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238화 (238/325)

[238]

월드시리즈 우승에 목을 매다보니 사소한 것에 더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특히나 거액의 계약을 많이 했으니 압박도 안 받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표면적인 기록에 매몰되고 수치에 집중하게 되니 이런 실수를 하게 되었다.

그들이 안주한 것은 아니지만, 야구를 왜 시작했는지에 대한 초심을 잊어버린 것이다.그러나 그 사실을 말해 감독의 자존심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넘어갔지만, 이제 이로 인해 생길 문제에 대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는 겁니까?"

지금의 양키즈는 최상이다.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던 토론토를 상대로 스윕을 달성했다. 3연승에 팀의 분위기는 올라갔고, 승률도 마찬가지.

적어도 지금 당장 문제될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혜진의 눈에는 보이는 것 같았다.

"지금 상황은 분명히 좋습니다. 3연승이 아니라 그 이상도 가능할 겁니다. 잠시 연승이 끊어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승률은 높겠죠. 문제는 계속되는 승리에 너무 취할 것을 경계하셔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다. 사용하는 곳은 조금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잘 나간다고 방심하지 말고 주변을 살피며 겸손하고 겸허하게 행동하라는 것.

패배의 추락도 사람을 병들게 하지만, 계속되는 승리로 인해 생긴 과도한 고양감은 분명히 사고를 불러일으킨다.

혜진의 말에 존 지라디 감독도 바로 알아차렸다.

"그렇지. 승리에 자만할 때, 항상 부상의 위험이 있어."

"말씀하신 대로에요. 하지만 그걸 현장에서 바로 잡아주실 수 있는 분들은 역시 경험이 많은 감독님과 코치들이죠. 단순히 열정이 타오르는 것은 괜찮지만, 너무 과해 이상 행동을 하게 되었을 때의 빠른 구분이 가능하시잖아요?"

현장에서 통제를 하는 것은 감독을 비록한 코치들이다. 혜진이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눈과 귀의 역할인 분석관이다.

눈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손과 발이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고, 머리가 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

혜진의 역할이 눈과 귀처럼 주변을 파악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머리의 역할은 감독이었다.

혜진은 그 이상의 역할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알기에 여기까지 선을 긋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지혜로운 행동에 감독도 마음을 다시 새롭게 했다.

"그렇죠. 혜진 분서관이 말한 대로입니다. 현장에서 선수들이 과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나와 코치의 역할이니까."

경기장 이외의 곳에서도 지금 치러지고 있는 정규 시즌의 경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많다. 특히 감독과 분석관이 얼마나 역할을 잘 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지가 바로 영향을 주기 마련.

그리고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영향을 주는 곳이 있다. 바로 구단의 행정을 책임지며, 동시에 재정 사용의 막대한 권한이 있는 프런트였다.

***

늦으면 정오, 빨라도 늦은 아침에 일어나는 선수들과 달리 프런트는 아침부터 바쁘다.

그들이 해야 하는 것은 선수들의 활약과 부진에 대한 파악. 그리고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에 있는 모든 선수들 중, 유망주 및 뛰어난 기량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의 파악도 있다.

그리고 그 범위에는 자기 구단만 아니라 다른 구단에 있는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철저한 분석 끝에 자신의 팀에 부합하는 능력을 지닌 선수가 누구인지 먼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돈을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그들이 일 중에 하나다.

그들은 지금 싱글 A에 있는 마크에 대한 보고를 듣고 있었다.

"마크 루스… 이 선수가 루키 리그에 들어오고 얼마 되지도 않아 바로 싱글 A로 가더니, 거기에서도 맹활약을 한다는 겁니까?"

구단주의 물음에 한 사람이 일어나 답했다.

"외야수로서 전천후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타격은 나쁘지 않은 정도지만, 빠른 주력과 높은 점프력. 거기에 송구 능력도 뛰어나며 멀리 던져도 홈으로 정확히 송구하는 보살 능력이 탁월합니다."

"그럼 더블 A로 바로 올라가는 겁니까?"

"사실 그 회의를 하기 위해 보고를 한 것입니다. 싱글 A에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를 또 더블 A로 보내도 될지에 대한 회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단주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바로 결론을 냈다.

"보류하도록 하지. 자네 말대로 싱글A에 올라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더블이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계속 살펴보고 시즌 중반이 되었을 때, 다시 보고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구단주를 비롯한 프런트에서 해야 할 일은 많다. 선수의 영입도 있지만, 고작 싱글이나 더블A 정도의 리그에서의 일을 일일이 보고받을 필요는 없다.

좋은 선수라고 판단하면 올려놓고 사후에 보고해도 상관없는 일. 하지만 지금은 특별한 경우라 간략하게 보고를 했을 뿐이다.

***

한편, 동팔은 간만에 집에서 마크와 만나고 있었다.

"싱글 A로 올라갔는데 벌써 더블 A로 가느냐 마느냐 한다면서?"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바로 올라갈까요? 올라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올라간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몰라서 확답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래도 인정을 받고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온 거지."

두 사람의 대화에 같은 자리에 있던 민희가 말했다.

"단순히 기록으로만 보면 트리플도 가능해. 하지만 빠르다고 항상 좋은 건 아니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 적어도 이번 시즌 안에 트리플 A까지 노려볼 수 있을 걸?"

민희의 객관적인 말에 마크의 입가에 절로 기쁨의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요? 그래도 이왕이면 동팔이형한테 더 빨리 도움이 되고 싶은데……."

"너무 빠르면 하위 리그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못 배우고 올라올지도 몰라. 실력도 좋지만, 항상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훈련은 시간을 들여 배워야 하니까. 너도 알다시피 야구를 하다보면 언제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니까."

유격수를 포함한 내야 수비의 경우, 신속한 판단과 행동을 요구받는다. 타구 거리가 짧기 때문에 시간은 더욱 촉박하다.

그렇다고 해서 외야 수비가 편하다는 건 아니다.

내야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만, 감당해야 할 면적은 훨씬 더 /넓다. 거기에 타구의 방향과 거리를 알고 낙하지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공을 받거나 잡은 뒤 어느 곳으로 제일 먼저 던져야 할지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선택에 따라 실점을 하게 될지. 아니면 상대가 점수를 얻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이미 충분히 빠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런데 오늘은 오빠랑 무슨 연습을 하러 왔어?"

"타격 연습요. 단순한 피칭 머신을 상대하는 건 이미 질렸거든요. 그리고 항상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순서가 정해져 있으니 마음대로 할 수도 없어요."

"하긴 오빠 공을 상대하면 피칭 머신이 더 쉽게 느껴지겠다. 타격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어? 나쁘지 않다고 들었는데."

민희의 말에 마크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감독님이 수비쪽으로 특별히 더 할 것이 없다고 하셨어요. 적어도 지금 상태를 유지만 하더라도 좋을 거라고 하셨죠. 하지만 타격은 상위 리그로 올라갈수록 더 어려울 거잖아요. 그 전에 미리 동팔이 형의 공을 상대하면 상대적인 어려움이 덜 느껴질 것 같았거든요."

거기에 동팔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선 메이저리그에서 타격으로도 도와주고 싶었다. 아무리 수비능력이 좋더라도 타격의 구멍이 되어 버리면 감독도 계속 써야 할지 고민이 될 터.

그러면 중요한 순간에 수비로만 나서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마크가 바라는 것은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것도 있지만, 선발 외야수 자리를 꿰차고 유지하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마크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동팔의 집으로 와서 훈련을 했다.

여기에 오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그 악마들이 조용한 것 같던데요. 보이지도 않고. 혹시 요즘에 온 적이 있나요?"

마크 또한 악마의 계약에 대해 아는 관계자 중 한 사람이다. 동팔 덕분에 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동팔이 지금 어떤 위험에 처해 있는지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였다.

마크의 질문에 하얀 늑대의 벗이 답했다.

"요즘 들어 본 적은 없다. 아마도 다른 희생자를 찾고 있거나, 이번 시즌에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항상 자신의 곁에는 동물의 영령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악마가 모습을 숨겨도 알아차릴 수 있다.

종종 그가 동팔과 멀리 떨어질 때도 며칠 동안 옆에 붙어서 지켜줄 영령을 붙여준다. 제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항상 사용할 수는 없지만, 주변에 다가오지 못하게 만드는 경고용으로는 적당한 수준이었다.

다만 하얀 늑대의 벗이 옆에 있는 것에 비해 효율이 극도로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동팔이 원정을 가게 될 때, 같이 갈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적어도 악마가 주변에 얼씬거리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하자 마크는 또 다른 것을 물었다.

"그럼 그때 봤던 웜우드라는 악마는 뭐하고 있죠?"

"계속 움직이는 성스러운 땅과 같이 있다. 그의 주변을 벗어나면 바로 소멸당하니 어쩔 수 없겠지."

"그건 알고 있는데, 이상하지 않나요? 악마는 인간과 달리 계속 존재할 수 있으니까, 결국 그 목사님이 세상을 떠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선택을 한 걸까요?"

적어도 자신이 지닌 대부분의 힘을 모아, 동팔이 맺은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노려지는 일이 없었다.

그는 하급 악마였지만, 스크레이치의 가르침을 직접 받은 악마 중 하나. 하지만 지금은 하급 악마로서 힘을 잃고, 망령에게도 위협을 받게 된 처지가 되었다.

물론 그의 희생으로 동팔의 회복 능력이 다른 사람을 회복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수혜를 입은 사람 중 첫 번째가 마크였다.

분명히 자신에게 좋은 일을 해준 악마지만, 그래도 악마였기에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크의 질문에 다른 사람이 말했다.

"나도 그게 궁금해서 물어봤거든. 그러자 다 길이 있어서 선택한 거라는 말만 해주더라고."

마크가 했던 질문은 그들도 가졌던 의문이었다.

실제로 종종 만날 수 있으니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묻더라도 웜우드의 대답은 동팔이 말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그가 말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동팔과 타격 연습을 하기 전, 마크는 마지막으로 물어봤다.

"그런데 지완이 형은요?"

근처에 사니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자신과 같이 동팔의 도움으로 희망을 얻은 것도 그렇지만, 동팔과 라이벌로 불리던 선수였으며, 캔자스시티에서 1선발과 다를 바 없는 활약을 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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