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233화 (233/325)

[233]

한편, 감독과 코치들은 겉으로 그들과 함께 있을 땐 기쁜척했지만, 늦은 밤 따로 모였을 땐 모두 표정이 굳어 있었다.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해. 왜 그런지 다들 알고 있지?"

감독의 말에 코치들 역시 심각한 표정이었다.

"역시 수비 문제가 큽니다. 동팔이 선발로 올라왔어도 그 모양이라면… 다른 투수가 올라왔을 경우를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범타로 끝나야 할 공이 안타가 되지 않나, 송구 에러로 실점까지 했어. 동팔이 범타 유도나 병살을 노리지 않고 삼진을 했던 것도 뻔하지. 수비를 믿을 수 없다는 거야."

다른 코치들의 분석과 예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비에서 일어난 전반적인 균열과 협동 플레이가 유기적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선수가 많으면 생기는 일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 때 다른 훈련보다 수비 훈련에 더욱 집중한 것도 그런 이유였었다.

"단순히 능력만 보면 문제가 될 것은 어디에도 없어. 다들 알고 있는 대로 유기적인 플레이가 되지 않으니 실책이 많다. 하지만 타선도 문제가 있어. 지금 당장 활약할 것을 기대하고 거액을 주고 데려왔는데 그게 전부야."

초반에 상대 투수에 눌려 타선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리고 동팔 덕분에 위기를 극복하면서 흐름을 타자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 이닝에 한 것이 전부였다. 한 이닝에 8점을 얻는 빅이닝을 만들어 냈지만, 그 이후로는 다시 점수를 내지도, 주자가 나가지도 못했다.

상대가 흔들리는 틈을 파고든 것은 좋았다. 하지만 상대가 다시 정신을 차리자 이전처럼 돌아갔다.

흔들리지 않는 상대라도 흔들어 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답답한 그들.

그나마 동팔이 마운드에서 굳건히 지켰으니 다행이지, 투수가 수비 불안에 흔들려 실투를 하면 대량 실점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걸 알고 있는 선수는 얼마나 있지?"

"거의 없을 겁니다. 대승에 눈이 멀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어요. 그나마 알고 있는 선수라면 혜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동팔, 지완, 그리고 포수인 브라이언 산체스 정도겠죠."

"그건 어떻게 확인할 수 있었지?"

"오늘 경기가 끝나고 대부분 놀러갔습니다. 하지만 경기 후에 남아서 자체적으로 훈련을 하고 간 사람은 그 세 명이 전부였습니다."

코치의 말에 다른 코치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오늘 실책은 우연이거나 긴장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그럴 겁니다. 물론 그랬으면 좋겠지만, 이후에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우연이 아니란 걸 알겠죠. 그걸 깨닫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래. 그래서 차라리 오늘은 실책 때문에 졌으면 싶었어. 감독이 이 말을 하긴 그렇지만, 지금 녀석들이 그걸 깨달아야 다음이 수월한데 말이야……."

그렇다고 일부러 동팔에게 실투를 유도할 수도 없었다. 동팔이 완벽하게 피칭해도 수비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졌다면, 그들도 동팔에게 미안해서라도 스스로를 돌아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의 대승으로 인해 그건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일단 내일 훈련도 팀워크와 수비에 집중해야겠어. 동팔은 쉬게 하고, 지완은?"

특별 관리 대상의 상황에 대해 묻자 담당하는 코치가 답했다.

"방금 나온 말대로 동팔과 같이 가볍게 운동을 한 다음 복귀했습니다. 둘 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지금 상태는?"

"좋습니다. 몸은 거의 회복된 상태이며, 본격적인 재활훈련에 돌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몸이 회복했다고 해서 바로 경기에 뛸 수 있는 건 아니다. 회복된 몸의 상태를 경기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정이 있다.

그때도 역시 무리하면 회복되고 있던 몸에 다시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당연히 재활의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주의에 주의를 거듭해도 모자라지 않았다.

그리고 감독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빨라도 다음 시즌이라 생각하고 있었어. 무리하지 말고 확실히 재기시킬 준비 해. 그리고 이번 사태에 대해 혜진이 보낸 의견이 있나?"

이 자리에는 감독과 코치만 아니라 분석관들도 있었다. 하지만 수석 분석관인 혜진이 여기에 없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아기 엄마라는 특권이었다.

다만 나오지 않는 만큼 보수를 덜 받는다는 조건이 있었다. 일을 하는 만큼 받는다는 것에 혜진도 동의했기 때문이며, 오히려 이렇게 돈을 덜 받더라도 예은이와 있는 것이 더 나았다.

"있습니다."

"그럼 말해봐."

"일차적으로 팀워크가 약하다는 것은 공통된 지적이었습니다. 거기에 또 다른 원인을 지적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게 뭔가?"

"기본이 없다고 했습니다."

"뭐?"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이상, 기본기는 이미 탄탄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뛰어난 플레이를 계속 펼칠 수 없다.

아마추어도 간혹 놀랄 정도의 플레이를 하지만, 그걸 매번 해내는 것이 실력이다. 그 실력을 갖춘 사람들 중에서 천재적인 재능과 노력으로 올라올 수 있는 곳이 바로 메이저리그.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것을 잘 알고 있을 혜진이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기본이 없어? 뭐가?"

감독이나 코치들이 보기에 선수들의 역량과 능력에 문제는 없었다. 그러자 다른 분석관이 말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 이전에 있어야 할, 더 중요한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

"바로 마음과 각오라고 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각자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에 감독과 코치는 깊이 생각했다.

'마음의? 그리고 각오의 문제……?'

그러다 한 코치가 말했다.

"다르게 말하면 자세의 문제라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경기에 임하는 자세 말입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났을 때의 자세도……."

코치의 말에 감독은 오늘 경기 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설마 그것 때문에? 하긴 지금까지 우리는 훈련과 경기할 때만 봤지, 그 이외의 것은 본 적이 없었지?"

"네, 그렇습니다.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정도면 자기 관리는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그걸 강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오히려 반발심 때문에 선수단과 우리 사이에 분열이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럼 일이 커지고 회복되는데 걸리는 시간도 늘어납니다."

그들도 혜진이 말한, 기본이 부족하다는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특별한 훈련을 더 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마음을 잡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는 강요로 해결할 수 없는, 다른 의미로 골치가 아픈 문제였다.

강제하는 건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고, 가만히 있으면 그냥 중간이라도 간다. 최선의 방향은 선수들이 알아서 깨달아 마음을 잡는 것.

그래서 자체적으로 경기가 끝난 이후에 가볍게라도 훈련을 하고 가는 것이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지금은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큰 균열과 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결국 사태의 원인에 대해 파악만 했을 뿐, 뾰족한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날의 회의를 마쳤다.

***

한편, 집에 돌아온 동팔과 지완은 지하 훈련장에 있었다.

그들은 입에 물 마우스피스를 쥐고 있었다.

"이제 오늘이 마지막인가?"

"아마도. 고생 많았다."

"고생은 무슨. 너야말로 고생이 많았지. 나야 회복이라도 되지만, 넌 아니잖아."

마크를 회복시킬 때에도 그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현실이기도 했다. 동팔은 얻는 것도 없이, 고통만 감당할 뿐이다.

반면 치료가 되는 사람은 복귀할 수 없던 길이 열리고 부활의 준비를 할 수 있다.

마련된 침상 위에 누우면서 지완은 다가올 고통을 각오했다.

분명히 말해 고통은 싫다. 고통을 좋아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로 피학적인 것을 즐기거나,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 고통을 쾌감으로 인식하게 된 사람이 전부일 것이다.

지완은 앞서 말한 두 부류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왕이면 고통스럽지 않고 편하고 즐겁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지완은 곧 겪게 될 고통을 더 이상은 겪지 못하게 될 거라는 사실이 아쉬웠다.

지완은 누운 다음 말했다.

"이제 너랑 같은 고통을 공유할 수 없게 되니 좀 아쉽다. 나 때문에 생긴 고통이니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이전이라면 부정하겠지만, 이제는 인정할 수 있다.

동팔은 자신에게 있어 영웅이었다.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마음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그 영웅이 자신을 전혀 생각하지도,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는 것에 자존심이 크게 상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전의 이야기.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현재의 동팔이 있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과도한 노력으로 인해 스스로 혹사시켰고, 그 결과 프로 입단 1년 후에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비록 악마의 힘으로 얻은 회복 능력으로 재기했지만, 그의 노력을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설령 자신에게 동팔과 같은 능력이 있었어도, 이렇게까지 노력할 자신이 없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전진하는 사람. 그것이 바로 지완이 앙망하던 영웅의 실체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 영웅이 자신과 함께 하자고 한다. 그것도 감내하지 않아도 될, 원래는 스스로 져야 할 고통의 십자가를 같이 매면서까지.

그러니 지완은 회복되는 중간에 힘들다고 그만둘 수 없었다.

무엇보다 동팔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때부터 세운 각오는 아직도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젠 회복을 위한 고통의 순간도 마지막이 되었다.

"나도 같이 아팠으니까, 나중에 힘 제대로 써. 이거 전부 빚이니까 단단히 갚아가."

동팔의 말에 지완이 답했다.

"당연한 소리."

***

개막전을 대승으로 장식하고 12일 후.

그 사이 메이저리그는 개막전을 포함하며 각 구단별로 열흘 사이에 10번의 경기를 치렀다.

무승부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 메이저리그 특성으로 인해 어느 한 구단이 승리하면, 당연히 상대팀인 다른 구단은 패배한다.

뉴욕 양키즈가 개막전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선 수비 불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양키즈 구단 자체적인 분석은 그보다 더 깊었지만, 외부로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은 원인으로 인해 양키즈는 8번의 경기 중 단 세 번만 승리하고 나머지 일곱 경기는 큰 점수 차이로 패배했다.

"……."

"……."

개막전과 그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고 내리 3연패. 그리고 동팔이 등판한 날에 가까스로 승리하여 연패를 끊었지만 다시 4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거기에 4연패를 당한 오늘은 큰 점수 차이의 대패로 인해 고개를 들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특히 억대 계약을 한 데니 행크스는 더욱 고개를 들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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