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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면 바로 메이저리그로 가는 거야?"
그토록 바라던, 꿈의 리그로 불리는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확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0%의 확률이 0.1%라도 되는 기적적인 순간이었다.
이제부터 꾸준히 노력하고, 재능을 발전시키면 0.1%에서 점점 높아지게 된다.
"민희 누나한테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구단 프런트에서도 내 이름을 알고 있나봐. 그러니 크게 부상을 당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어."
그 중에 민희가 하지 않은 말이 있었다.
뉴욕 양키즈에는 뛰어난 외야수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뉴욕 양키즈가 꾸리는 마이너리그에서 외야수의 재능을 제일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사람이 바로 마크였다.
사실 이대로 성장만 한다면 메이저리그 입성이 충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민희는 그 사실만은 말하지 않았다.
확정된 미래라 생각하면 태만해지기 쉽다. 그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 사실은 말하지 않은 것.
그래도 마크에게 있어서 더블 A로 들어왔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이 소식이 기쁜 것은 마크의 성공도 있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이번에 올라가면서 연봉협상도 다시 했다면서?"
"전화로 듣긴 했다면 전보다 5배가 오를 줄은 몰랐다."
메이저리그의 모든 구단은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해 마이너리그에도 투자한다. 하지만 재정이 충분하면 여유있게 선수를 뽑을 수 있다.
다만 규정으로 인해 일정 숫자 이상을 뽑을 수 없다는 제약이 붙는다. 이것은 어느 한 구단이 탄탄한 재정으로 유망주를 독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도 유망주가 경제적인 걱정을 하지 않고 야구에 전념하기 위해선 적당한 연봉이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재정이 탄탄한 양키즈라도 루키리그와 싱글A에 있는 선수들에게 많은 투자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더블 A부터 이야기는 다르다. 거기까지 왔다는 것은 약간의 차이로 메이저리그에 들어가지 못하는 선수라는 것이다.
그리고 메이저리그는 아니지만, 대만 리그나 한국 리그에 가도 충분히 통할 실력이라는 증명이 된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선 대만을 더블 A. 한국은 잘 해야 트리플 A 정도로 보고 있다. 물론 이게 항상 정확한 것도 아니고 선수마다 다르겠지만, 이 이상의 세밀한 분석은 각 구단의 분석담당자가 해야 할 일.
루키 리그는 가능성만 확인하고 아직 더 많은 것을 살펴봐야 하는 리그다. 그래서 사실 연봉이라고 하지만, 생활하기에 벅찬 용돈 수준의 돈이 지급된다.
싱글 A라면 아직 확인이 필요한 자원이겠지만, 루키 리그의 선수들 사이에서 확연히 뛰어난 선수를 뽑는다. 그래서 진입하면 한 사람이 겨우 생활할 수준의 연봉이 나온다.
그리고 더블 A에 왔다는 것은 가능성과 기량의 확인이 끝났고, 성장 속도와 상황에 따라 트리플 A나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두 리그 사이에는 상당한 연봉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렇다 한들, 메이저리그 바로 아래인 트리플 A만 봐도 한국 프로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평균 연봉을 받는다.
마크가 더블 A에 들어왔지만, 그렇다고 연봉을 아주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
마크와 가족들이 기뻐하는 것은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아주 많진 않아도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가족의 축하를 받고, 마크가 연락을 한 사람은 바로 동팔이었다.
이미 민희를 통해 들었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여기에 올 수 있도록 희생하며 도와준 사람이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동팔이 형, 저 마크에요. 이번에 더블 A로 가게 되었어요."
-그렇구나. 잘 됐네. 듣기는 했는데,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느낌이 다르다.
"올스타전이 끝났지만, 바로 시즌 시작하죠? 오늘은 어디랑 경기하나요?"
-오늘? 오늘은 보스턴이야. 얼마 전에 기세가 엄청 올라서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는 중이거든.
"아~ 그렇죠. 다른 팀도 아니고 보스턴이라면 질 수 없겠어요."
마크도 뉴욕 양키즈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이벌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뉴욕 양키즈와 뉴욕 메츠가 더비로 연결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같은 뉴욕을 연고지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의 홈구장이 지하철로 오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우니 서브웨이 시리즈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양키즈와 레드삭스의 라이벌 구도는 다르다.
연고지는 달라도, 같은 리그, 같은 지역에 속해서 자주 마주친다.
거기에 1920년에 있었던, 세계적인 야구 선수인 베이브 루스를 보스턴이 양키즈로 보냈다. 그리고 그 이후로 2004년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전까지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다.
이것이 야구계에서 유명한 밤비노의 저주였다.
그것만이 아니라 양키즈와 레드삭스는 외나무다리에서 승부를 겨루어야 할 때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메이저리그에선 역사가 쓰여졌다.
다만 뉴욕 양키즈의 팬은 양키즈보다 월드시리즈 우승 횟수도 떨어지고, 그 외 다른 경력도 미달되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레드삭스의 팬들은 양키즈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한다.
보스턴에서 양키즈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욕을 듣는 것 정도는 감당해야 했다.
예를 들면 당장 재수 없는 옷을 버리라던가, 찢어 버리라고 말한다. 아니면 빌어먹을 양키놈이라며 욕을 한다.
물론 보스턴의 모든 사람이 그러는 건 아니고, 일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길을 걷다가 종종 욕을 들을 정도로 감정이 좋지 않다.
심지어 보스턴 팬인 어떤 배우는 양키즈 모자를 절대로 쓸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감독이 뉴욕 메츠 모자로 타협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언론에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라이벌이란 소재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법. 당연히 양키즈와 레드삭스의 라이벌 구도를 부각시키며 시청률을 끌어올리는데 사용한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도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개막전에선 두 팀이 붙는 일정을 자주 만들어준다.
그러니 양키즈의 선수들이나, 레드삭스의 선수들은 서로 경기를 할 때마다 부담스럽다. 홈에서 하든지, 어웨이가 되던지.
그래도 어느 쪽이 되든 동팔이 선발이라면 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럼 형은 언제 등판하세요?"
-나? 아쉽게도 이번에 등판할 일이 없어. 올스타전에서 뛴 것도 있고, 체력 조절차원에서.
보스턴 레드삭수와 라이벌 3연전에서 양키즈는 2,3,4선발이 나온다.
그래서 양키즈 팬의 입장에선 아쉽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로테이션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다.
"정말 아쉽겠어요. 이번 경기는 사실상 매 경기가 두 경기 급의 경기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7연승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고, 이번 3연전에서 스윕하겠다고 난리를 치던데요."
-하긴 내가 없는 틈에 스윕을 하면 5경기 차이가 2경기 차이로 줄어드니까. 그게 말처럼 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감독이라면 다른 경기를 포기하더라도, 양키즈는 잡으려고 할 거예요. 이미 승률은 와일드카드에 위험하지 않으니 이왕이면 1등을 잡고 안전하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려는게 훨씬 낫죠."
지금 보스턴 레드삭스가 신경을 쓰는 팀은 양키즈가 유일하다. 단순히 라이벌인 것을 떠나, 지금 지역 1위인 뉴욕 양키즈를 잡지 못하면 이후의 여정이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팀과의 경기는 단순히 승리를 쌓는 것이지만, 양키즈와의 경기는 상대의 승리를 빼앗고, 자신들의 승리로 가져갈 수 있는 기회.
벌어진 격차를 단번에 좁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못하게 되면 반대로 엄청나게 멀어지는 결과를 갖게 된다.
거기에 보스턴 선수의 입장에서 다른 팀도 아니고 양키즈에게 지면 강력한 후폭풍에 시달린다.
다른 팀과 경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키즈 입장에서도 죽기 살기로 달려들 수밖에 없는 보스턴 선수와 상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다른 라이벌 전도 부담스럽지만, 레드삭스와의 경기는 더 부담이 된다.
-항상 겪는 일이니 나야 상관없지만, 올해 새로 온 친구들은 생소한 느낌이겠지. 그래도 중반을 넘어갔으니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이 다행이지만…….
다만 전과 다른 점은 극초반과 같이 무기력한 상태가 아니었다. 중반을 넘었고, 팀도 활력을 가지고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스턴의 기세는 뜨겁다. 그리고 각자 1,2위인 팀이 맞붙으니 질 경우, 다 지지 않더라도 루징 시리즈가 되면 그 또한 상당한 타격이 된다.
"그래도 양키즈가 쌓아 놓은 승리가 있으니 스윕패를 당해도 순위가 바뀌지 않잖아요. 대신 좀 위험하겠지만……."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라 상대가 스윕으로 승리하면 그 기세가 이어간다. 반편 스윕패를 당하면 연패를 끊기 위해 전력을 다 하지만, 무리하는 바람에 실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마음을 빨리 추스리고, 평정심을 회복해야 연패로부터 벗어나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건 동팔이 있어서 최소한 5연패를 당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것.
그러나 언제까지 동팔만 의지할 수는 없었다.
이것은 뉴욕 양키즈에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 * *
하필이면 양키즈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이번 3연전은 보스턴에서 하게 되었다. 좋게 말하면 열성적인, 나쁘게 말하면 극성인 팬들이 관중석을 꽉 채운다는 의미였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양키즈 선수들은 자신들을 향해 대놓고 욕을 하는 관중을 봐도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언제는 안 이랬나?"
"그래도 오늘은 좀 유난하네."
"이번에 위닝을 하게 되면 1위가 더 잘 보이니까 그렇겠지."
라이벌인 것만으로도 이겨야 할 명분은 충분한데, 실리까지 추가되어 있었다. 당연히 평상시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오는 건 당연한 일.
경기에 직접적으로 난입하면 사무국에서 징계가 내려오니 그렇게까지 하는 극성팬은 없었다.
다만 가깝든, 멀든 손과 입은 물론 표정과 각종 피켓을 들고 와서 야유를 하는 팬들은 많다 못해 쌓여 있었다.
무엇보다 이들이 어쩌면 스윕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이번 3연전에 동팔이 선발로 안 나온다고 했지?'
'잘하면 양키 놈들에게 3연승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기회야.'
'동팔이 올라오면 이기는 건 어려우니까. 개막전처럼.'
양키즈가 초반에 고전했을 당시, 보스턴은 양키스타디움에서 2승1패를 거두었다. 하지만 당시 양키즈의 경기력을 보면 스윕승을 해도 이상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하지 못한 것은 동팔이 지키는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한 것이 컸다.
아쉽지만 통쾌한 스윕승은 다음으로 미뤄야 할 때. 그리고 지금 그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도 자신의 홈에서.
그러니 보스턴 팬들의 격렬한 응원은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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