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246화 (246/325)

[246]

혜진의 말에 민희가 물었다.

"그럼 그 차이는 왜 생기는 거예요?"

"몰라. 하지만 적어도 이건 알 수 있어."

"뭘요?"

"동욱이는 자신의 능력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

혜진의 판단에 웜우드가 말했다.

"정답. 나도 들은 것만 있었으니 확신은 못했지만, 방금 전에 보면 동욱이의 몸에 서린 삼촌의 힘이 더 맹렬해졌거든."

하지만 웜우드의 말은 혜진에게만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민희가 웜우드의 말을 대신 말해줬고, 혜진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2차 파악에 나섰다.

"그럼 아마도 동욱이는 평상시보다 주변이 더 느리게 보였겠지. 그럼 당연히 기회가 왔을 때 강해질 수밖에 없잖아. 정확히 어떤지 짐작할 수 없지만, 100마일의 속도로 날아오는 공이 10마일보다 느리게 보이게 되면, 약간의 훈련을 받은 사람도 얼마든지 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선수라면 못 치는 게 이상하겠지."

"그럼 그동안 그걸 매번 사용하지 않은 건 뭘까요?"

"확실하지 않아도 부작용이 있을 거야. 매번 사용하지 못한다는 건 제약이 있으니까 그럴지도. 수명이 줄어든다거나 아니면… 기존에 항상 작용하는 힘이 작용하지 않게 되거나. 거기에 대한 파악은 또 해야 할 것 같은데… 기회가 있으려나 모르겠어."

이번이 두 번째 대결이었고, 투런 홈런이라는 희생을 투자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 또 무언가 시도하기엔 무리가 따랐다.

다행히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바로 옆에 있는 목사와 하얀 늑대의 벗. 그리고 웜우드로 인해서.

"다른 시도를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지금 동욱의 몸에 있는 악마의 힘이 약해져 있다."

"아마도 한 번 힘을 끌어올린 후엔 지치는 것 같군요."

"게임 중에 항상 패시브로 작용하는 스킬이 있지만, 더 강하게 활성화하면 일정 기간 동안 패시브가 작용하지 않는 원리인 것 같은데? 일종의 쿨타임이겠지."

웜우드의 더 자세한 부연 설명이 있었지만, 민희와 혜진은 오히려 이해하지 못했다. 평상시 게임을 하지 않은 결과였다. 앞서 말한 두 사람의 말로도 충분했다.

"그럼 지금 동욱이는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지만 평상시에 작용하는 그 힘이 무력화되었다는 거군요?"

"잠깐. 그렇다면 지금 동욱이 오빠는 다른 선수와 같이 평범하게 공을 보게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이후에 타율이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는 기복이 생기는 거구요?"

"아마도. 그러면 그동안의 기록의 의문점이 전부 해소가 돼. 하지만 이걸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문제야. 그들에게 있는 그대로 말할 수가 없으니까."

동욱의 빈틈을 찾았지만,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악마의 계약과 연관된 사람뿐이었다.

감독과 코치들에게 말해야 하는데 과연 어떻게 전달해야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자 목사가 말했다.

"사실 그대로 말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런 현상이 있다고 말하면 될 거예요."

"그러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급한 쪽은 저쪽이지 우리가 아니에요. 오죽 급했으면 말도 되지 않는 계획과 작전까지 실행했겠습니까?"

목사의 말에 하얀 늑대의 벗도 동의했다.

"그래도 된다. 어차피 우리는 중력이 왜 생기는지 몰라도 법칙을 이용할 줄 안다. 전자기력도 마찬가지다. 그런 힘들이 왜 존재하는지 지금도 알 수 없고 학설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일정한 법칙에 따라 움직이니 그 법칙을 이용하는 것이 과학기술이다."

즉 동욱의 기복에 대한 원인을 알 수 없다 말해도, 일관된 법칙을 찾아내면 그걸 이용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여기까지 말해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책임은 저쪽이 지는 것이니 우리가 지는 건 아니다. 여기까지 알아낸 것도 감지덕지다."

그들의 말에 혜진은 고민했다.

"그래도 이왕이면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설명해 주는 것이 좋겠지만……."

당장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야구 경기는 시간이 꽤 길지만, 그렇다고 좋은 생각이 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었다.

"알겠어요. 지금은 현상의 법칙을 발견한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야겠죠… 적어도 동욱이를 상대함에 있어서 큰 틈이라고 할 수 없지만, 기복의 방향과 원인에 대해선 알았으니까."

혜진은 여전히 하얀 늑대의 품에 안겨 있는 예은이에게 잠시 갔다 오겠다고 말한 뒤, 관중석을 떠나 더그아웃이 있는 곳으로 갔다.

*     *     *

"그게 사실입니까?"

더그아웃에 들어갈 수 없는 혜진은 즉시 자신의 신분증을 이용해 관계자가 갈 수 있는 곳까지 들어왔다.

그리고 약속한 대로 사람을 통해 더그아웃에 있는 코치 한 사람과 만났다.

혜진의 말에 코치는 바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혜진의 분석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이번 시즌의 기록을 보면 분명히 기복의 법칙이 있었죠. 기회가 왔을 때, 큰 점수를 냈지만 그 이후의 타석에선 평범한 4번 타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악마의 능력이 사라지거나 약해져도 메이저리그의 4번 타자로서 역량을 지녔다. 그것만으로 동욱의 실력이 악마의 힘에 의존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건 자세한 사정을 아는 사람에 한하여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큰 투자와 모험을 한 끝에 발견한 동욱의 미세한 틈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알아내지 못했을 틈이지만, 이번에 혜진이 발견했다. 이유는 몰라도 혜진이 말한 것에는 통계적인 근거가 있었으니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거참… 악마와 계약한 것도 아니고……."

자신도 모르게 정답을 말한 코치였다.

그래서 더 믿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일단 감독님께 전하겠습니다. 그래도 이거나마 안 게 다행이라 생각이 되 군요. 아마 다른 사람이라면 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겁니다. 아니 생각도 못 했겠죠."

그의 말에 혜진은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아뇨. 저도 몰랐을 거예요. 주변에 정말로 악마와 계약을 해서 힘을 받은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렇지…….'

그렇게 혜진이 분석한 정보는 코치를 통해 감독에게 전해졌다.

"정말로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고?"

"쉽게 믿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이유를 몰라서 그렇지 통계와 기록이 그녀의 말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무슨 판타지도 아니고 힘을 모았다가 터트리고, 그 힘이 빠져서 능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컴퓨터 게임도 아니고 무슨 말인지 원……."

존 지라디 감독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분석한 사람이 혜진이라는 사실에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그래도 2실점을 희생해서 만든 정보와 분석이야. 혜진의 분석 덕분에 지난 시즌에서 동욱을 상대할 방법을 알아내는데 성공했어.'

비록 그 수혜를 바로 입지 못했지만, 동욱을 상대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삼진을 잡을 수 없어도, 아웃을 시키는 방법에는 삼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 번 쳤다하면 거의 절반이 안타인데다, 못 치는 투구가 없으니 상대할 방법은 동욱이 타격을 한 다음 하늘에 맡겨야 했다.

보통은 잘 쳐도 안타가 될 확률이 낮다. 하지만 동욱의 경우는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과 같은 확률이었다.

"그러면 지금은 동욱의 힘이 빠졌을 상황이니 삼진이나 범타가 나올 확률이 더 높다는 말인가?"

"혜진 분석관의 말대로라면 그럴 겁니다."

"그렇다면 또 모험을 해야 한다는 건데……."

괜히 또 잘못 던졌다가 한 점 더 실점하는 건 아닌가 걱정되었다. 이제 한동욱 앞에 더 이상 주자를 내보낼 생각이 없으니 대량 실점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그 전에 승리를 위해 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런데 타선은 언제 터지는 거야? 그렇지 않아도 슬슬 상대가 지칠 때가 되었는데."

감독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침 타석에 선 양키즈의 4번 타자 데니 행크스가 통쾌하게 공을 때렸다.

따악~!!

결과는 홈런이었다. 비록 앞에 주자가 없어 솔로 홈런이지만, 동점을 만들고 역전의 발판을 만드는 귀중한 득점이었다.

마침 감독과 코치의 말을 듣고 있던 동팔이 다가왔다.

"어려울 것 없습니다. 전에는 데이터를 위해 강속구만 던져야 했지만, 다음에는 평상시 하던 대로 변화구를 던지면 바로 파악이 가능합니다."

코치가 전한 혜진의 말을 들은 동팔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혜진이 말하지 않은 것처럼 동팔도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말하는 순간, 정신이 이상하다든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으니 자중하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었다.

동팔의 말에 감독과 코치는 엿들었다고 타박하기보다 안전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게 가능하다면 굳이 그냥 넘어갈 필요는 없겠지.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상대해 봐. 지금까지 던지고 싶은 거 던지지 못하느라 고생했어."

투수에게 상대 타자의 틈을 파악하기 위해 2실점을 강요한 상황이었다. 그걸 1선발임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인 동팔이다.

무엇보다 여기까지 온 이상, 쉽게 믿을 수 없는 분석 결과라도 최종적인 확인을 해야 했다.

그 기회는 오늘 이후로 또 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 눈에 띄지 않는, 그리고 보려 하지 않는 것

과연 혜진이 파악한 동욱의 기복의 원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 확인이 가능했다.

동팔이 동욱을 제외한 다른 타자들에게 점수를 허용하지 않은 반면, 클리블랜드는 데니 행크스의 솔로 홈런을 시작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선발 투수가 흔들리더니 2실점을 했고, 곧 불펜 투수가 올라왔지만 막강한 양키즈의 타격을 버티지 못하고 3실점을 하고 말았다.

동팔과 동욱의 세 번째 맞대결이 성사되었을 때, 점수는 6대 2로 양키즈가 이기고 있었다.

만약 클리블랜드가 다른 팀을 상대하는 중이었다면, 설령 양키즈를 상대하더라도 선발이 동팔만 아니었다면 역전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효율적인 투구를 하는 동팔. 7회 초에도 쌩쌩한 투구를 보여주었다.

이번에 상대하는 첫 타자는 한동욱이었다.

동욱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한 이후, 더 이상 주자를 내보내지 않아서 생긴 결과였다.

타석에 선 동욱은 생각했다.

'설마 이번에도 계속 포심 패스트볼 던지는 건 아니겠지?'

그럼 도발이 아니라 분풀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 빠른 직구를 던지는 바람에 홈런을 허용했지 않은가?

그 모든 것이 자신을 분석하기 위해 만든 상황이란 건 알 길이 없는 동욱이다.

이제 더 이상 동욱의 일정한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정해진 속도의 강속구를 던질 필요가 없는 동팔은 자신이 생각하는 변화구의 그림으로 공을 쥐었다.

혹시라도 동욱이 파악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팔을 뒤로 젖히고 던졌다.

휙!

공은 빠르게 한가운데를 향해 날아왔다. 동욱도 배트를 빠르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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