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239화 (239/325)

[239]

바로 옆에 동팔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이저리그의 다른 선수를 가볍게 여길 이유가 되진 않는다.

마크가 동생 로키를 통해 들었지만, 지완은 옆집에 사는 지미와 함께 많이 친해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동팔의 집에 올 때, 자주 봤으니 싫어하기보다 호감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거기에 동팔은 물론 지완과 민희, 혜진은 흑인이라고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 같이 있는 흑인 친구들보다 더 격려를 해주고 위로를 해주는 그들이었다.

마크의 물음에 동팔이 말했다.

"지완이? 나랑 네가 타격 연습을 한다니까 오늘은 구장에 있는 헬스장에 간다고 했어."

"네? 거기를 왜요? 더 가까운 곳도 많은데."

모름지기 운동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거리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 되어 있어도 가까운 동네 헬스장보다 덜 가기 마련이다. 그래도 가는 이유가 있다면 회비로 낸 돈이 아까워서 가는 것 정도랄까?

지완 정도의 특급 선수라면 당연히 트레이너가 상주하는 헬스장에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차라리 가까운 곳에 가지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있나?'

마크의 의문은 당연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유가 있었다.

"어쩔 수 없어. 지금 양키즈 내부에서 지완이 인기가 엄청 좋아."

"네?"

동팔의 말에 마크는 이해가 더 가지 않았다.

'아무리 특급 투수라지만, 재활을 하고 있는 유부남 투수가 왜 인기있다고 하는 거지? 설마 메이저리그나 양키즈 안에 있는 문화는 내가 아는 것과 다른가?'

하지만 어느 일이라도 원인은 있기 마련.

"정확히 말하면 일부 선수들에게 인기가 많은 거겠지. 더불어 혜진이도 마찬가지로 엮여 있고."

"네?"

결국 동팔은 마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마크는 단번에 이해를 했다.

"아~ 그렇군요. 확실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겠네요."

그리고 지금, 지완은 구단 훈련장에 있는 헬스장에서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었다.

*     *     *

뉴욕 한 복판에 있는 뉴욕 양키즈 선수 전용 훈련장.

이곳에 있는 헬스장에서 지완은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었다.

끼익~ 끼익~.

들숨과 날숨을 규칙적으로 쉬면서, 운동기구의 무거운 추 또한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하거나, 맨손으로 스트레칭만 하던 작년 겨울. 하지만 시즌의 극초반인 지금은 일반 사람이 하는 것과 같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검진 결과를 뒤엎고, 화려한 재기를 준비하는 그를 보는 양키즈 선수들.

다만 오늘은 쉬는 날이라 나온 선수가 많지 않았다.

그리고 나온 선수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젊은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젊은 선수라고 해도 지완과 차이나 많이 나지 않는다. 고작해야 한 두살 어리거나, 많았다.

그들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지완이 언제 운동을 마치는지 보고 있었다.

지완이 지금 하기로 한 세트를 완료하자 운동기구에서 일어났고, 그러자 바로 반응이 나왔다.

후다닥!

다른 선수들은 재빨리 몸을 움직여 옆에 있는 이온 음료를 챙겼다. 그리고 누가 먼저 가기 전에 지완에게 달려왔다.

"지완아, 힘들지."

"이거 마셔라."

"필요하면 언제라도 불러. 얼마든지 도와줄 테니까?"

지완이 처음 양키즈에 왔을 때만 해도 거의 무시하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아직 지완이 완전히 재기하지도 않았건만 태세가 180도로 바뀌었다.

지완이 아양을 떨라고 하면, 정말로 아양을 떨 기세였다. 물론 그런걸 시킬 이유가 없었지만.

처음에는 이들의 행동이 부담스러웠지만, 적당히 선을 지키며 받아주고 있는 지완.

"고마워. 그리고 지금은 혼자하는 것이 중심이라서.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부를게."

그러면서 그들이 가져다 준 이온음료를 마셨다. 다섯 명이 한 번에 왔고, 지완이 필요로 하는 것은 하나의 이온 음료면 충분.

그래서 지완이 선택한 이온 음료를 든 선수는 다른 선수들에게 보란 듯이 환호를 했다.

"에~ 됐어!!"

다른 선수들은 그 선수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지완은 나오려는 쓴웃음을 지웠다.

'남자가 단순하다는 말에 기분이 나빴지만, 이 정도라면 반박할 말이 없잖아…….'

그리고 지완의 선택을 받은 선수는 바로 부탁을 했다.

"그런데 지완아. 그 사진 보여줄 수 없냐?"

"어려운 것도 아닌데 뭘."

지완은 그가 바라는 것을 알고, 핸드폰 화면을 터치하더니 하나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지완의 처제. 즉, 혜진의 여동생이었다.

"오~ 뷰티풀~. 뷰티풀~."

다른 사진도 아니고, 혜진과 같이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그곳에는 혜진만큼 예쁜 그녀의 여동생이 있었다.

그것만으로 왜 그들이 지완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지 절로 이해할 수 있었다.

'동팔이 말대로 했더니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이야…….'

동팔과 달리 지완은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았다.

반면 동팔은 현역으로 복무했다.

그 과정에서 동팔은 어떻게 야구와 관련된 훈련을 함에 있어서 특혜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것도 야구단에 포함되지 않고서.

그 비결은 지금 지완이 가지고 있는 혜진의 가족사진에 있었다.

동팔이 군복무를 하던 때면 혜진과 사귀던 중이다.

그리고 애인의 면회는 군대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애인이 웬만한 연예인과 모델을 씹어 먹을 정도로 예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대에 처음 배치되었을 때 동팔은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신병 때 혜진이 면회를 오자 상황은 완전히 반대로 바뀌었다.

물론 애인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잘 대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애인에게 여동생이 있다면?

그 여동생에게 사귀는 사람이 없으며, 애인 못지않게 예쁘다면?

상황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신병이지만 평생 군대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해병대가 아닌 이상, 전역하게 되면 전부 형, 동생 및 친구 사이가 된다.

보통은 군대에서 2년도 되지 않는 시간에 부당하고 작은 권력을 휘두르는 즐거움보다 혹시라도 미인과 사귈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것을 선택한다.

여기에는 일반 병사뿐만이 아니라 부사관인 하사와 중사, 장교인 소위와 중위 및 신입 대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대놓고 소개시켜 달라는 말을 하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 동팔에게 잘 보기기 위해 신병임에도 불구하고 투구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동팔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혜진의 동생을 쉽게 소개시켜주지 않았다.

그러다 정말로 괜찮다 싶은 사람과 한 번 소개시켜준 적이 있긴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동팔에게 원한을 가졌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대단한 미인과 소개팅이라도 했다는 것에 행복해 했다.

당시 혜진의 동생이 그와 사귀지 않은 것은 고등학생 3학년이 되기 전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 동팔은 혜진과 헤어졌고, 혜진은 지완과 결혼했다.

동팔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지완과 혜진에게 알려주었다. 혜진은 자신의 동생을 이용하는 것 같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지완이 계속 다른 선수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좋지 않았고, 메이저리그의 선수라면 충분히 성공한 사람이니 적어도 경제적인 걱정은 덜 수 있었다.

다만 그 전에 인성이 되어야 허락한다는 조건으로 이런 상황을 만드는 데 허락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지극히 뛰어났다.

아직 애인이 없는 선수들 모두가 지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마치 맛 좋은 먹이를 달라는 강아지처럼 자신을 보는 그들의 모습에 지완은 여러 모로 마음이 복잡했다.

'이거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지? 소개는 사실 혜진이에게 달린 문젠데…….'

물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긴 하겠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여자인 혜진이 보았을 때 그리고 남자인 지완이 보았을 때 합격점을 받아야 소개시켜줄 수 있었다.

마침 혜진의 여동생은 늦어도 올해 겨울, 빠르면 여름에 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얼굴 한 번 정도는 비춰 달라고 부탁해야겠지?'

그들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 같아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혹시라도 모를 국제결혼을 대비하여 그들에게 미리 충고하기 시작했다.

"아, 혹시 한국 설화 중에 건국 신화인 단군 신화 들어봤어?"

"아니."

다른 나라 건국 신화를 왜 알아야 할까?

그래도 혹시 모를 아내의 나라 이야기니 바로 화제를 돌리지 않았다.

"거기에 보면 하늘의 자손인 환웅이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을 주고, 동굴에 들어가 100일 동안 버티고 나오라는 것이 있거든?"

"그래?"

신화라고는 하지만 당시 부족의 상황과 어떤 토테미즘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사료였다.

하지만 그것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지완이 단군 신화를 꺼낸 이유는 한국을 알리기 위함이 아니었다.

"하지만 호랑이는 버티지 못하고 나왔고, 곰은 우직하게 버티더니 여자가 되어서 환웅과 결혼했다고 해. 그 둘 사이에 나온 아기가 단군이 되고… 그게 옛날 조선을 건국하는 단군 왕검이 되지."

애초에 단군 왕검은 사람의 이름이 아닌 직책의 이름이지만 그것을 또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름보다 버텼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이걸 말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냐. 내가 경험한 것이지만, 혜진이 쪽 집안의 입맛은 아주 담백해. 예를 들면 간이 안 된 닭가슴살을 부담 없이 먹을 정도는 되어야 버틸 수 있어."

지완의 말에 혜진의 여동생을 노리는 선수들의 표정이 굳었다.

"…뭐?"

"그게 정말이야?"

그러자 지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지완의 확답에 그들은 생각했다.

'이 좋은 맛을 포기하다니…….'

'내가 더 좋고 맛있는 것을 사주는 것으로…….'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그 생각은 이전부터 지완과 동팔도 시도했다가 포기한 것임을.

"나도 처음에는 버틸 엄두가 나지 않아서 지금 아내의 입맛을 바꿔보려고 어떻게든 하려고 했어. 그런데 아내의 말을 들어보니까 더 이상 그럴 수 없겠더라. 자기 집안에 미인, 미남이 많은 이유가 담백한 입맛 때문이라고 했거든."

즉, 자신의 입맛을 포기하고 미인을 얻을 것인가. 그게 아니면 입맛을 유지하고, 이렇게 계속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

'내가 이걸 알려주는 건 나중을 대비하기 위해서니까 그렇게 알라고.'

일종에 그들을 향한 배려였다.

혹시라도 잘됐는데 다른 문제도 아닌 입맛 문제로 인해 헤어진다면 더 미안해질 것이 분명하니까.

그리고 지완의 말로 인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큰 변화가 생겼다.

며칠 후, 훈련을 마치고 경기를 준비하기 전에 하는 저녁 식사.

그때 젊은 선수들, 특히 혜진의 여동생과 사귀려는 선수들은 평상시에 즐기던 것을 포기하고 담백한 닭가슴살과 샐러드, 적당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콩을 주로 담았다.

그것을 본 다른 선수들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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