉이 없지만, 옵션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올해는 후반에 들어와 활약이 많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아니지."
이미 지금도 많은 선수들의 연봉과 훈련비로 막대한 지출이 예정되어 있었다.
팬의 기쁨을 위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다고 하들, 파산하면 그게 무슨 꼴일까?
"그렇다고 다른 선수를 팔수도 없어. 한동욱을 영입하려면 적어도 한두 명을 판들 그만한 자금을 얻을 수 없는 건 자네들이 잘 알잖나?"
"그렇긴 합니다. 양키즈라도 재정이 무한한 것은 아니니……."
뛰어난 선수를 마음껏 데리고 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역시 재정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돈이 많다고 연승하고 우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었다.
"거기에 동팔을 팔아서 동욱을 데리고 오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봅니다.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동팔은 단순히 1선발이 아니라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사기를 끌어올리고 있고, 그를 좋아하는 팬들도 많습니다. 루시의 일을 생각하시면 결코 내보낼 수 없습니다."
구단의 입장에서 실력있는 선수는 돈으로 얻는 것이 가능하지만, 마음은 돈만으로 얻을 수 없다.
한 번 떠난 팬의 마음이 다시 돌아오는데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런 팬들이 쌓이면 결국 구단의 재정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마음은 원하지만 재정이 허락하지 않으니 양키즈 구단은 한동욱의 영입을 포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방금 들어온 정보입니다. 지금 보스턴에서 한동욱을 영입하기 위해 연봉 1억 달러를 준비하고 있답니다!!"
"뭐? 보스턴이?"
보스턴은 바로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같은 리그에 같은 지역 소속의 경쟁팀이다. 한동욱이 속한 클리블랜드가 중부지역 소속이라 많이 부딪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같은 지역에 오게 되면 그 타격은 고스란히 다른 팀이 받게 된다.
그 중에 이번에도 지역 우승 경쟁을 하게 될 양키즈로선 제일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보스턴 놈들… 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 짓거리를 하는 거야? 지금 자신의 재정 상황이 어떤지 알고나 있어?"
보스턴 레드삭스도 전통 있는 명문 팀 중에 하나다. 그리고 양키즈와 자주 마주치면서 라이벌 관계를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재정 규모나 역대 우승 기록을 보면 보스턴 레드삭스는 뉴욕 양키즈에 비해 많이 모자라다.
지금 양키즈에서 감당하기 힘든 선수를 보스턴이 영입 준비를 한다는 말을 들으니 처음부터 의심이 되는 건 당연한 일.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보유한 선수를 많이 내놓고 키우고 있는 유망주로 채우면 가능할 겁니다."
"그럼 결국 하지 않느니만 못하지 않아?"
"적어도 다음에 시작되는 시즌은 버리게 될 겁니다. 반면 그걸 각오하면서까지 보스턴은 그 다음을 준비하겠다는 거죠. 실전을 거친 신입 중에 쓸만한 선수를 추리고 추리면 말입니다. 아마도 한동욱을 정말로 영입하게 되면, 내년 보스턴의 40로스터는 수시로 바뀌게 되겠죠."
그의 분석에 구단주는 다시 고민을 했다.
'그럼 우리도 내년을 포기하고 그 다음을 기약한다? 아냐, 이미 지금 상태도 나쁘지 않아. 시애틀에 당한 건 운이 없었던 거니까…….'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또 마주친들, 시애틀의 1선발이었던 헤럴드가 부상으로 더 이상 선수로 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기에 성공한 선수가 두 명이나 양키즈에 있지만, 이런 행운이 항상 따라올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안 돼. 차라리 보스턴이 한동욱을 데려가는 쪽이 우리한테 더 유리하니 그냥 둬."
아무리 한동욱이 날아다녀도 한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이끌 수는 없다. 더군다나 기초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확률은 더욱 줄어들기 마련.
한동욱은 위협적이니 경계해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략이 약한 팀은 방심만 하지 않을 뿐 위협되는 대상은 아니었다.
* * *
한편, 보스턴의 프런트는 이미 결론을 내린 사안에 여전히 치열한 격론을 벌이고 있었다.
"한동욱을 영입하겠다고 하셨습니까? 그럼 막대한 재정은 어떻게 충당하겠다는 겁니까!!"
"팔아야지. 나머지 선수들 전부……."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러다 더 높은 금액을 부르는 구단이 나오면 전부 헛수고가 됩니다!!"
구단주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한동욱을 영입하는 것에 여전히 반대를 하고 있었다.
구단주가 말한 것처럼 모든 선수를 다른 팀으로 보낼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30% 이상은 보스턴으로부터 떠나보내야 했다.
그리고 빈 곳은 마이너리그에 있는 유망주 중 물색하여 채워야 함이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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