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234화 (234/325)

[234]

선수단의 무거운 분위기를 느낀 감독은 조치를 취했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을 전부 소집한 것이다. 본래라면 이기든 지든, 경기가 끝난 다음에는 퇴근과 같은 자유시간이라 반발할 선수가 나온다.

하지만 팀의 승률이 생각보다 저조한 지금, 자신이 한 플레이를 생각하면 반발할 수가 없었다.

선수들은 곧 감독이 노발대발하며 자신들에게 화를 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존 지라디 감독은 화를 내지 않고,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지금 너희들의 역량을 생각하면 적어도 절반 이상은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지. 처음에는 운이 나빴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게 반복이 된 이상, 운으로 핑계될 수가 없다. 그러니 각자 지금 이런 상황이 생긴 이유가 무엇인지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해 보도록."

감독의 물음은 선수들도 계속 생각하고 있던 문제였다.

분명히 자신들의 실력이 떨어진 것은 아닌데, 팀은 지고 있다. 그마나 동팔이 분발하고 있었으니 더 큰 연패를 당하지 않았을 뿐, 그게 아니었다면 연패의 숫자는 두 자리 수를 찍었을지도 몰랐다.

"제 생각은…유기적인 팀플레이를 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료의 타이밍을 알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쩌다 분위기를 타면 타선이 폭발하고, 수비도 실책이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실수해서 팀에 피해를 줄까 걱정이 되니 몸이 굳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부진의 이유는 외부에서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이건 시간을 필요로 하는 문제 해결 방법이었다.

상대의 타이밍을 몸으로 느끼고 행동하는 것에는 많은 훈련을 필요로 한다. 훈련의 양이 적더라도 목표한 것을 이루는 것이 재능.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선수라면 이미 재능을 인정받은 것과 다를 바 없으니 결국 시간 문제였다.

선수들이 말에 감독은 아쉬웠다.

'정작 진짜 문제는 보지 못하고 있어. 경기가 끝나도 마음을 놓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는 자세가 있어야 하는데…….'

사실 팀워크 훈련은 항상 하고 있었다. 그건 선수들도 알고 있고, 지금 중요한 것이니 별다른 불평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훈련을 반복하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야구는 찰나의 스포츠라서 보다 뛰어난 감각을 필요로 하며, 여기에는 심리적인 면도 생각보다 큰 영향력을 끼친다.

존 지라디 감독은 일단 선수들도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그리고 자신들에게서도 찾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내일은 쉬는 것 알고 있지? 연패로 인해 마음이 힘들겠지만, 무리하면 부상의 위험이 있으니 잘 쉬는 것도 훈련이야. 그리고 다음 경기에 등판하는 투수는 동팔이다. 어떻게든 승리할 가능성이 제일 높으니 마음을 편히 가져."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동팔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에 다시 고개가 돌아가고 말았다.

우중충한 분위기에 감독이 말했다.

"그럼 해산. 모레 보도록 하자."

곧 감독은 자리를 떠났다. 솔직히 선수들에게 크게 한 소리 치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이 자리를 뜨자, 선수들 사이에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제일 화가 나는 사람은 바로 선수들이다. 원인이 자신에게 있었다. 어찌되었든 남 탓을 할 수 없으니 울화통이 터졌다.

제일 많이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사람은 역시 억대 계약을 한 선수인 데니 행크스였다.

"젠장!!"

쾅!

그는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서 자신의 캐비넷을 주먹으로 강하게 쳤다. 그 와중에도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위험한 부분으로 치지는 않았다.

그러다 동팔과 눈이 마주치자 바로 사과했다.

"미안, 네 잘못이 아닌데……."

오히려 미안했다. 그나마 동팔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니까.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이제 뭐를 해야지?"

이전이라면 패배의 충격을 이기기 위해 알콜의 힘을 빌리거나, 취미생활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러기에 너무 민감했다.

연패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 무언가 즐기는 건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절로 죄책감이 밀려 들어왔다.

이건 외부의 시선이 어떠한 것의 문제가 아닌, 본인들의 양심의 문제였다.

행크스의 질문은 선수들 대부분의 의문이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던 중에 동팔이 말했다.

"아… 나 헬스장에서 다시 몸 풀고 갈게."

그냥 간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헬스장에 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겠다는 말을 듣자 선수들의 반응이 달랐다.

"또? 곧 선발인데?"

"좀 쉬어야 하는 것 아냐?"

"그래도 생각해보면 항상 그렇게 해 왔었지? 지금도 그렇고."

수도승처럼, 경기가 끝난 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쉰 적이 없는 동팔이었다. 그리고 그걸 지난 시즌에 같이 뛰었던 선수는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동팔이 자신들과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잠깐, 경기 끝나고 나서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빼먹지 않았다고?'

'그리고 여기 있는 선수들 중, 기복이 없는 사람은 오직 동팔 밖에 없잖아?'

그런 생각을 하는 선수 중에는 데니 행크스도 있었다.

"그래? 그럼 오늘은 같이 하자.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못 버틸 것 같아."

4연패도 모자라 10점 차이의 대패를 당한 상태다. 이전처럼 편하게 있을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무언가 훈련을 더 하지 않으면 양심이 괴로웠다.

시작은 데니 행크스였지만, 그의 말에 다른 선수들이 동조했다. 그들은 전부 구장에 있는 양키즈 선수 전용 헬스장에 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의외의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아, 지완? 여기에 어쩐 일이야?"

부상 선수 명단에 있어 훈련도 따로 받는 그가 여기에 있었다. 그동안 지완은 경기가 있어도 더그아웃에 있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동팔과 같이 가볍게 훈련을 해서 마무리한 다음 집으로 같이 돌아가 회복에 전념했다.

이제 몸의 회복이 완전히 끝난 지금, 그가 해야 할 것은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그 훈련은 지금처럼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몸은 거의 회복되었고, 지금은 다시 힘을 기르는 중이야.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다 같이 왔어?"

"그냥 있기에는 기분이 좀 안 좋아서 몸이라도 더 움직이려고."

곧 선수들은 각자 옷을 갈아입고, 스트레칭을 한 다음 각자 하고 싶은 운동을 했다.

경기가 끝난 이후라 이미 상당한 체력을 소모한 선수도 있었다. 반면 불펜이나 대타인 선수는 여력이 있으니 간만에 제대로 힘을 쓰며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동팔은 모레 선발이라 무리할 필요가 없지만, 어차피 새벽이 오기 전에 회복되니 상관없었다.

그리고 변화는 그날 하루만이 아니었다.

# 변화는 사소한 것으로부터

다음날 늦은 아침.

보통 사람과 달리 야구 선수의 하루는 늦게 시작한다. 일반 회사원이라면 이미 일어나 아침을 먹고 회사에 출근하여 한참 일에 열중할 시간.

그 시간에 프로 야구 선수들이 일어난다.

남들이 점심 먹을 시간에 가까워지면, 그들은 하루의 첫 식사를 한다. 이것은 프로리그가 있는 야구 선수의 공통적인 생활 패턴.

약간이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런 패턴으로 생활해야 했다.

경기가 밤늦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 뉴욕 양키즈의 선수들은 각자의 집에서 평상시 쉬는 때와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전에는 일주일 중 유일하게 쉬는 오늘, 그동안 보지 못한 드라마나 영화, TV프로그램을 본다. 그게 아니면 하지 못했던 게임이나 취미생활에 집중한다.

가족이 있으면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아이가 학교에 갔다면 늘어지게 잠을 잔다. 명분은 그동안 쓴 체력의 회복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지금 조깅하기엔 좀 그러네. 사람도 많이 있을 거고……."

만약 많은 돈을 벌어 집에 개인적인 훈련 공간이 있다면 모를까, 그 이외의 경우는 주변에 있는 훈련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걱정이 없는 데니 행크스는 집에 있는, 시즌 중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자신의 운동장에 들어왔다.

체력을 키우기 위한 달리기를 비롯하여, 어제 간단히 해서 미련이 남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끄읍……."

호흡에 유의하며 바벨을 들어 올렸다 내린다. 자세를 제대로 잡아 어느 한 곳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야구는 축구와 달리 한 번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있다면 아웃되지 않기 위해 전력으로 달리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 거리는 축구와 비교하면 아주 짧다. 그것도 아니면 외야수가 멀리 가는 공을 잡기 위해 달리는 것이 전부.

3루수인 데니 행크스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을 잡거나, 주자를 태그 아웃시키는 것이 고작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공수교대가 있다. 그리고 공격을 할 때에 자신의 타순이 아니면 더그아웃에서 편하게 쉴 수 있다.

체력과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니 일주일에 여섯 번의 경기를 치르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경기 중에는 계속 집중해야 하고, 급작스럽게 움직일 때가 종종 발생한다.

그 순간을 위해 힘을 기르고, 훈련을 하는 것.

개인적으로 정해놓은 양을 마치자 의자에 앉아 쉬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운동하는 것도 데뷔하기 전엔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어떻게든 가능한 빨리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선 쉴 틈이 거의 없었다. 혹사를 방지하기 위해 쉬는 것이 전부였다.

루키리그부터 시작해 싱글A를 거쳐 더블A까지 가는 과정은 험난했다.

다행히 트리플A를 거치지 않고, 바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행운이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자유계약신분을 얻었을 땐, 뛰어난 활약으로 양키즈와 억대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생각해보면 너무 자만했어. 성공했다고 끝이 아니었는데…….'

전에는 항상 몸을 만들기 위해 평상시에도 노력했다. 하지만 대박 계약을 하게 되자 절로 마음이 풀어지더니 스프링캠프에 하루 늦게 왔다.

그리고 지금은 경기를 마친 후, 바로 집에 가거나 무언가 즐기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동안 놀지 않고, 쉬지도 않고, 오직 성공만을 위해 달렸던 것에 대한 반동이었다.

대박 계약을 했으니 이젠 좀 쉬면서 야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차이가 자신의 슬럼프를 만들고 말았다.

어제 동팔의 말을 듣고 그 사실을 깨닫자 또 다른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지금은 방만한 마음을 버리고, 다시 신인이 된 것처럼 마음을 잡고 있었다.

"가자… 아직 끝나지 않았어. 먹튀가 되면 안 되잖아. 데뷔하면서 그렇게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내가 그 꼴이 될 수는 없지."

잠시 쉰 그는, 다시 스트레칭을 하여 몸을 푼 다음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했다.

양키즈의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행크스와 같은 생각으로 각자 할 수 있는 훈련을 하며 그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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