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249화 (249/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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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혈액을 생성하는 골수의 정상 혈액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되어 증식하는 병이다. 정상적인 혈액 생성이 안 되기 때문에 당연히 적혈구와 백혈구 및 혈소판을 비롯한 정상적인 혈액세포 수치를 감소시킨다.

그로 인해서 몸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그것만 문제가 아니라 혈관을 통해 암세포가 전신으로 퍼지게 되고, 각종 장기에 침착되어 각종 부작용을 더한다.

증상으로는 정상적인 혈액 수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빈혈과 출혈, 감염이 쉽게 일어난다. 몸 전체에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발열과 쇠약함, 무력감 및 체중감소가 나타난다.

거기에 백혈병 세포가 장기에 침범하게 되면 뼈의 통증과 잇몸 비대, 간 비대 및 비장 비대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백혈병 세포가 중추신경계에 침범하게 되면 오심, 구토, 경련 및 뇌신경 마비가 일어난다.

처음에는 단순한 어지러움으로 인해 빈혈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간다. 실제로 흔히 겪는 증상 중에 빈혈은 영양섭취가 잘 되지 않았거나, 특정한 몸 상태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증상이다.

그래서 깊게 생각하지 않다가 나중에 증상이 더 심해지고, 특별히 몸이 안 좋을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쇠약해진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몸이 약해지는 자신을 봐도 백혈병이라 생각하기란 어렵다. 그리고 결국 참다못해 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은 다음에야 자신에게 나타난 증세가 백혈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치료 시기가 지난 상황이라 정말로 목숨을 걸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느 한 장기에 암세포가 발생하는 것도 심각하지만, 혈액암의 경우는 영향이 순식간에 전신으로 뻗어간다.

"딸 아이 분이 많이 힘들어 하겠어요. 나이가 얼마나 되죠? 그리고 이름은요?"

"이제 열 살입니다. 루시라고 하죠."

"그렇게 어린데……."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병을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차 안의 분위기는 어두워졌다.

주변에서 자주 보던 청소부에게 이런 일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처음부터 동팔은 제임스를 병원에 데려다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제임스에게 안타까운 일이 있는 걸 알게 되니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면 많이 힘들어 하겠네요. 혹시 간병해 주는 사람이 있나요?"

"그럴 상황이 아니라서요. 다행히 보험을 들어 놓은 상태라 큰 비용은 안 나가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런 의미에서 보험이 있다는 건 다행이긴 해요. 그런데 루시는 아빠가 어디에서 일하는지 알고 있나요?"

"그럼요. 항상 혼자 있으니 간간히 만나게 되면 어디 있냐며 투정을 해요. 그러면 그때마다 양키스타디움에서 일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청소부라는 건 말하지 못했어요. 아마 매점 직원이나 사무직으로 이해하고 있을 거예요."

자신 때문에 아빠가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것까지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환자의 낫고자 하는 마음이다.

어린 아이의 섬세한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아직 사람들이 무시하는 청소부라는 것을 말할 수 없었다.

제임스의 말에 민희는 순간 떠오르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하지만 제임스 씨한테 쓰레기 냄새가 좀 나는데… 정말 모르고 있을까?'

아무리 작업복을 입고 일해도 계속 일을 하니 냄새가 안 밸 수 없다. 그리고 사람은 자신의 몸에 나는 냄새에 둔감해진다.

후각은 사람에게 아주 민감한 감각기관이다. 항상 같은 냄새와 자극을 받으면 그 냄새의 자극에 한해 무시하거나 끊어버림으로써 스트레스를 낮춘다.

사람의 후각이 민감하게 감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변 냄새의 변화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설물 냄새가 보통 지독하지 않는 이상, 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후각이 적응하여 더 이상 배설물 냄새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았다.

그러니 제임스는 자신의 몸에 배인 냄새에 둔감할 수밖에 없지만, 병실에 있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제임스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 위안을 하거나, 주변의 배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민희는 생각했다.

"그럼 루시는 양키즈를 좋아하나요?"

"네, 아빠가 일하는 팀이라고 좋아합니다. 이미 많이 출전하고 있는 선수들은 물론 감독과 코치까지 보고 알던데요."

"그럼 동팔 오빠도 알겠네요."

"당연하죠. 양키즈 팬이 아니라도 아는 사람을 왜 모르겠습니까."

이야기를 하는 사이, 길이 막히지 않아 어느새 목적지인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벌서 여기까지 오다니. 감사합니다. 오늘은 루시의 깨어있는 얼굴을 볼 수 있겠어요."

제임스는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동팔에게 머리를 숙이면서까지 감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그가 병원에 들어가자 동팔과 민희가 말했다.

"역시 그냥 두고 볼 수는 없겠지?"

"그렇죠… 이렇게 알게 된 것도 인연이니까……."

"혹시 내 능력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실제로 회복에 도움을 줄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자신이 벌고 있는 돈이라면 백혈병에 걸린 아이의 치료비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넘어가서, 지금 중요한 것은 동팔의 능력이 질병에도 영향을 주는지였다.

"물어보면 되죠. 웜우드한테."

"지금?"

"네, 목사님과 떨어질 수 없으니 전화해서 물어보면 될 거예요."

"아, 그렇지. 깜빡했어."

그래서 현대 문물의 이기를 이용하여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단번에 결론이 나왔다.

-안타깝지만 불가능하다고 전해달라더군. 동팔 선수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부상에서 회복이지 질병은 아니라고 해.

예상치 못한 치료의 제한이었다. 계약의 서를 볼 수 있고, 동팔이 한 계약을 수정한 당사자의 말이니 100% 정확하다.

그러니 동팔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루시의 회복을 돕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럼 남은 방법은 역시 치료비를 대주는 거겠지?"

"먼저 얼마나 더 치료해야 되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원무과에 사람이 있을까요?"

"가 보면 알겠지."

그래서 동팔과 민희는 병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마침 접수하는 곳에 사람이 있었다.

"혹시 제임스 씨의 딸인 루시라는 아이에 대해 알고 싶어서 왔는데요. 치료비를 지원하고 싶은데 여기서 가능할까요?"

동팔의 말에 원무과에 있던 사람은 제일 먼저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다. 혹시 동팔이 말한 이유로 개인적인 정보를 빼낸 다음, 사기를 치는데 이용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번에 동팔을 알아보고 그런 의심을 거둘 수 있었다.

"설마 뉴욕 양키즈의 강동팔 선수?"

"네, 맞습니다."

유명인의 장점은 상대의 의심을 쉽게 거둘 수 있다는 것. 그것도 한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쉬웠다.

크게 성공하고 있는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쪼잔한 사기를 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임스 씨의 딸, 루시. 그리고 혹시 환자의 병명을 알고 계신가요?"

"백혈병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그럼 찾기 더 쉽죠. 어디보자… 여기에 있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렇다고 루시에 대한 중요한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치료비를 주시겠다고 하셨죠? 이번 달에 내야 할 치료비가 좀 나오네요… 거의 7천 달러(약 850만원)."

치료비가 상당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연봉과 보너스를 받은 동팔에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다.

물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작은 것조차 주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출혈인 것도 사실. 그렇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필요한 것이 있어요."

"뭔가요?"

"보호자의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제하실 수 없어요."

제임스와 루시에게 부담을 덜게 할 좋은 선물을 몰래 주려고 했지만 실패. 결국 두 사람은 제임스가 딸을 만나고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만남이 생각보다 짧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임스가 내려왔다.

"어? 여긴 어쩐 일이신가요?"

"그게……."

제임스의 물음에 동팔과 민희는 돕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제임스는 기뻐하면서도 두 사람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음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제가 그쪽을 이용하기 위해 딸아이 이야기를 한 것이 되는게 아닙니까?"

제임스에게 있어 루시의 이야기를 한 것은 어쩌다 나온 말이었다. 이런 상황을 의도하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러니 더 떳떳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제임스는 동팔과 민희의 제안을 거부했다.

"차 안에서 말씀드린대로 힘들긴 하지만 빚까지 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도움을 주려는 마음은 감사합니다만…이렇게 되면 제가 강요한 모습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이건 딸아이의 회복에 있어 아빠인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고지식하다면 고지식하다.

제임스라고 이게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을 왜 모를까.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적어도 치료비의 부담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으며, 그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 딸의 얼굴을 더 자주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부담을 같이 지고 있는 아내에게도 큰 위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어도 제임스의 선택은 바뀌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습니다."

그 이후로 몇 번 더 제안을 했지만, 제임스는 자신의 선택을 꺾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동팔과 민희도 계속 제안한다면 강요가 되기에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그럼 루시가 힘을 낼만한 것이 있을까요?"

자신의 능력의 특성으로 인해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없다. 그리고 제임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치료비를 주려 했지만 그가 거부했다.

강요한 것이 아니지만, 딸의 이야기를 한 것 자체가 두 사람에게 강요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거부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줄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 와중에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원무과의 사람이 말했다.

"제임스 씨. 그럼 동팔 선수에게 사인볼을 부탁하세요. 아직 루시가 깨어 있다면 만나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루시는 강동팔 선수를 많이 좋아하잖아요. 어떤가요?"

그는 그 말을 하고 동팔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동팔은 흔쾌히 말했다.

"이미 여기까지 와 있는데 다시 만나러 올 필요는 없죠."

동팔의 말에 계속 거부할 수만 없었기에 제임스는 받아들였다.

"다행히 아직 잠들지 않았을 겁니다. 곧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거든요."

제임스의 안내로 동팔과 민희는 루시가 있는 병실로 갔다. 가는 중에 동팔을 알아본 다른 사람이 있었지만, 늦은 밤이라 많지 않았다.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사인을 해주며 병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병실의 문을 열고 제임스가 먼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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